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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조리원에서 (짧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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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조리원에서 (짧음)

다몬드 2017. 3. 11. 15:24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있는 철이. 애기낳으면 몸 편할줄 알았는데 매일 미역국 먹어 찬물 못 마셔 3일 동안 고여 있던 피 빠져나와서 움직이기 힘든데 몇 번이나 갈아치워 애긴 모유먹인다고 젖 물리는데 젖몸살겹쳐서 죽을 것 같음. 사는게 사는것 같지 않고 어느 누구도 출산이 이렇게 힘들다고 말해준 적 없어. 육아카페에서 글 읽었고 상상했지만 이정도일것까지 몰랐다. 이런 거 알았으면 애기 안 낳았을거야. 후니가 예쁘고 잘생겼고 귀엽고 멋있어서 내 취향이었어도 대쉬하지 않았을거야. 손 벌벌 떨며 키스하던 훈이를 밀어냈을거고. 몇번이고 괜찮냐며 입으로 손으로 다정하게 안아주던 훈이를 꼭 안지 않았을거다. 이런 고통을 겪을거란 걸 알았더라면. 하지만 세상 가장 평온한 얼굴로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내려다보는 훈이가 넘 사랑스러워. 태어날땐 붉은 핏덩어리 쭈글쭈글 못났던 아가가 뽀송한 솜털 가득 손가락 잡을 때마다 세상 모든 기쁨이 몰려와. 형 고마워요. 애 낳고 며칠 씻으면 안 되던 철 머리를 감겨주다 이마에 쪽 뽀뽀하던 훈이에, 그 입술에 묻은 거품에 철은 바보같이 흐물흐물 녹아버려.

하나 더 낳을까? 널 닮아 다정할, 날 닮아 씩씩할 아이 하나 더 낳으면 분명 너는 좋아할거야. 까만색 초음파 사진을 받고 저보다 큰 나를 꼭 끌어안아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기뻐할거야. 아가야 와줘서 고마워 처음엔 부끄러워 배에 귀를 대지 못한 네가 이젠 익숙하게 말을 걸고 배를 쓸고 뽀뽀도 하면서 아직 사람형태도 다 되지 못한 아이에게 사랑을 쏟을거다. 너는 그럴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너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웃어요? 냄새 맡기도 싫다는 미역국을 뜨며 히죽 웃는 철 옆에 앉아서 물음. 철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국물을 마시곤 눈을 찌푸린다. 그만 먹을래. 질려서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 미역국을 밀었음. 배는 고팠지만 이젠 미역국 보기도 싫어. 내 몸이 피가 흐르는 게 아니고 미역국이 흐르는 것 같아. 하지만 훈 붓기 빨리 빠지고 나중에 후유증 없으려면 꼭 먹어야된다며 철 손에 수저 쥐어준다. 철 울상돼서 질린다고 ㅠㅅㅠ 징징대도 후니 완강해서 울면서 한입 떠먹고 너 진짜 미워 한마디. 한참 미역국 헤집다 한입 또 떠먹곤 너가 제일 싫어 한마디. 그렇게 미역국 다 먹을때까지 훈이 싫은가지 23949108가지 뱉고. 막판엔 서러워서 산후우울증 초기 눈물의 미역국 먹는데 그전까지 가만히 듣던 훈이 철 얼굴 붙잡고 눈물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안아줌.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그 말에 철 북받쳐서 훈 어깨에 기대 엉엉 움. 훈 철이 임신할 때부터 철이 힘들어할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했음.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애 생긴 거 훈이 혼자 생각하고 혼자 계획해서 만들어진 거 아닌데 자기때문에 고생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은데 철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한 이유 오롯이 훈이었고. 혹시나 해서 산 테스트기에 두 줄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 후니가 감동할 얼굴이었고. 출산 무섭고 힘들어도 이겨낸 거 옆에서 손잡아주며 저보다 더 울던 훈때문이었다. 진짜 얼마나 울었는지 간호사랑 의사가 이십 몇 년 동안 이렇게 우는 보호자 분 못 봤다고 그랬다. 철도 정신없고 힘든 와중에 어이없고 찡하고 웃겨서 네가 왜 울어ㅋㅋㅋ 훈도 우는 자기가 쪽팔린지 귀 붉히고 손등으로 눈물 훔치며 참으려 애씀. 하지만 진통오는 철이 아악 비명 지르면 마르던 눈물 또다시 터짐

형 죽지마요 나 두고 가지마 나 형 없으면 안돼 사랑해 조금만 힘내요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고작 애기낳는건데 철이 큰일날까 혹 죽을까 안절부절돼서 평소라면 못할말 다했지. 나아중에 철이 기억 더듬으며 흉내낼 때 훈 두손으로 얼굴 가리며 형 제발 그만.....쥐구멍에 숨고 싶어했음. 하지만 철 조리원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거 훈이 보는 거 안는 거 뽀뽀하는 거 얘기하는 거고 그중에 최상위 출산 때 훈이 흉내내는 거고. 그중에 하이라이트는 아기 탯줄 끊을 때 자기 우는 거 감당 못해서 몸 휘청이며 어엉어엉 정말 아이처럼 입 벌리며 큰 소리로 울었던 거다. 애가 넘 울어서 간호사가 옆에서 도와주며 탯줄 자름. 손가락 5개 발가락 5개는 어떻게 확인했냐? 훈이 상태가 워낙 그래서 그거 물어보면 자기도 기억 안난단다. 그냥 나와서 주저앉아 우니까 애 무슨 큰일난줄 알고 후니네 처리네 부모님 지옥 갔다오셨다고. 간호사가 나와서 괜찮다하니까 너 땜에 놀랐다며 후니아버지가 후니 등 내리쳐따. 그렇게 애 생길 때부터 바보같고 순수했던 후니였기에 철 하루 수백번 수천번 애를 왜 낳아서 후회하다가도 이런 행복 때문에 하는거구나 싶고. 아직 둘째 생각 없고 영영 할 생각 없지만 분명 자신은 토끼 같은 후니에 또 홀랑 빠져서 둘째 만들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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