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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당신은 날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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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당신은 날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

다몬드 2016. 10. 15. 22:33

 

 

*리네이밍했습니다.

 

 

 

[지훈승철/우쿱]당신은 날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

 

w. 안다미로

 

 

 

 

 

 

 

침대에 누웠다.

슬슬 찬 기운이 올라와 여름 태양에 뜨겁게 데워지고 괴롭힘 당하던 몸을 식히는 가을바람에 여름동안 저와 함께했던 얇은 이불을 곱게 개어 농 안에 넣고 대신 가벼우면서도 두툼한 겨울이불을 꺼냈다. 늦게까지 연습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찝찝한 몸을 씻고 난 뒤에 이미 영혼은 잠든 속 빈 껍데기를 질질 끌고 가 침대에 누웠다. 발 하나 꿈쩍하기 싫고 그대로 꿈나라로 달려갈 수 있을 정도로 반 쯤 졸고 있었지만 가수에게 감기는 안 좋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힘내서 발아래 깔린 이불을 들어 올려 목까지 완전히 덮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찬 공기 들어올 틈 없이 덮은 이불은 승철이 꼬꼬마였던 시절에 널따란 엄마의 품에 안겨 잠든 것처럼 저를 완전히 안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좋은 냄새.

뜨거운 태양에 열 받은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를 보는 것처럼 피곤으로 시야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와중에도 좀 더 위로 올린 이불에서 나는 갓 한 밥처럼 따뜻한 냄새가 나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추울수록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오늘 아침 요란하게 베란다에 이불을 널길 잘한 것 같다. 하루 종일 벼를 익게 하는 쨍한 가을 햇볕을 받은 이불에서 뽀송한 해님 냄새가 났다.정한이랑 지수가 유난이라며 놀렸지만 지금 해님에 말린 이불을 덮고 잔다는 보상감이 그때의 속상했던 마음을 덮어준다. 너넨 이런 이불 없지? 좀 놀려주고 싶기도 하고.

좋다. 이불에 감싸여 있을 뿐인데 얼굴을 숙여 코를 킁킁대면 파랗고 놓은 하늘 아래서 신나게 잔디 위를 구르고 뛰어다는 것 같았다. 은근한 두통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구름 없는 파란 하늘처럼 저 자신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아쉬워. 자꾸만 축축 처지는 몸을 채찍질해 반쯤 감은 눈을 몇 번 깜박여 검은 창을 완전히 위로 들어올렸다. 눈동자만 도록도록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늦은 밤 특유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어슬렁거리는 어두움은 꼭 저를 덮치려는 괴한 같아서 승철은 겁이 나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푹 숙였다.

"안자고 뭐해."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 취한 목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눈 앞 가까이 다가오던 괴한은 저 멀리 도망가고 대신 그리운 사람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승철은 대답대신 그저 살포시 눈웃음을 지으며 조금 옆으로 몸을 비켰다. 이불이 부대끼는 소리와 함께 맑은 비누냄새가 바로 앞에서 났다. 승철은 팔을 옆으로 내민 지훈의 팔뚝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누워 단단한 가슴에 제 이마를 기댔다. 승철의 허리 위로 다른 팔이 올라와 감싸 안으며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불에서 났던 포근한 해님냄새처럼 지훈의 가슴에서 따뜻한 냄새가 났다. 다른 점이라면 눅눅하게 베인 지훈의 살 냄새와 조금의 라벤더 섬유유연제 냄새가 섞여있다는 정도. 이상하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편안하고 좋고 할 수만 있다면 향수로 만들어 뿌리고 싶다. 매일 거의 24시간 붙어 있는 우리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할 때, 너의 사랑이 고플 때 그런데 내 옆에 너가 지금 당장 못 올 때 대신 향수를 뿌려 네 품에 안긴 것처럼 느끼고 싶다. 아니 그냥 온전히 너와 늘, 함께 하고 싶다. 조금 질척거리는 무거운 진심. 그 속마음을 말하면 넌 눈썹을 모아 찌푸리며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래서 승철은 입을 다문다. 나는 너가 없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대신 어린 동물이 되어 연신 지훈의 가슴에 코를 비비며 실컷 냄새를 맡는다. 너를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새기기 위해.

"간지러워- 그만해요."

가볍게 웃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들렸다. 똥그라니 검은 눈동자가 또렷하게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 마요.”

싫어.”

혀를 빼꼼 내밀었다. 지훈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까이 얼굴이 있어 인중에서 한숨이 머물렀다. 13명이 같이 쓰는 치약냄새인데 지훈의 입에서 나는 민트향은 청량했다. 우리 마지막으로 키스한 게 언제지?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묻는 대신 얼굴을 들어 올려 쪽, 지훈의 입술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쌍꺼풀 없이 가로로 긴 눈이 커졌다. 승철은 개구지게 웃으며 아까보다 조금 더 진하게 입술을 붙였다. 시간도 좀 끌어서 쪼오오옥- 입술이 떨어지는 맑은 소리까지 내며 떨어졌다. 지훈은 못 말린다는 듯 입술을 모아 웃었다. 얇은 입술 끝에 두 웅덩이가 생겼다.

"나 내일 아침 일찍 스케줄 있어요."

"알아.“

정말?“

. 그러니까 어여 자. 이젠 진짜 아무 짓도 안할게."

손을 들어 떠진 눈꺼풀을 덮었다. 푹 자야지, 내일 스케줄 잘하려면. 속삭이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감겨진 눈꺼풀에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품 안으로 꼬물꼬물 기어 들어갔다. 지훈이 승철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자요.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지훈은 곧바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지훈과 승철은 머리만 기대면 쿨쿨 어디서도 잘도 잤다. 밤 귀는 밝은 편이긴 했지만 정말 잠잘 수 없는데 빼곤 잘 잤다. 잠자리가 예민한 멤버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력이 없는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낯선 감각이 승철을 흔들어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방금까지만 해도 지훈이 들어오기 전까진 눈만 감으면 그대로 deep sleep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이불에서 나는 활기찬 해님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지훈의 옷에서 나는 따뜻한 지훈 냄새 때문인지. 자려고 눈을 감고 지훈의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더 밀착해보아도 승철의 잠은 이불 아래 있는 발 어딘가에 뱅뱅 맴돌기만 한다. 잡으려하면 저 멀리 도망가다가 다시 슬금슬금 기어와 껑충껑충 승철 몸으로 뛰어다닌다. 자는 사람 심장 소리를 들으면 잠이 오겠지 싶어 지훈의 가슴에 귀를 대어 느리고 조용하게 뛰는 지훈의 심장소리를 230번 쯤 세었다가, 잠도 못자고 오히려 지훈에게서 심통도 났다.

난 이리 못 자는데 넌 왜 이리 잘자- 얄밉게.

.

승철은 얼굴을 올려 자고 있는 지훈에게 짐짓 눈을 흘겼다. 연습실이나 녹음실에선 호랑이선생님처럼 무서운 동생이지만 자고 있는 지훈은 만지며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 같았다. 젖살이 빠져 더욱 작아진 얼굴을 두 손안에 넣어 원을 그리며 살살 만지면 만져 지는 대로 모양이 나는 찰흙같았다. 그것이 좋아서 지훈은 싫은 티를 내는 지훈을 모르는 척 몇 번이고 볼을 문대기도 했다. 귀여워. 승철이 눈을 풀었다. 밉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스르르 풀리게 만드는 연인 때문에 더 이상 엉뚱한 화풀이를 할 수가 없었다.

이지훈. 진짜 귀여워. 귀엽다는 소리 싫어하지만 지훈아 너 진짜 귀여워. 정말 사랑스러워.

내일 스케줄이 있는 아이인데다 밖을 보지 않아도 이미 꽤 늦은 깊은 밤이다. 자고 있는 아일 깨울까싶어 입을 열진 못하고 까만 눈동자로 제 사랑을 지훈에게 속삭인다. 비록 지훈은 눈을 감아 제 속삭임을 보지 못하겠지만 우린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니까 너는 알겠지. 눈을 깜박였다. 느린 호흡이 제 이마를 간질였다. 승철은 과학 시간에 흥미로운 실험을 하는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어느새 고르게 숨을 쉬는 지훈의 코에 제 검지손가락을 갖다 댔다.

가벼운 깃털 끝이 살랑살랑 꼬리친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최승철과 이지훈이, 저쪽 잘 정리된 이불이 올려져 있는 본인 침대를 뒤로하고 (웬일로)방 룸메 멤버들 눈도 신경쓰지 않고-대부분 잠들어있기도 했다-가을 이불로 바꾼 침대에 들어와 나란히 누웠다. 별거 아닌 그것들이 승철의 마음에 크게 노크를 했다. 어딘가 허했던 마음 한 쪽을 채워준다. 컴백 준비로 바쁜 나날에 조금 소홀해졌던 너의 관계가 사실은 좀 외로웠어.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앞으로 수없이 받을 상처를 알면서도 연애를 시작했던 때부터 각오한 거니까 이해하려 했는데 사실은 힘들었나 봐. 봐봐. 지금 서로를 갈구하는 키스도 없고 조금이라도 더 맞닿으려 애쓰며 나누는 사랑의 행위도 없는데 나는 너와 함께 한 이불에 누워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을 느껴. 내내 보이지 않았던 1000피스의 마지막 1피스를 찾아 드디어 완성한 것 같아. 어쩌면 별 거 아닌 것일 수 있는 같이 잠드는 이 순간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신기하지 않니, 지훈아? 조금 두렵기도 하지 않아? 이제 나는 너가 없으면 내가 아니게 됐어. 이지훈, 너를 만나서. 넌 그렇지 않니?

승철은 지훈을 깨우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나를 냅두고 혼자만 잘 자서 얄미웠던 아까의 미운 감정이 아닌, 가슴 가득히 차서 넘쳐버릴 것 같은 이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다. 너도 같은 감정을 느끼냐고 혹은 느껴봤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너가 있으므로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고백을 네 귀에, 입술에, 피부 위에 새기고 싶었다.

"지훈아."

너를 불렀다. 가라앉은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지훈은 대답대신 저를 힘을 주어 안았다. 잠결이겠지만 꼭 제 부름에 답하는 것 같아서 승철은 웃음이 났다. 너는 이런데서도 너다웠다. 그것이 매우 기쁘다.

"잘자."

푸르스름한 밤하늘이 밤새 저를 괴롭히지 못하게, 꿈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으며 함께하기를 바라며 지훈의 품 안에 꼭꼭 숨으면서 승철도 눈을 감았다.

 

 

 

 

 

 

 

 

 

 

 

 

 

 

 

 

 

 

 

 

 

+넘 짧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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