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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우쿱]만우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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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만우절

다몬드 2017. 4. 2. 18:24

만우절이니까 거짓말해야지.

뻔하고 흔한 거짓말한다고 폰에 저장된 사람들에게

[옛날부터 너를 좋아했어]

라 보낸 슨쳐리. 10초도 안 되서 띠링띠링 울린 폰에 60프로는 답이 없고 20프로는 욕이고 10프로는 맞받아친다. 느끼하게

[쟈기~?]

하는 친구들에 미친노마ㅋㅋㅋ하며 답장하곤 킬킬킬 웃어넘겼었는데. 이 닦고 학교가기위해 신발신은 순간에 울린 문자는 좀 그랬다.

[나도 좋아해요]

자음모음 안 붙은 딱 6글자가, 지훈이라는 이름과 함께 화면에 떠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묘했다. 설마 싶은 그런 거. 하지만 깊게 생각안한 건 안 그렇게 생겨서 개그욕심 많다는 놈인걸 아니까. 또 웃지 않는 얼굴로 장난 받아주는 거겠지. 낯가리던 처음과 달리 요즘은 철에게 먼저 장난치기도 하니까 그런 건줄 알았다. 그래서 학교에 도착했을 때 평소에 야박하던 놈들이 자꾸 과자를 주려는 거 피해 다니다 저 멀리 옆으로 메는 가방끈을 잡으며 걸어오는 훈 뒤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늘 훈에게서 나는 피죤 냄새 나는 후드티에 얼굴을 묻으며 히히히 웃어,

여보야 쟤네들 좀 혼내줘!!!

훈 어깨너머 치약담은 과자를 먹이려는 무리들에게 삿대질하며 거짓말의 연장선상으로 여보라 부르며 살려 달라 부탁을 했지. 훈은 늘 그랬듯 발길질 하나로 애들을 무찔렀다. 자근 고추가 맵다는 건 훈을 보고 하는 말이라- 아쉽다며 뒤를 돌아보며 사라지는 무리에 혀를 내밀어 약 올리곤 훈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훈은 밀어내지 않았다. 사람에게 치대는 걸 좋아하는 철에 스킨십을 싫어하는 훈이 십중의 구는 엉덩이를 빼며 몸을 떼니까 이번에도 몸을 비틀며 도망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안기더라. 분홍색 염색이 빠진 노란 머리사이로 귀만 분홍색인 채 어깨를 두른 철의 팔뚝 가운데쯤을 손으로 잡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서늘했다. 팔뚝이 간지러웠다. 철은 어깨를 두르던 손을 떼고 훈의 동그란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들겼다. 덕분에 살았고 강의 들으러 가야하는데 나한테 잡혀서 미안하고 가서 수업 잘 들으라는 수많은 말들 대신이었다.

선배.

그러고 뒤돌아가려던 철의 손목을 잡는 훈이. ? 되물음은 좋아해요 한마디에 사라졌다.

답장이 없길래... 못 봤을까봐..답을 원한 건 아닌데..아니 사실은 그러니까.. 좋아해요. 선배.

놀라 입을 벌린 채 굳은 철을 올려다보는 훈의 미소가 수줍다. 부끄러울 때 짓는 양보조개 푹 파인 그 수줍은 얼굴로 잡은 철의 손목에서 내려와 손가락 끝마디를 살며시 잡는다.

거짓말 치려면 이 정돈 해야죠, 선배.

, ?

고작 문자로 누가 속아요. 이렇게 해야 속죠, 선배처럼.

손마디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꾹 쥐었다 떼고 훈은 말갛게 웃는 얼굴로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고 여기저기 시선이 방황하는 철의 어깨를 두들겼다. 아까 훈의 정수리를 툭툭 투박하게 두들겼던 철처럼. 무심히 툭툭.

야아!

뒤늦게 당했다 깨달은 철이 큰소리로 외치며 몸을 돌렸다. 어느새 저 멀리 점이 된 훈이 손만 올려 흔들었다.

!! 이지훈!!! 임마! 거기 안 서!!!

발을 동동거리며 외쳤지만 달려가 잡을 생각은 안 들었다. 못했다. 심장이 너무 뛰었다. 거짓말에 완전 속았다. 훈에게 당했다. 그런 생각하면 훈의 둥근 정수리부터 야금야금 씹어 혼쭐내주고 싶은데 발이 안 떨어졌다. 철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얼굴이 뜨거웠다. 훈에게 잡혔던 손마디는 혼자만 다른 박자로 펄떡펄떡 뛰었다. 그것이 쥐어 잡은 머리카락에서 흘러들어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 십몇 년 인생동안 겪은 만우절에 이렇게 완전히 속은 적 처음이야. 억울하고 화가 나. zㅣ훈 가만두지 않을거야 시간표 아니까 몇 시쯤 나오겠지. 그 때 문 앞에 서서 깜찍한 후배를 잡아 뜯어먹어야지, 감히 하늘같은 선배를 속여먹었다고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 그것이 두 사람의 연애 출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