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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w. 다우니 젠장. 망했다. 눈을 뜨자마자 지훈은 저가 엄청난 큰 난관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익숙한 천장무늬와 익숙한 이불냄새에 깜박 속을 뻔했다. 창을 가린 커튼의 갈라진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의 너풀거리는 하얀 자락과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맑은 새의 노랫소리가 출근시간을 한참 넘어 회사 취직 후 첫 지각이라는 사상 최대의 오점을 남겼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에 닿은 부드러운 이불 감촉 아래 지훈의 가슴팍 위를 가로지르는 뜨끈뜨끈한 팔이었다. 적당한 근육이 붙은 팔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피이- 피이- 어깨를 데우는 숨은 간지럽기까지 해. 너무나 현실이라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는 감각에 목을 천천히 돌리면 지훈이 덮은 이불을 같이 덮은 남자가 입을 살짝 벌린 채 자고 있었..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뜬 지훈은 승철이 깨지 않도록 탁상시계 머리를 꾹 누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 잘 때 손가락 하나라도 맞닿아야 잠이 온다고 잘 때까지 지훈을 괴롭히며 떨어지지 않던 승철은 이불과 혼연일체가 되어 꽈배기처럼 베베 꼬여있었다. 잠버릇을 알아 이불 2개를 덮어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밤새도록 추위에 떨었을 걸 생각하면서 지훈은 승철의 얼굴을 눈으로 훑었다. 어젯밤 미국에 왔으면 할로윈파티를 제대로 즐겨야 한다며 처녀귀신 분장을 하고 거리를 밤새 활보하느냐 지쳐 폭 곯아떨어진 얼굴에 피곤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아서 일 년에 한두 번 밖을 나갈까 하던 사람은 미국 공기를 마시고 미쳤는지 매일같이 밖을 쏘돌아다녔다. 잘 쓰지 않던 흰 지팡이를 들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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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이거 실화에요 W. 다우니 동네 치과에 예쁜 선생님이 떴다고 한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의자에 앉아 가방 속에서 꼬인 이어폰을 풀던 지훈은 옆으로 나란히 서서 자신이 보고 온 미인을 자세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이름 모르는 학생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가 썩어서 갔대나. 어렸을 때 뭣 모르고 엄마 손에 끌려가 치료를 받은 뒤 치과공포증이 생겨 십여 년을 치과를 안 갔다던 학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치과를 방문했고 그곳에 있는 예쁜 선생님을 보느냐 아픈 것도 몰랐다고 했다. “아- 하세요 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 다 끝났더라니까.”눈은 꿈꾸듯 몽롱하고 목소리는 폭신한 솜사탕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 같았다. 통통한 패딩을 입어 가려진 작은 체구의 그 아이는 진짜 예뻐? 얼마나 예뻐? ..
[우쿱] 못난이 w. 다몬드(舊 안다미로) *리퀘를 전 닉으로 받아 두 개 다 썼습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소리와 함께 단순한 연결음이 끊기고 꽉 찬 방안으로 침묵이 찾아왔다. 의자에 앉아 오른손은 마우스를 왼손은 핸드폰을 들던 지훈이 미련 없이 폰을 던지듯 내려놨다. 저장 버튼에서 방황하던 커서가 딸깍 단추를 눌렀다. 화면이 깜박인다. 짧은 찰나에 지훈은 인내하지 못하고 던진 핸드폰 화면을 두들겼다. 발신전화 열일곱 개. 현재시간 11시 22분. 6시를 끝으로 지훈에게로 걸려온 전화가 제로. 목이 마른다. 속이 탄다. 지훈은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짜증을 삼키며 마른세수를 했다. 미워하고 싶지 않다. 원망하거나 속상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못난 감정은 제멋대로 날뛰어 결국 또 핸..
[리퀘박스/ 우쿱] 말해줘 w. 다몬드 날씨가 좋다. 떼어먹고 싶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눈이 멀 것 같다. 눈 건강에 좋을 것 같은 푸릇푸릇한 녹음 위로 떠받쳐진 태양이 제 품 가득 넘치는 따스함을 곳곳에 뿌린다. 승철은 눈을 감았다. 나무 아래 벤치에도 온정의 손길을 더해 나무 그림자에 몸을 쉰 바람이 놀라 도망간다. 덕분에 뜨끈했던 구레나룻과 이마가 서늘하다. 하루 종일 억지로 웃느냐 경련이 일어났던 입가가 부드럽게 풀린다. 여름이 문을 두들기 직전 봄은 청년 실업률을 비켜갈 수 없는 승철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한다. 매번 입어도 뻣뻣한 새 와이셔츠 질감에 놀란 몸이 벤치 등받이에 편히 눕는다. 살얼음장이었던 공간에서 면접장들의 흙 같던 얼굴이 나타났다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가 되었다. 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