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woo, ah하네요.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4편(18.5.20 최종수정) 본문

트윗썰모음/읒랑곰철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4편(18.5.20 최종수정)

다몬드 2017. 7. 2. 18:09

얼굴에서 입만 가리면 쌍둥이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승철과 형 승만. 나이 차이는 5살밖에 안 나는데 형이 결혼을 졸업과 동시에 했고 괜찮은 기업에 대리로 있어서 실제보다 더 나이차 있어 보인다.

대리란 건 그 회사에 직급이란 게 있는데 말이야. . 서열. 그거 말하는 거야. 형수님하곤 대학cc 어 커플 응응, 커플로 만나서 같은 기업에 취직했고 건강문제로 형수님은 그만두고 휴직이셔. 쉬고 있다고.

방안에 들어와서 아까 마당에서 마주친 형과 형수님에 대해 우지에게 이야기하는 승철. 승철에겐 심드렁하게 인사했으면서 낯선 우지에겐 호기심 가득한 의문을 품으며 눈을 떼지 못했던 형 부부에 승철의 등 뒤에 붙어서 몸 숨기는 우지를 질질 끌며 겨우 방안으로 들어왔음. 들어와서 저 사람이 누군지 이불 속으로 숨은 우지에게 설명함. 우지는 안 듣는 척 하면서 모르는 건 손만 꺼내서 승철이 허벅지 쿡쿡 찔러 보충설명 듣는다.

나쁜 사람 아니야. 아니 형은 나쁜 사람은 맞는데 아이한텐 착하니까....(볼록한 이불 빤히 보며)너는 괜찮을 거야. 내가 위험해서 그렇지.

어렸을 때부터 형에게 꼬봉처럼 부림당하며 구박받고 살았고 커서 철없이 절친 윤정한과 홍지수와 함께 골목길을 전전하며 질풍노도 사춘기 보낼 때 승철의 멱살을 질질 잡아끌며 정신 차리게 해줬기 때문에 무섭고 존경하는 형임.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 기쁜데 기쁘지 않음. 대학 때문에 자취하면서 자주 못 본 탓에 오랜만에 보니 기쁜데! 또 얼마나 나를 구박할까 부려먹을까 생각하면 없던 두통이 밀려와! 벌써 지끈지끈 머리가 아픔.

최승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그런데 우지는 안 오더라, 방문 너머 부르는 형 목소리에 승철은 한숨 푹 쉬고 우지로 추정되는 이불 위를 손으로 쓸며 피곤하면 먼저 자 하고 나옴. 문 열고 나오면 여전히 그 자세 그 위치에 있는 형이 승철을 손짓으로 부름. 내가 개도 아니고 저 불량한 손짓은 뭐야 혼잣말처럼 투덜투덜거리며 다가가, 형 옆에 털썩 주저앉음.

말이 짧다?

왜 불렀어.

지금 짜증내냐?

왜 부르셨어요, 형님.

아득아득 속으로만 이로 간다. 쌍둥이라고 오해받는 똑 닮은 외모 빼고 저보다 키가 크며 호리호리하고 선이 얇은 형은 진한 인상의 승철과 달리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선한 인상이라 늘 보기만 좋은 마스크로 승철을 부려먹음. 승철이가 싫다고 반항하면 그 얼굴로 처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착한 형한테 반항하는 못된 동생으로 만들어 주변사람들 다 형에게 홀딱 넘어가게 만듦. 그래서 다들 승철에게 한마디씩 함.

저렇게 착한 형을 왜 힘들게 하니!

아니 형 아까까지 똥꼬킥 하면서 엄지발가락으로 가만히 티비 보던 내 똥꼬를 찔렀는데!! 왜 나만 뭐라 해!!!

하지만 아무도 승철 말을 듣지 않았고 믿지 않았음. 왜냐면 승철은 유명한 말썽꾸러기 골목대장이었기 때문. 말썽쟁이 말보단 착한 모범생 말을 믿지요. 그래서 승철은 모범생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다 사기꾼이야. 정한이의 사기꾼 기질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너무 샜네. 승철은 못된 형 앞에서 앉는 자세도 고치며 형님 비위를 맞춘다.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지만 2n년 인생동안 형에게 구박받고 살아온 승철의 몸은 본능처럼 쭈굴해진다. 꼬리를 내린 동생의 모습에 형님은 그제야 흡족하게 웃으며 묻는다.

저 고양이는 누구야?

내가 키우는 애

사고 쳤냐?

승철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형 한심하게 내려 봄.

저 나이 때의 꼬맹이를 낳으려면 나 중학생 때 사고 쳐야 돼.

네가 그렇게 어려?!

다른 의미로 충격 받은 형을 승철은 한마디 더 함

내가 아직 대학생인 건 알지?

그 정도로 형은 늙진 않았다 동생아

, 형님

두 사람의 만담같은 대화에 그 옆에 있던 형수님 킬킬킬 웃음. 볼 때마다 사이좋은 형제들 대화가 웬만한 개그보다 웃겨. 자기들은 곧 죽어도 서로 안 친하고 싫다는데 만나면 같이 온천가고 술 까면서 서로 성질 긁는 말 툭툭 던지는 게 안 친하면 할 수 없는 행동임. 좋아하는 애 괴롭히는 초등학생들하고 똑같아. 그냥 좋으면 좋은 티를 내지 참 형제들이란 모르겠어. 그러면서 다음 대화를 어떻게 할까, 어떤 말을 던져야 저놈이 성질을 낼까를 고민하는 남편대신 형수가 입을 연다.

그럼 저 아이랑 같이 살고 있는 거예요?

괜찮은 거죠?

많은 뜻이 내포된 물음에 승철은 한숨을 푹 쉼. 안 괜찮아서 여기 내려 왔어요 라는 대답 대신임. 하지만 두 어른 찰떡같이 알아들음.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진지하게 변하고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주고받음. 승철은 엄마가 저에게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어제 일을 떠올리며 아까보단 덜 무거운 한숨을 또 쉼.

이름은 뭐야?

?

. 이름.

생각에 빠져서 못 알아들은 승철은 형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림. 그 곳에 승철의 방문이 살짝 열려 그 틈새로 우지가 이쪽을 보고 있음. 낯선 사람은 무섭고 밖이 시끄러우니 궁금은 하고. 그러다 자기 보는 눈동자가 많아지니 문 쿵 닫는 우지의 행동에 승철은 풋 웃는다.

우지야

우지?

특이한 이름이네

쟤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야

아직 엄마는 안 왔고 저녁 전 출출해서 간단하게 라면으로 떼워 먹으려다 젊은 나이에 건강이상으로 이 세상 하직하고 싶냐는 형님의 말씀에(라면 먹고 죽는 것보다 형에게서 뒤통수 맞고 골이 띵 울리는 지금이 죽음과 더 가까워) 과일만 내리 먹은 승철과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우지는 온천 후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뻗어 잠들었음. 자기 직전까지 문 밖에 나는 소리에 동물 귀를 가만히 두지 않던 우지였지만 잠들자마자 승철이가 형한테 맞고 성질내며 들어오고 과일 담은 쟁반 퍽 내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고 꿀잠 잠. 깰 때는 조용한 폭탄 같은 놈이 잘 땐 천사야. 뽀얀 얼굴에 뽀얀 털로 수북한 고양이 귀가 붙어서 그런가. 그 귀를 보다 온천에서 자기 귀 깨문 우지 생각나서 승철 입에 있는 과일 빠르게 씹어 삼키곤 우지에게 다가가 우지 귀 앙 물었다. 코앞까지 갔을 때 승철 콧바람에 귀 펄럭펄럭 움직여서 괜히 코가 간지러웠고 귀 물었을 때 으엥, 이거 무슨 느낌이야 불쾌한 느낌에 크게 실망함. 우지가 제 곰 귀를 굉장히 집착하길래 되게 재밌거나 맛있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그냥 물컹한 털 씹는 느낌임. 느낌 이상해. 혀에 붙은 털 퉤퉤 뱉고 고새 침 묻은 우지 털 닦아주는 척 한번 잡아서 당겼음. 우지 잠결에 손 올려서 승철이 밀어내지. 깜짝 놀라며 손 떼다가 우지 다시 음냠음냠 잠드는 모습 보고 귀 말고 코 살짝 꼬집고 입술에 쪽, 뽀뽀한 뒤 그 옆에 자리 잡고 잠듦. 천사가 옆에서 자니 나도 졸리다. 꼬리 때문에 옆으로 비스듬히 자는 우지 등 뒤로 누워 끌어안고 이불 배까지만 덮고는 쿨쿨 실컷 잤음. 형님은 과일만 잔뜩 담고 방으로 들어간 동생이 넘 조용하길래 한 번 열었다가 천사 두 명이 침대에 누워있어 문틀에 기대어 보며 잔잔하게 웃음.

저녁이 되어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승철. 자기 전엔 밝았는데 지금은 어둠이 내려앉아 잠이 덕지덕지 묻은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습관처럼 어느새 절 보고 마주 누워 제 티 안으로 들어온 뜨끈한 우지 손을 빼내고 제 다리위로 올린 우지 다리도 밀어 내림. 찌뿌둥한 몸 일어나서 잠에 빠진 머리 한번 흔들고 크게 하품하며 허리도 비틂. 뼈 맞추는 소리 요란하다.

그 사이 바깥 소리는 더욱 커져 불쾌한 소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안 좋은 표정을 짓다가 마른세수하며 문 열고 나감. 문 열자마자 확 끼친 맛있는 냄새에 승철이 주춤함.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에게 밀린 것처럼 뒷걸음질한 승철은 생각 없이 문 닫고 문고리 잡고 멍 때림. 그 잠깐 문 열었다고 방안으로 들어온 맛있는 냄새에 이것이 무슨 냄새인가 잠깐 넋을 놓으며 한참 머리를 굴리다 앗! 잠에 절었던 뇌가 깨어나고 동시에 승철은 침대로 벌쩍 뛰어서 아직도 자고 있는 우지 흔들어 깨운다.

우지야! 일어나!!! 엄마가 한우 사왔어!!!!! 한우먹자!!!!!!

다섯 사람 식탁에 앉아 신나게 고기 먹는다. 엄마가 힘써서 사온 한우가 고기 좀 구워본 형님 손에 착착 구워져서 가위질 몇 번에 그릇에 수북이 쌓이면 젓가락이 춤을 춘다. 한우의 맛을 음미한다고 한 입. 쌈 싸 먹어야한다고 또 한입. 고기 굽느냐 못 먹는 고생하는 형님을 위해 쌈 싸 먹여주는 형수님 따라 조그맣게 고기만 잔뜩 쌓아서 상추에 싸고 우지 입에 갖다 댐. 우지 풀냄새에 뒤로 고개 빼다 쌈인 거 알고 앙 먹음. 육식계라 채소 많이 안 좋아하고 실제로 많이 먹으면 안돼서 상추만 빼고 아무것도 안 넣음. 그만큼 맛이 없을 텐데 우지는 쌈 안에 숨은 고기에 흥흥흥 콧노래 부르고 있음. 승철은 그런 우지가 귀여워죽겠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만 나오는 무의식 행동이 콧노래인데 우지가 그걸 하고 있으니까 많이 귀여워. 더욱이 우지가 승철의 자취방에서 밥 먹으면서 콧노래 부른 적 한 번도 없는데 여기 와서 한우 먹고 콧노래 부르고 있으니까 얼마나 귀엽겠어? 자기가 콧노래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형이 굽는 고기에서 시선 못 떼는 동그란 눈동자가 반짝반짝해서 승철은 형한테 빨리 고기구우라며 재촉함. 형은 먹는 입만 있는 사람이 말이 많다고 타박함. 하지만 자기도 새끼고양이의 커다란 검은 동공이 굽는 고기에 꽂혀있으니 빨리 먹여주고 싶어서 더 빨리 고기를 더 불판 위에 얹음.

자 먹으렴.

두 번만 구워 자른 고기를 우지 접시에 먼저 담는 형 행동에 형수님 웃으며 쳐다봄. 가득 담긴 고기에 의자 등받이에 기댔던 우지 꼬리가 다시 살랑살랑 움직임. 너무 행복한 얼굴에 동글동글한 볼 살이 밀려올라가 광대가 볼록하고 기름기에 번들거리는 입술이 예쁘게 미소 짓는다. 예쁜 얼굴에 형님도 형수님도 따뜻한 눈으로 우지를 쳐다봄. 승철은 우지가 밥 푸는 숟가락 위에 고기 얹어주다가 자기 발차는 엄마때문에 고개 돌렸다. 엄마 턱짓에 형이랑 형수님을 보지. 우지를 쳐다보는 두 얼굴이 너무 따뜻함. 승철은 그 시선 따라 우지를 봄. 우지는 고기에 정신이 팔렸음. 입에 한가득 고기랑 밥 씹어 삼키면서 또 고기에 숟가락질 하는 우지가 밥까지 갖고 오다 고기를 놓쳤고 형수님이 팔 뻗어서 떨어진 고기 주워 우지 숟가락에 올려줌. , 옆에 있는 익숙한 승철이 아닌 낯선 앞사람이 고기를 올려주니까 우지 놀라서 입 벌림. 고기에 정신 팔려서 되게 사이좋게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지 아직 낯을 가리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야.

고맙습니다, 하는 거야

식탁에 팔꿈치 올리고 비스듬히 턱 기대며 승철이 말함. 우지는 고개 돌려 승철을 마주봄. 승철이 근사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 해야지 함. 우지는 머뭇거리다 힐끔 형수님 쳐다보고 고맙습니다 작지만 또박또박 말함. 그리고 민망한지 고기 바로 입에 넣어 씹음. 승철은 잘했다고 우지 머리 쓰다듬고. 형하고 형수는 정말 고맙다 말할 줄 몰라서, 낯 심하게 가리는 거 아니까 기대하지 않아서 놀랐고 감동 받음.

고기 많으니까 천천히 먹으렴.

형은 아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기 챙겨주고 형수는 이거랑 같이 먹으면 좋다고 반찬 그릇을 우지 앞에 밀어줌.

좋지 않니 승철아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엄마에 승철은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임.

좋아

형하고 형수한테도 좋은 일일거야

. 알아

결혼한 지 꽤 됐지만 아이가 없는 형 부부. 계획이 없는 게 아님. 아이를 가질 수 없었음. 말하지 않아 모르고 자기도 굳이 묻기 그래서 자세히 모르지만 시험관까지 도전하며 아이를 가지기에 열심이던 형 부부는 일 년 전에 결국 아이 갖기를 포기함.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있지만 몸이 너무 힘들고 마음이 너무 망가져서. 그냥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살기로 결론을 내렸음. 그렇게 내리고도 한동안 형수 우울증오고 형 힘들어해서 승철은 제대하고 바로 본가로 안돌아가고 서울에 자취했음. 형 부부 불러서 두 사람 챙겼던 엄마라 괜히 저까지 가면 엄마 더 신경 쓰고 힘들어할까봐 그랬음. 자긴 다 컸고 군대도 갔다 왔으니 걱정 말라며 걱정되어 전화하는 엄마한테 형부부만 챙기지 말고 엄마 몸도 챙기라며 효자 노릇도 함. 사실 승철이 곰치곤 외로움 많은 성격이라 서울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지만 제가 여기서 어른이 되지 않으면 모두 다 힘들 거라는 걸 알기에 참았음. 덕분에 형 부부 무사히 일어나 본래 삶으로 돌아갔지. 그 때에 승철도 혼자 있는 삶에 익숙해졌고. 그러다 우지를 만나며 시끌시끌해졌지만... 형 부부에게 챙김 받고 배부르게 먹은 우지 입가 닦아주며 승철 물어봄.

우리 형 어때?

형이랑 똑같은 냄새 나

나랑?

좋은 냄새야?

우지 말하지 않고 개구지게 웃음. 그 미소 뜻이 뭐야. 우지 볼에 묻어 반짝이는 고기기름 꾹 눌러 닦으며 물음.

그래서 좋아?

몰라

모르는 게 어딨어

그럴 수 있어

알려줘

싫어

그리고 우지 벌떡 일어나 달려서 방안으로 쏙 들어감. 설거지 끝마친 형이 옷에 물 묻은 손 닦으며 나오기 때문에 그랬음. 승철은 쏜살같이 달려가 닫힌 문을 허망하게 쳐다보며 허허 웃음.

우지는 또 도망간 거야?

대답대신 승철은 형 쪽으로 몸을 돌림.

그 눈빛 뭐야

살짝 풀려 위 눈꺼풀에 약간 가려진 동공이 형을 빤히 쳐다봄.

. 뭐 그렇게 쳐다봐

방금 우지라고 부른 거 알아?

...우지니까 우지라 불렀지, 그게 왜

아까까지 새끼고양이라 불렀던 건 알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우지랑 내일 밖 나가서 놀까 생각중이거든? 형이 운전해라

내가 네 운전수ㄴ..

형수님도 같이. 넷이서 재밌게 놀자

그렇게 네 명이서 신나게 놀고먹고 떠들면서 승철이는 불분명했던 불안함이 어떤 확신으로 변하는 걸 느낌. 처음에 놀러간다 했을 때 귀찮아하던 얼굴이 형 부부에 낯을 가리고 불편해하다 배려와 다정한 친절에 녹는 걸 옆에서 다 봤음. 승철이 손만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 우지가 놀라지 않게 거리를 두며 따라오고 따뜻하게 내려다본 형 부부의 면모도 봤고. 승철과 참 많이 싸우고 미운 형이지만 형이라서 잘 안다. 형이 얼마나 아이를 좋아하는지. 형수가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는지. 우지와 첫 만남에서 우지에게 시선 떼지 못했던 네 개의 눈동자를 승철이는 분명히 봤음. 그리고 그 때 저를 부른 이유도 처음 보는 아이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던 걸, 너무 처음부터 물어보면 그러니까 저를 불러 잔뜩 긁으며 간보다 물어봤다는 걸 앎. 알기에 승철은 더 형 부부를 주의 깊게 관찰했음. 우지를 잘 보듬어줄 부모여야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말은 적고 감정기복은 얕은 경계가 심한 새끼 호랑이를 사랑으로 안아줘야 하는 어려운 일을 보답 없이 희생할 부모여야 하니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음. 형을 알고 형을 믿지만 내가 아는 형과 우지의 부모로서 형은 분명 달라. 그래서 가족이지만 치사할 정도로 파고들고 파고듦. 그걸 형도 모를 리 없고 그래서 더욱 본인답게 일부러 힘주지 않고 자연스레 우지에게 다가간다.

형아

? ?

안아줘

중간까지 씩씩하게 잘 걸어오다 갑자기 안아달라며 두 팔 뻗는 우지에 당황함. 저한테 마음 열면서 우지 투정이 늘어났고 본인 스스로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뜬금없이 여기서 안아 달라 할 줄은 몰랐음. 안아달라는 건 더더욱 우지 입에서 들어본 적 없어서 승철이 멍청하게 되물음. 우지는 말없이 승철 다리에 달라붙고 위로 뻗은 팔을 흔듦. 안아 달라 몸으로 시위해. 뒤늦게 이해한 승철이 자세 낮춰서 안기 쉽게 자리 잡고 우지 허리 끌어안고 읏챠 안아 올린다. 우지는 익숙하게 승철 등에 팔다리 꽁꽁 감싸 매달리지. 열 살 애치고 가벼운 편이라 승철이 힘들지 않게 우지 한 번 더 위로 치켜들어 자세잡곤 됐어? 물음. 고개만 끄덕임. 무슨 일이야. 안하던 투정 왜 부리냐는 질문에 우지는 승철이 어깨에 턱 기대고 승철 뒤에, 우지가 바로 보이는 방향에서 손잡고 서있는 승철 형네 부부를 말없이 바라봄.

우지야?

조용한 우지에 되물으니 승철 어깨에 고개를 숙여 눈을 가리곤 다리아파... . 다리 아파? 집에 갈까? 하니 고개 젓곤 온천 이럼. 승철이 풋 웃지. 온천 또 가고 싶어? 하니까 고개 끄덕임. 결국 승철은 가던 길을 틀어 형부부랑 찜질방을 간다.

온천을 가기엔 형수님 혼자 있어야 해서 다 같이 있을 수 있는 찜질방으로 향함. 가는 길에 승철이 사야할 게 있어서 잠깐 우지를 형에게 맡겼음. 완전히 승철에게 기대서 주변 구경하던 우지는 놀라서 승철 목을 꽉 끌어안음. 강한 힘에 승철이 목 막혀서 기침하며 괜찮아, 우지야. 잠깐이면 돼. 형 이것만 사고. ? 형의 형이야. 나쁜 사람 아니야. 잠깐이면 돼. 다독인 뒤 형이 우지를 안을 수 있게 넘김. 형은 정 네가 싫으면 아저씨 말고 여기 누나한테 가도 돼 했고 누나도 안기 싫으면 손만 잡을게 다독였음. 우지는 그것도 다 싫다고 승철에게 꽁꽁 붙어 있다가 승철이 겨우겨우 다독이고 약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형이 우지를 안았음. 승철은 빨리 사갖고 나온다며 심통난 우지를 다독이고 급하게 가게로 들어감.

들어가선 반대로 느긋하게 상품을 둘러봄. 사실 필요하긴 한데 급하지 않음. 나중에 서울 가서 사도되는데 여기서 산다 그런 이유 형하고 우지하고 둘이 있을 시간 만들려고. 우지 너무 저한테 붙어있으니까 형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행동함. 사실 이렇기까지 고민 많이 했음. 사람이 사람하고 친해지는데 걸리는 속도는 각자 다른데 너무 제 속도로만 우지를 몰아대는 거 아닐까, 괜히 내가 나서서 우지가 상처받지 않을까 이게 맞는 걸까 고민하고 고민함. 그러다 이 가게를 보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건데 어차피 저지른 일 끝까지 가자 마인드로 지금 이러고 있음. 그래도 걱정이라 자꾸 밖에 시선이 감. 물건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밖에 서 있는 미동 없는 인영에 아직 아무 문제없는 건가 싶고. 조금 더 있을까 발걸음을 늦추고. 그러다 너무 늦으면 의심할 테니 적당히 물건 사서 계산한 뒤 나옴.

저도 모르게 서두르게 나온 밖은 생각보다 괜찮았음. 아니 더 좋았달까. 우지가 형 품에서 힘 빼고 기대서 형수님이 먹이는 과자를 받아먹고 있었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경계가 심한 고양이를 어떻게 녹인 건지 궁금해. 하지만 승철은 묻지 않고 자연스레 그 옆에 서서 가자 함.

다 샀어?

. 이제 가자.

그대로 우지를 안은 채로 걷는 형 옆에서 형수님이 주는 과자에 고개 젓곤 물 찾는 우지 보며 한결 편안해진 상태로 형과 시시한 이야길 나눴음. 모든 게 평화로웠다.

오래 버티기 계란 쏘기 콜?

형수님도 콜?

!

우지...너도 강제 참여 콜!

그렇게 찜질방 가서 또 잘 놀았음. 바닥에 내려놓아도 승철한테 바로 달려오지 않고 형이 알려준 사물함에 옷 벗어서 넣고 스스로 옷 입는 기특한 짓만 했음. 어제까지 우지는 승철의 손을 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했음. 옷도 세수도 이 닦는 일도. 볼일만 스스로 잘 봄. 하는 행동 가만히 보면 못하는 건 아닌데 안함. 승철이 가끔 피곤하거나 잊어서 냅둬도 그대로 하루고 이틀이고 그 상태임. 승철이 손이 닿아야만 뽀얀 고양이가 된다. 그런 우지가 스스로 옷을 벗다니. 승철 이게 부모의 힘인가 싶고 우지가 찜질복 거꾸로 입은 거 형에게 눈치 줘서 제대로 입게 도와줌. 우지 감사합니다 그러지. 형 가슴 뿌듯한 표정으로 우지 머리 쓰다듬는다. 그리곤 손 내밀어서 갈까? .

우지가 승철을 올려다봄. 승철은 급하게 옷 입는 척 바쁘게 군다. 바쁜 승철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얼마 안 있어 우지랑 형이랑 손잡고 멀어짐. 둘이 잡고 있는 손에 승철이 씩 웃곤 그 뒤를 따름. 중앙에서 갈아입고 나온 형수님 만나서 가장 먼저 수건으로 양머리 만들어 우지 씌워주고 본인들 쓰고 계란 걸고 내기 건 한증막에 들어가는 승철이랑 형. 우지가 들어가면 위험하니까 형수님하고 우지는 따로 그나마 젤 온도가 낮은 방으로 들어감.

네가 나가라 한증막. 싫다. 형이나 나가라, 한증막 땀 뚝뚝 흘리고 온 몸 붉게 타올라도 승부욕 하나로 버티는 두 사람. 영화 패러디 흉내 내며 서로 나가라 재촉하면서 절대 나갈 생각 없음.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한계지만 절대 먼저 안 나가. 형이 좀 나가라. 말할 힘도 없어 손으로 형 대충 치며 짜증냈더니 형 이미 형체를 잃어버린 양머리 수건으로 얼굴 한번 닦곤 식혜는 네가 사라하고 나감. 승철이 히히 웃다가 내가 이겼는데 내가 왜 사? 형이 사야지! 하고 쫓아감.

나간 건 좋았지만 너무 안에 오래있어서 둘이 어지럼이 와서 밖에 뻗은 채 헥헥댐. 그 사이 낮은 방에서 조금 높은 방까지 찜질방 투어한 우지랑 형수님은 계란과 식혜 들고 뻗은 곰 머리위에 앉아서 식혜로 두 남자 뺨에 댐. 아아아 좋아 녹는다. 차서 놀라다 곧 시원한 얼음 띈 식혜에 한입 급히 마시고 계속 얼굴을 식힘.

누가 이겼어요?

내가요!

승철 신나서 손 위로 들어 올림. 거기에 형수님 하이파이브 하며 최고! 해줌. 계란과 식혜 값은 당신 앞으로 달게요 혀에다 검지손가락 묻힌 척 허공에서 위에서 아래로 쭉 내리는 모션 취하며 깜찍하게 웃는 형수에 형은 허허허 그냥 웃고 맘. 한증막에 있다 나와서 빨갛게 탔다 겨우 가라앉은 형 얼굴이 다시 불그스름하게 변하는 것 같아 승철 저도 모르게 부러워함. 나도 저런 연애하고 싶다.

!

그 때 아직까지 위로 뻗은 제 손에 닿은 감촉에 움찔 놀랐음. 위로 눈을 치켜뜬 승철은 제 손바닥에 맞닿은 우지 손에 의아해함. 하이파이브. 의아한 승철의 눈을 읽었는지 우지가 그리 말하며 한 번 더 착 하고 승철 손을 부딪힘. 아잌, 귀여워. 승철은 그대로 우지 손잡고 당겨서 제 품에 가두곤 동글동글한 머리통에 뽀뽀 세례 퍼부음. 우지는 싫다고 몸부림 치고. 형하고 형수는 귀엽다는 듯 웃음.

곰돌이 짜증나!

우지가 참다 참다 짜증내니까 승철 뭐? 곰돌이? 너 지금 우리 곰돌이라 했냐? 그리고 짜증을 부려? 나처럼 푸근한 곰이 어디 있다고. 고양이 새끼가 앙탈이 너무 심하네. , 형수님 가자 얘 혼내줘야겠어. 우지 팔로 옭아매고 두 사람 끌고 황토방 들어감. 한증막 다음으로 뜨거운 방임. 거기서 우지 온 몸으로 끌어안고 잘못했어? 안했어? 하면서 덥게 만듦. 우지 처음엔 입 안 열고 막 버티고 벗어나려고 승철 팔도 깨물고 다리도 차고 그랬는데 3분도 안돼서 덥다고 칭얼대고 5분 뒤엔 울어서 놀란 승철이랑 형부부랑 밖으로 나옴.

우지야 미안해 울지마 응? 형이 잘못했어

더워서 뺨 발그레해진 채 승철 어깨에 얼굴 묻고 훌쩍이는 우지에게 미안해서 연신 달래는 승철. 형은 그 옆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러면서 쯔쯔 혀 참. 그런 형을 형수가 당신도 똑같았어 형 어깨 때리곤 우지 부름. 우지는 계속 울어. 형수는 이러다 탈수 온다고 승철 품에서 우지 꺼내서 제 다리에 앉히며 얼굴 닦아주고 달램.

응 괜찮아. 도련님이 우지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그렇죠?

, 맞아. 우지야. 형이 우지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 미안해. 다음부턴 안 그럴게.

두 손바닥 비비고 얼굴까지 푹 숙이며 사과함. 우지는 그런 승철 머리를 발로 밀어냄. 승철 아이쿠 무너지고 울던 우지 히히 울다 웃는다.

야 너 울다가 웃으면 엉덩ㅇ... 아악 형 왜 때려!

고새 장난기 돋은 승철을 처단한 형은 그거 조금 웃었다고 기분 좋아진 우지에게 식혜 빨대 물려주고 형수님은 우지 젖은 머리 손으로 빗겨주며 말려주고. 승철은 얼얼한 엉덩이 만지다 다정한 세 사람 그림에 진심 감탄해서 입 살짝 벌림.

좋다. 이 그림.

맛있는 식혜 먹으며 꼬리로 바닥 청소하는 우지랑 그런 우지 머리 정리해주고 다시 양머리 잘 씌워주는 형수님이랑 계란 까서 우지에게 먹이는 형이랑. 평화롭고 차분하고 잔잔해서 승철이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멍청하게 쳐다보기만 함.

그렇게 맛있게 먹고 씻고 나와 눈 비비는 우지가 승철 허리에 얼굴 묻으며 칭얼대서 승철이 우지 업고 집에 들어옴. 우지는 많이 피곤했는지 업자마자 바로 잠들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숨도 안 깸. 우지가 깰까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던 세 사람 중에 두 사람은 한 번씩 잠든 우지를 보며 다정한 표정을 지음. 그 두 사람을 승철은 계속 지켜본다.

도착해서 우지 침대에 눕히고 저녁 준비하던 엄마한테 가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했음. 엄마는 듣다가 다행이네 한마디 했고 승철은 그 말에 제가 다 안심해서 엄마 허리 붙잡고 뒤에서 기댐. 무거워 짜샤 무겁다며 팔꿈치로 밀어대지만 말뿐이란 거 아는 승철이 오랜만에 엄마한테 제대로 애교 떪.

나 저거, 저거 넣어조. 아아 그거 말고. 응응 엄마 나 한입만. 형 잘걸? 응 부르기 싫어서 이러는 거 맞아, 아 아파! 때리지 마! 엄만 이 든든한 둘째아들 꼭 때려야하겠, ! 잘못했어요 엄마. .

성인이 되면 무리에서 나가 홀로 살아야하는 곰의 습성 따라 성인되자마자 혼자 지내야했던 승철은 사실 사람이 좋고 특히 내 사람이 가장 좋고 그중에 가!!을 제일 좋아해서 매일 가족이 보고 싶고 안고 싶고 대화하고 싶음. 곰치곤 외로움이 많아. 하지만 저 빼곤 딱 곰다운 엄마와 형이라서 가족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늘 한편의 해결되지 않은 외로움 있음. 티는 안내고 본인도 가끔 잊긴 하는데 이렇게 집에 오면 엄마한테 붙어서 그 유명한 골목대장시절처럼 졸졸 쫓아다님. 요번엔 우지랑 같이 와서 보호자역할 하느냐 못했는데 우지 잠들고 아까 우지랑 형 부부 보면서 약간 울컥해서 아주 엄마한테 치댐. 엄마 요리하는데 불편하고 걸리적거린다고 밀어내지. 하지만 승철이 엄마 뺨에 뽀뽀하면 자기도 아들 승철 뺨에 뽀뽀해줌. 누구 아들인지 참 예쁘다 하면서. 그렇게 한참 엄마 귀찮게 굴던 승철은 물 마시러 들어온 형에게 들켜서 ㅉㅉ 철이 든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애네, 애 소리 듣고 좀 투닥거리고. 그러다 둘 다 시끄럽다는 엄마 호통에 말없이 저녁 준비함.

미화는 뭐하니?

자요.

깨울까요?

아니 피곤할 텐데 자게 둬

그렇게 잠든 사람 빼고 세 사람만 저녁 먹다 중간에 깨서 식탁의자에 앉아 비몽사몽하는 형수님 대신 떠먹여주는 형의 닭살 돋는 모습을 우웩 헛구역질하면서 승철은 다시 한 번 제 생각에 확신을 가짐. 형한테 우지를 보내자. 우지를 위해서, 형을 위해서.

그리고 그날 밤. 승철은 밤이 깊은 시간에 형을 부름. 평소라면 투덜거렸을 형은 진지한 승철의 태도에 같이 진지한 자세로 승철 옆에 앉음. 밤에 앉으면 추운 마루에서 바람막이 걸치고 맨발로 삼선 쓰레바 신은 채 승철은 형에게 우지에 대해 이야기함.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형 낯은 어두워짐. 우지를 만나고 승철의 태도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예상했지만 충격 크겠지.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아이라니. 반류 중에 그런 아이 간혹 있고 다 안 좋은 의미로 존재하는 터라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움.

그래서 형이 우지를 키워줬으면 좋겠어.

옆으로 고개를 돌려 형 얼굴을 마주보며 진지하게 말함. 형은 놀란 얼굴로 승철을 쳐다봄.

내가? 우지를?

말갛고 동글동글한 우지 얼굴을 떠올리고 형 쿵쾅쿵쾅 뛰는 심장박동을 느낌. 시험관까지 실패하면서 아이 갖길 완전히 포기했고 지금까지 아이라는 단어를 빈말이라도 담지 않았었음. 입양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아내가 너무 고생하고 마음을 다쳐서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웠음. 그런데 우지를....

나는 어차피 미혼이고 학생이라 우지 내 밑으로 못 넣어. 엄마는 아빠가 없고. 하지만 형은 형수님과 결혼해서 가능해. 그거뿐만 아니어도 형은 다정하고 착하고 따뜻해서, 형수님도 그렇고. 그래서 두 사람 우지한테 잘해줄 것 같아. 잘해주겠지? 그러니 형이 괜찮다면 우지를 키워줬으면 좋겠어.

...그래. 알았다.

고마워.

2마디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끊김. 그리고 마루에 한참 앉으며 마당에 있는 장독대랑 나무를 멀뚱히 봄. 조용한 시골 밤에 바람소리만 들리네. 얼마 안 있어 먼저 들어갈게 하고 형이 들어가고 승철은 밝은 달님을 보다 한숨을 푹 쉼.

이게 맞겠지. 다 우지를 위해서니까. 아직 나는 학생이라 돈도 많이 못 벌고 이제 복학하면 더더욱 우지에게 신경 못 쓸 텐데. 무엇보다 우지는 점점 자랄 테고 이제 집에만 있기 답답한 시기가 올 텐데 언제까지 존재하지 않는 아이로 있을 수 없어. 승철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한다 생각했고 좀 빠르긴 했지만 가장 믿고 안전한 방법으로 형을 선택했음.

이게 너에게 축복이 되었으면 좋겠어. 코끝이 찬 공기에 빨갛게 틀 때까지 앉아있다 들어온 승철은 우지 옆에 앉아서 자고 있는 얼굴을 가만히 쓸며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기도함.

행복해야 돼, 우지야.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 쓰는 엄마 옆에서 여분 빗자루로 같이 쓸며 어제 형과 나눈 대화를 간단히 보고함. 보고? 좀 단어 어패가 그런데? 싶지만 그게 젤 적절한 단어였음. 말이 끝나고 눈치 보는 승철에게 엄마는 고개 끄덕이며 그래 라고 짧게 답함.

뭐 마음에 안 든 거 있어?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은?

네들이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결론내린 일에 엄마 생각이 뭐가 필요하니. 엄마는 너희 둘 믿는다.

그날부터 형하고 승철은 바빠짐. 일단 우지 출생신고부터 해야 했음. 어디 범죄에 속하지 않았는지 조회부터 하고. 밤새 형에게 이야기 들은 형수는 두 사람이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 동안 우지를 전담하며 같이 있었음. 다정하고 따뜻한 성정의 형수라 그 예민하고 경계심 강한 우지도 잘 따름. 가끔 형수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쳐다볼 때 있지만 우지야? 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 깜박이고 네 대답함.

아이 목소리가 맑더라.

출생신고를 마치고 드디어 이지훈(철학관에서 받아왔다)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갖게 된 우지, 아니 지훈을 보며 형수님은 꿈꾸듯 말했음. 바뀐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대답하는데 그 맑은 목소리가 들리면 고즈넉한 절에 울리는 풍경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이상하지 않아요? 이제 본 지 삼 일 째 된 아이에게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첫눈에 반해서 결혼한 우리도 있잖아. 마음이란 건 그래.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무엇인가가 우리를 끌어당겨 하나가 되게 만들지.

출생신고 하고 바로 형 아들로 들어간 지훈이. 과정이 까다로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출생신고도 안 된 무명의 아이라서 생부, 생모의 입양허락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조회에도 뜨지 않았고, 우지는 그렇게 형 밑에 자녀 이지훈으로 들어가게 됨. 하지만 바로 지훈에게 알리진 않았음. 고쳐 부른 이름에 아직 적응도 못한 어린 아이가 우리와 적응할 시간이, 승철과 헤어질 시간이 필요했기에 차근차근 나아가려 노력함.

그 노력으로 여기저기 놀러 다녔음. 가까운 도시에 민속촌 가고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고 작은 놀이터도 가고. 매일 신나고 모험같은 놀이가 가득해. 때문에 지훈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음. 아직 형 부부를 어색해하지만 그건 시간이 극복해줄 거야. 확실히 전보단 많이 가까워졌으니까 미래는 어둡지 않지. 승철은 제 다리에 앉아서 형이 먹여주는 소세지 받아먹으며 냠냠 씹는 지훈의 통통한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며 그렇게 지훈과 헤어질 준비를 함.

밤이 되고 바뀐 잠자리에 눕는 다섯 사람. 전에 승철이 방에서 승철과 지훈 단 둘이 잤었더라면 지금은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 잠. 엄마도 형수도 형도 승철도 지훈도. 넓은 거실에 일자로 죽 누워서 매일 서로 위치를 바꾸며 같이 잠듦. 자기까지 장난끼 많은 승철이랑 수다쟁이 엄마랑 형이 떠들고 장난치는 승철을 발로 차고 승철 콧구멍에 손가락 넣으며 맞서는 지훈에 킬킬 웃는 형수가 모이니 시끌시끌 잠이 쉽게 안와. 그러다 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시간이 흘러 한명씩 잠들면 서서히 목소리가 줄어들다 꿈나라에 빠짐. 잠이 들면 잠자리가 심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이불만 조금 너저분한 정도로 다음날 일어남. 지훈은 자던 자세 그대로 깨는 애라 가끔 요상한 자세로 잠드는 거 볼 수 있음.

얘 몸 안 아플까?

걱정하는 형에게 일어나면 주물러줘요 정도로 충고 해줌. 그리고 씻고 나오면 정말로 잠에 취한 지훈의 팔다리 주물러주는 형과 형수를 볼 수 있어, 승철은 정말 좋은 부부를 택했다고 안심하겠지.

그리고 그날, 이제 슬슬 복학이 가까워진 승철은 개강까지 먹고 살기위해 알바를 하며 돈을 벌어야 해서 서울 갈 준비를 함. 만화 나오는 시간이라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며 노래 따라 부르는 지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차곡차곡 가방에 짐을 넣음. 올 땐 가벼웠는데 갈 땐 무거운 가방 한 번 들어보고 다시 잘 눌러서 아직 덜 들어간 짐 쑤셔 넣음. 어느 정도 정리 마쳤을 때 만화가 끝났는지 지훈이 방으로 들어옴. 낯익은 가방과 물건 정리중인 승철을 보고 승철 등에 매달리며 물음.

이제 집 가?

응 가

차마 지훈의 얼굴보고 답할 수 없어 얼굴 안 보고 손에 든 물건을 가만보다 등에 기대며 콧노래 부르는 지훈의 팔을 잡아 제 앞에 앉힘.

우ㅈ, 지훈아.

승만이 형 어때?

형의 형?

응 곰돌이 아저씨. 어때?

좋아

좋아?

잘해줘

그래? 그럼 미화누나는? 형수님 말이야

좋아

누나도 좋아?

?

잘해줘

승철이 안심하며 보조개 푹 들어가도록 웃음. 그 표정에 지훈이 말똥말똥 승철을 올려다봄.

지훈아. 형이 우리 지훈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몰라

왜 몰라. 이렇게 많이 사랑하는데!

지훈을 꼭 끌어안으며 뽀뽀를 퍼붓는다. 뺨과 코와 이마 온 얼굴에 뽀뽀하는 승철에 지훈이는 싫다고 꺄아꺄아 소리지름. 비명소리에 들어온 형수님은 지훈을 꼭 끌어안고 뽀뽀 퍼붓는 도련님 보고 문기둥에 기대며 사람 좋게 웃음. 살려 달라 하는 지훈을 살려주지 않네. 결국 작은 발바닥까지 뽀뽀를 받고 엉망인 채로 벗어남. 구석에 앉아서 승철을 째려보며 옷 정리하는 지훈을 바라보며 이게 마지막 모습이겠구나 싶어 먹먹한 심정으로 눈에 다 담는다.

저녁이 되어 서울로 올라가는 둘째아들 마지막 저녁으로 한우 또 배부르게 먹이는 엄마에게 잔뜩 애교부리고 다 같이 거실에 잠들 떄 승철은 형하고 형수님 손을 꼭 붙잡으며 지훈이 잘 부탁한다며 인사함.

많이 사랑해줄게.

고마워.

그리고 다음날 새벽, 아직 이슬도 내리지 않은 밤에 승철은 조용히 일어나서 물건 챙기고 집을 나선다. 일부러 지훈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떠난 건 그 짧은 시간동안 나눈 정이 발목을 잡을까봐. 괜히 주저하다 지훈을 깨울까봐 급하게 나섰고 버스에 올라타선 내려올 때 잔뜩 성을 내며 제 팔을 물던 지훈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창 밖 풍경만 바라봤다.

서울로 다시 올라온 승철은 며칠 동안 바쁘게 하루를 보냄. 복학 준비와 알바를 병행하느냐 폰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음. 힘들지만 짭짤한 공사장 대신 근처 카페에서 마감까지 뛰고 돈 얼마 더 받는 조건으로 일하기로 계약함. 20살 대학 취직과 함께 서울로 올라오면서 안 해본 알바 없고 카페 알바 유경험자이지만 마감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잔뜩 지쳐서 씻고 바로 잠듦.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면 바로 기절. 늙어서 그런가, 제대 후유증인가. 왜 이리 힘들지? 고민해 봐도 제대한지 꽤 됐고 아직 팔팔한 학생이라 둘 다 아님. 일하는 도중 진동으로 울리는 폰을 띄워 지훈이 데리고 병원 갔다 왔어.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네 건강 신경 써. 형에게서 온 문자 읽고 다시 주머니에 넣고 일하는 나날들. 여기 카페가 적당히 사람이 있어 잡생각 없이 일하기 딱 좋아 여기로 결정한건데 생각보다 바빠서 답장할 시간도 없음. 다 끝나고 그래 고생했어, 답장 보내고 잠들고.

사실 잘 알고 있음.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형에게서 받은 문자 내용이 변함이 없다는 게 승철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듦. 자기가 그리 떠나고 지훈이가 많이 놀라고 힘들어 할 거라고 예상했고 그래서 형부부랑 엄마한테 마음 단단히 잡으라고 얘기했었는데 진짜로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한 건 나였음. 한 번씩 힘들어 화장실 변기커버 내리고 앉을 때, 이 닦고 씻을 때, 자기 전 침대에 누울 때마다 떠오르는 지훈의 말간 얼굴에 죄책감이 밀려오고 잘 있는지 걱정되고. 걔 웬만하면 안 우는 애고 한 번 울면 탈진 직전까지 우는 편이라 큰일날까 걱정이 크고. 형이랑 형수님이랑 엄마가 잘할 거라 믿지만 미안해서 그래. 마치 내가...... 땅 끝까지 파고드는 우울함을 머리를 털어 떨치며 목소리라도 한 번 들을까 싶지만 괜히 목소리 들었다가 겨우 버티고 선 저나 지훈이나 무너질 것 같아서 참고 그냥 기다린다. 지훈이와 제가 무뎌지는 시간을.

오늘따라 진상고객이 많아 힘들었던 승철이. 마감하고 뻐근한 몸 스트레칭하며 돌아오는 골목길에 하늘을 우연히 봄. 보름달이네. 동그란 달이 동글동글한 지훈을 생각나게 해서, 지훈을 언제쯤 안 아프게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해. 그러다 들었다, 형하고 부르는 목소리를. 처음엔 못 들었고 두 번째엔 헛것이 들리나 싶어서 귀를 팠음.

형아!

아까보다 선명해진 목소리에 깜깜한 골목이 무서워 괜히 몸을 움츠렸음. 그러다 골목길 끝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인영에 굳었음.

우지야.

형 부부하고 같이 있을 지훈이가 울면서 달려온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와 승철 몸에 부딪혀서 쿵 엉덩방아 찧은 지훈이. 놀라 승철이 허리 숙여 잡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서 승철의 허리를 끌어안고 배에 얼굴을 묻으며 엉엉 울어. 형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축축해서 느낌이 이상해서 지훈 얼굴을 잡아보니 얼굴이 눈물범벅이고 울긋불긋함. 닿은 손이 뜨거워서 목이랑 만지니까 다 뜨거워.

무슨 일이야. 지훈아. 혼자 왔어? 여기 왜 있어.

놀라서 지훈이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으며 나오는 대로 물었음.

형아 때문이잖아!

지훈이 갑자기 화를 내며 승철 어깨를 쾅 내리침. 하지만 애기주먹이라 아프진 않음. 아니 아프다. 마음이. 아래로 처지는 승철의 눈꼬리에 지훈의 얼굴이 무너지고 크게 소리 내며 울고. 승철이 놀라서 무작정 끌어안고 달램.

미안해 지훈아. 형이 미안해. 울지 마. 울면 너 더 아파.

달래도 지훈이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면서 밉다고 엉엉 움. 아프고 속상해. 왜 울어. 허리랑 다리 받쳐서 들어 올려 안으며 달래는 동안 저기서 달리는 소리가 들림. 형과 형수님임. 달려오던 두 사람은 우는 지훈을 끌어안은 승철 보고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쉬고 그 자리에 주저앉음. 승철은 며칠사이 핼쑥해진 형 부부 얼굴에 화내려다 말았음.

미안하다.

다가와서 지훈 등을 두들기는 형 목소리랑 형이 닿은 게 싫다는 듯 몸부림치는 지훈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하다며 형 어깨를 잡고 사과함.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 내 욕심 때문이야. 미안해, 미안해. 지훈아.

그날 밤 울다가 지쳐서 잠든 지훈을 제 자취방 침대에 눕힌 승철. 편히 자라고 눕혔는데 그사이 깨서 승철의 목과 허리에 팔다리 감고 떨어지지 않으려 한 지훈에 결국 계속 끌어안은 채 형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음. 떨어진 동안 푸석하고 뻣뻣해진 동물 귀와 꼬리털을 찬찬히 쓸며 미어지는 마음에 눈물 꾹 삼키며 형 말을 경청함. 꼭 신부님께 고해하듯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로 고백하는 형과 형수가 너무 죄인처럼 굴어서, 승철이는 그러지 말라고 두 분 충분히 제 몫 하셨다고 위로함.

지훈이가 도련님 엄청 찾았어요. 도련님 없어지자마자 온 집안 뒤지고 집 밖 뛰쳐나가려는 거 붙잡았더니 형 어디 갔냐고 울며 난리쳤어요. 너무 울어서 형 좀 있다 올 거라고 했는데도 거짓말이라고 형이 자길,..버렸다면서... 미안해요. 거기서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말 못했어요.

맞는 말이죠.

지훈이가 그 말을 했다는 것보다 그 말을 뱉게 한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차서 승철은 숨을 고르며 스스로를 다스리려 노력했음.

지훈에겐 잠버릇이 하나 있음. 가슴, 자세히 말하면 젖꼭지를 만지며 자는 버릇이 있었음. 옷 사이로 들어와서 너무 제대로 만지니까 승철은 민망해서 하지 말라 말해보고 매번 지훈의 손을 빼고 막기도 하고 등보이거나 따로 자기까지 했는데 지훈은 끈질기게 달라붙었음. 어느 순간 보면 다리로 승철 꽁꽁 붙잡고 승철에게 붙어서 승철 가슴을 만졌음. 그게 너무 그래서 인터넷에 찾다가 애정을 못 받은 아동이 그런 행위를 한다는 거 보고 혹시나 싶어 지훈에게 한번 물은 적이 있음. 부모님이 있냐고.

책 읽던 지훈이가 부모라는 소리에 입 꼭 다물곤 대답을 안했음. 처음 만나 이것저것 물어봤을 때 반응이라 승철이 고민하다 부모님 얼굴 기억해? 물었음. 지훈은 묵묵부답. 책 페이지는 계속 그대로. 대답해줄 때까지 기다리던 승철은 지훈의 꼬리가 달달 떠는 걸 보고 혹시나 싶어 진짜 그랬으면 안됐는데 부모님은 왜 너를 찾지 않아? 라고 물었음. 지훈이 그 말 듣자마자 책 거칠게 덮어 바닥에 던지곤 침대이불안으로 들어가 숨었음. 이불 위로도 파들파들 떠는 게 보여서 놀란 승철은 그대로 지훈에게 달려갔는데 안자마자 지훈이가 너무 놀라 실수를 하는 바람에 침대 이불보 다 빨고 매트리스도 갈아야 해서 딱딱한 바닥에 여분이불 하나만 깔고 자느냐 며칠 고생해야했음.

그러니까 승철은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지훈이가 부모님께 버려졌다는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음. 그 때 공사장에서 더러운 채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몰골을 떠올리면 학대를 당했거나 그 외 이유로 키워졌다가 버려졌다 생각함. 같이 살면서 승철한테 적응하고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었지만 뼈가 다 보이는 마른 몸과 하나하나에 눈치 보던 행위, 아무것도 몰라 아무데나 실수하던 일 등등 모두 종합해봤을 때 그게 답 같았고. 형 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승철은 왜 서울 올라와서 그렇게 답답했는지 알게 됨. 자칫 자기가 지훈을 위해서 했던 행위가 알지 못하는 지훈의 부모처럼 똑같이 버렸다고 비춰질까봐 걱정됐던 거였지. 결국 걱정이 현실이 돼버렸지만.

꼬리까지 승철 손목에 칭칭 감고 가슴에 기대 잠든 지훈의 얼굴을 쓸면서 승철은 미안해 용서를 구함. 용서를 구하기엔 제 잘못이 너무 크지만 그래도 사과하지 않으면 못 견디겠어.

형이 이렇게 못났다. 미안해 지훈아.

침대에 누워 지훈이가 편히 잘 수 있게 자리 잡고 자리 잡는 짧은 사이 칭얼대며 붙는 지훈의 정수리에 키스를 하며 그 등을 가만가만 두들김. 우리가 있으면 무서워할 거라고 가겠다는 형 부부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사과하고 보내고 조용한 집안에서 새근새근 자는 지훈을 어르며 승철은 아, 깨닫는다.

너랑 앞으로 죽어도 함께 해야겠구나.

지훈이가 교복을 입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모두 보겠구나 가슴이 이상해지면서 조금 곤란하기도 해.

어떡하지. 우지야. 형 결혼약속한 상대가 있는데 너때문에 파혼당하겠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에 지훈이 운다. 새끼 호랑이치럼 낑낑 울면서 승철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런 지훈을 귀엽다는 듯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면서 승철은 밤이 새도록 지훈에게 용서를 빌었다.

미안해. 이제 절대로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