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 ah하네요.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2편(18.5.20최종수정) 본문
우지 누가 봐도 어린아이고 실제로 어려서 제대로 뭘 배우지 못한 태가 나. 말 그대로 짐승과 다를 바 없어서 하나하나 가르쳐야하는데 제일 어려운 건 씻기였고 의외로 쉬웠던 일은 일보기. 아침에 비몽사몽 일어나서 일보던 승철은 털고 변기 물 내리다 옆에 서서 빤히 보는 우지에 기겁함.
뭐해!
다리 꼬고 두 손으로 하체 가리며 소리 빽 질렀는데 우지 말없이 일어나 나감. 나가서 식탁에 앉음. 밥 달란 소리야. 사람 일보는 거 몰래 봤으면서!! 왜 너는 뻔뻔하냐!! 억울하고 쪽팔리고 복잡한 감정에 우지 밥 조금 주는 복수까지 했음. 그런데 저녁에 돌아와서 웬일로 깨끗한 방안과 앉는 자리가 조금 더러운 변기보고 설마? 씻고 있는 승철 옆에 자연스레 일보는 우지에 헉. 드디어 일 가려 볼 줄 아는구나. 기뻤고 씁쓸했음.
저 어린아이가 변기 쓸 줄 모를 정도였으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살아온 걸까. 처음으로 우지 과거가 궁금해졌음. 하지만 묻지 않았음. 처음 사람 되고 얼마 안돼서 이것저것 묻다가 가족 얘기에 이불속으로 숨어 들어간 우지에 뭔가 물으면 안 된다는 촉이 왔기 때문. 성만 겨우 이 씨란 것만 알았는데 그것도 한국에서 제일 많은 성 인데다가 이 씨에 고개 살짝 들리며 반응해서 이 우지? 다시 말했고 완전히 고개를 들어 눈 마주쳐서야 그게 우지의 성인걸 확신함. 하지만 왜인지 불리는 걸 안 좋아해서 성 빼고 그냥 우지라고 계속 부름.
같이 살면서 우지 목소리 처음 듣던 날을 잊을 수가 없네. 평소 말을 잘 안하고 반응도 없어 벙어리인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고향에서 승철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반찬 보낸 날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봐 뼈째 들어서 씹어 먹던 우지가 먹을 고기가 없으니까 고기 담던 그릇 가리키며 더 줘 한마디 했음. 승철 놀라서 아무 생각없이 고기주워주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뭐라고? 놀랐음.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물어봤고 고기, 높고 깨끗한 미성을 두 번째로 들었다.
너 말할 줄 알았어?
그 날 우지 붙잡고 막 묻고 아무단어나 뱉으며 말하라며 재촉했음. 우지는 귀찮다는 얼굴로 흘러듣다가 고기 안 준다 협박에 못됐어 심통난 채로 툴툴대서 그날로 벙어리 아닌 걸로 결정 남. 그럼 그동안 왜 말을 안했을까? 묻지 않았지만 저 표정으로 볼 때 말하기 귀찮아서인 듯.
하지만 결코 우지는 말없지 않아. 우지와 십년이상을 살면서 종종 '지훈이는 말이 없어요' 란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 듣는데 그때마다 승철은 '게임얘기를 해보신 적 있나요? 애니메이션은요? 없으면 해보세요. 말에 치여 죽을지도 몰라요'라 답함. 다들 게임? 의아해한다. 왜냐면 우지 밖에선 근엄 진지한 백호야. 어렸을 때야 어린애답게 들고 날뛰었는데 사춘기이후로 세상에 무게란 무게는 본인이 다 짊어지셨음. 애늙은이란 소리 오 조 오 억 번 들었지. 승철은 콧방귀 꼈음.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 특히 게임할 때 근엄 진지따위 우지에게서 그림자조차 느낄수 없다.
쨌든 아직 우지가 어른이기 전 하루에 한마디 하면 많이 하던 꼬꼬마 시절에 우지는 매일 집에 있으면서 승철이 오기만을 기다려야했음. 승철은 복학 전까지 적어도 1억은 모으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로 노가다 뛰고 있었고 우지는 몸 많이 좋아졌지만 밖 외출할 정돈 아니었음. 특히 신원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괜히 애 데리고 나갔다 미아라도 되면 겨우 살았던 이 놈 길가에서 픽 쓰러져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진다. 분명 이 성격에 길 잃어도 자기한테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고 고양이자체가 혼란에 빠지면 길을 못 찾기 때문에 우지와 본인을 위해 집에 안전히 있는 것이 좋단 결론을 내렸음. 꼭 집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지만 일단 볼일을 가리기 시작했고 밥도 충분하게 준비해놨고 밥 먹고 부족하면 먹으라고 간식도 준비함. 물론 간식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치운다.
우지도 처음과 달리 얌전해짐. 사고 안 쳐. 그래도 불안함은 부모의 몫이랄까. 어린애를 혼자 집에 두고 일 나간 부모처럼 아이가 잘 있을까 큰일은 있지 않을까 걱정됨. 이런 생각자체가 불행의 시초인데 자꾸만 불안해서 일하면서 몇 번이고 집으로 뛰어 들어갈까 고민도 많이 하지. 하지만 승철은 늘어난 입에 돈을 더 벌어야했고요, 안전을 확인받기위해 우지에게 폰을 사주기엔 평범한 서민이었고 그렇다고 cctv는 무리다. 승철은 평범한 서민, 돈이 없는 예비군. 그저 하루하루 우지가 집에 잘 있길 비는 기도가 최선이었음.
그런 우지 걱정되어 일찍 집에 들어간 날 티비키는 법을 용케 알아서 껌껌한 집에서 티비 보던 우지 얼굴이 꼭 외로움에 질식된 사람 같아서 승철은 무작정 우지를 끌어안음. 우지는 갑자기 껴안는 승철에 놀라 발버둥 쳤는데 어린애가 성인 곰을 물리치기 너무 어려워 결국 불만 가득한 얼굴로 승철이 놔 줄때까지 안김.
도대체 이 곰돌이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승철은 모르지만 고양이 과들은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 있어도 별로 외롭지 않고 오히려 마음의 안정 얻음. 물론 각 개체의 성격 따라 혼자 못 있는 고양이도 있지만 대부분 그래. 지훈은 대부분에 속하는 고양이 아니 호랑이어서 혼자 집 지켜도 괜찮았음. 처음엔 심심했었는데 티비를 알면서 심심은 무슨. 승철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티비에 빠져있음. 특히 만화만 나오는 채널이 있는데 거기에 나온 캐릭터들 이름부터 변신주문까지 한 톨도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을 지경임. 일주일 만에 그 채널에 나오는 모든 만화를 섭렵한 정도. 그렇다고 아예 안 외로운 건 아닌데. 승철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고 태초부터 사람이면 가지는 그런 외로움? 잘 모르겠음. 우지는 아직 어려서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승철이 무작정 자신을 끌어안으며 등 두들기는 거 이유를 모르겠음. 귀찮게 왜 이래. 떨떠름한 우지와 달리 승철만 세상 가장 진지하고 무겁다. 우지야 내가 꼭 너 행복하게 해줄게.
그러던 날에 승철이 동화책을 선물 받음. 아는 아저씨가 승철이 요새 어린아이에게 줄만한 장난감 없을까 고민하니까 장난감도 좋지만 책이 제일 좋아 하며 자기 딸이 안 읽어서 쌓아둔 책이 많은데 그거 줄 테니 선물하라고 한 거지. 승철 감사하다고 냉큼 받아서 신나며 우지에게 보여줬음. 승철이 어렸을 때 보던 선녀와 나무꾼 같은 전래동화서부터 탈무드, 어린아이를 위한 기초과학책까지 아주 다양했음. 아저씨가 책 욕심이 많아서 딸한테도 많은 책을 선물했었지. 불행하게도 딸은 책을 많이 사랑하지 않아 책들은 홀대받았고 창고에 노끈으로 한데로 묶여 보관됐었음. 그렇게 창고에 먼지만 쌓였던 책들 우지 만나서 새 세상 만남.
우지 책 엄청 좋아한다. 첨에 승철이 양손가득 책 들고 왔을 때부터 호기심 서린 눈으로 한참 바라봤었고 책 여기저기 펼치며 흥미롭게 쳐다봄. 눈길도 주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던 승철이 맘 놓고 주섬주섬 책 모아서 침대에 서식하는 우지를 위해 침대 옆에 책 쌓는데 우지가 승철 등을 툭툭 건드림. 곰이라서 따뜻한 승철에게 붙어 자는 것 외에 잘 안 건드리는 우지가 책 펼쳐서 승철 툭툭 건드니 승철 뭐 도와줄까? 우지 옆에 엉덩이 붙어 물었고. 우지 조금한 손이 가리키는 방향 따라 시선 따라가니 재밌는 폰트로 적힌 줄거리라 잠시 입 꾹 다물었음.
짧지만 그동안 같이 있으면서 의심했던 부분, 우지가 글을 못 읽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한 생각 갖고 있었는데 그게 정답이었어. 정확한 나이 모르지만 못해도 열 살에서 열두 살로 보이는 아이가 이 나이까지 글을 못 읽는다는 건 좀 심각한 일 아닌가 싶어 마음 한쪽이 돌덩어리 얹은 듯 불편했지만 티는 안냈음. 그냥 티내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목 가다듬고 우지 가리키는 방향부터 또박또박 읽어줌.
우지가 고른 책은 동화책. 다양한 캐릭터가 튀어나와 1인 다 역으로 승철이 성심성의껏 목소리변조하며 책 다 읽어줌. 우지는 재밌는지 꼬리 살랑살랑 움직이며 승철이 손가락 따라 글자를 봄. 어휴 힘들어. 생각보다 내용 길어서 다 읽을 땐 지쳐 쓰러졌는데 우지 또해달라는 듯 일 페이지 펼쳐서 속으로 잠시 울었음. 그러나 천재는 부모가 만든다고 내가 포기하면 우지는 이대로 멈춘다. 힘내자. 목 가다듬고 우지가 가리키는 방향부터 다시 또박또박 읽어줌.
그리고 2시간 후.
우지야. 밥 먹자. 오늘 네가 좋아하는 치킨 시켜먹자. 어때?
먹을 걸로 꼬시다 안돼서 치킨까지 갔는데 환한 얼굴로 고개 끄덕여서 책 내려놓고 기쁜 마음으로 치킨 시켰음. 하지만 치킨 기다리는 텀 생긴 사이에 승철이 옷 잡아당겨서 동화책 읽어달라고 내민다.
이게 그렇게 읽고 싶어?
(끄덕)
그래. 알았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동화책 읽어주는 승철이. 그날엔 치킨 뜯어먹고 잠들 때까지 질리도록 동화책 읽어줌. 아주 질리도록 읽어서 꿈에 순백의 닭이 나와서 호랑이 목소리 내며 승철이 뒤쫓는 이상한 꿈을 꿨다. 식은 땀 줄줄 흘린 끔찍한 악몽이었어. 정말 다시 꾸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런 승철의 노력에 우지 책 엄청 좋아하고 습득도 빨라서 일주일 뒤엔 더듬더듬 글 따라 읽게 됐고 이주 뒤엔 막힘없이 줄줄이 읽고 한 달 뒤엔 승철이 갖고 온 책 자력으로 모두 다 읽음. 자고 있는 시간 빼면 책만 읽었음. 전생에 책벌레가 아니었나싶을 정도로 책만 파고들었고 승철 전공 서적까지 욕심 부림. 승철 컴공과였으면. 사실 컴 잘알못인데 수능 좀 봐서 상향으로 원서 접수한 게 붙어서 수도권 대학에 컴공과 들어감. 처음 O.T때 대야에 막걸리 따라주는 선배들 마주하면서 지옥 같은 수능 다시 도전할까 후회 말렸고 한글말로 알려주는데 못 알아듣는 외계어들에 입대 전까지 매일 자퇴 외쳤음. 지금도 복학 미루는 이유 중에 하나도 적성에 안 맞는 과 때문인데 자퇴하지 않은 건 수능을 다시 볼 자신이 없어서다. 진짜 기적이었어. 그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어쨌든 컴 잘알못에 군대 갔다 와서 굳은 머리까지 더해 지금 봐도 모르겠는 전공 서적을 우지는 더듬더듬 읽으면서 고개 갸웃갸웃하다 어느 순간 이거 궁금하다고 다음 책 달라고 부탁함.
승철은 깜짝 놀라지. 야 이건 네가 읽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말리는데 고양이 아니랄까봐 끝없는 호기심과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는 성미 더해서 결국 승철이 우지에게 컴 다루는 법 알려줬음. 유튜브 이런데서 무료로 혹은 프로그램 다루는 게 취미인 사람들이 올린 글 영상 보여주기도 하고 나중에 동네 도서관도 감. 학생 때 이후로 온 적 없는 도서관에서 헤매며 컴퓨터 관련 서적 찾아서 최대한 빌릴 수 있는 권수만큼 빌렸음. 막노동했을 때 지고 간 벽돌처럼 무거운 책들에 두 팔 저렸지. 집 도착하자마자 우지 읽으라며 줬고 우지는 신나서 침대로 끌고 와 책 읽고 노트북 만져봤음. 그러다 프로그램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좀 최고라서 승철이 우지에게 천재성 봤고 나중엔 우지 프로그래머로서 승철 먹여 살림. 프로그램 잘 짜고 에러도 적고 혹 시스템이 무너져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자에 부가로 여러 가지 해서 프리랜선데 일이 끊이질 않음. 자다가 일어나면 일하고 침대에 누우면 퇴근인 일상이라 승철은 작은 회사 다니다 때려치우고 우지 뒷바라지함. 쟤 그냥 내버려두면 일에 치여 죽을 것 같거든. 작작 일하라고 해도 말 안 듣고 일 더 받아서 도저히 하나도 못 끝낼 것 같은데 완벽하게 다 마쳐선 죽은 듯이 며칠 동안 잠만 잠. 그런 몸 망가지는 생활패턴에 승철은 화 내보고 설득도 해보고 그랬는데 우지 고집 세다. 형이랑 오래오래 살려면 돈이 필요하대. 예전에 한 번 둘이 못 살 뻔한 적 있었는데 그게 꼭 돈 때문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의미라 트라우마돼서 그럼. 우지가 너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승철이 마음 무너져서 결국 힘들면 꼭 말해야 한다며 우지 두 손 꼭 잡는 것 밖에 못함. 그런 승철 마음 모르는 건 아니라서 많이 힘들면 어렸을 때 승철 등에 달라붙어서 잠투정하는 것처럼 승철한테 붙어서 투정부려. 그럼 승철이 쪽쪽 우지 얼굴에 뽀뽀해주는데 그게 신호탄이 돼서 둘이 우훗훗 뜨겁게 불탄다.
너무 갔다.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지 그렇게 프로그램 관련되어 천재성이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에 교육하기 제일 어려웠던 씻는 문제가 해결됨. 우지 물 젖기 완전 싫어해서 승철이 온 몸으로 묶듯이 안지 않으면 난리를 쳤음. 끝나면 건강한 승철이 기진맥진해서 헥헥 댈 정도야. 그래서 되도록이면 안 씻겼었음. 세수만 하면 되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늘 있는데다 고양이니까 자기관리 잘하잖아. 말도 안 되는 핑계 대며 하루 이틀 미룸. 머리가 좀 떡 져도 음, 내일모레쯤 감겨주면 되겠네. 얼굴에 기름 떠도 예뻐. 빛이 난다, 빛이 나. 얘 꼬리꼬리하고 기름져서 씻겨줘야하는 상황인거 아는데 못 본 척, 모르는 척, 괜찮은 척. 척척척. 우지도 별 신경 안 쓰니까 그냥저냥 넘겼음.
그러다 주말에 쉬던 승철이가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 좀 녹일까, 찌뿌둥한 몸 녹이려고 이 집에 유일한 자랑인 긴 욕조에 따듯한 물 틀었음.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에 우지는 일찌감치 어딘가로 숨었지. 그래봤자 이불 속이나 책상 밑이겠지만 됐어, 숨으라 해. 일단 나부터다. 승철은 콧노래 부르며 입욕제 찾음. 곰 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승철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등등 승철이 아는 곰들은 다 따신 물에 몸 지지는 걸 좋아함. 여름엔 더워서 자주 못하지만 날이 추우면 수도세를 감당 못해 목욕탕 이용권을 월단위로 끊고 매일 감.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있으면 세상이 당장 무너진대도 좋아. 아이 따뜻해. 요즘 노가다하면서 몸이 지쳐 대충 씻고 자며 물에 못 담갔더니 몸이 근질근질했음. 마침 딱 날이 좋고 기분도 좋아서 예전에 사고 잊은 러쉬 배스밤 찾아서 물에 담금.
입욕제를 물에 넣자마자 탄산수처럼 퍼지면서 풀어짐. 퍼지는 색처럼 상큼하고 청량한 향도 나. 베스밤이라는 이름처럼 바다에 온 것 같았음. 승철이 신나서 콧노래 절로 나오고. 충분히 섞이도록 손으로 물을 저어준 뒤 술렁술렁 옷 벗어서 변기 위에 올려놓고 발부터 넣음.
아으으으으으 소름 돋게 좋다. 살짝 뜨거운 온도에 닭살 되고 한기가 돌아 부르르 떨며 몸 푹 담근다. 욕조 끝에 자리하고 앉아서 다리를 모았음. 자취하는 집이 작아서 욕조가 작음. 성인은 다리 모으고 앉아야 딱 맞았음. 그래서 조금 힘들게 몸 구겨 넣어서 앉아야함. 하지만 이렇게 뒤로 누워서 기대앉으면 무릎이 물 밖으로 살짝 나오는 것 빼곤 다 들어감. 딱 좋아. 승철이 엉덩이 좌우로 흔들며 자세 잡고 본격적으로 즐김.
노래 듣고 싶다. 폰 가져오는 걸 잊어서 너무 심심해. 우지한테 갖고 오라고 시키고 싶지만 얘 일단 웬만해선 화장실 안 들어오는 애라 안 오겠지. 그렇다고 가져가기엔 이곳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난 이미 물이야. 몸 안에서 밖으로 물을 저으면 파도가 밀려가다가 욕조에 부딪혀 돌아와 찰박임. 둥둥 떠다니는 구더기인줄 알았던 건더기가 미역줄기래서 괜히 코 킁킁대고. 이번 여름엔 바다를 가볼까. 가서 물고기 사냥, 아니 수영을 하자. 한참 멀리 있는 여름 계획을 짜본다.
그러다 따뜻한 물에 몸 노곤하게 녹아서 잠이 쏟아져서 살짝 졸았음. 꾸벅꾸벅 졸다 고개가 확 꺾여서 놀라 파드득 깼는데 욕조 옆에 쭈그리고 앉은 우지에 더 놀람.
깜짝아! 깜짝 놀랐잖아. 여기 왜 있어?
놀란 심장 다스리며 물었음. 우지 손가락으로 욕조, 정확히 파란 물을 가리키겠지.
이거 뭐야?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좀 더 또박또박해진 발음으로 묻는 말투에 호기심이 가득해서 승철이 개구지게 웃으며 살짝 손가락만 이용해서 우지에게 물 뿌렸음. 우지 놀라서 엉덩방아 찧겠지. 급하게 손으로 얼굴 닦는 거 보고 승철이 하하하 웃음. 그러다 우지 팔 잡아서 확 끌어당긴다. 우지 순간적으로 느낀 위협에 버텼지만 결국 풍덩 빠져버림. 욕조 물 왈칵 밖으로 쏟아지고 우지는 물속에서 버둥거림. 하지만 승철이 두 팔과 두 다리로 우지 꼭 끌어안고 안 놔줌.
몸싸움 같지 않은 몸싸움 벌이다 우지 지쳐서 힘 쫙 빠졌고 그때야 승철도 힘 빼겠지. 버둥대느냐 물이 반 이상 넘쳐서 제 발밑에 있는 꼭지 틀어서 물 더 받고 어차피 들어온 김에 몸 푹 담그고 씻자 하며 우지 옷도 슬슬 벗김. 우지는 지쳐 늘어졌으면서 옷 벗기는 승철이 손길이 싫어서 짜증 좀 냈음. 하지만 승철 이미 우지 씻기는데 도가 튼 사람. 짜증에 질린 사람이라 그래그래 하며 넘어감. 잔뜩 젖은 옷 벗어서 세면대 올리고 우지 제 가슴에 기대게 하는데 아까 말했듯이 승철 혼자 들어가기도 좀 작은 욕조라 2명이 들어가기엔 너무 벅찼음. 우지가 아무리 어린애라 해도 10살 정도면 결코 작지 않은 몸이야. 그래서 살짝 불편한 자세로 앉았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나. 욕조 하수도에 물내려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좁은 벽을 통과하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무슨 소리야 귀 기울이고 있자니 우지가 기댄 제 가슴에서도 그런 소리가 난다.
그르르릉 그르르르르릉.
이상해서 고개 기울여서 우지 보니까 우지 벌어진 입 사이로 나는 소리임. 눈 감고 편안한 얼굴과 몸 속 깊은 곳에서 울러 나오는 듯한 소리.
우지야. 좋아?
우지 눈 한쪽만 살며시 떠서 승철이 올려봄. 점심에 짜장면 먹고 입술에 묻은 소스를 물로 문질러 닦아주며 좋아? 다시 물으니 몸 스트레칭하듯 쭉 뻗으며 아예 승철에게 푹 몸 기댐. 머리 위 둥근 동물귀가 승철이 숨에 간지러워 팔락팔락 흔들리고 꼬리는 기분이 좋아서 수면을 파도침.
승철이 오호라 싶다. 물에 젖는 거 죽어도 싫은 놈이 이런 건 또 좋아하네? 언젠가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단 글을 본 적 있는데 우지가 그 꼴 같음. 그러면 씻는 것도 좋아해야지 왜 그건 싫어하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팔자 좋게 늘어진 우지에게 물어봤지만 답은 못 들음. 이미 천상세계에 심취하셨어요. 나중에 우지 수다쟁이가 됐을 때 씻는 건 꼭 물에 맞는 것 같아서 싫고 담그는 건 따뜻해서 좋다는 얘길 듣고 참 고양이답다 했음.
어쨌든 승철 본인이 즐기려고 시작한 몸 담그기는 우지가 완전히 심취해서 나중엔 혼자 알아서 물 받아선 물장난치고. 서툰 손길로 비누칠하고 씻으면서 우지 씻는 문제는 해결됨. 대신 수도세 폭탄을 맞았지만 그건 내가 돈을 더 벌면 되지ㅜ 가난한 복학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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