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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알파베타썰
이 세계는 전 세계적으로 몇 년에 이은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람이 더 이상 태어나지가 않음. 출산이 1세기에 가까이 멈추게 됨. 전 세계가 전쟁으로 죽고 병으로 사망해 인구수가 꽤 줄어들었는데도 신생아나 어린이가 없다보니 인구수가 감소해 진정한 멸망 길로 들어가는 거. 몇몇 소국은 지도에 이름이 지워졌다. 어린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없고 책으로만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는, 생명의 탄생을 겪어 보지 못하던 음울한 시대였음.
그런데 사각지대에서 몇몇 인구에 독특한 특징이 발현되어 임신이 가능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함. 처음 들어 보는 어린 아이 울음소리에 놀란 주민 신고로 인해 처음 세계에 발표된 20xx 첫 아기. 전 세계가 주목했음. 다시 번식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퍼졌는데 다 임신이 되는 건 아니었음. 씨를 까진 변종만이 그들과 잤을 때 임신출산이 가능했음. 그것을 알파와 오메가라고 한다.
쨌든 절망적인 상황에 출산이 가능한 오메가가 나타나자 각각 힘 있는 국가에서 알파와 오메가를 관리함. 전쟁이 끝났다 해도 아직 세계는 불안하고 신생 바이러스와 질병에 사람들이 노출 되어 있으며 망가진 국가를 재건하여 다시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자원과 많은 인구를 가져야했고, 출산이 가능한 오메가와 알파를 많이 가진 국가가 더 빨리 회복되고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조사하고 알파와 오메가일 경우 국가가 지정한 구역에서 지내며 의무적으로 애 셋을 낳아야했음. 만약 애를 낳지 않으면 알파오메가 관리 센터에 불려 페르몬 증폭제 주사를 맞혀 강제로 발정기를 맞이해 관계를 맺고 임신할 수 있게 함. 늙었거나 병드는 등 이유로 임신 불가일 경우 베타 구역으로 쫓겨남. 베타는 일반 국민들. 알파 오메가는 그것보다 좀 더 살기 좋은 환경. 건강한 출산을 위해 환경에 유의했기 때문.
그런 세상에서 알파로 태어난 지훈과 베타로 태어난 승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피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고쳐질 수 없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국가에서 정한 오메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그 나이가 만 18살이라 하자. 그전엔 해봤자 태어난 애들이 약해서 금세 죽기 때문에 그럼. 쨌든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서로밖에 없었던 둘은 서로 평생 함께할 거라 말하지 않아도 그리 믿었었다. 알파와 베타라 하여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뜬 구름 같은 희망을 품기도 했음. 하지만 만 18세 지훈이의 생일 날, 지훈이가 국가의 부름(이라 부르고 강제)으로 얼굴도 모르는 오메가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에 반발해 도망감. 원래 알파와 오메가는 국가에서 정한 구역에 살아야했는데 몰래 승철이 있던 베타 구역을 드나들고 있었음. 걸리면 감옥에 끌려갔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 위험을 다 이겼다.
당일날 알파에 대한 감시가 심했기 때문에 밤늦게 숨죽이며 삼엄한 경비를 뚫고 겨우 도망쳐 으슥한 시골 깊은 곳에 숨어둠. 거기서 지훈은숨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실험을 함. 베타도 임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왜냐면 국가는 도망간 알파를 그냥 두지 않고 찾기 위해 궉구석 샅샅이 뒤져 언젠가 자기들을 찾을 거고 그때에 알파와 같이 도망간 죄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승철을 위해, 무엇보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승철과 지훈은 평생 헤어질 일 없고 국가도 자기들을 더 이상 터치하지 않을 테니까. 알파로 태어나 머리도 좋았던 지훈은 그렇게 임신을 위한 실험을 시작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온몸을 꽁꽁 가리며 도시에서 물리학이나 생물학을 빌려오는 승철에게 도움 받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밤마다 천장을 뛰어다니는 쥐를 잡아 시작하며 차근차근 안전성을 확인하며 처음으로 완성한 약은 승철이 3일 밤샘 고열에 시달리게 만들었고 두 번째는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사경을 헤매며 땀을 흘리는 승철에게 미안해서 자기가 우는 것도 모르고 승철이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며 연신 중얼거림. 승철은 링겔 맞고 좋아졌지만 그것도 다 맞지 못하고 나온다. 왜냐면 들킬 수 있으니까. 조금 더 맞자는 지훈에게 승철은 안된다며 우리 들킨다며 아픈 배 부여잡고 응급실에서 몰래 나와 짐 대충 챙기며 다른 구역으로 떠나고. 그렇게 구역 가리는 곳 없이 은밀한 곳 찾아 방황하며 실험을 하지만 실험은 매번 실패해 승철 몸도 엉망이 되겠지. 튼튼하고 건강했던 몸은 이제 좀만 뛰어도 숨이 차고 살도 빠져 약해짐. 지훈은 죄책감에 더 이상 실험하기가 두려움. 이게 맞는 건지 진척은 된 건지 자문을 구할 수도 없고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어 지쳐 포기하고 싶고. 다 때려치울까. 의자에 팔을 늘어뜨리고 앉으며 음울한 미래를 그리는 지훈. 그렇게 지훈이 무너질 때마다 승철이가 그런 지훈을 보듬어 안아주며 고마워 지훈아. 널 많이 사랑해 위로해준다. 너가 어떤 마음을 먹고 이 실험을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다고 그러니 죽는 날까지 우리 노력해보자고 다독여줌. 지훈은 그런 승철의 강한 마음을 받아 다시 일어섬.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하자.
진짜 마지막이라고 이것마저 안 되면 둘이서 죽자는 마지막 각오로 한 실험.지훈이 모든 정신을 갈아 만든 약을 먹은 승철은 곧 부작용으로 발작함. 거품을 물고 온 몸을 떠는 승철 옆에서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이물질로 목이 막히지 않도록 목을 두 손으로 올려 잡으며 제 실패해 크게 고통 받던 지훈. 그런데 집이 크게 흔들리더니 문이 날라가고 사람들이 들이닥침. 무장을 한 군인들임. 어찌할 새도 없이 입마개가 채워지고 뒤로 손이 꺾여 묶인 채 바닥에 쓰러지는 지훈. 그 옆으로 한 남자가 길게 칼을 뽑아 누워있던 승철에게 가누는 걸 비틀어 일어서 온몸으로 막아내 보지만 지훈은 목에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푹 꺽임. 시야가 일그러지고 몸에 힘이 빠짐.
안 돼.
이겨내려 눈에 힘을 주지만 약은 피를 통해 흘러 지훈을 무력하게 만듬. 마지막 감기 전 보이는 건 이불에 흘러 번지는 붉은 피다.
깨어났을 땐 눈도 못 뜨는 밝은 조명아래 실험체처럼 온몸 묶여서 호르몬증폭제를 맞고 있었고. 너무 많이 주입된 약에 까무룩 정신 잃다 깨어났을 땐 모든 게 다 부셔지고 엉망이고 피범벅인 좁은 방에서 깨어났음. 코가 아릴 정도로 강한 향에는 제 알파 페르몬과 낯선 오메가 페르몬이 섞여있었음.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지훈. 얼마나 시간이 흘렀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기억들에 공포가 밀려옴. 승철 외엔 안아 본 적 없던 지훈이였는데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자신의 의지 없이 교합을 했다는 것이 충격이었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제대로 제 몸을 똑바로 볼 수 없다. 축축한 저 자신이 너무 끔찍하고 동물 같아서 – 무엇보다 이 상황을 만든 윗대가리들이 좆같아서 그럼에도 거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무능하고 약한 자신이 제일 더러워서 스스로 자해함. 깨진 것 중에 날카로운 거 쥐어서 스스로 긁음. 피가 터져 흐르고 온 몸이 붉게 젖음. 과격한 행위에 문이 열리며 요원들? 의료진들 들어와서 지훈 두 팔 잡음. 침대에 강제로 눕혀 안정제 놔서 잠들게 만들고. 승철이가 죽는 끔찍한 꿈을 2435번째 꾸다 깨면 몸에 붕대 감겨져있고 구속복에 팔 묶여서 침대에 누워있음. 혀 깨물어 죽을까봐 자갈도 물고. 죽는 것도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우는 지훈. 재갈에 벌어진 입 사이로 침이 흐리고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양 귀를 적신다. 백열등 조명에 해 아래 바짝 마른 바다소금처럼 눈물이 마르도록 운다.
그렇게 지훈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면 또다시 페르몬증폭제를 맞아 러트를 강제로 끌어내 발정기가 오게 한다. 그리고 오메가와의 교합. 반복됨.
지훈이가 있는 곳은 국가에서 만든 비밀기관이자 감옥 같은 곳인데 범죄자나 반란자중에 알파와 오메가만 추슬러 수용한 곳. 거기서 강제로 발정기를 맞이해 임신·출산 하게 하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불법행위를 함. 처음에 말했듯이 많은 인구를 두는 나라가 강대국인 세계라 그런 불법행위를 통해서라도 인구를 늘리겠다는 의도. 그래서 그 안에서 알파와 오메가는 짐승처럼 취급받고 관리 받으며 폐기처분(출산을 못할 때까지)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임신을 반복하게 됨. 그러다보니 오메가들이 5년을 못 버티고 죽고 알파도 비슷하게 사망함. 그런 곳에서 지훈은 짐승처럼 취급받으며 사는 것이 싫고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하나밖에 없는 승철이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살 의지가 없는 것 임. 어떻게든 둘이 살아보겠다고 위험한 실험도 하고 도망 다니며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었는데-그럼에도 행복했는데. 승철은 죽었고 자신은 개가 됨. 이게 다 자기 탓 같고 이 세계에 복수를 하고 싶은 그런 절망과 깊은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자살하려하겠지. 그래서 자꾸만 망가지는 지훈. 할 수 있는 데까지 쥐어짜야만 하기 때문에 기관은 매번 영양제와 안정제를 투여하지만-위험한 물건도 치우지만-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으려는 지훈때문에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음. 결국 폐기 처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의료진 사이에서 오고갈 때 독방에 침대에 묶여있던 지훈에게 검은 양복의 남자가 찾아온다.
이지훈씨.
듣기 좋은 낮은 목소리는 누구라도 뒤 돌만큼 근사함. 지훈만이 반응이 없음. 흐린 눈으로 천장 너머를 봄. 지훈의 반응을 살피던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은 가방에서 종이뭉치를 꺼낸다. 그리고 그걸 지훈 앞에 들이밀며 이거 기억하십니까? 물음. 지훈은 여전히 반응이 없음. 이거 이지훈씨가 베타를 오메가로 만들기 위해 실험했던 자료들입니다. 한 장도 남김없이 전부 다 여기 있습니다. 다 기억하십니까?
종이 한 장씩 넘기며 물음. 지훈은 종이가 만든 약한 바람에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다 다시 올림. 볼 가치도 없다는 듯이. 남자가 말함.
이 실험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할 수 있다면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훈은 아예 얼굴을 틀겠지. 그래봤자 묶여있어 고개만 도는 정도지만 그것이 지훈의 최대 거절이었다. 그 반응에 말이 없던 남자가 가방에서 무얼 꺼낸다.
최승철씨 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리운 이름에 홱 고개가 돌아감. 흐렸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사나워짐. 감히 형 이름을 올린 남자를 노려봤던 지훈은 남자가 꺼낸 사진에 굳어버림. 남자가 든 사진엔 사랑하는 사람 승철이가 자신을 보고 있음. 처음 보는 낯선 사진에는 증명사진처럼 무표정하게 정면을 보고 있는 승철. 조금 아파보이고 조금 겁먹은 듯한 촉촉한 눈동자가 자길 보고 있음. 지훈의 눈이 커짐. 으으어응
재갈이 물려있어 억누른 소리로 어물거리는 지훈. 남자가 입을 연다.
우리 실험을 도와주신다면 최승철씨를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그날로 지훈은 다른 기관으로 옮겨짐. 수면제 투여로 자다 일어난 공간은 그전과 같지만 분위기가 다른 낯선 곳. 온통 하얗고 까만 절제된 공간. 예전처럼 묶여있지 않고 구속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지훈은 손목을 매만지며 찬찬히 주변을 둘러봄. 약에 아직 어지러운 머리를 턴다. 오직 머릿속엔 승철만이 있음.
얼마 안 있어 지훈을 만나러 온 검은 남자가 들어왔고 지훈은 승철이의 행방부터 묻겠지. 하지만 남자는 일단 우리 실험을 먼저 도와주셔야지 보여드릴 수 있다 함. 지훈은 그걸 어떻게 믿냐 하겠지만 자기가 이 관계에선 을일 수밖에 없으니 일단 참음. 그리고 나가는 남자 따라 문을 열고 나감. 절제된 공간과 달리 몇몇 사람들이 오고가는 긴 복도는 미로처럼 복잡했고 곳곳에 카메라가 빨간 불을 빛내며 감시하고 있었음. 한참 올라간 길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만이 돌아다니고. 지훈은 수상한 복장에 그제서야 남자가 오메가발현실험을 물어봤던데 게 생각남.
그 실험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엔 발작하던 승철이가 죽었는데.... 그런데 남자는 제 실험을 입에 올리며 도와주면 승철을 보게 해 주겠다 했다. 그럼 승철은 죽은 게 아닌 걸까? 자기 실험이 혹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생각에 잠기던 지훈은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생각을 멈춤.
여깁니다.
자동으로 열리는 문으로 들어서면 홀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이루어진 복도. 홀 가운데엔 고개를 올려야 할 정도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전선들이 기둥처럼 서 있었음. 고개를 숙이면 저쪽 아래 대형 컴퓨터들과 그 컴퓨터를 보는 사람들로 웅성거렸고. 전선으로 이루어진 기둥 아래엔 실험쥐처럼 커다란 통유리에 갇힌 몇 사람이 있음. 등을 잔뜩 구부리며 배를 움켜쥐는 사람과 간지러운지 몸을 긁는 사람, 바닥에 축 늘어진 사람도. 입을 벌리며 놀란 지훈 옆에서 검은 남자는 조용히 웃고. 눈을 떼지 못하는 지훈에게 흰 머리가 얼핏 보이는 사람이 다가옴. 지나가는 그에게로 인사하는 사람들로 보아 고위관계자일 것 같다.
반갑습니다. 이 지훈씨. 00오메가 연구소 소장 00입니다.
그는 지훈에게 반갑다며 손을 내밀지만 지훈은 잡지도 않음. 어딘가 괴기하고 흉측한 분위기에 저 사람들 오메갑니까? 물을 뿐. 소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거두며 아직 아니라고 한다.
아직이라면,
이것만 성공하면 오메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팔에 들고 있던 자료를 줌. 두터온 자료를 펼쳐보면 지훈이 실험했던 자료들이었음. 정갈하게 써진 문서 옆으로 다른 사람의 글씨가 첨삭이 되어있었음. 자신 연구보고서로 정말 여러 번 실험한 게 맞는 듯 했다.
그 때에 한 요원이 이지훈씨 책상에 있던 실험 자료를 흥미롭게 보고 가져왔습니다. 처음엔 모두들 그 자료를 보고 어리석은 희망을 꿈 꾼 자의 동화라 여겼지만 이 연구소의 자금을 대 주시는 00님께서만은 해 볼 만 하다 여기셔 시작하였고 그 실험은 유능한 과학자들과 최첨단 기술이 만나..
자화자찬으로 넘어가는 소장의 말을 흘려들으며 지훈은 내용을 훑는다. 자신은 생각지 못했던 오류들이 수정되고 발전한 식들에 정말로 이것이 가능했던 것이구나 놀라움과 첨부터 이리 완벽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옴. 그랬더라면 승철 형이 아프지도 않았을 거고 지훈의 실험은 성공해 헤어질 일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며 사랑 했을 텐데.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삼키며 혹시나 보고서 어딘가에 승철 형의 자취가 있지 않을까 꼼꼼히 훑어보고 소장이 안내하는 곳곳을 유의 깊게 보며 찾아보겠지. 1층으로 내려와 통유리 주변에 갔을 땐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멍한 눈으로 숨 쉬고 있었다. 지훈은 벗은 여자의 몸을 찬찬히 보는데 여태껏 보지 못한 반점들에 의문을 가짐. 그런 지훈의 마음을 읽었는지 소장이 여기서 가장 오래되었고 유일하게 모든 실험을 이겨낸, 오메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함. 유리벽에는 실험체들의 발목을 가둔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벽에 달린 단추를 누르면 쇠사슬이 끌어당겨짐. 소장이 단추를 누르자 질질 끌려오는 여자.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던 지훈은 소장이 환기구처럼 생긴 뚜껑을 열자 벽에 달라붙는다. 오메가 냄새가 난다. 약하고 옅지만 분명한 건 아직 증폭제가 다 씻겨 나가지 않은 예민한 제 코엔 분명 저 여자가 오메가라는 것.
저 여자를 완벽한 오메가로 만들어주세요.
지훈은 벽에 짚은 손을 말아 쥔다. 사람이던 여자는 어느새 실험쥐처럼 지훈에겐 실험대상일 뿐이고. 저 여자를 완벽하게 만든다면 최승철, 형을 만날 수 있다는 고양감에 심장이 위험하게 뛰겠지.
그리고 그날부터 실험에 몰두하는 지훈. 그전 기관에서 강제 발정과 자해로 망가진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았지만 실험에 집중해 최선을 다한다. 국가의 명령과 소장의 권한으로 최고 담당자가 된 지훈은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를 이끌며 실험에 참여한다. 훈이가 혼자 했을 땐 막혔던 것들이 여러 머리 좋은 사람들의 합심에 착착 진행되어 일은 수월해짐. 약기운이 빠지면서 총명하고 전문의인 자신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완벽한 지훈의 업무 능력에 어린 지훈을 좀 못미더워했던 사람들이 지훈을 따르기 시작함.
그러나 오메가보다 지훈의 관심은 오직 승철. 틈틈이 기관 곳곳을 다니며 승철을 찾아다님. 그들이 성공하면 승철을 만나주게 하겠다 했지만 그 말이 진실일지는 모르니까. 자신의 약점이 형인걸 알아서 그걸 빌미로 이용하는 걸 수도 있고 실제로 살아있는 형을 보호or감금하고 있는지 자신은 모르니까 그들을 못 믿으니까 그들 눈을 피해 승철을 찾아다닌다. 허지만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고 잠자고 먹는 시간 빼고 실험에 쏟아야 하는 한계 때문에 쉽지가 않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꿨던 승철의 마지막 죽음만 반복돼 밤마다 거친 숨을 뱉으며 깨는 지훈. 죽었겠지만 죽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에게 다짐하듯 속삭이며 밤을 지새운다.
그러던 어느 날 실험 도중 죽은 남자 대신 다른 사람이 공급됨. 개처럼 묶여 끌려온 사람은 통유리 안에서 벌벌 떨며 기도를 함.
쓰레기 주제에 기도는...
비웃는 담당자에 여태껏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지훈이 고개를 돌린다. 썩은 고기처럼 검고 더러운, 베갯잇 같은 옷을 입은 남자의 허름한 차림과 낯선 이목구비에 서쪽? 물어보니 담당자가 끄덕임. 서쪽은 과거 전쟁에 적국이 보낸 핵으로 인해 전멸한 구역. 수 만 명이 핵에서 뿜어진 열에 녹아 죽고 수 십 만 명이 방사능 노출로 인한 병에 걸렸음. 풀 한 포기조차 말라 죽어 생명이 없는 죽음의 땅에서 다들 살기위해 다른 구역으로 떠남. 하지만 죽음의 땅에 불리는 곳에 온 사람들은 타 구역 사람들이 죽음의 사신이라고 부르며 살이 닿기만 해도 죽는다하여 피했음. 실제로 그 사람들에게서 전염병 같은 게 도져 많은 이들이 죽기도 했고.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살아있기만 하면 상관없으니-어차피 죽으면 불태워버리니까- 데리고 온 것이겠지 생각함. 그런 남자를 다른 실험체들이 강제로 눕혀 구타하고 옷을 찢으며 침을 뱉는 행위를 무미건조하게 본다. 실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끔 실험체끼리 싸움도 해서-전에 있던 사람이 그러다 죽었음- 그럼.
그날 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지훈은 자기 전 실험체들의 상태를 살펴봄. 달라진 점이 없는지 꼼꼼이 체크함. 생체반응 이상 없음 확인하고 몸에 보이는 반점이나 흉터 같은 거 살피면서 옆으로 걸음 옮김. 마지막에 구석에 맞아 멍든 남자가 몸을 말아 누워있음. 죽었나 싶어 쇠사슬을 살며시 당기자 남자가 눈을 뜸.
살았네.
이상 없음. 체크하고 일어서려던 때에 뭐라 말을 하는 남자. 소리가 들리지 않고 나오지 않는 두꺼운 통유리에 옆 마이크를 킴. 남자의 입술이 다시 움직임.
너 이지훈이지? 묻는 남자. 지훈이 입는 가운엔 이름표가 없고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들어본 적도 없을텐데 이상함에 멈춘 지훈. 마이크에 대고 어떻게 아냐 물었음. 남자의 터진 입술이 길게 가로로 찢어진다.
승철이가 널 찾아.
날 여기서 꺼내주면 승철을 만나게 해줄게. 믿을 수 없는 남자 말에 태풍이 몰아친 것처럼 정신없는 지훈. 찾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승철에 마음 한구석 포기하고 있었던 지훈은 거짓일지도 모른다며 스스로 맘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남자의 강하고 곧은 눈빛이 거짓말안개를 쓴 이 기관 사람들과는 달라서 맘이 흔들림.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도 쉽게 집이 오지 않는다.
승철이가,
널,
찾아.
그 말만이 맴돌아 환청처럼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소장이 옆에서 무어라 떠들어도 정신을 놓고 있던 지훈은 밤늦게까지 혼자 남았다. 마지막 사람이 자리를 털고 나가고 한참 뒤에서야 통유리 가까이 붙은 지훈. 자는 다른 사람들 틈에서 유일하게 무릎을 모아 앉아 걸어 오는 지훈을 보던 남자에게 말을 검.
좀 아파도 상관없지?
마이크를 켜지 않았지만 남자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웃었음. 그리고 밤새 남자는 고열에 시달림. 고열과 복통을 호소해 급하게 안정제를 투입했지만 증상은 악화됨. 다른 실험체에게까지 퍼질까 우려된 소장은 격리치료실에 보내라며 명령함. 실험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실험체들이 간혹 아픈 경우가 있는데 그 때엔 격리 치료실에서 격리되어 치료받음. 치료하고서 낫지 않으면 폐기 나으면 다시 실험실로 돌아감. 끌려 나가는 남자 뒤를 몰래 따라 나간 지훈은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주사를 놓으려던 의사의 팔을 잡는다. 의아하게 자기를 쳐다보는 의사에게 지훈은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낸다. 그것은 페르몬증폭제. 베타인 사람들에게 증폭제는 발정은 아니고 극락의 쾌감을 준다. 필로폰. 마약 같은 효과. 그래서 암암리에 베타들에게 마약으로 쓰이는데 그게 불법이라 국가가 관리하다보니 얻기가 쉽지 않음.
그것을 (오메가들의 알파에 대한 반응 확인을 위해 구매했던)지훈이 의사에게 준 것. 의사는 말없이 받았고 지훈이 다른 주머니에서 꺼낸 주사를 서쪽사람에게 맞힌 뒤 나간다. 서서히 증상이 완화되어 편안해진 남자를 사망으로 처리한다. 다시 실험실로 가 주변을 둘러보던 지훈은 치료실로 다시 들어가 회복되어 깨어난 서쪽남자를 침대에 눕히고 흰 천을 덮어 폐기처분실로 옮긴다. 폐기 처분실은 바깥에 위치해있음. 본래 관리자가 따로 죽은 자들을 받아 처분실에서 태우는데 서쪽 남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손전등 하나만 들고 좁은 복도를 기어가는 지훈. 24시간 가동하는 씨씨티비 눈을 피해 환기구 안으로 들어감. 딱 들어맞는 좁은 틈을 기어가며 중간중간 위치를 확인하며 걷다가 남자가 알려준 어느 지점에서 몸을 숙여 나온다. 구겨오느냐 움츠린 모을 풀며 일어난 거기엔 창고처럼 낡고 먼지가 덮인 물건들로 막힌 문이 보였음. 지훈은 소리가 나지 않게 물건들을 밀어내어 살짝 문을 열며 주변을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초록 비상구 불빛과 달리 암흑인 문 너머는 계단이 아래로 향해있다.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에 침을 삼키고 천천히 발을 옮기는 지훈. 소리 내지 않고 조심조심 내려간 끝엔 다른 문이 있었고. 잠시 멈춰서 땀이 나는 손을 닦고 조심히 문을 연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열린 너머엔 양쪽에 긴 쇠창살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박혀있고 썩은 냄새와 함께 기괴한 돌연변이들이 시체처럼 늘어져있다. 끔찍한 모습에 얼어버린 지훈. 사람인가 괴물인가. 조명을 비춘 안에는 사람이라 추정되는 것들이 피부가 뻥뻥 뚫려있거나 머리가 빠져있거나 눈이 푹 패여 무너지는 둥 한군데 이상이 망가지고 기괴한 형태로 쓰러져있다.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들. 왜 이 사람들이 여기 있으며 이곳이 무엇인지 싶을 때 서쪽남자가 떠나기 전 해주던 말이 떠오른다.
오메가 실험을 너만 했을 거라 생각해?
그들은 정부가 몰래 알파오메가 실험에 쓰였던 실험체들. 범죄자, 반역자, 돈에 의해 팔려진 자 상관없이 끌려온 사람들은 비밀리에 이곳에서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었음! 겉으로는 생명과학 연구소였던 이 곳 음지에서 법과 윤리가 배제된 채 죽음에서만 탈출할 수 있었던 그들. 끔찍한 실험은 그들을 죽음까지 몰아내어 번번이 실패해 폐기 처분 당했지만 그중에는 약간의 효과가 보인 사람들도 있어 실험이 계속 이어졌던 것임.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연구소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 국가가 국가의 손으로 칼을 들었을 때에 지훈의 실험을 발견한 것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보고서는 국가 수장 눈에 띄어 새롭게 진행되었고 기존 실험은 폐기되어 실험체들과 실험공간을 잠궜던 거고. 아무도 돌봐주고 쳐다봐주지 않으니 그 안에서 굶어 죽었던 것. 그 끔찍한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음. 다리도 떨리고. 차가온 공기는 죽음의 냄새가 나 가만히 있어도 생명을 갉아먹는 것 같았음. 지훈은 공포에 눈을 감고 다시 올라가려 함. 그 때 저 끝에서 찰칵, 하고 작은 소리가 남. 뒷목이 쭈뼛 섬. 공포에 잠식된 머리는 그 서늘함에 깨어나 형을 찾으로 이곳에 온 목적을 기억함. 떨어지지 않는 발을 재촉해 몸을 돌린다. 저 끝으로 걸어감. 손전등이 마구 떨어 손에 힘을 주고 꽉 잡지만 공포로 인한 몸의 떨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음. 조금씩 나아가자 문과 마주보는 쇠창살이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가죽만 입은 마른 발에 보이고 조금씩 올라간 곳엔 벽에 등을 기대며 팔을 늘어뜨린 마른 남자가 앉아있다.
최승철 지훈의 남자가.
커다란 소리와 함께 떨어진 손전등은 떼구르르 굴러 쇠창살에 부딪혔고 그 소리에 승철의 손가락이 움찔 떤다.
~~
속에서 들끓는 듯한 소리에 얼음처럼 굳어있던 지훈이 창살에 달려가 형 승철이 형 외침. 껌껌하고 죽은 공간에 울려 퍼지는 지훈의 애절한 외침에 승철이 힘겹게 눈을 떠 지훈을 봄. 그리고 부서질듯한 미소를 지으며 푹 고꾸라짐.
안돼!! 형!!!
지훈은 창살을 마구잡이로 당김. 형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마구 흔든 쇠창살이 우지끈 소리와 함께 돌덩어리와 함께 빠져나가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지훈은 미끄러지듯 승철의 옆에 앉음. 얼마나 굶었던지 예전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 눈물이 차오름. 죽었을까 겁나 내민 손가락엔 끊길듯 미약한 숨을 쉬고 있었음. 감사합니다. 믿지 않는 신께 기도하며 그대로 지훈은 승철을 제 등에 업어 밖으로 나옴. 좁은 환기구에서 끙끙대며 끌고 나와 격리 치료실로 감. 따뜻한 침대에 차가운 형을 눕혀 이불을 덮고 옆 정리함에서 수액이랑 바늘을 찾은 뒤 자고 있던 의사 한 놈을 깨워 데리고 옴. 비몽사몽으로 눈 비비며 이 남자가 누구냐는 의사에게 묻지 말고 치료해달라 함. 벌벌 떨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지훈에 이상함을 느껴 뒤로 빠지려는 의사를 붙잡아 진급시켜줄게, 제안함. 지훈은 이 기관에서 최고 실험 담당자였고 원치 않았지만 진급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음. 그것에 몇몇이 지훈에게 다가가려다 어려운 분위기에 말도 못 꺼냈고 지훈도 쓸 일이 없었다 했는데 승철을 위해 쓴 것. 나이에 비해 직위가 낮았던 의사는 매력적인 제안에 말없이 승철의 상태를 체크하며 살피기 시작하고. 그 사이 지훈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승철의 존재를 가린다. 실험에 쓰이기도 전에 죽은 인물로 처리하며 자꾸만 떠는 손가락을 두 손으로 쥐며 침착하려 애씀.
승철은 열흘을 깨지 못했음. 기력이 너무 약해져서 회복이 더뎠던 것임. 그렇다고 무리하게 다른 치료를 하기에는 쇠약해진 몸이 부담을 느껴 탈이 날까 수액 외엔 할 것이 없었고 기다림이 답 일뿐. 그사이 지훈은 들키지 않게 실험에 몰두하겠지. 자신을 속이고 이용하려던 사람들이 괘씸해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눈이 뜨겁게 타오른다. 하지만 왜 승철이가 저 아래에 있었는지 그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숨기는지 알기위해선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어 또 다시 참아야 했음. 손톱에 손바닥이 배기도록 그렇게 참고 참는다. 매일 자신에게 쪽지로 승철의 상태를 알려주던 의사의 연락만 기다리며 살아 달라 신께 기도를 하던 열흘 밤 뒤 승철이 깨어났단 연락에 날뛰는 마음을 억누르며 마지막까지 자신을 다잡다 끝나고 뛰듯이 치료실에 들어감. 거기엔 베개에 등을 대고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승철이가 지훈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음.
지훈아~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 문에 서서 들어오지 못한 지훈은 그 부름에 뛰어가 승철을 꼭 껴안음.
보고 싶었어.
뼈밖에 만져지지 않는 마른 몸에 가슴 아파서, 깨어난게 고마워서 소리내며 우는 지훈의 등을 다정하게 두들기는 승철. 귓가에 들려오는 보고 싶었단 다정한 말에 나도 라고 말하려하지만 울음에 먹혀 소리가 되지 못함. 하지만 승철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지훈을 힘 있게 한번 꼭 껴안아줌.
승철의 환자복 어깨가 다 젖도록 한참을 울다 정신 차린 지훈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함. 승철은 너 눈 엄청 째끄매졌다 웃으며 놀리고. 지훈은 놀리지 말라며 두 눈을 꾹꾹 누른다. 꾹꾹 눌러 뜬 시야에 승철이가 가득 차니 믿기지가 않아서 승철의 손을 잡는다. 마른 손가락에 손가락 깍지를 끼며 왜 이렇게 말랐어, 가슴 아프게. 중얼거리는 지훈에게 미안해 라고 말하는 승철이.
형이 뭐가 미안해요.
다시 울컥 올라오려는 거 꾹 누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겠지.
내가 그렇게 잡히고 나서 형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물 좀.
입이 말라 물을 요구하는 승철에게 바로 옆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받아 건네주고 의자에 앉은 지훈에게 승철은 한참을 말을 고르다 입을 염.
지훈이가 잡히기 전 행했던 마지막 실험에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지훈이가 개처럼 끌려갈 때 군인들은 승철을 죽이려했었음. 감히 국가의 재산이자 보물인 알파를 데리고 도주한 죄 값으로 현장 사살을 명령 받았기 때문. 마침 발작으로 제정신이 아니니 이대로 목을 자르고 가려했는데 지독한 피냄새와 함께 승철 다리로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임. 얇은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던 승철의 바지가 순식간에 검붉어지고 침대까지 축축이 젖을 정도로 피가 흘러 모두가 이상하다 여기며 차마 손을 대지 못했음. 전쟁 이후로 이상한 병이 많이 생겨 잘못 손대다간 전염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침. 그냥 불로 태우고 갈까? 누군가 그리 얘기했을 때 여기 좀 보십시오!! 저쪽 방에서 외치는 소리에 부사관이 그쪽으로 감. 과학실처럼 조악하게 꾸며진 방에는 종이뭉치들을 쥔 일병이 그것을 부사관에게 보여주는데 그게 지훈이 실험 자료였다.
여기 있는 거 모두 그대로 챙겨.
예!
그리고 승철은 국가에서 군인들에 의해 이 기관으로 옮겨져 왔고 실험체로서 갇혀 지냄. 국가는 비밀리에 알파오메가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해왔었는데 계속 실패했었음. 그것을 지훈의 실험보고서와 승철이라는 표본을 얻게 되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거지. 실험실 통유리는 승철이를 가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 거기서 매일같이 관찰되고 피를 뽑히고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자궁이 있는지 대주사로 배를 찌르는 고문을 당하고. 발정난 알파를 갖다 붙여 억지로 관계를 맺게 하고. 상상 이상의 것을 승철에게 행했던 것임. 거기서 지훈은 참지 못하고 일어나 벽을 부술 듯이 주먹으로 내리침. 거기서 자기가 승철을 찾기 위해 했던 행위들이 다 승철이가 당했던 것이었던 충격적인 사실에 혐오감이 올라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음. 그 더러운 새끼들에게 이용당한 자신이 끔찍해서 고함을 지르며 벽을 차고 주먹으로 내리친다. 그럼에도 뼈가 욱신거리고 살이 터질 정도로 벽을 쳐도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지훈아 괜찮아.
그런데 승철의 한마디는 무섭게도 그런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지훈은 벽에 머리를 박으며 눈을 감음.
왜 그 지하에 갇히게 됐어요?
너가 와서.
지훈만이 알아 볼 수 있는 문서들과 승철에게서 많이 얻지 못한 그들이 지훈을 찾았고 승철이가 있으면 지훈이가 뜻대로 잘 안 될 수 있으니까 지하에 죽으라고 가둔 것. 어차피 지훈은 승철이 이름만 대도 따라올 거고 실험이 실패 하든 성공하든 지훈은 쓸모 있는 인재니까. 정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면 돼. 하하하, 벽에 이마를 연신 찧으며 허탈함에 웃는 지훈.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고 멍청했는지. 하하 헛웃음이 나.
그래도 그 사람 덕분에 살았어.
시체들이 있는 그 공간에서 이대로 죽나 싶었던 승철을 살린 건 서쪽남자. 망가진 실험체들을 폐기처분하던 일을 맡던 남자가 어느 순간 그전 실험체들이 싹 사라지니까 호기심에 뒤를 밟다 이 동굴까지 오게 된 것. 거기서 승철을 발견하고 살려달라는 승철에게 사람들 몰래 음식을 갖다 줌. 그것도 눈에 띄는 이목구비를 가진데다 밤이 되면 독방에 갇혀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서 매일 가지 못하고 꺼내주지도 못했음. 그러다 자꾸 복도에 알짱거리는 서쪽남자를 수상하게 생각한 누군가의 신고로 남자는 고문을 당하고. 그저 배가 고파 부엌을 갔을 뿐이라는 필사의 거짓말로 승철에게 갔다는 건 들키지 않았지만 오메가 실험체로서 끌려갔던 것임. 그 모든 과정을 안 지훈은 긴 이야기를 하느냐 지친 승철을 다시 눕혀 잠들 때까지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다독였고 잠든 승철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나와 얼굴을 굳힌다.
모두 죽일거야.
복수를 결심하며.
지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함. 오직 승철을 만나기 위해 왔고 시작한 실험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열심이었다가 어느 순간 설렁설렁 있는 대로 참여했었는데 지금은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완벽하게 알아야 했음. 특히 자기가 오기 전 행했던 실험들-승철에게 했던 실험들을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이라도 알기위해 옛 자료들을 뒤지고 서류더미들과 각종 전문서적, 보고서에서 묻혀 살 듯 지냄. 다들 그런 지훈을 보고 뭔가 찾았나 싶어 되도록 그를 건들지 말라며 지훈을 냅둠. 오히려 도와줄게 없냐며 묻는다. 그사이 승철은 점차 건강을 찾는다. 뼈가 불거진 살가죽은 살이 오르고 실핏줄이 터지고 퀭했던 눈은 맑아짐. 입술에도 혈색이 돌아 하얀 피부에 돋보이던 입술이 웃을 때마다 지훈의 심장을 뜨겁게 만든다. 다른 사람 눈에 띌까 밖에 나오지 못하는 갑갑함은 있지만 매일밤 지훈과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조용조용하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으니까. 서로 영영 보지 못하고 말라 죽을 거라 생각했던 음울한 미래가 현실이 아니기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보냄.
그러면서 지훈은 실험에 방향을 바꾸기로 한다. 그전에는 전쟁으로 번식이 불가능하였다가 갑자기 알파오메가가 발현되어 번식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중점을 두어 시작했었음. 사실 아직까지 확인된 건 없으나 알파오메가가 발현된 것에 가장 유력한 설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신체적 변화가 일어 번식이 가능해졌다 라는 거라 지훈도 그 바이러스로 인해 오메가 형질변화라는 걸 시도했었음. 하지만 그 바이러스가 진화가 뛰어난데다 다루기 어려운 굉장히 예민한 것이라 배양하기 어려웠고 그것을 사람에게 투입했을 때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부작용만 얻었던 것임. 그래서 승철이가 그렇게 괴로웠던 거고. 이 기관으로 오고 나서야 유일하게 가장 오메가와 가까웠던 여자를 통해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찾았음. 그래서 그 유전자를 채취해 연구하여 더 쉽게 오메가가 될 수 있도록 해왔던 것.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진 못했음. 이게 이론적으론 쉽지 실제로는 변수가 너무 많고 된다하여도 몸이 거부반응을 보이며 밀어내기 때문에 못하는 것. 완전한 오메가가 될 수 없었음.
여기서 완전한 오메가가 되지 못한다는 뜻은 자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함.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신과 출산임. 인간의 번식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이들이 오메가와 비슷해져도 실질적으론 자궁이 없어 아이를 갖지 못하면 이 실험은 실패인 것임. 그래서 번번이 막혀 다른 돌팔구를 찾던 중이었다가 지훈은 승철을 만나고 옛 문서들을 뒤지며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임. 그것은 인공자궁을 만드는 것. 과거 난임인 부부들처럼 인공 수정 후 자궁을 만들어 거기서 아이를 키우자는 허상의 계획을 세운다. 사실 이것이 허상인 게 인공자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음. 최첨단의 세계에서 뭐든지 만들지만 아직까지 정복 못한 것이 사람 인간의 몸임. 인공 팔 다리 눈 심장 다 만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계를 조합한 것들이고 사람피부 혈액 사람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지 못한다. 그런 세계에 인공자궁을 어떻게 만들어 작은 세포를 넣어 사람이 되게 만드는가.
오메가 연구도 그렇다. 승철이가 있었던 과거 문서들은 중간 삭제하고 폐기된 것이 많아 파악하기가 어려웠음. 급하게 치우느냐 일부 남겨진 문서가 있지만 쓸모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삭제된 공백을 채우기 위해 쓸개를 핥는 인내를 보이며 매진했음. 모든 게 불가능해 보여도 포기할 수가 없어 지훈은 다른 수를 둔다. 전에 자기가 가축취급을 받았던 알파오메가 범죄자들이 있는 감옥에 연락을 취해 사형수-더 이상 쓸모없는 오메가들에게서 자궁을 얻었음. 망가지고 기능을 잃은 것뿐이지만 적출돼 얼려온 자궁에서 줄기세포, 핏줄 신경, 조직 등을 떼어냄. 그리고 사람과 가장 유사한 디엔에이를 가진 원숭이에게서 자궁을 적출했음. 전쟁 이후로 동물 객체 수도 줄어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것이지만 지훈은 필요성을 강조 설득해 얻었음. 얻은 두 자궁을 분석해 지훈은 인공자궁을 만들기로 함. 굉장히 비윤리적인 행위이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실험들은 윤리적이지 못한 것. 오히려 더 많은 자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합심하였고 복잡하고 어려운 식을 대입하며 자궁을 엮어 복제를 한다. 인공이긴 하지만 성인 남자 주먹만 한 자궁이 기계에 찍혀 나오는 제품들처럼 나온다. 드디어 실험이 박차를 가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그사이 지훈은 실험체들을 완벽한 오메가로 만들기로 함. 일단 그들이 완전한 오메가가 되어야만 인공자궁을 쓸 수 있기 때문. 오메가에서 난소를 얻어야했음. 알파의 정자 수는 많으니 괜찮지만 난소는 발정기에 한번 정도라 많고 튼튼한 오메가가 필요했음. 지훈은 통유리에 갇힌 오메가를 한명씩 수술실에 넣는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허약해진 오메가를 건강한 내장으로 갈아치우고 필요하면 전선들도 연결해 인공로봇처럼 인간개조를 시도한 것임. 장시간의 대수술을 팔짱을 끼며 지켜본다. 한 명도 죽으면 안된다는 지훈의 명령에 모두가 그 일에 매달림.
이 기관에 담당자이자 지훈의 상사인 관리자-소장이 요새 관리하다 도망친 쥐새끼가 건물을 제 집처럼 돌아다녀서 잡으라는 위 명령이 있었다고 알림. 실험체들을 체크하고 오늘 있었던 결과물을 작성하던 지훈은 미끄러져 내려간 안경을 치켜 쓰며 그래요? 함. 모니터에 시선을 던지며 지훈이 앉은 의자에 팔을 얹어 허리를 숙이는 소장.
쥐새끼는 잡아서 죽여야겠지?
속삭이는 목소리가 소름끼쳐 타자를 치던 지훈의 손이 멈칫. 그러나 곧 지훈은 지우기 버튼을 누르며 잡을 수 있다면요 하겠지. 관리자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몸을 일으켰고 곧 말없이 사라짐.
지훈은 치료실에 격리된 승철을 제 방으로 옮기고 사망으로 처리하여 존재를 지움. 담당하던 의사에게 수고했다며 얼마의 돈과 높은 직위를 주고 다른 곳으로 보냈음. 의사에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기에 치운 것임. 이제는 걸을 수 있는 승철을 큰 상자에 넣고 구르마를 통해 실험에 필요한 물품을 옮기는 척 물품실로 데리고 가 흰 가운을 입히고 모자를 씌운다. 그리고 연구원처럼 분장해 제 방으로 들어간다. 남들 눈에 띌까 신경을 쓰며 느리지만 틈 없이 움직이던 승철은 지훈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지쳐 침대위로 쓰러지듯 누움. 몸이 많이 회복 되었다 해도 갇혀있던 기간이 길어 걷는 것이 아직 쉽지 않았음. 소실된 근육이 단번에 회복되지 않으니 그래. 그런 승철이 안타까운 지훈은 지친 승철 대신 옷을 벗겨줌. 양말을 벗기고 바지를 끌어내리는데 승철의 속옷이 불게 물든 것임. 놀란 지훈이 속옷을 벗기자 깜짝 놀란 승철이 얼굴을 듬. 뒤로 고개를 돌며 뭐해! 하는 승철에게 이게 뭐냐며 묻는 지훈. 승철은 심각한 지훈의 얼굴에 가끔 그런다며 병 같은 건 아니라고 걱정 말라 한다. 지훈은 피가 흐르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가 나오냐 하고 확 얼굴을 굳히고 아니죠? 함. 승철은 얼굴을 붉히며 너 네 애인 의심할래! 지훈의 배를 발로 찬다.
아니면 됐어요.
차인 배를 손으로 쓸며 일어서려는 승철을 저지해 눕히고 속옷을 살짝 벗겨 허벅지를 잡아 벌림. 민망해 하는 승철은 모르는지 피가 굳어 딱지가 맺힌 엉덩이 깊은 곳을 본 지훈은 이 현상을 수상하다 생각함. 그러다 승철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을 때 얘기하던, 자신이 잡혔을 때 피를 흘린 승철에 죽이려던 군인들이 피를 흘리는 승철을 보고 멈칫했다고 얘기한 게 생각나고.
형 자주 그랬어요?
처음엔 일주일에 두 세 번 그랬는데 지금은 줄어들어서 달에 한번 해.
하혈이다. 원래 건강하던 승철이었으니 병이진 않을 테고- 실험에 의해 몸이 약해졌다 해도 상처가 없는데 피가 흐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이것이 하혈이라 짐작함. 하혈을 한다는 건 오메가로서의 기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 승철이가 오메가일 수 있고 아니어도 지금 베타 중에서 가장 오메가와 가깝다는 것이지.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파헤쳐야 하는 지훈. 하지만 더 이상 승철을 괴롭히지 싶지 않음. 얼마나 주사를 놓았는지 바늘주사 자국이 가득한 두 팔에 바늘을 꽂고 싶지 않고 승철의 몸에서 머리카락 하나조차 채취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 실험을 더 나아갈 수 없어 망설이며 말을 못함. 그것을 부끄럽다며 일어나 앉은 승철이가 생각에 빠진 지훈을 빤히 쳐다보더니 자 하며 주사바늘로 엉망인 팔을 내밀었음. 깜짝 놀란 지훈에게 필요하잖아 하는 승철. 지훈은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하는데 승철은 그런 지훈에게 웃음.
난 너면 돼. 지훈아. 너를 위해선 나를 다 줄 수 있어. 그래도 무섭다면 나에게 키스를 해줘. 괜찮다고 안심시켜줘.
지훈은 승철의 턱을 잡아 들어 올리며 키스를 한다. 허리를 끌어안는 승철을 꼭 끌어안으며 주고받는 키스는 옷을 벗고 지훈이 끌어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맞으며 몸을 섞음. 힘들어하는 승철을 꼭 안아주며 몸 곳곳에 제 흔적을 남김. 샤워가 끝나고 지쳐 잠든 승철 팔에 입을 맞추며 고마워하는 지훈. 뭐 피는 다음날 뽑았다하자. 바늘을 보고 떠는 승철을 품에 안으며 형 옆에 내가 있다며 속삭이고.
그 피를 분석한 지훈은 승철이 임신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함. 사실 지훈이 잡히기 전 마지막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아무도 몰랐고 지훈도 잊었지만 지훈은 승철에게 다른 바이러스를 주입함. 최초의 오메가가 발견된 구역에서 나타난 바이러스를 배양해 다른 것과 섞어 만든 것인데 그것이 쥐 실험에서도 부작용이 심해 지훈도 주저했던 것. 일단 최초의 오메가를 만들었다는 바이러스 자체가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데 거기에 다른 것까지 섞어버리면 위험을 감당할 수 없을까봐. 하지만 지훈은 마지막 선택으로 그 바이러스를 주입했고 승철이 부작용으로 발작하며 쓰러지고 지훈도 잡혀가면서 잊어먹음(가축처럼 가둬졌을 때 강제발정으로 몸이 망가져 기억이 끊김) 그것을 발견한 지훈은 그 바이러스를 꺼내 오메가 실험체들에게 투입함. 발작하는 오메가를 침대에 묶으라며 명령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지도 않고 몸에 연결된 선들을 통해 바이탈 사인 확인하는 지훈. 점차 올라가는 그래프에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함.
그 이후로 완성된 인공자궁을 훌륭하게 키우는 동안 죽을 것 같았던 오메가는 꾸준한 바이러스 주입으로 드디어 완벽하게 된다. 유혹적인 페르몬. 첫 생리. 보고를 받은 상부는 급하게 알파를 보낸다. 지훈이 있던 곳에 온 알파는 구속복으로 묶여져 모두가 모니터로 지켜보는 방안에 들어가게 되고. 구속복이 풀리고 경계서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알파는 곧 들어오는 오메가에 구석으로 숨는다. 탐색하듯 쳐다보다 서서히 페르몬을 뿜으며 다가오는 오메가에 알파도 서서히 흥분을 한다.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발정제를 맞지 않던 알파가 오메가에 공조해 헥헥 댐. 그리고 오메가의 손이 닿자마자 곧 둘은 짐승처럼 서로를 탐함. 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웬만한 야동보다 더 본능적인 과정에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봄. 고위 관계자들도 모여 있는 좁은 방은 억누른 흥분이 파도처럼 울렁거린다. 다리를 베베 꼬며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은 모든 일이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정사가 끝나고 강제로 떨어진 알파와 오메가에 풀린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나는 사람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허허 웃는 사람들은 그러나 급하게 밖을 나선다. 그 뒤로 지훈은 휘청거리며 복도를 걸음. 마취에 취한 것처럼 멍한 머리에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걷는데 소장이 뒤에서 나타나 오메가 구해줄까? 이죽댐. 지훈은 멍한 눈을 들어 소장을 보곤 말없이 몸을 돌림. 이지훈!! 부정당한 소장은 성을 냄. 하지만 고위간부의 부름에 지훈을 노려보다 그쪽으로 사라짐.
제 방으로 겨우 들어와 문을 잠그며 들어오는 지훈을 책을 읽던 승철이 책을 옆으로 두고 팔을 벌림. 그 사이로 미끄러지듯 안겨오는 지훈.
몸이 뜨거워,
지훈의 목에 입술을 묻으며 다정한 중얼거리는 승철.
그거 때문에 그랬구나?
눈치로 오늘이 그 날인걸 안 승철은 지훈을 눕혀 입술과 볼과 눈과 코에 키스를 함. 철이 하는대로 가만히 눈을 감으며 받는 지훈. 승철은 지훈 위로 올라가 입던 옷을 벗고 너가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웃으며 말함.
다음날 다시 말똥해진 지훈은 어제 알파와 교합한 오메가의 몸 상태를 보고받음. 모두 정상이었음. 난소까지 발견된 상황. 오메가에서 난소를 꺼내 인공수정에 들어감. 인공수정 과정도 수월하게 진행됨. 그사이 하나둘씩 완성되는 오메가는 따로 관리되어 통유리에서 나와 개인 방을 배정 받게 됨. 여전히 관리 감독받지만 자유를 얻은 상태. 자유롭게 밥을 먹고 돌아다니며 자유를 얻은 그들은 곧 다른 사람들과 몸을 섞는다. 번식욕이 잘리며 쾌감만 쫓는 성욕만 있던 시대에 성욕마저 단절된 기관에서 오메가는 매우 좋은 먹잇감이기에 강제금욕을 하던 그들이 오메가를 가만히 두지 않겠지. 더욱이 발정기를 맞아 젖은 아래를 보이며 유혹하는 그들에게 사람들이 무너짐. 더 나아가 그들은 음지아래 고위간부들과 난교파티를 염.
너가 이지훈인가?
가운데 오메가 둘을 팔에 두르며 불려 의자에 앉은 지훈에게 말을 거는 남자, 최상위층에 속하는 제 1대대장. 전쟁 이후 군인 위상이 높아지며 위 계급을 먹으며 커진 세력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임.
네.
지훈은 고개를 들지 않음. 테이블 위 누운 오메가와 결합하는 남자의 허릿짓에 흔들리는 잔을 쳐다보는 지훈에게 대장이 입을 염.
우리 거래를 할까?
드디어!
지훈의 죽은 눈동자 안이 빛으로 반짝거린다.
파티에서 나온 지훈은 제 방으로 가까워질수록 수상한 소리에 발을 힘을 주어 달려감. 제 방 입구에 검은 군인들이 죽 서있고 그 사이로 흰 가운의 소장이 샅샅이 뒤지라며 명령을 하고 있음.
무슨 짓입니까.
방으로 뛰어 들어온 지훈에게 여유로운 척 웃는 소장.
쥐새끼가 여기 있다고 신고 받아서 들어왔다네.
제 허락 없이 도요?
이 기관 담당자는 나야. 이 지훈군.
어린 아이 훈계하듯 하는 소장에 지훈은 하 헛웃음을 지음.
그래서 쥐새끼는 발견하셨습니까?
소장의 얼굴이 굳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군요?
곧 발견..
이미 충분히 뒤진 것 같은데 더 찾는다고 쥐새끼가 나올까요?
울그락붉으락 하는 소장. 둘이 눈싸움 하듯 서로를 노려보다 소장이 손짓을 함. 군인들이 나가고 그 뒤로 나가는 소장에게 이 일의 책임을 꼭 묻겠다며 으름장 둔다. 소장은 픽 비웃는다.
모두가 나가고 어지러운 방을 정리하는 지훈.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담고 이불도 착착 펴 정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본 지훈은 침대에 고개를 묻으며 앉는다.
제발 살아 있어줘.
승철은 바람같이 사라짐. 원래 눈치가 빠른데다 행동도 재빨라서 들키지 않고 숨은 듯했음. 하지만 언제 나타날지 몰라. 예전 국가 눈을 피해 도망 다녔을 때 가끔 군인들을 만나면 며칠이고 사라졌다 나타나서 지훈의 심장을 서늘케 했는데 좁다면 좁은 미로 같은 이곳에서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가 없어. 찾으면 좋겠는데 지금 감시가 심할 때 괜히 돌아다니다 승철에게 더 위험부담이 될까 찾지도 못하고. 또 그러다 저 새끼한테 걸리면 그 땐 정말 죽을 수 있어. 그저 아무일 없이 아프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서 이 모든 일이 끝나길 바라며. 잠들지 못하는 밤이 다시 시작된다.
인공 수정된 세포가 자궁에 주입된 날. 무사히 착상이 되어 모두가 환호한다. 수십 개의 자궁 중 1/3이 착상되지 못하고 죽었지만 산수가 많아 꽤 성공적임. 그리고 소장의 갑작스런 발표. 본인이 오메가를 만들었고 임신이 되었다는 대대적인 발표에 전 세계가 주목한다. 여기저기서 그를 불렀고 소장은 줄지은 인터뷰에 얼굴을 내민다. 졸지에 다하고도 본인 이름이 지워진 지훈은 화를 내지만 소장은 의사 하나를 데리고 와 얘가 너한테 많은 도움을 줬더라 비아냥댐. 승철을 돌봐주던 의사. 다른 곳으로 보낸...
찾느냐 좀 고생했어.
미안한 눈빛을 하며 맞아 얼굴이 부은 의사에 말을 못하는 지훈. 소장은 그런 지훈에게 살려는 줄 테니 열심히 내 몫까지 하라며 어깨를 두들긴다. 앞으로 모두 소장의 이름으로 올라간다는 뜻. 지훈은 주먹을 꽉 쥐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리고 소장이 승철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저 자신은 이 자리에서 그를 위해 일할 뿐.
그날이후로 군인들-상류층들과 어울리는 소장. 술을 마시고 허풍을 떠는 큰 풍채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지훈은 멈출 수 없다. 자궁의 반이 또 폐기됨. 작업실에 팔에 기대며 힘들어하는 지훈. 잠시 잠들다 깼을 땐 지훈에게 담요가 덮여짐. 승철이의 냄새가 나는. 지훈은 왈칵 터지려는 눈물을 참는다.
자궁이 또 일부 폐기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궁에서 열 달을 채운 날. 관리자들과 고위간부들이 모여 비밀파티를 치른다. 전세계의 이목에 화려하게 발표를 해도 되지만 실패라는 두려움이 있는지 취재하러 오겠다는 방송사를 거절하고 모인 일부 사람들. 실시간 모니터로 수술실을 지켜보며 자궁 문이 열리고 아이가 태어나는 걸 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임. 하나같이 상류층에 권력자들임. 그중에서도 vvip들은 넓은 창으로 된 수술실 밖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음.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과장되게 웃는 소장 눈을 피해 어디론가 가는 지훈. 모두가 파티에 모여 허한 복도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은 오메가들이 쓰는 방임. 약에 취한 것처럼 널브러진 여자 오메가가 지훈이 들어오자 몸을 일으킨다.
총은?
묻는 지훈에게 서랍 속에서 총을 꺼내줌.
할 수 있겠어?
손에 총을 한 번 쥐고 허리 뒤에 꽂는 지훈에게 오메가가 물음.
지훈은 주머니에서 긴 타원형의 알약을 꺼내주며 되물었음.
당신은?
받은 약을 그냥 삼키며 웃음.
절대 없어.
방에서 나온 지훈. 파티장으로 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소장이 보이지 않음. 이상한 기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수술이 시작됨. 감탄하며 모니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구석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림. 사람들의 잔잔한 환성에 묻혀 남들은 잘 몰랐지만 신경을 곤두세웠던 지훈은 바로 알아듣고 달려간다. 달려간 곳엔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승철이 있다. 그 뒤로는 승철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드디어 쥐새끼를 잡았다고 웃는 소장이 있었음. 요즘 자꾸 제방을 드나드는 쥐가 있어 덫을 놨는데 쥐가 물었다며 의기양양함. 첨 왔을 때 예쁘길래 예뻐해 줬는데 새 주인도 몰라보고 자꾸 물어서 지하 감옥에 둔걸 어떻게 찾았냐며 지훈에게 묻는 소장. 지훈은 아무 말을 하지 않음.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음을 곁눈으로 확인하며 소장을 노려본다. 소장은 그런 지훈의 눈을 향해 총을 겨누며 네 새끼 눈 첨부터 맘에 안 들었다고 나를 하찮게 보는 그 오만한 눈동자를 볼 때마다 쑤시고 싶었다며 욕을 한다. 지훈은 피식 비웃는다.
누가 할 소리.
그 소리에 소장이 이새끼가!! 성을 내며 총에 손가락을 거려는 순간 남자의 허벅지에 칼을 꽂힘. 승철이 품에서 칼을 꺼내 소장이 자기에게 소홀해진 틈에 찌른 것임. 끔찍한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소장에게서 벗어나 기어오는 승철. 지훈은 승철을 품에 안아 뒤에 숨긴다. 허벅지를 쥐며 첨부터 죽였어야 했다고 악을 지르는 소장에게 지훈이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낸다.
그 덫.. 네가 만들었다 확신해?
지훈이 겨눈 총과 폭탄같이 던진 말에 얼굴이 새하얘진 소장에게 지훈은 비웃었다.
무..무슨 말이야..!
첨부터 쥐는 니 새끼였단 소리지.
소장이 지훈이를 의심하지 못하도록 승철이가 숨어 다닌 것. 모두 지훈과 승철의 계획이었음. 경비가 삼엄해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감시가 심해 눈을 피해 다른 사람으로 숨는 것도 한계였을 때쯤 승철이 지훈의 손을 잡으며 말함.
날 믿지?
애초에 지훈의 계획을 눈치껏 알던 승철이었음. 지훈과 하루 이틀 안 사이도 아니고. 자꾸 저를 보며 말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거 보이니까. 그래서 승철은 지훈을 도우기로 한거지. 권력에 눈이 먼 소장에게 자신의 꼬리를 일부러 보여 자기에게 집중하도록. 지훈에게서 승철에게로 관심을 돌려 지훈이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소장이 생각보다 빨리 행동으로 움직여 당황했지만 모든 것은 두 사람의 계획대로 되었다.
네 새낀 꼭 내손으로 죽이고 싶었어.
방아쇠를 당기는 지훈. 손을 뻗어 총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마에 피를 뿜으며 둔탁한 소리로 쓰러지는 소장.
더러운 새끼.
이 기관에서 승철 실험 담당자가 죽은 소장이였음. 고문과 같은 실험을 행하며 지하 감옥에 가둔 것도 모잘라 승철을 욕보이고 강제로 취한....더러운 새끼. 지훈이 나타나자 모두 지하에 가둬 모든 실험을 묻어버린 그 남자를, 지훈은 꼭 제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죽었어..?
지훈의 등에 기댔던 승철이 일어서려하자 지훈이 먼저 일어서 승철의 눈을 가리고 몸을 돌린다.
가요 형.
눈으로 묻는 형에게 지훈은 승철 코에서 흐르다 굳은 코피를 훔쳐 주며 웃는다.
이제 이 감옥에서 나가요 형.
승철을 재촉하는 지훈. 조용한 복도를 달려가면 끝엔 히잡을 두른 여성이 서있다.
죽였어?
보자마자 묻는 여자에게 웃는 지훈. 여자는 킁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자 가요.
여자가 손을 내민다. 수두가 가득한 손에 놀란 승철에게 안심하라는 듯 얼굴을 가린 천을 살짝 벗으며 웃는 여자는 오메가였던 그녀. 얼굴에도 보이는 수두가 올라와 괴측했다.
괜찮은 거야?
요즘에 수두는 악성수두로 변종되어 걸리는 순간 피부괴사로 죽음. 치료제도 없어 백 프로 사망률을 자랑하는 무서운 질병에 다들 기피하게 됨. 승철은 그런 여자에 주저함. 여자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함.
그저 두드러기일뿐이에요.
지훈이가 사람들 눈을 피해 만들어 여자에게 준 알약은 안전하게 배양해 만든 바이러스로 열흘정도 수두처럼 올라오지만 아무 문제없고 상처 없이 완화됨. 악성수두로 보여 사람들이 자신들을 피해 다니도록, 개조를 위해 수술실에 오른 그녀에게 의사가 오기 전 지훈이가 들어와 제 계획에 말하며 참여할 것을 부탁한다.
당신에게 자유를 줄게. 대신 나를 위해 일해 줘.
그녀는 수락했다.
15분 뒤에 출발한다. 너가 안와도 가.
응.
지훈의 손을 꾹 쥐고 여자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승철. 지훈은 멀어지는 승철의 등을 보고 시간을 맞춤. 남은 시간 15분. 지체없이 움직여야함. 파티장으로 걸어감. 모니터 안 바쁘게 움직이는 수술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지훈에게 다가옴.
시간이 다됐어
따라와요.
검은 양복은 어딘가에 눈짓을 하고 몇몇 사람이 따라옴. 다부진 체격이 북쪽 사람들이 주인 듯했다. 지훈은 검은 양복들을 이끌고 수술방으로 들어감. 입을 벌리고 자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간부들 사이로 검은 양복들이 자리함. 다들 수술에 집중하느냐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중 하나 지훈에게 말건 검은 양복만이 지훈과 함께 위생복을 입고 수술방으로 들어감. 들어간 안은 전쟁터처럼 아비규환이었음. 의료진들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안에 자궁이 폭발하듯 검붉다. 압력이 차 잘못하면 터져 아이까지 위험에 다다를 수 있어 모두가 다급한 상황. 위급한 상황에 지훈만이 벽에 기대어 느긋하게 기다린다. 초조한 검은 양복이 지훈에게 눈으로 무어라 얘기했지만 지훈은 고개만 끄덕이며 시간을 재고 있음. 5분 뒤 비명과 같은 소리와 함께 자궁 입구가 열리고 검은 덩어리가 소독된 천으로 둘러싸인 바구니 안으로 굴러 떨어짐. 간부들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유리창에 붙는다. 기적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위해 유리창이 사람들 얼굴로 가득 참. 동물 것과 섞여 만든 자궁에 태어난 덩어리는 막에 싸여져있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리 벗기지 않으면 질식사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손길이 다급하다. 창문은 흥분으로 하얗다. 드디어 아이의 머리가 보여 지는 순간.
모두 행동개시!
검은 양복이 주머니에서 긴 총을 꺼내며 외침. 유리창에 붙은 간부들이 놀라기도 전에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피가 튀긴다. 지훈은 그 틈에 어린 아이를 덮은 천과 함께 아이를 안아 밖으로 튀어나옴. 복도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총소리와 화약 냄새가 남. 품에서 죽은 듯이 움츠린 아이가 흘러 빠져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감싼다. 살기위해 뛰쳐나온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가 폐기 처분실 문을 통해 나온 지훈은 모래바람에 눈을 깜박이며 발에 힘을 준다. 그러나 뒤에서 날라 와 땅에 박히는 총알에 멈춘다. 저 멀리 헉헉 대며 따라온 검은 양복.
거래를 마쳐야지.
총을 내리지 않고 다가오는 남자에게 지훈은 천을 더 감싸 안는다. 동시에 큰 소리와 함께 건물 일부가 터지고 검은 연기가 나옴.
그 아이를 줘야지?
지훈은 부셔지는 건물을 올려다본다. 무너질 리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견고한 건물들의 마지막이 처참했다. 영원히 갇혀 죽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다.
총부터 치우면.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지훈이 말함. 검은 양복은 발을 멈추고 천천히 총을 내린다. 지훈은 그 앞으로 간다. 2발자국. 검은 양복이 아이를 받자마자 지훈의 가슴에 총을,
탕.
지훈이 뒤로 넘어진다. 갈비뼈를 부수는 듯한 충격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벌벌 떠는 지훈을 내려다보며 검은 양복이 이죽임.
순진한 새끼.
검은 양복은 난교파티 때 지훈을 부른 대장이 고용한 용병들. 지훈이 모든 오메가실험정보와 태어날 아이를 넘기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탈출을 도와주기로 한 것. 그 자료로 오메가들을 만들어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훈에게 접근한 것임. 지훈은 그 조건을 받는 대신 이 기관을 없애 달라 부탁함. 자신과 승철에게 고통이기만 했던 곳을 완전히 삭제하기 위해서. 자신의 힘만으론 부족하니까. 다행히 개인 이익을 위해 이 기관이 없어져야 하는 것에 동의한 대장은 지훈의 제안을 수락했고 뒤에서 몰래 접촉하며 계획한 것인데 대장은 그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그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지훈을 죽이기로 첨부터 속인 것이다.
용병-검은 양복은 천천히 발작을 멈추며 굳는 지훈을 비웃는다.
이글, a구역 청소 끝.
베어, b구역 청소 끝.
족족 날라 오는 무전에 검은 양복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마지막 폭탄을 터뜨리기 위해 철수를 명령한다. 그리고 안고 있는 아이를 덮은 천을 하나씩 벗긴다. 검은 피로 더러워진 천을 벗기며 기적을 보기 위해 상기된 얼굴은 곧 완전히 드러난 아기가 토한 피를 맞고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높은 곳에서 큰소리와 함께 떨어진 천. 그 안에서 데굴데굴 굴러 바닥에 뒹그는 건 검은 살덩어리.
얼굴이라 보이는 곳에 커다란 동공과 뻥 뚫린 코만 있었음. 입이라 추정되는 가로로 찢어진 틈으론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고. 그리고 팔과 다리라 추정되는 길쭉한 것이 몸에 달려있어 화상으로 뭉개진 것처럼 끝이 뭉특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니 처음부터 사람이 아닌 검은 덩어리에 엉덩방아를 찐 남자는 넋을 놓는다. 그와 동시에 죽어가던 지훈이가 벌떡 일어난다.
으아아아!
놀라 발버둥을 치며 뒷걸음질 하는 검은 양복을 건조한 눈으로 쳐다본 지훈은 검은 덩어리에 역시라며 중얼거림.
저건 뭐야?!!
실험 결과물.
저게 무슨...!!! 바꿔치기 한거야!??!!
아니. 저게 진짜야.
무슨 말도 안되는..!
화가 나 벌떡 일어서려는 남자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구른다. 얼굴에 수포가 올라오며 피부가 괴사한다.
첨부터 이 실험은 실패였어.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의 유전자를 조작해 형질을 바꾸고 아이를 만든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것. 오메가 실험은 첨부터 실패였고 오메가는 만들 수 없다. 승철에게서 추출한 피와 세포의 분석도 모두 실패의 흔적들. 되다 만 것들이 안에서 썩어가며 하혈을 한 것. 죽은 피였다. 오메가라 칭했던 그들 모두는 지훈이 계획아래 개조수술을 견디며 살아 향수를 들이부은 듯 가짜 페르몬을 뿜으며 오메가인 척 했지만 모두 가짜였다. 승철이 실패의 흔적처럼 그렇게 실패해 썩을 것들이었다.
당신들은 어차피 온전하게 여기서 못 나가. 죽어서만 나갈 수 있어. 당신도 나도. 그래도 나가고 싶으면 견뎌. 견뎌서 살아.
그게 수술에 들어가기 전 실험체들에게 던질 수 있는 지훈의 다정한 위로였음. 그들은 살기 위해, 자유를 얻기 위해 그렇게 사람들을 유혹하며 지훈에 계획에 동참했음. 외부의 사람들과 난교 파티를 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들이 욕심에 눈이 멀도록 하는 것. 지훈이가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도록. 그 뒤에 승철이의 서포트도 있었지만 오메가들도 결코 지지 않았다. 번식욕이라는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게 지훈이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얻는 조건이었다. 그럴 듯하게 꾸며 오메가를 만들어 모두를 속여 왔던 것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모두가 지훈에게 속아 허상에 매달린 것이다.
으아아악!!
피부가 뻥뻥 뚫리며 피를 토하는 남자가 무너진다. 파충류, 포유류, 어류 보이는 대로 섞어 만든 세포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독을 토하며 죽었다. 남자는 그 독에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남자가 떨어뜨린 무전위로 짐승들의 울부짖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훈은 그 옆에서 폭탄 단추를 머뭇거림 없이 눌렀다.
쾅.
땅이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진다. 미쳐 나오지 못한 군인들과 함께 모두가 저 안에 묻혀 죽는다.
지훈!!
무너져 모래바람이 거칠게 인다. 모래 바람 사이로 저 멀리 달려오는 버스. 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한 지훈은 모래바람에 등을 돌려 팔에 입을 가렸다. 곧 버스가 지훈 앞에 서고 열리는 문으로 들어간다. 차는 거칠게 방향을 바꾸고 모래바람 사이를 뚫으며 사라진다.
지훈은 저를 끌어안는 승철의 등에 팔을 두른다.
약속한 거.
그 안에 여자오메가처럼 수두에 걸린 듯한 오메가들이 있다. 모두 여자와 함께 도망친 실험체들이다. 그 중 하나가 키를 건넨다.
모래바위 밑에 차가 준비되어 있을 거야.
고마워.
감사는 애니에게 전해. 몸으로 얻은 거니까.
운전하는 여자 오메가가 어깨를 으쓱인다. 지훈은 차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어 눈물을 글썽이는 승철에게 환히 미소지어준다.
가슴 안 아파?
총알을 통과해 뚫린 가슴을 손으로 쓸며 묻는 승철. 옷 너머로 단단한 방탄복이 만져진다. 지훈은 걱정으로 입꼬리가 내려간 승철의 볼을 잡아 키스한다. 혀와 혀가 섞여 오랜만에 만난 그리움은 둑을 허물어 넘어간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차에 자꾸만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 숨이 막히도록 안으며 진한 키스를 주고받는 지훈과 승철 그런 연인들에게 부러움 섞인 야유를 던지는 오메가들, 아니 자유를 얻은 베타들. 백미러 너머로 힐끔 본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말없이 달린다.
자유를 찾아 저 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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