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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지훈승철/우쿱] 술기운에 하는 말이에요 w.안다미로 인생에서 최고는 돈이다. 0이 많이 붙은 얇고 뻣뻣한 종이나 무거운 금덩어리, 금을 입힌 액세서리 차곡차곡 쌓일수록 무거워져 값어치가 올라가는 뭐 그런 거. 꿈이라느니 뭐 그런 허무맹랑하고 당장 내 배 불려주지 않는 그런 거 말고. 그런 건 딱 질색해 솔직하게 말하면 혐오한다. 그것보다 실생활에 쉽게 보지만 쉽게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을 바랬다. 몇 백의 가방과 몇 십 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따지며 걸치고 입고 쓰고 싶었다. 가져본 적 없는 인생에서 접하고 싶어 정신 차리면 지훈은 값비싼 그것을 걸치고 입고 썼다. “지훈 씨는 눈이 가게 해요.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인데.” 그런 소릴 자주 들었다. 세상 제일 잘 나간 것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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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안다미로 승철이가 지훈을 만난 건 사람이 술을 먹는게 아니고 술에 사람이 먹힌다는 걸 몸으로 배우던 대학 신입생 시절, 풋풋하고 촌스러웠던 20살 때 일이었다. 아슬아슬한 내신과 만만치 않은 수능으로 운 좋게 들어간 대학은 낭만과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꽃샘추위처럼 살을 파고들고 뼈를 가르며 승철을 시리게 만들었다. 등교하다 잡혀 반강제로 들어간 영화 동아리에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영화는 안보고 술만 거하게 마셨다. 매일같이 문자로 동아리모임(이라 쓰고 술자리라 읽는다)을 통보하는 일명 ‘영희방’은 반강제로 가입시킨 좋은 선배들과 재밌는 동기들로도 견디기 어려운 악명 높은 곳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말술들만 모였는지 술만 꺼내면 술짝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붓고 마셨다. 옳지 않지만 고등학교 ..
[지훈승철/우쿱] 어리다 w.안다미로 센티넬이라고 뭐 별 거겠어? 콧방귀 끼던 과거의 나를 매우 후려치고 싶은 날이다. 전날 8시 뉴스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리는 비라며 감기조심 건강조심 하라던 기상캐스터 일기예보를 들었으면서 잘 때까지 아무 준비도 안 하고 버티던 어제의 나를 매우 때리고 싶다. 침대에 붙어서 눈도 뜨지 못하고 거친 파도 위에 침몰하기 직전의 동동 배처럼 주체 없이 흔들리고 속이 미식 거려 죽을 것 같다. 이마와 눈에 열이 홧홧 올라서 슬프지도 않는데 눈물이 자꾸만 쏟아진다. 눈꼬리 아래로 또르르 굴러가 미로 같은 귓바퀴에 떨어져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모인 눈물들에 귀도 멍멍했다. 지구의 자전하는 소리인지 몸에 흐르는 혈액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들리는 이명에 천둥 같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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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승철/우쿱] 팀장님 w.안다미로 무역회사 [플레디스] 영업 1부 2팀의 이 팀장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완벽주의자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기엔 어린 나이와 평균보다 조금 작은 덩치를 가졌지만 긴다난다한다는 우수한 사람들 틈에서 못하는 거 없이 톡톡히 존재를 드러내며 제 몫을 해냈다. 나이가 더 많고 배도 두둑한, 이 바닥에서 사회생활 좀 해 본 거친 무리들의 기에 주눅 들지 않았고 맞으면 밀고 나갔고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끊어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합당하지 않고 옳은 길이 아니라면 그런데 그것을 고집하며 구렁텅이에 빠지려는 멍청이가 있으면 빠른 속도로 던지는 야구공처럼 묵직한 타격을 가했다. 스트라이크! 받는 데미지는 어마어마했다. 이 팀장의 겉모습에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다들 피를 봤다. 회장 ..
[지훈승철/우쿱] 청혼 w. 안다미로 첫눈에 반했다. 짧은 다리로 힘껏 뛰어다녔던 동네가 제 세상에 전부였던 시절에 내 심장을 콱 움켜쥐던 예쁜 사람이었다. 통통한 얼굴과 흙에 문대어 물든 바짓단이나 하늘로 퐁퐁 솟은 짧은 머리카락이 제 학교 친구들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밤하늘 별님처럼 반짝거렸다. 하늘 위에만 둥둥 떠다니는 별님이 내 옆으로 뚝 떨어진 것 같았다. 나는 급히 눈을 돌렸다.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음악처럼 왼쪽 가슴에서 심장소리가 쿵쿵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안녕, 수줍음을 숨긴 씩씩한 인사로 다가온다. 나는 모래를 꽉 쥐며 고개를 들었다. 까만 눈동자가 친구랑 한참 놀던 모래 위를 잠깐 배회한다. 눈치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닌데도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걸 느꼈다. 어 안녕. 나는 바보처..
*리네이밍했습니다. [지훈승철/우쿱]당신은 날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 w. 안다미로 침대에 누웠다. 슬슬 찬 기운이 올라와 여름 태양에 뜨겁게 데워지고 괴롭힘 당하던 몸을 식히는 가을바람에 여름동안 저와 함께했던 얇은 이불을 곱게 개어 농 안에 넣고 대신 가벼우면서도 두툼한 겨울이불을 꺼냈다. 늦게까지 연습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찝찝한 몸을 씻고 난 뒤에 이미 영혼은 잠든 속 빈 껍데기를 질질 끌고 가 침대에 누웠다. 발 하나 꿈쩍하기 싫고 그대로 꿈나라로 달려갈 수 있을 정도로 반 쯤 졸고 있었지만 가수에게 감기는 안 좋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힘내서 발아래 깔린 이불을 들어 올려 목까지 완전히 덮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찬 공기 들어올 틈 없이 덮은 이불은 승철이 꼬꼬마였던 시절에 ..
*bgm과 같이 들어주세요. [지훈승철/우쿱] 선배, 졸업하지 마요 w.안다미로 하늘이 어둡다. 아직 하늘이 깨지 않은 푸르고 시린 새벽 같다. 시야가 탁 트인 운전석에 앉아 질척하게 젖은 땅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따뜻한 차안과 대비되는 마른 나뭇가지와 칙칙한 시멘트 건물들이 쓸쓸했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의 두꺼운 옷차림이 아니라면 가을이라 말하여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앞으로 몸을 기울어 앞쪽 창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겨울의 하얀 구름이 퐁퐁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추운 겨울에 내린 비가 손가락을 타고 들어와 심장을 적셨다. 겨울의 비는 가을만큼 쌀쌀했다. 겨울비. 모두가 잠들어 숨죽은 황량한 땅을 두들기는 조용한 빗방울. 비보단 눈이 잘 어울리는 추운 겨울에 비가 내리면 늘 선배가 생각났다. 까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