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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3편(18.5.20 최종수정) 본문

트윗썰모음/읒랑곰철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3편(18.5.20 최종수정)

다몬드 2017. 7. 2. 17:33

어느 날, 수도세 폭탄을 연신 맞고 너덜너덜해진 패잔병 승철은 씻고 나와서 뽀얀 우지를 보다가 우리 온천 갈래? 제안했음. 수도세 고민 없는 고양이는 오늘도 기분좋다며 갸르릉 갸르릉. 고지서를 든 내 손은 덜덜덜. 허약한 마음을 끌어안으며 물었고 평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온천을 찬양한 승철에게 들었던 우지는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였음. 가자! 별 박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예뻐서 두 반류는 본가를 내려가게 됨. 사실 내려간 이유 세 가지인데

1. 우지가 몸 회복이 되면서 식성이 늘어 밥 부담이 장난 아님

2. 수도세 폭탄

3. 우지 거취

셋 다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삼번. 혹시나 우지를 찾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며 경찰서에 갔던 승철이. 이름만 아는 우지가 실종 아동 중에 있을까싶어 조회했지만 없었고 반류 아동 인권회에도 갔지만 별수 없었음. 일단 알고 있는 우지 정보가 적었고 출생신고가 안됐으면 찾을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 후자인 경우 국가나 반류회에서 따로 접수받아서 새로 출생 신고를 하고 살아야한다는 직원분이 하시는 말씀 듣고 축 처진 채 돌아왔었음.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의미는 우지와 헤어짐을 말했고 우지는 고아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거기 들어가서 우지가 과연 잘 적응할지 걱정이고 무엇보다 우지와 그런 식으로 헤어지기 너무 어려웠음. 이미 정이란 정은 다 들어서, 우지도 이제야 겨우 승철에게 마음을 열었는데 다시 헤어진다면 완전히 세상에 문을 닫지 않겠냐며 극단적인 상상까지 들었음. 그렇지 않다고 누군가 따지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듦. 부정적인 상상만 지속됐지. 그래도 한편으론 아직 학생인 제가 키우는 것보단 국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고. 그런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다 우지에게 곰들이 즐겨가는 온천 구경 시킬 겸 의논을 나눌 겸 겸사겸사 본가를 내려가기로 결정함.

그렇게 호기롭게 가자 해놓고 가장 큰 문제 있었음. 우지가 혼현 관리가 전혀 안됐음. 처음 동물형 상태에서 집에 와 승철과 지내며 몸이 많이 회복되었고 인간형으로 같이 산 지 오래됐어. 이제 제법 살도 붙었고 생기도 돋았지만 혼현은 전혀 갈무리 안 됨. 무슨 사람동물 아니 동물사람인가. 사람형태에 동물 귀와 꼬리는 들어갈 생각 없고 이젠 제법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혼현은 밤에 보면 영혼이 붙은 줄 알고 깜짝 놀라 정도로 진해짐. 누가봐도 반류다.

반류가 문제는 아님. 귀와 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혼현이 보인다는 게 큰 문제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반류를 불법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납치당할 가능성이 컸음. (여러가지 의미로) 짭짤하거든, 반류들의 신체는. 그래서 보통 반류들은 말이 트는 두, 세살에 부모가 혼현 감추기를 가르침. 가르치지 않아 관리를 못하는 아이가 있을 경우 아동학대로 간주하여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음. 우지는 정확한 과거를 모르지만 배운 적 없는 것 같고 이대로 나갈 경우 위험할 수 있어 급하게 혼현 관리를 알려줌.

자 우지야. . 이렇게 집중해서 요렇게 접는다 생각하고 넣어야 돼. 자 이렇게- 됐지?

자기 잘 안보여주는 곰 귀 드러내며 알려주는데 우지는 별 생각 없음. 오히려 귀 팔랑팔랑 거리면서 승철의 곰 귀가 사라진 공간만 뚫어지게 쳐다봄.

잘 모르겠어? 다시 알려줄까?

고개 끄덕여서 다시 톡 드러냈더니 우지 꼬리가 정신없이 흔들림. , 저저저 꼬리보니 곰 귀에 꽂혔음. 승철은 우지의 뺨을 양손으로 잡고 얼굴 들이밀어서 우지 동공에 귀를 제외한 제 눈코입만 꽉 차게 함. 놀란 우지가 얼굴 빼려고 해서 빼지 못하게 꽉 잡았음.

잘 들어. 우리 온천 가기로 했잖아. 그치?

(끄덕)

가서 맛있는 것도 먹기로 했지?

(끄덕)

그런데 네 귀랑 꼬리를 넣지 못하면 못가

(동공지진)

귀랑 꼬리 있으면 안 보내준대

(울망울망)

그러면 형만 혼자 가서 맛있게 먹을 거야

(!!!)

혼자 있을래?

(절레절레)

형이랑 맞있는 거 먹고 온천 갈 거지?

(고개가 부러져라 끄덕끄덕)

그럼 꼬리랑 귀 넣자. 알겠지?

!!

음식과 온천으로 꼬신 덕에 우지의 눈빛이 달라짐. 승철이 따라서 한참 노력한다. 배에 힘 빡 주고 머리를 이렇게 모아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안가는 불친절한 설명이지만 우지 찰떡같이 알아들음. 알아들은 것과 할 수 있다는 건 다르지만. 우지 3시간 만에 귀 한쪽만 겨우 넣어서 승철 백기 들었다. 그냥 모자로 가리자. 꼬리는 옷에 구겨 넣으면 되겠지.

그렇게 모자를 쓰고 이 더운 날에 겉옷 입은 우지. 귀 눌리고 꼬리 눌려서 불편해 몸 가만두지 못함. 모자 절대 벗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것도 잊고 자꾸 벗으려 해서 뒤에서 끌어안고 손으로 모자 꾹 눌렀음. 그런 승철 맘도 모르고 이제 짜증까지 냄.

우지야. 온천가야지. 맛있는 거 먹어야지.

달래도 이젠 다 필요 없단다. 이제 버스 탈 시간인데, 저기 버스가 보이는데 눈앞에 두고 다시 되돌아가기 아찔함. 터미널까지 오는데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미안하다 우지야. 내가 좀 물릴게. 네가 때리면 가만히 맞을게. 짜증나면 날 물어. 팔다리 무는 우지의 날카로운 이가 무섭지만 본가 가는 게 시급한 승철은 우지 번쩍 들어서 버스에 올라탐. 예상대로 난리치는 우지를 창 쪽에 내려놓고 숨 한번 내쉰 뒤 그 옆에 앉아서 팔 내밀었음.

우지 앙앙앙앙 물어뜯겠지. 요즘 이갈이라서 이가 간지럽다고 해서 반류용 이갈이 껌 쥐어주면 하루도 안 가 너덜너덜함. 승철은 오늘 제 팔이 그럴 운명이란 걸 느꼈고 정말로 저 아래지방 내려가는 2시간동안 팔이 너덜너덜해졌음. 가감 없이 물어서 피 비추고 멍들고. 야무지게도 물어서 자국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그거로도 성이 안찬다고 씩씩댐. 종래엔 승철이 머리도 쥐어뜯었고 허벅지 마구 내리쳤음. 다행히 성질내다 지쳐 잠들면서 평화가 잠시 흘렀음. 너덜너덜한 정신과 쑤시는 몸에 끙 앓는 소리가 나음.

우지는 뭐가 그리 속상한지 승철 팔을 잡고 놔주질 않음. 합의 봐서 귀만 가릴 정도로만 덮은 모자가 흘러내릴까 정리하면서 불만으로 가득 찬 얼굴 살살 건드렸음. 팔 아픈 만큼 미운데 자는 얼굴 너무 천사야. 예쁘고 소중한 아이. 작고 약한 것에 약한 곰돌이는 우지 양 볼만 조물딱대고 예쁜 입술 도둑 뽀뽀로 복수한다. 평소에 귀엽다고 뽀뽀할라하면 우지가 승철이 입을 손으로 막고 팔 쭉 뻗어서 피함. 격렬하게 싫단 얼굴로 밀어냄. 귀여운 생물체가 귀엽게 있는데 왜 뽀뽀를 못해. 내가 널 키우는데 그 정돈 해도 되지 않니? 속상한 맘에 밀어붙여도 움직이기 귀찮은 놈이 일어나서 딴 데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이럴 때 밖에 기회가 없어. 우지 짜증내며 깰 때까지 신나게 뽀뽀한 승철은 다시 제 팔을 내줘야했고 집 도착했을 때 팔 하나 삐걱삐걱 대며 택시 탐. 버스가 있지만 질린다 이제.

택시를 타서 처음 보는 풍경에 창에 얼굴 붙어서 구경하는 우지가 너무 천진난만해서 버스에서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승철은 속으로만 투덜거림. 그러면서도 밖 풍경 익숙한 곳은 옆에서 알려줌. 저건 뭐고 그건 뭐고. 학창시절 놀러 다닌 동네가 가까워질수록 제 옛날얘기도 나와.

저긴 나 태권도 다녔던 곳이고 저긴 나 죽치고 살던 게임방. 아직도 있네. 나중에 형이랑 가자. 저기 재밌는 게임 많아. 저어긴-

자기가 더 신나서 얘기하는 승철이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우지는 밖에 눈을 떼지 못함. 늘 집에만 있었지만 집에만 있다고 불만 없었고 오히려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웠는데 막상 나와서 보니까 되게 신기해. 세상은 이런 색이었구나. 이런 풍경이었구나. 제가 늘 보던 풍경은 어둡고 칙칙했는데. 지금은 다채롭고 화려해. 꼭 승철을 처음 봤을 때처럼.

큰길에서 꺽은 택시가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풍경이 확 달라짐. 높은 건물과 진한 원색들의 조화가 평화로워. 고즈넉한 옛 담장이 보이고 저기 기와도 보임. 끝이 없는 벽이 이어지다 끊기고 좁은 골목이 군데군데 튀어나옴. 조금 더 가서 여기서 내려주세요, 하며 어느 집 가리켰고 곧 택시 부드럽게 멈춘다.

내릴 준비하는 승철 옆에서 우지는 잔뜩 긴장함. 오기까진 밖 구경하느냐 몰랐음. 도착하니 뒤늦게 오는 낯선 장소에 긴장감, 두려움이 밀려옴. 카드로 긁고 내리는 승철 옆에 딱 붙어서 두둑한 가방 들고 자연히 우지를 자기 쪽으로 붙어 안는 승철의 허리부분 셔츠를 꽉 잡음.

승철은 힐끗 우지를 보더니 피식 웃음. 집에선 제일 쎈 척 다하더니 우리 우지 아직 애기네 애기. 모자위로 머리 쓰다듬곤 걸음을 옮김. 바로 보이는 사극에서 보던 나무문으로 걸으면서 웰컴 우리집- 하는 승철이 세상 가장 밝은 얼굴임. 집에 왔다는 기쁨이 물씬 온다. 도착해서 노크도 없이 문 활짝 열고 들어간다. 요즘 다들 대문닫고 살지만 건들면 장난 아닌 곰집에 누가 겁도 없이 들어온다고. 괜히 들어왔다 걸리면 저세상에 스틱스 강 너머 조상님과 인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문은 늘 열려있음.

승철은 문 열고 보이는 그리웠던 풍경에 크게 숨 들이마셨다. 이 그리운 집 냄새. 그리고 깊게 뱉으며 눈 감았다 뜬 뒤 배에 힘을 가득 담아 뱉었음.

엄마!!나 왔어!! 막둥이 왔다!!

우렁찬 곰 소리에 우지가 깜짝 놀라 승철이 허리를 툭 때림. 승철은 엄마! 엄마!! 외치며 아담한 마당을 지나 마루에 짐을 올림. 승철이 본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옛 기와집이면 좋겠다. 더운 지역이라 더위에 약한 곰이 여름 내내 늘어지며 쉴 수 있도록 대청마루도 있고 마당에 장독대 있는 옛 집.

대청마루에 우지 앉히고 승철은 방 문을 열며 엄마 찾음. 또 어디 가셨길래 없어, 부엌까지 들어가서 텅 빈 집을 보고 엄마 어디 가셨나보다. 먼저 내 방부터 갈래? 물었고. 우지 손잡고 집 안쪽 제 방에 들어감. 우지 들어가는 내내 승철이 자취방과 달리 옛날 냄새나고 따뜻한 색이 가득한 집안에 고개가 바쁨. 낯선 곳인데 낯설지가 않아. 승철 집에서 나던 곰 냄새, 거칠고 푸석하면서도 포근했던 그 냄새 그대로 나서 낯선 곳임에도 긴장 확 풀었음. 안쪽 방문을 열고 짜잔- 하고 자기 방이라며 자랑하는 승철이 따라 들어와서 답답한 모자를 확 벗었음. 귀는 좋다고 펄럭거리고 꼬리는 다리 뒤로 팔랑팔랑.

편하게 옷 갈아입고 딱 밥 먹을 시간이라 부엌 식탁에 앉아서 지훈은 승철이가 냉장고에서 꺼내는 음식에 눈을 못 뗌. 어때? 맛있어 보이지? 그러다 럭키- 양념고기 발견하고 꺼내서 신나게 굽고 우지에게 한입 먹여주면 우지 눈이 반짝이며 짱 맛있어! 그럼. 승철은 제가 다 기뻐서 고기 다 구움. 살짝 둘이 먹기엔 많은 양이지만 벌써 양손에 숟가락이랑 젓가락 잡고 기다리는 우지에게 고기를 빨리 먹여줘야 해서 급하게 굽고 고기랑 같이 먹을 반찬도 꺼냄. 꺼내면서 그러겠지.

우지야. 이게 다 우리 엄마 솜씨야. 되게 맛있어. 집에서 먹는 맛있는 반찬 있잖아? 다 그거 우리엄마가 한 거야. 되게 맛있었지? 히히. 이거 맛있게 먹고 좀 있다 우리엄마 보면 짱 맛있다고 얘기해야해. 우리엄마 칭찬듣기 좋아해서 그런 말 하면 더 맛있는 거 해줘. 그러니까 알겠지? 우리 엄마 보면 뭐라고 얘기해야한다?

맛있어!

옳지 잘한다. 우리 우지 똑똑하네. 자 여기 고기. 뜨거우니까 호호불고 먹어.

양념고기 꺼냈을 때 왠지 찝찝했던 승철은 우지라는 보험 들고 실컷 먹음. 기가 막힌 양념과 혀에서 녹는 고기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두 그릇 펐음.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우지는 불편한 것도 모르고 젓가락 바쁘게 반찬 위 날아다니고 승철이 싸준 쌈도 먹음. 원래 야채는 잘 안 먹는데 여긴 채소도 맛있어!

그렇게 세 그릇째로 들어가던 두 사람, 이거 누구 신발이야. 승철이야? 승만이니? 높은 목소리에 우지의 고양이 귀가 바짝 서고 승철은 엄마 나왔엉! 입에 음식 담은 채 외침.

승철이야? 아이구 승철이네.

막둥이 목소리에 부엌으로 바로오신 어머님 승철이 보고 환히 웃음.

살 빠진 거봐.

얼굴 연신 쓰다듬으며 안부 묻던 어머니는 그 앞에서 얼어 굳은 우지 보고 누구니? 물음. 승철이 우지을 가리키며

짜자잔- 내 아들 우지라고 해! 귀엽지?

아들...?

엄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눈동자가 방황함. 우지 귀랑 의자 뒤로 살랑이는 꼬리 한번 보다 승철 한번 보다, 동글동글한 우지 보다 선이 진한 자기아들 보다가

뭐라고? 너에게 아들이 있다구?

개구지게 던진 농담인데 뭔가 심상치 않은 엄마 얼굴에 승철은 급하게 우지를 부름. 식탁 밑으로 우지 다리 건드리며

우지야. 인사해. 형 엄마야.

인사하라고 눈 찡긋거리며 신호 줌. 우지 그거 못 알아듣고 형 얼굴 보다가 자길 수상하게 쳐다보는 승철 엄마 표정에 입 벌려 말함.

맛있어!

으응???????

더 수상쩍게 변한 엄마 표정과 망했다+웃김 콤보로 고개 숙인 승철과 나 잘했지! 눈 반짝이는 우지 세 사람의 광경이 웬만한 개그프로그램보다 웃기다. 나중에 먼저 정신 차린 엄마가 식탁 가운데 반쯤 빈 고기보고 야아!! 이거 뭐야! 소리치며 분위기는 반전됐지만. 승철이랑 우지 움찔 놀랐고 엄마가 승철이 보며 이거 냉장실 밑 칸에 있던 고기야? 물었음. 승철이 눈치 보며 고개 끄덕임. 어머니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험악해진다. 그리고,

야 이놈아! 이걸 먹으면 어떡해! 니네 형 온다 해서 재어 놓은 건데! 그걸 다 빼먹냐!!

때린다.

형 와? 아앜!!엄마!! 왜 때려!!

그걸 왜 먹어 이놈아!!

있으니까 먹었지! 누가 그거 안 먹는 건 줄 알았, 아파!!

빨간 통에 담갔잖아!

이런. 망할. 어쩐지 고기 꺼내며 찝찝했었는데 빨간 통이었구나. 곰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집안 식구들 식성 엄청남. 승철이가 그나마 덜 먹는 편인데 승철 한창 때 라면 9개 끓여먹었음. 형은 12개 끓여먹고. 그렇다고 다들 풍채가 큰 것도 아니고 평범한 축에 속함. 겉으로만 보면 대식가인지 모름. 그런 식성에 집안 음식매일 거덜났고 제사음식은 하루 종일 지켜서야 했음. 앗 하는 사이 사라지기 때문에. 엄마 요리솜씨가 뛰어나고 손이커서 한 번에 만드는 양 많은데도 하루도 안 돼 사라지니까 안 되겠다싶어 엄마가 규칙 만들어놨음. 빨간 통에 담긴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기였음. 엄마가 직접 내놓기 전까지 혹은 빨간 통 음식이 다른 색 통으로 옮겨지기 전까진 먹으면 안 돼. 모르고 혹은 괜찮겠지 하고 먹으면 일찍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기른 어머니의 거친 스매싱을 맛보게 됨. 그리고 승철은 오랜만에 와서 오랜만에 매서운 손 맛에 죽어남.

아악!! 엄마 여전히 정정하시네요!! 건강하셔서 다행, !!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식사 다 마치고(이미 고기 반 이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냥 다 먹으라며 체념하셨음) 방울토마토까지 씻어서 우지 입에 한 입 자기 입에 한입씩 넣는 승철이. 우지는 거실에 튼 티비에 눈 못 떼며 입만 벌려 냠냠 받아먹음. 맛없는 채소 맛에 인상 찌푸리지만 안 먹진 않음. 승철이가 과일은 있을 때 꼭 먹어야한다고 가르쳤음. 그 때 안 먹으면 언제 또 과일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가난한 자취생은 본가 과일을 열심히 털었음.

내일 식사 준비를 마치고 물기 묻은 손 닦으며 승철 옆에 앉은 엄마는 티비에 시선 못 떼는 우지 두고 승철 허벅지를 건드림. 승철이 응? 대답하다가 안방 턱짓으로 가리키는 엄마에 아아 고개 끄덕이곤 우지 입에 남은 방울토마토 한 개 먹여주고 일어섬. 빈 그릇 들고 부엌 가서 물로 헹구고 살짝 문 열린 안방으로 향함.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이미 안방에 들어간 엄마가 있고 승철은 우지 보며 무슨 일 있으면 형 불러 라고 말함. 우지 티비에 빠져 고개만 대충 주억거림. 승철은 그런 우지 보며 쯔쯔 고개 저으며 안방 문 닫음. 그리고 딱딱한 얼굴의 엄마 옆에 앉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숨김없이 말해, 무겁고 진지한 음성에 승철이 잠시 말 고르다 입 열었음. 우지를 어디서 봤고 집에 데려온 이유, 출생신고가 안 되어있고 실종신고도 없어 보호자를 못 찾고 있는 등등 여기 오기까지 자기가 알고 있고 노력한 모든 걸 말하겠지. 엄마는 그동안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잔잔히 듣고 계셨음. 중간 중간 몇 개 더 물었지만 대부분 승철이 얘기하는 걸 경청하심. 그게 더 긴장돼서 승철은 몇 번 침을 삼켰고 엄마눈치를 봄. 다 끝나고 나서 말없는 엄마에 입도 못 열고 가만히 기다렸음. 엄마는 한참을 승철이 있는지 모르는 건지 생각에 빠졌다가 그리 말함.

이건 엄마도 감당하기 힘든 문제라 더 생각해봐야겠다. 기다려줘. 그동안엔 ㅇ..? 우지? 그래 우지랑 놀고 있어. 엄마가 일주일 안엔 답변해줄게.

승철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임. 자기가 생각해도 어려운 문제야. 아무리 훌륭하고 지혜로운 엄마래도 우지 거취나 생활 등의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결정하기 어렵다 생각함. 오히려 일주일 안에 답변해준다니 감사하단 생각 들고 미안함. 어찌 보면 제가 오지랖 펼쳐놓고 수습 못해서 엄마한테 도움 요청했으니까. 그래서 엄마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엄마는 어떤 최악의 결정이라도 가장 지혜롭게 내실 분이기에 승철은 그 결정을 따를 것이고 그래서 엄마 말대로 엄마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우지와 즐겁게 놀겠단 생각을 내림. 아니, 그 좋은 노가다 알바도 포기하고 왔는데 잠만 자고 갈순 없잖아! 우지야! 우리 놀자!

그래서 담날 우지와 함께 온천을 놀러감. 사실 어제 당일 가려고 했는데 일단 배가 너무 불러서 소화시키느냐 못 갔고 기다리다 낮잠을 밤까지 자버려서 실패. 비척비척 일어나 깜깜한 하늘 보고 내일이 있으니까 하며 엄마가 차려준 늦은 저녁 먹고 또 잠들고. 아침 일찍 새벽공기 마시며 가장 물이 깨끗한 오픈시간에 가려던 계획은 눈 비비며 일어나니 늦은 아침에 말짱 도루묵. 잠귀신이 붙었나. 다리 한 짝 승철 다리위에 올리고 팔은 승철 티 안에 들어가서 가슴 쪽에 올린 우지 팔다리 밀고 기지개 켠 승철은 아직도 잠에 취한 우지를 흔들어서 깨움.

우지..... 밥먹자하아아암..먹고 온천..가야지

밥 소리에 살짝 깬 우지가 온천소리에 다시 눈 감음. 온천보단 밥, 밥보단 잠인 우지라 그걸론 못 깨. 승철이 크게 하품하며 말함. 온천 끝나고 바나나 우유 먹을거야. 단지형 바나나우유에 깬 우지가 눈도 못 뜨고 일어나서 젤 먼저 간 곳 식탁의자야. 엄마는 일찍 어디 가셨는지 없고 식탁위엔 아무것도 없는데 밥 달라고 앉았음. 승철이 식탁에 앉은 우지 뒷모습에 피식피식 웃음이 샌다. 우리엄마집이지만 낯선 곳 일 텐데 밥 먹겠다는 의지 혹은 본능으로 밥 먹는 장소에 가 앉은 게 웃겨. 사실 우지 생명선이 긴 것도 있지만 먹어야 산다며 옆에서 누구보다 맛있게 먹던 승철 있어서 우지 보고 배운 게 크지. 그거 모르는 승철은 쟨 절대 어디 가서 안 굶어 죽을 거야 이런소리나 뱉음.

물 들어갈 거니까 적당히 먹자.

분명히 우지가 고개 끄덕였는데 두 사람 아침치고 많은 양을 먹음. 엄마 밥이 맛있어서 손이 멈추지 않네. 부른 배 통통 두들기며 지갑과 폰만 챙기고 우지 손 붙잡고 온천 간다.

동네 근처 동쪽 동산 바로 아래에 이 도시 유명한 온천이 하나있음. 중간에 불타고 낡아서 승철이 이 곳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몇 번 리모델링했던 역사가 깊은 온천임. 그리 크지 않지만 물이 깨끗하고 탕이 넓어서 동네 사람뿐 아니라 옆 도시 사람들도 자주 와 주말엔 사람들로 북적북적함. 다행히 우지와 승철은 평일 아침에 갔기 때문에 사람들에 치이지 않음.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건 아니어서 탈의실에 들어가서 마주친 곰들에 우지는 굳어버림.

...?

엄청 큰 회색 곰이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앞을 지나가고 저쪽 평상에는 흑곰이 팔다리 쭉 뻗어서 널브러졌음. 그리고 그 뒤엔 곰 귀를 드라이기로 뽀송뽀송 말리는 할아버지가 있고. 이게 무슨...? 기괴한 광경에 눈 못 떼는 우지를 승철이 끌어서 키 번호가 적힌 사물함으로 자리함. 열쇠번호 찾아서 위에는 본인 아래는 우지 하고 옷 벗어서 넣는 승철이 너무 태연하지. 익숙하다는 듯 곰 울음소리가 들려도 주변을 둘러보지 않음. 우지만 잔뜩 긴장해서 쓰고 온 모자 안에서 귀랑 꼬리 세우며 벽에 붙음. 승철은 속옷만 남겨둔 채 벗곤 벽에 붙은 우지를 부름.

옷 벗자.

우지 고개 젓고 손가락 뻗으며 어디 한 곳 가리킴. 가리키는 방향 따라가면 곰이 바닥에 앉아있음. 승철이 곰보고 우지 보고 어깨 으쓱임. 뭐가 문제? 라는 얼굴임. 우지는 곰이 뒤에 있는데 속옷은 입었지만 맨 몸인 승철이 이해안가. 동물들 서열 위계 잘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느낌. 곰은 건들지 말자. 건들면 죽는다. 더욱이 여긴 온통 곰. 저기도 곰 저쪽도 곰. 녹차 온천탕에 곰 세 마리. 폭포수 찬 냉탕에 곰 한 마리. 야외온천에 곰 두 마리. 곰 투성이에 아기 호랑이 꼬리가 바짝 얼었다.

벽에 붙어 나오질 않던 우지를 살살 불러서 옷 벗기고 어깨에 달고 들어온 승철때문에 꼬리로 승철의 허벅지를 감으며 등에 바짝 붙은 우지는 온천 내부에 여기가 온천이 아닌 곰탕 같단 생각함. 곰만 있어. 곰만 가득이야.

왜 곰만 있어?

승철의 왼손이 떨어질라 꼭 잡으며 우지가 들어가기 좋은 낮은 온도의 탕 찾던 승철을 뒤따라가며 물었음. 승철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 곰들이 온천을 좋아해서 그래 그럼. 쌀 탕이라고 뽀얀 물이 특징인 작은 탕 앞에서 승철이 여기 들어가자 함. 허리 숙여서 팔 하나 넣어 온도확인하며 나쁘지 않네 하며 다리 한 짝도 넣겠지. 우지 아무도 없는 뽀얀 물 올라오는 탕 한번 보고 승철 따라서 조심조심 들어감. 발하나 넣었는데 발바닥부터 확 끼치는 열기에 넣은 발 급히 접어올림. 승철은 두 발 다 들어가서 우지 들어오길 기다리다가 급하게 접고 못 들어오는 우지에 푸스스 웃음.

뭐야 우지. 이런 것도 못 들어와? 여기 어린애들 들어오는 탕인데- 약하네.

명백히 놀리는 말투에 우지 뿔남.

그렇게 안 약해!

고양이 자존심이 있지, 우지가 이렇게 약한지 꿈에도 몰랐어 라며 팔짱끼는 승철이 얄미워서 내가 꼭 들어간다, 우지 발 하나 넣고 바로 다른 발 넣음. 그리고 층진 곳 내려와서 푹 자리에 앉음. 우지 앉으면서 뽀얀 탕 물이 어깨아래까지 올라온다. 가슴을 덮는 높이. 승철이 오오- 놀라며 감탄하는 동안 우지는 탕 아래서 주먹 꾹 쥐며 뜨거움을 참음. 발 넣자마자 발바닥에서 올라왔던 뜨거운 열기 가슴까지 홧홧 데워서 피부가 따가워 뜨거워 어흐흐흐흑 소름 돋음. 뜨거운데 추운 것처럼 이 딱딱 떨며 떨 것 같아 턱에 힘주며 참는 우지를 승철은 역시 우리 우지 씩씩한 고양이다 하며 머리 쓸어줌. 그리고 그 옆에 우지 가 의자처럼 앉은 층보다 더 내려와서 앉음. 그 정도 앉아야 가슴까지 덮이기 때문임.

추위 같은 뜨거움이 서서히 괜찮아지고 우지는 이제 따뜻한 물에, 집 욕조에서 했던 반신욕과 다른 부드럽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온천물에 몸에 긴장을 뺴고 편하게 기댐. 승철은 이미 일찍이 눈까지 감으며 즐기고 있음. 가운데서 샘솟는 뜨거운 물이 파도치며 가장자리까지 밀려와 몸을 철썩철썩 때리니 뭔가 몸도 둥실둥실 떠다니고. 우지는 가만있다 다리 쭉 뻗곤 몸에 힘 뺌. 빼자마자 다리 물에 뜨고 엉덩이도 살짝 들려서 신기함에 우지 눈이 반짝임.

이거다!

우지 내륙에서 태어나 바닷가 근처 못 가봤고 목욕탕 이런 데 가본 적 없는데다 승철이 좁은 욕조에서 몸 지지는게 다였던 만큼 신기한 경험 없었는데 여기선 가장 작지만 넓은 탕에 있으니 몸이 둥실 떠으르고 자동으로 헤엄치고 싶다 반응함. 되게 뜬금없는 생각인데 이 탕을 헤엄치고 싶단 생각 번쩍 들었음. 헤엄 한적 없는데 해보고 싶어!

고민은 잠시. 호기심 참지 못하고 무작정 헤엄침. 그냥 몸이 이끄는 대로 발장난을 치고 손으로 물살을 가르며 되는대로 하겠지. 되게 충동적으로 시작해서 안 되는 게 기본이지만. 고양이가 수영을 잘했던가. 수영 단번에 성공해서 탕 위를 유유히 가른다. 정말 좋아. 탕에 있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좋다. 물 위를 떠다니고 헤엄친다는 게 재밌어. 이쪽으로 하면 이쪽으로 가고 저쪽으로 하면 저쪽으로 가고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거 신기해. 헤엄치는 게 재밌어서 우지는 실컷 그 위를 수영한다. 그 이후부터 우지버릇이 온천이나 목욕탕가면 슬쩍 눈치보다 수영하기야. 그런데서 수영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던 승철은 우지가 그러니 할 말 잃고 창피하고 할 거면 수영장가서 하라며 말리기 바쁨. 우지야 물론 수영장가면 지칠 때까지 하는데 목욕탕에서 하는 수영은 다름. 뭔가 더 재밌고 느낌이 달라. 그래서 오면 다른 사람들 피해 안 가게 주변 보다가 혼자 있을 때 함. 그런데 목욕탕에 혼자 있기 힘드니 새벽 일찍 가거나, 잠이 많아 못갈 땐 평일 낮 혹은 밤에 감. 가서 많이는 아니고 좀 헤엄치다가 옆 탕에서 몸 지지는 승철 옆에 자리 옮겨서 좀 얌전히 탕 몸 담그고 그럼.

형 늙으면 우리 온천하자.

우지가 백 번째 말하는 노후계획에 승철은 그래 하자, 라고 백 번째 같은 대답함. 그럼 우지 신나서 자기가 계획하고 설계한 온천 줄줄이 말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승철은 반쯤정신 놓음. 백 번째 들어서 귀에 딱지 얹었거든. 좀 질리고 그래. 내용도 똑같아서 우지가 들었냐고 되물으면 제대로 답 할 수 있음. 그러니까 정신 좀 놓을게. 그거 모르는 우지는 신나서 제 온천계획을 실컷 떠들고 마지막에 진짜 좋은데, 꼭 온천 갖자 하며 뽀뽀하는 승철이 툭 튀어나온 곰 귀 손으로 잡아당기며 웃음.

응 꼭 갖자-

물론 먼 미래의 이야기지. 지금 아직 어린 우지는 뽀얀 탕 가르며 헤엄치기 바쁨. 한 바퀴 빙 두르고 아까 앉았던 자리로 돌아온 우지는 승철은 없고 웬 곰이 앉아있어서 놀람. 곰이다. 놀라 멈춰서 물에 숨어. 바닥에 앉아 편히 뒤에 기댄 모습이 너무 편안하고 익숙해서 용기 내어 다가가 곰 옆에 앉음. 앉아서 젖은 코로 킁킁대니 아. 승철에게서 나는 냄새다. 거칠고 푸석한데 따뜻한 냄새. 그러고 보니 저 둥근 귀가 익숙하고 살짝 입 벌려 눈감은 얼굴도 익숙해.

형아.

혹시나 싶어 조용히 불렀음. 곰 반응이 없음. 우지 눈치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형. 부르니까 곰이 파르르 몸을 떤다. 우지 파동에 놀라 몸 멀어지면서 언제든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준비함. 그러나 곰이 기지개를 피며 인간화되는, 곰 혼현이 사라지고 나타난 승철에 가까이 다가가서 승철 빤히 올려다봄.

아 잠깐 졸았, 응 왜 우지야. 왜 그렇게 봐.

우지 너무 빤히 쳐다봐서 자다 침을 흘렸나 입 주변 닦고 물로 얼굴 한번 닦음. 그래도 우지 너무 빤히 봐서 좀 민망해지는데 우지가 곰, 이런다. ? 우지 손이 승철 얼굴위로 손을 뻗음. 승철이 움찔 놀라며 몸 뒤로 피하는데 그것보다 우지가 좀 더 빨랐음. 승철의 동물 귀가 잡혔음. 승철 갑자기 잡힌 귀에 엇 놀라 귀 꿈틀댔고 몸 당겨서 피하려 했음. 귀가 잡힌다는 건 동물에겐 예민한 일이라 그래. 그러나 우지는 이미 승철의 곰 귀에 꽂혀서 엄지로 귀 안쪽이랑 언저리 살살 쓰다듬는다. 우지가 너무 싫어해서 못 깎은 긴 손톱이 우지가 쓰다듬을 때마다 날카롭게 귀에 닿아서 승철이 깜짝 깜짝 놀람.

우지야 형 아파. 그만, 그만하자.

귀를 넣는다는 생각도 못하고 우지 손에서 빠져나오려고만 함. 하지만 이미 재밌는 걸 발견한 고양이 아무리 말려봤자 들을일 하나 없음. 우지는 몸까지 일어나 앙냥냥 승철의 곰 귀 문다. 아야! 단단한 이에 물려서 승철이 두 손으로 머리 감싸며 우지 밀어냄.

우지야 형 아파!아팟!!

두툼하고 움직이는 둥근 귀를 이미 장난감처럼 인식한 우지는 밀리지도 않음. 밀면 몸이 밀리는데 얼굴은 안 떨어짐. 못 참은 승철이 완전히 일어나면서 겨우 떨어져서 상황은 마무리됐는데 너무 아파서 승철이 자기 귀 바로 못 넣고 만져대며 침으로 젖은 털 살피니 우지 시선이 떨어지질 않음. 위험하게 반짝이는 시선에 승철이 급하게 귀 두 손으로 가려 갈무리하곤 탕에서 나온다. 그런 승철 따라 급하게 따라붙은 우지는 귀 넣고 허해진 승철 머리에 입맛 다시며 아쉬워함. 귀 씹고 싶었는데. 잘 모르지만 고양이 과들이 귀를 좋아하더라. 깨물기 좋다나. 먼 미래에 종종 두 사람 뜨거운 사랑을 나눌 때 승철 귀가 뿅 나오면 우지 귀 핥고 깨물고 장난 아님. 사람 귀한테도 그런데 동물 귀는 일부러 날카로운 송곳니로만 괴롭혀서 한 며칠정도는 튀어나오지 않은 동물 귀가 아프고 욱신거릴 정도임.

승철은 제 뒤를 따라오는 우지를 힐끔 보고 귀가 있었던 머리 쪽 긁으며 다른 탕으로 들어감. 녹차 탕이다. 쓴 내에 우지 따라오다 멈칫. 승철이 들어가서 어허 좋다 하니까 그때야 따라 들어감. 풀냄새 별로라 표정 안 좋은 우지와 비교되게 열에 녹은 초콜렛처럼 흐물흐물한 승철이. 그만 긴장 풀려서 또 귀 톡 튀어나와 좌우로 고개 돌리며 엉덩이 가만 못 있던 우지 눈에 딱 걸려서 또 한참 냥냥 씹혀댐.

그렇게 탕 옮기고 씹히고 옮기고 씹히고를 반복하면서 온천투어를 끝낸 두 사람. 마지막에 샤워할 때 승철 복수한답시고 우지 때 빡빡 밀어서 우지 난리 났었음. 물어뜯고 할퀴어서 피 보니까 그땐 승철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곰 혼현 드러내며 아주 손바닥만한 새끼 고양이랑 엎치락뒤치락 몸싸움한다. 몸싸움이라 해도 체격차이가 있어 승철 한손으로 우지를 갖고 놀지. 하지만 우지 악바리근성이 있어서 지지 않았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에게 혼나고 진정됐을 땐 둘 다 지쳐서 너덜너덜해졌음.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옆에 우지도 머리통 눌러서 사과하고 말없이 씻고나옴. 우지는 우지대로 승철은 승철대로 삐졌음. 하지만 씻고 나와서 바나나우유 쪽쪽 마시며 지나가는 꼬마 애기에 둘 다 시선 뺏겨서 홀린 듯이 바나나우유 사서 빨대 꽂아 우지주고 승철이 본인 챙기면서 빨대 쭉쭉 빨아마시니 언제 삐졌냐는 듯 나란히 선풍기에 앞에 서서 머리 말렸음.

허허, 꼬리랑 귀가 멋있네.

우지의 하얀 귀 안쪽까지 푹 젖어서 수건으로 살살 닦아주던 승철은 그 옆에서 머리말리던 할아버지 말씀에 그냥 씩 웃었음.

줄무늬가 있는 걸 보니 호랑인가?

낯선 사람이 자길 귀엽다는 듯 쳐다보니까 경계하며 승철 뒤로 숨는 우지를 대신해 승철이 대답함.

네 호랑이에요

귀여운 고양이구만

히히 그렇죠?

승철은 자기가 칭찬받은 것처럼 기뻐함.

너무 귀여워서 제가 정신 못 차려요.

조금이라도 보일까 승철 배에 얼굴 묻고 팔 가슴에 모아 숨는 우지 정수리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승철이 환하게 웃었고 우지는 여기에 내가 숨었다는 걸 들키지 않고 싶어서 머리 흔들며 쿵 승철 배를 머리로 쳤음. . 아프잖아 짜샤. 우지 뺨 잡고 들어 올려서 눈 마주치게 한 다음에 이마 땅콩함. 우지 소리도 못 내고 이마 붙잡고 끙끙 앓으며 승철 노려봄. 승철은 히히 웃으며 드라이기로 제 머리 말리고. 그 옆에서 계시던 할아버지가 재밌는 두 사람에 허허 웃고 호랑이랑 곰이 사이가 좋을 수도 있구만 하며 둘이 맛있는 거 먹으라며 본인 사물함에 가서 지갑에서 오 만원 줌. 승철은 만원도 아닌 오만원에 아이고 감사합니다 넙죽 허리 숙이며 받음. 한 번 예의상 거절 그런 거 없다. 돈은 줄 때 받아야 돼. 그렇게 받은 돈 물론 우지한테 맛있는 거 사줘야지 하며 제 바지 속에 들어감. 그리고 그 돈이 다시 나올 일은 없었다한다..☆★ 는 넝담이고~ㅎ 그렇게 온천을 끝내고 나와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나니까 근처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 사먹고 후식으로 쭈쭈빠 사먹음. 쭈쭈빠 처음 접한 우지가 조물딱 대며 금세 먹어서 승철이 쭈쭈바 넘보니 승철은 자기 쭈쭈바 철저히 수비하며 대문 열었음.

왔냐?

마루에 길게 누운 인영 하나.

도련님 오랜만이에요!

그 옆에 앉은 작은 인영 하나. 헉 형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