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 ah하네요.
[우쿱] 첫키스 본문
따따님 썰을 보니 첫키스하고 좋아죽는 훈이가 보고싶군.
모쏠이라고 놀림받던 훈이가 어느 날부터 수상쩍은 오오라를 풍기더니 집돌이 아니, 기숙돌이(기숙사돌이)가 기숙사에도 잘 안 있고 맨날 나가. 특히 밤엔 침대와 물아일체이던 놈이 옷장문 열어 저바지에 이 옷 매치해보고 아니다하고 밑에 서랍장까지 뒤져서 달밤아래 패션쇼열곤 머리도 이리저리 손질하곤 나가다 아! 하고 칫솔챙겨서 나간다.
너 연애하냐? 그렇게 나가서 두 시간 뒤 점호시간에 맞춰 들어온 훈이. 옷갈아 입지않으면 침대에 눕지 않는 깔끔쟁이가 고대로 푹 베개에 얼굴 묻어서 쓰러지니 저거저거..수상쩍어. 바람막이 주머니에 손 넣어서 빼지도 않고 죽은 사람처럼 미동도 없는 놈에게 관심 없는 척 물으니까 벌떡 일어나. 스프링 달린줄.
티 나?
놀랐던 순0이 그말에 입 떡 벌림. 진짜 연애해?!!그 지훈이가, 연애에 관심없는 놈이, 연애라닛. 도대체 누구야. 어떤 사람이야. 누구길래 네 심장을 흔들었냐.
죽어도 쫓아오지 말라는 훈의 째림과 협박을 껌처럼 씹으며 기숙사 친구들 몇몇 데리고 뒤밟은 순0은 복학생 슨쳘이랑 훈이랑 손잡고 운동장 도는 거 보고 입 틀어막았다. 너 언제 슨쳘형이랑 사귀었냐!! 둘이 절대 접점 없는 사람이었고 서로 마주칠 때도 순0이만 승철에게 손붕붕 흔들며 인사하고 훈이는 목만 까딱. 그래서 둘이 안 친한 줄 알았는데. 맨날 나랑 수업 듣고 밥 먹고 놀았는데 어느 틈에 형을 만나서 연애를!!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친구의 연애에 순0이 배신감 느껴서 저쪽에서 걸어오며 가까워지는 우쿱에게
형님!!! 안!녕!하!십!니!까! 기숙사 사람도 아닌데 왜!! 이시간에 훈이랑 같이!! 있으신가요!!!!!!!!!!!
운동장이 울리도록 외쳤고. 운동장 산책하던 모든 무리들 다 ㅋㅋㅋㅋㅋㅋㅋ웃었고 슨쳘은 어버버버 거리다 얼굴 가리고 입구 쪽으로 후다닥 달리듯 걸어갔고 훈은 순0이 보고 정색하며 오른손으로 목을 그은 뒤 철 뒤따랐다. 그 날 밤 기숙사 3층 102호에 곡소리가 밤새도록 끊이지 않았다나 뭐라나.
쨌든 연애하고 친구고 뭐고 아주 연애에 푹 젖은 훈이. 어느 날은 문에 기대서 멍-하니 천장바라보고. 어느 날은 베개를 이유 없이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하고. 특히 자기 전 침대에 누울 땐 순0에게 잘 빌려주지 않는 비싼 제 이어폰 던져주고(잘써라-_-) 한 시간 두 시간이고 슨쳔이랑 통화한다. 필요할 때만 전화해서 용건만 말하고 끊는, 말 별로 없는 놈이 어떻게 한 시간이상 통화하나 싶어 순0이 호기심에 이어폰 한쪽 살짝 뺀 적 있음. 훈이 알면 운동장 사건때처럼 천당을 갈수도 있기 때문에 눈치 보며 슬금슬금 내린 귀에 들린 단어는,
훈의 연애는 참 슈크림 같구나^^ 솜사탕 같기도 하고^^ 봄바람 같기도 하네^^ 아잌 옆구리 시려^^ 커플 조까ㅗㅗ다 꺼졍 훈도 꺼졍ㅗㅗㅗ
이어폰 꽂고 불편한 잠자리 들었다.
그 다음날부터 눈꼴시 린 커플들 보고 싶지 않아서 훈이 나가든 말든 휴대폰을 달고 살든 말든 패션쇼를 펼치든 말든 침대에 뒹굴 던말던
야! 먼지날려! 얌전히 안 자..미,미안해. 내가 입 닫고 코 막고 숨 쉴게. 먼지 마구 마구 날려. 미안.
그렇게 요란하게 연애하는 훈이. 아주 첫 연애에 정신 못차린다. 애인이 너무 잘생겨서. 연애가 달콤해서. 손바닥이 따뜻해서. 기숙사 올라가는 길에 빽빽하게 심은 나무 사이에서 첫키쭈를 했지.
최근에 기숙사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폰 게임에 집중하던 순0이 마지막 퀘 앞두고 불타오르다 슬쩍 불어오는 바람에 의아해서 고개 돌렸다가 문반쯤 열고 얼굴만 내민 훈에 으ㅏ아아악 놀랐다.
야 이놈아. 들어올 거면 들어오고 말거면 말지 사람 놀라게 무슨짓이야?!
하지만 훈 반응 없고 멍 때림. 가만 보니 눈 풀려 있어 연애한다고 아주 정신을 놓고 다니네 저 새끼. ㅉㅉ 혀를 차고 말았다. 형이 팔짱을 꼈나보지. 아니면 폭 안겼던가. 깍지 손을 잡았다던가. 남들 눈엔 소꿉 장난같은 연애에 사랑구름 낳는 비행기처럼 둥실둥실 하늘을 떠도는 훈이라서 시큰둥했다. 그래서 훈이 석고상처럼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음. 그러다 열린 문에 찬바람 들어와 추버 문 닫아 한마디 했더니 그제야 명령을 받은 로봇처럼 어색한 몸짓으로 들어왔다. 달칵. 문이 닫히고 다시 겜에 집중한 순0에 방엔 겜소리만 뿅뿅뿅. 조용해서 더 경쾌하게 들리는 겜소리에 이힛 신났던 순0.
어흐흐흐으으읅
요란한 소리 내며 문 기대어 주저앉은 훈에 오늘로 두 번째 놀랐다.
너 왜 그런다니
놀라서 삐끗한 컨트롤에 게임오 바가 떠 열 받은 순이 흥분해서 가짜사투리하며 물었음. 이게 얼마나 집중을 요한데 너는 대체..! 짜증이 나서 따지려던 순0이,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곤 입 가까이에 두 손으로 주먹 쥔 훈의 얼굴이 분홍빛이라 설마 했다. 쇄골부터 탈색해서 노랑머리 두피까지 다 분홍색. 핑크빛 돼지가 친구하자 하겠어. 거기다 저 미소. 주먹으로 입술을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귀에 걸린 저 입술꼬리가 아주 번들번들하다. 쨍한 형광등 불빛에 립밤 안 바르는 훈 입술이 돼지기름 바른 것마냥 번쩍번쩍한 게 너 설마. 설마. 서얼마-
어떡하지
뭐가
아 진짜. 미친. 권순영. 어떡해야 돼.
너 설마 키스했냐
순 그날 첨으로 훈 목젖 봤다. 거리는 3미터였고 시력이 나쁜 편이었는데도 얼굴 빨개져서 으아아앍!!! 소리없는 비명 지르는 훈이 벌린 입에 따랑따랑 울리는 목젖 봤고. 야무지게 쥔 주먹으로 방바닥 쿵쿵 때리는 훈 정수리 보며 박수쳐줬음.
축하한다. 드디어 첫키스를 했네.
눈꼴 시려 비아냥대는 투로 설렁설렁 박수쳤음에도 첫키스 후유증(?)에 벗어나지 못하는 훈에겐 들리지 않아. 덕분에 순은 목숨을 건졌고 대신 눈을 버렸다. 방바닥을 때리다 그대로 엎드려 누워서 발동동거리는 귀여운 척 하는 거. 바람막이 벗고 히히히히힉 웃는 거. 띠링디링 울리는 폰 켜고 윗입술아랫입술 씹으며 부끄러워 하는거. 칫솔에 치약짜다 아까운데...혼잣말한 거. 이 닦으면서 히히히히히히힑 미친놈처럼 또 웃는 거. 조용하게 샤워하는 놈이 사랑노래메들리 부른 거. 뽀송하게 나와서 아직도 얼굴이 빨간 거. 드라이기 말리다말고 뜨거운 바람 나오는 드라이기 꼭 끌어안고 서랍장 발로 차는 거. 울리는 폰에 헉 굳다가 급하게 이불 머리 위까지 올리고
네, 형
목소리 평소랑 똑같은 척! 하는 거. 다아~ 봤다. 증말 이 세상 모든 커플들 다 꺼져쓰면ㅗㅗㅗ 일단 이지훈부터 꺼져줬으면 ㅗㅗ 첫키스 그게 뭐라고 아주 세상이 다 네거다. 훈아. 아주 슨쳘형이랑 백년만년 살아라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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