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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우쿱] 사랑을 잃고 *리퀘박스 신청하신 익명님의 리퀘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w. 안다미로 몸이 무겁다. 새끼 코끼리 2마리가 각각 왼쪽 오른쪽 어깨에 올라온 것처럼 땅으로 폭삭 꺼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다. 세상 중력을 혼자 다 받는 것 같다. 몸이 몸이 아니다. 승철은 따가운 태양을 온 몸으로 받으며 되는대로 앉았다. 근육을 팽팽하게 부풀린 긴장을 풀고 흐르는 액체처럼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죽은 시신도 이보단 생기 있겠지. 세상 저 너머를 보듯 또렷했던 동공은 자동차 매연처럼 뿌옇게 풀렸다. 승철은 제 앞에 빨간 버스를 감흥 없이 쳐다봤다. 이미 몇 대의 버스를 보낸 직후였다. 태양아래 빨갛게 익은 땀 냄새와 마른 흙냄새 가득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정류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과 ..
*꼬일때로 꼬인, 짝사랑, 우쿱으로, 하뜨님(@cabinet_23) 리퀘 *피스틸버스 세계관 [우쿱] 사막 w.안다미로 살면서 사막을 가본 적 없지만 메마른 모래냄새를 안다. 구름도 없는 새파란 하늘 태양이 붉게 타오를수록 바짝 타들어가는 모래알을 안다. 맨살을 파고드는 죽음의 땅에서 바람을 타고 흐르는 모래가 사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있듯 지훈도 제 작은 심장에 갇혔기 때문에, 지훈은 사막을 알았다. ‘지훈아.’ 부른다. 이름을 부른다. 건조한 살이 부딪혀 긁어 거친 성대를 적시는 한 모금의 물처럼 승철은 지훈을 적셨다. 팔목을 타고 손가락을 깍지 끼어 혀를 내밀며 키스를 갈구한다. 사막에 죽은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익사. 아이러니하게 물 한 모금 없는 마른 사막에서 물에 빠져 죽어, 지훈은 때때로 ..
[우쿱] 시 w.안다미로 200ml 우유 주둥이를 뜯어 컵에 담는다. 미리 전원을 킨 전자레인지에 우유를 담은 컵을 넣어 1분을 돌린다. 그 사이 식빵 1개를 꺼낸다. 갓 구워 따끈한 식빵 위로 어제 산 딸기잼을 크게 떠 바른다. 구석까지 골고루 바르면 슬라이드 치즈 한 장을 여섯 조각으로 나누어 올린다. 땡. 알맞게 전자레인지가 울린다. 뚜껑을 열어 데워진 우유를 한입 마신다. 뜨겁지 않고 적당히 온기를 가져 좋다. 그대로 전자레인지를 끄고 옴폭 패인 그릇에 식빵을 옮기고 그 위로 우유를 붓는다. 원두커피를 내리듯 원을 그리며 부운 우유에 식빵이 젖어든다. 삼분의 이 정도 우유를 담은 그릇을 식탁에 옮기고 지난번 돈가스 시키고 닦아둔 나이프와 포크를 꺼낸다. 각각 왼손 오른손에 잡고 한입 크기에 맞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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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승철/우쿱] blue for. 유삼님께 그런 사람이 있다. 마주치기만 해도 발끝에 잠들던 피곤을 머리끝까지 올리는 사람. 100m 밖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 먼 거리에 저 멀리서 검은 머리가 보이기만 해도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게 만드는 사람. 사라져 빈 공간에 제 냄새를 남기고 손톱 같은 달 하늘 아래서 수많은 검은 무리에 섞여 지나가는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기분 좋은 만큼 커진 웃음소리로 신나게 뛰어다니는 발걸음 그 하나하나가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오래달리기를 한 것처럼 지치게 만드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을 비유한다면 하늘 위 떠오른 해다. 붉게 타올라 무언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을 발산하며 행복을 전한다.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에 무너지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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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안다미로 사람이 사람을 알고 싶을 땐 질문을 한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가족관계, 취미, 섹스취향 등등. 사소한 것부터 개인적인 것까지. 멈추지 않는 질문은 호감을 쌓기 위한 과정이다. 궁금하니까. 당신이 너무나 궁금해서 눈으로 입으로 몸으로 질문을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어떤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몇 번 마주치고 살을 부대끼면서 알 수 있는 흔적들 말이다.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 세월의 흔적이 묻은 말투, 얼굴의 주름과 눈동자의 깨끗함, 손바닥의 촉감, 걸음걸이, 눈에 띄지 않는 습관들까지. 고서처럼 모든 과거들이 사람의 몸에 낱낱이 기록되어있다. 심지어 다리의 휘어진 각도만으로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병을 앓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끌어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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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승철/우쿱] 무제 w.안다미로 익숙한 이름이 기구 정리하던 승철 귀에 들어왔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 씨는 대한민국 중에서 가장 흔한 성이고 지훈 이라는 이름도 드문 이름이 아니니까 흔한 거끼리 붙어서 내가 아는 이지훈과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이겠지 했다. 최승철이란 이름도 작은 의원에 4명이나 있으니까. 그래서 젖은 손을 대충 털고 아무 생각 없이 기본기구와 차트를 챙기고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기함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요란스럽게 구니까 환자고 직원들이고 다 저를 쳐다본다. 남들 눈에 신경 쓰는 편이지만 지금만큼은 내가 아는 이지훈이 체어에 왜 앉아있는지가 중요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폰에서 고개를 든 지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익숙한 뒤통수는 피곤에 젖은 익숙한 얼굴로 저를 반겼다.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