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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못난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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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못난이

다몬드 2017. 7. 29. 21:15

 

[우쿱] 못난이

 

w. 다몬드(안다미로)

 

*리퀘를 전 닉으로 받아 두 개 다 썼습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소리와 함께 단순한 연결음이 끊기고 꽉 찬 방안으로 침묵이 찾아왔다. 의자에 앉아 오른손은 마우스를 왼손은 핸드폰을 들던 지훈이 미련 없이 폰을 던지듯 내려놨다. 저장 버튼에서 방황하던 커서가 딸깍 단추를 눌렀다. 화면이 깜박인다. 짧은 찰나에 지훈은 인내하지 못하고 던진 핸드폰 화면을 두들겼다. 발신전화 열일곱 개. 현재시간 1122. 6시를 끝으로 지훈에게로 걸려온 전화가 제로. 목이 마른다. 속이 탄다. 지훈은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짜증을 삼키며 마른세수를 했다. 미워하고 싶지 않다. 원망하거나 속상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못난 감정은 제멋대로 날뛰어 결국 또 핸드폰을 들게 만들었다. 그리운 이름과 보기만 해도 오그라들 것 같은 하트 모양이 붙은 열한 개 숫자의 주인인 이름을 노려봤다. 그러면 전화가 올 것처럼. 하지만 올 리가 없지. 최승철은 지금 세상 제일 신나게 놀고 있다. 즐거움에 흥분으로 흠뻑 취한 뇌 구석진 곳 어디에도 이지훈 석자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걸 누국보다 제일 잘 알면서 지훈은 뾰족한 마음을 쉽게 다스릴 수 없었다. 잘 알아서 그랬다. 술자리를 사랑하는 승철의 새끼손가락 애인님이 바로 자신이니까.

 

. 그러니까 지훈은 승철을 술자리에서 만났다. 무엇 때문에 형성된 자리인지 모르나 지훈은 귀찮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권하는 술을 거절하며 제 물 잔만 홀짝이던 그런 술자리였다. 쉽게 말해서 그냥 그런 자리. 아직 아홉시도 벗어나지 못한 지루한 그런 자리에서 절대 제 의지로 참석할리 없는 지훈과 달리 활기차게 웃으며 분위기를 이끌던 사람이 있었다. 한 번에 소주잔을 터는, 몸이 무너지도록 온 몸으로 웃는 사람이었다. 맞은편 사선에 앉아 쉼 없이 잔을 비우며 떠든다. 어깨로 부딪치고 팔뚝을 때리고 머리를 기대기도 한다. 놀림 가득한 몇 마디에 쏟아질 것 같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목청을 높인다. 목구멍이 보이도록 크게 벌려 웃는다. 취객으로 가득한 시장통같은 소음 속에서도 유독 튀고 또렷했다. 큰 소리가 예민한 청각에 꽂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물어봤다. 누구냐고. 최승철. 낯선 이름이었다. 직접적 간접적으로 닿은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떤 인연이 있어 이 자리에 있는 건지 가만히 기억을 더듬다 눈이 마주쳤다.

나 왜?”

자신 이름이 들렸던 모양이다. 지훈은 대답을 못했다. 대신 지훈에게 승철의 이름을 알려준 지인이 말했다.

얘가 네 이름 물어봤어.”

그래?”

지인에게서 그 옆 지훈에게로 시선을 옮겨 마주보는 승철의 눈동자가 형광등 불빛에 반사돼 윤이 났다. 얼굴이 뜨겁다.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소주 첫 잔이 이제야 오는지. 지훈은 가만히 최승철의 눈에서 코 중앙으로 시선을 비켰다.

한 잔 받을래?”

처음 보는 사람이 반말로 무례하게 술을 권한다. 지훈은 빈 소주잔을 내밀었다.

난 최승철이야.”

또르르 흐르는 소주를 타고 이름을 들었다. 알아, 라 말하기엔 오 분전에 이름을 (묻고)처음 들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대신 아슬아슬하게 찬 잔을 한 번에 비웠다. 승철의 눈이 커지다 눈두덩 뒤로 사라졌다.

너 술 진짜 못하는구나.”

쓴 알코올에 온 얼굴을 구긴 지훈 앞으로 케챱 범벅인 소시지를 내민다.

또 마실래?”

소시지를 오징어 씹듯 씹으며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리깐 촘촘한 속눈썹이 눈 앞에 가득 찬 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른다. 전화버튼에서 주저하다 암전된 핸드폰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 몇 시간동안 쨍한 노트북을 보느냐 시린 눈이 뜨거웠다. 이미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 본을 붙잡고 몇 시간을 허비한 건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언제나처럼 걸려온 전화를 받고 옷 챙겨 입던 최승철을.

갖다올게.”

키보드를 두들기던 지훈의 정수리에 짧은 키스를 하곤 나간 애인이 신경 쓰여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버린 시간 5시간 25분 째.

책상 위 올린 두 손에 쥔 핸드폰 무게가 지훈을 자꾸 의자 안으로 구겨 넣는다.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한 의자는 황금사자로 장식된 금의자보다 불편했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며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사실 생각보다 마음이 좁다는 걸.

 

매일 술자리를 참석했다. 과장보태서 하루에 두 번 있는 술자리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겨우 불러도 한 시간을 못 채워 바로 나가는 지훈을 알고 있던 무리들의 숙덕거림보다 빈 옆자리를 손으로 치고 흔들며 이리 오라 부르는 승철만 눈에 들어왔다.

숙취제는 먹고 왔지?”

인사로 소주병을 흔드는 승철이 해맑았다.

오늘은 멀쩡히 집 가게 해주세요.”

걸어서 가게는 해주잖아.”

제정신은 아니잖아요.”

나만 안 잊고 가면 돼.”

졌다. 아랫입술을 깨물어 입을 단속했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내가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게 낯설었다.

형은 좀 대단해.”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 진짜 마음은 뺀다.

술고래라고 놀리는 거냐?”

오해한 승철이 눈 뾰족이 세워서 지훈의 볼을 손등으로 가볍게 친다. 그 부위 안쪽을 혀로 쓸며 지훈이 잔을 들었다.

집에서 안 재워줄 거니까 조절해서 마셔요.”

진심은 언제나 뒤편에. 다른 말을 했다. 승철은 여봐란 듯이 한 번에 잔을 비우고 방긋 웃었다. 호선을 그린 입술에 밀려 올라간 광대가 깐 계란처럼 번들거렸다. 혀로 입술을 핥았다. 오늘도 편하게 자긴 글렀다.

 

그렇게 매일 출석하는 지훈을 두고 승철은 오랜 시간을 오해했다. 지훈 본인 탓으로 빚어진 오해였고 그래서 더 말을 못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단호한 성격에 맞지 않는 지지리 궁상이었다. 누군가는 지극정성, 다른 누군가는 요령 없는 바보라며 놀렸다. 지훈이 사랑을 한다고 먹잇감을 발견하고 날뛰는 저놈들 때문에 일부러 더 조심했는데 헛됐다.

그게 숨긴다고 숨긴 거면.. 너 연기는 하지 마라.”

원우의 조언에 주저앉아 죄 없는 머리만 쥐어뜯었다. 그랬다, 이지훈은. 나를 어떻게 못해서 미련하게 굴었다.

솔직히 말하지 그랬어.”

승철이 미안해하며 피로로 핼쑥한 지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 다정한 손길에 바짝 마른 혓바닥에서 구르던 진심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말해. 형이 있으니까 간다는 얘기를. 술자리를 사랑하는 최승철을 보러 지옥 불에 뛰어든다는 걸 평생 형이 몰라줬으면 좋겠다.

 

한 번은 술자리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어느 날과 같은 술자리였고 비생산적인 대화였다. 취한 사람이 깊은 얘기를 해봤자 얼마나 깊은 대화를 나누겠는가. 참 할 일도 없다 싶었다. 술자리고 술이고 질색인 지훈은 핏대를 세우며 (나름)열변중인 무리를 한심하게 내려 봤다. 기분이 좋아서, 나빠서, 슬퍼서, 화나서 술 한 잔 한다는 이유를 공감 못했다.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울면 되잖아. 화나면 화를 내. 그들이 말하는 술과 술자리는 지훈에겐 고주망태처럼 취하고 싶다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지훈과 지훈과 연결된 무리 대부분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라 많이 접해본 적 없어서 더 그랬다. 그래서 그 핑계에 승철이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지훈의 유일한 예외였다. 왁자지껄한 무리, 사소한 것에 세상 떠나갈 듯 웃고 시원한 알코올에 젖어있으면 모든 고민이 싹 씻어져. 그게 좋아. 지훈이 타다 준 꿀물을 받아 마시며 승철이 말을 이었다.

그 때가 제일 행복해.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취해서 몸을 못 가는 게 행복이라 말한다. 지훈은 종종 생각에 빠졌다. 제 옆에 누운 승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려 보면서, 옆자리에 지훈이를 붙이고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는 옆얼굴에서 도톰한 살덩어리 감은 두 눈에 가려진 무언가를 가늠한다. 판단하진 않는다. 어둠 속에 서 있는 형체를 그리듯 두리뭉실하고 어렴풋이 연하게 스케치를 한다. 편견은 오해를 낳는다. 깨끗이 지워 그린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그린 건 그 이유에서였다.

물어보지 그래? 그게 더 쉽잖아.”

쉬운 게 정답은 아니잖아.”

무서워서는 아니고?”

이래서 쟤를 만나는 게 싫다. 이거 맛있다. 지훈이가 사준 음식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구는 원우를 부른 건 지훈, 본인이었다.

그냥 하지 마. 결국 하겠지만 안하면 네가 편해질걸.”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편안히 뱉는다. 저런 놈에게밖에 고민을 못 터는 내가 불쌍하다. 승철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지훈은 제일 불쌍한 놈이 됐다. 원우 핸드폰에 저장된 지훈의 이름은 개불쌍으로 변경된 지 백이십일이나 됐다. 그나마 위로인 건 제 오랜 친구와 승철이 서로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팔번째 전화를 걸었다. 수신인이 달랐다. 얼마안가 연결음이 끊기고 폭탄이 쏟아졌다. 폰을 더 멀찍이 떨어뜨렸다.

누구, 누구세요?”

술에 취해 꼬부라진 혀로 소리치듯 묻는다. 지훈은 스피커 소리를 줄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 말을 해! 누구야 이 새끼는. . 이지훈?”

찌후니야?”

혼자 일인쇼하는 친하지 않은 수신인 뒤로 익숙한 음성이 붙는다.

후나!”

뭐야?”

끊어.”
미련 없이 종료버튼을 눌렀다. 빨갛게 깜빡이던 신호등은 초록불이 됐다. 귀가 간지러웠다. 갑자기 전화해서 재수 없게 전화를 끊은 저를 욕하는 거겠지.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대신 따라붙은 목소리가 신경 쓰인다. 긴장으로 얼어있던 몸이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책상 위로 무너진다. 손가락 몇 개에 키보드가 눌려 화면이 빠르게 이상한 글자로 도배된다. 바람들어간 허파 같다. 소란하다. 엉망이라 크게 가슴을 부풀려 잔뜩 숨을 모으고 한 번에 모든 걸 입 밖으로 쏟았다.

생각보다 오래 버텼던 술자리를 빠지기 시작하면서 낯선 자신을 만났다. 더 작고 어리고 심술궂은 못난이.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스스로 대단하다 치켜세우는 편이 아니지만 침착하고 묵묵하다 생각했던 자신을 부정하는 인물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그랬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매일 울리는 폰을 들고 나가는 승철을 말리지 않았다. 여봐란 듯이 더 책상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다 술에 취해서 자신에게로 돌아와 팔을 벌려 안기는 승철을 끌어안으며 싫은 소독약 같은 술 냄새 사이 따뜻한 살 냄새에 코를 묻었다. 종종 희미하게 낯선 냄새가 나면 뼈마다가 불거지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승철의 옷을 쥐어뜯듯 벗겨 바닥에 던지며 너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핥고 깨물어 자국을 남기고 뻗는 두 팔에 목을 내주어 틈 없이 밀착했다. 몇 번이고 안고 안아서 제 냄새로 뒤덮이면 그제야 눈을 감았다. 퉁퉁 부은 젖은 얼굴이 미안해 그러면서도 안심해 겨우 웃었다. 오늘은 안 돼. 밤의 후유증으로 약속을 거절하고 침대에 누워 지훈이 주는 과일을 받아먹는 승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다.

 

찌후나!!”

승철이 왔다. 용케 비번도 안 틀리고 들어와 현관 앞에 서있는 지훈에게로 달려와 끌어안는다.

보고 싶었어!”

아니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네 목소리가 들리잖아? 주변을 둘러보고 지훈이 왔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안 왔대! 네가 없대! 그래서 얼른 왔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서. 히히. 잘했지이?!

조잘조잘 떠들며 뺨을 비빈다. 귀에 뜨거운 숨이 훅훅 들어온다. 지훈은 승철의 등을 두들기며 천천히 뒷걸음질로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얼마나 마셨어요?”

침대에 눕히며 물었다.

세 병?”

손가락을 양손으로 4개 펼치고 3병이라 한다. 물에 젖은 휴지처럼 형태 없이 흐물흐물 풀린 얼굴이 꼭 메타몽같다. 두 뺨을 조물조물 만지고 싶다. 그래도 될까?

너무 더워.”

승철이 더듬더듬 손을 내밀어 지훈의 팔꿈치에서 손목으로 내려와 지훈의 두 손을 잡아당겨 제 뺨에 갖다 댄다. 꽃물이 든 것처럼 붉은 양 뺨이 뜨거웠다. 고양이처럼 지훈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묻는다.

나 안보고 싶었어?”

얼굴을 숙여 입술을 부딪쳤다. 자연히 벌어지는 입술 안으로 침범해 혀를 섞었다. 지훈이 손등위로 제 손을 덮던 승철이 지훈의 팔을 따라 올라가 지훈의 목을 감싸 안아 당긴다. 고개가 더 틀어지고 혀끝은 더 여린 안쪽 살을 맛본다. 승철의 발이 바르작거리고 이불이 아래로 밀린다. 짧은 키스에 타액이 금세 끈적인다. 윗니 안쪽을 쓸며 뗀 입술 사이로 타액이 늘어져 승철의 입술위로 쏟아졌다. 그것을 따라 핥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물리고 달팽이처럼 느리게 서로를 탐한다. 마찰로 금세 입술이 뜨거워진다.

목말라.”

눈도 못 뜨고 입술이 닿은 채로 중얼거린다. 지훈은 젖은 승철의 입술을 검지로 닦고 몸을 일으켰다. 술 마시면 찬물을 찾는 승철을 위해 미리 냉장고에 넣은 생수병을 꺼내 선반에서 컵을 꺼내 따랐다. 가득 담아 컵과 병을 들고 와 어느새 침대머리에 앉아 기댄 승철 옆에 앉았다.

여기 물이요.”

꾸벅꾸벅 반쯤 졸던 눈을 뜬다. 두 손으로 잡는 게 불안해 컵 밑과 승철의 턱 밑을 받쳤다. 고개가 뒤로 기울어지고 성대가 바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일부 물이 흘러 턱을 따라 지훈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이 흘러 손목을 적셨다. 금세 한 잔을 비우고 내미는 빈 잔을 받아 한 잔을 또 채워주었다. 연속 두 잔을 더 마시고 다 마셨다며 고개를 젓는다.

이제 술 그만 마셔요.”

턱 밑을 닦아주었다. 가만히 그 손길을 받으며 벽에 기댔던 승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마시지 말아야지. 진짜 또 마시면 내가 개다. .”

왈왈. 짓는 소리도 낸다. 풋 웃음이 터졌다. 어차피 얼마안가 또 술 마시러 나갈 걸 알면서 마음이 들썩였다.

그래요. 또 마셔서 개 되지 말고 나랑 있어요.”

저녁 먹고 영화나 티비 보다가 치킨도 뜯고 그러다 자요.

너랑 있잖아?”

그 것으론 안 돼. 지훈은 고팠다. 욕심이 났다.

그냥 계속 같이 있어요.”

전화기는 끄고. 부모님들에게까지 방해받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고 그렇게 있었으면 한다.

술 먹고 싶으면 어떡해?”

내가 있잖아요.”

간지럽다. 목 안쪽이 간지러웠다. 승철의 놀란 시선이 민망했다. 형이 그렇게 보면 종종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 때면 억울했다. 연애를 좀 할걸. 아니 좀 더 뻔뻔했으면, 형하고 동갑이었으면 재치있게 넘어갈 수 있을텐데. 지훈은 너무 서툴렀다. 쓸데없이 예민하고 소심도 해. 능숙하지 못했다. 이렇게 민망해 지훈은 이불을 잡아 당겨 승철의 머리 위로 덮었다. 이불은 금세 승철에 의해 내려갔다.

지훈이 너 ㅈ..”

자요.”

다시 이불로 승철의 얼굴을 가렸다. 머리가 뜨거웠다. 이불이 꿈틀거렸다. 킬킬 웃는 소리도 들렸다. 얼굴을 쓸었다. 팔이 잡히고 끌어졌다. 단단한 몸 위로 쏟아져 이불에 쌓인 채 침대 위를 굴렀다. 머리와 얼굴에 쏟아지는 뽀뽀세례를 못 피했다. 한참 그러다 멀미로 토할 것 같다고 파란 낯빛이 돼서야 승철이 멈췄다. 머리가 엉망이었다. 이불은 둘둘 말려 몸이 엉켰다. 곧 진정된 승철이 지훈의 정수리를 갉아먹었다. 아팠다.

술자리 꼬박꼬박 와서 좋아할 줄 알았던 때부터 생각했는데... 너 이상해.”

허리를 끌어안던 손이 지훈의 옷 밑 부분을 꾹꾹 잡아당겼다. 민망할 때 승철의 버릇이었다.

왜 자꾸 날 시험 들게 해.”

다리를 들어 지훈의 다리를 꽁꽁 안는다.

나 원래 안 그러는데- 자꾸 네가 얼마만큼 날 좋아하는지 확인하게 만들어.”

 

너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다 들켰다.

지훈의 얼굴이 목까지 새빨개졌다. 말도 못하고 크게 뜬 눈 안 동공이 흔들렸다. 그걸 어떻게... 아니 왜... 모든 물음이 입 밖을 튀어나오지 못하고 발끝부터 머리까지 뛰놀았다. 말 열 마리가 우탕탕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다물지 못하는 입새로 헛바람만 들어갔다 나왔다.

몰랐으면 했다. 자신도 외면했던 못난이 이지훈을 마지막까지 몰랐으면 바랬던 상대가 봤다. 쪽팔림에 그대로 타죽고 싶다.

진짜 이상해.”

지훈의 바로 앞 승철은 토마토가 됐다. 지훈만큼이나 빨갰다. 속이 울렁거린다. 아까 키스 한 번이 이제야 취한건지.

나 많이 좋아하지?”

확신하면서도 묻는다. 붉어 창피해하며 그러나 개구지게 눈이 접히도록 웃는다. 순식간에 촘촘한 속눈썹이 시야에 꽉 찬다. 그 날처럼 입술이 닿는다. 파르르 떠는 속눈썹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안은 팔에 힘을 주어 팔꿈치로 일어나 승철의 위로 올라탔다. 창피하고 쪽팔리고 죽고 싶은데 품 안의 당신이 황홀해서 가만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최승철의 모든 걸 가지고 싶다. 나쁜 마음 좋은 마음 다 나만 알길 바란다. 오로지 나만 당신을 독점하고 싶다.

나만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

 

 

 

 

 

 

 

 

 

 

 

 

 

 

 

 

 

 

 

 

 

 

 

 

 

*익명님 리퀘스트 : 질투없다던 훈이가 사실은 질투가 많은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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