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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쿱냥이 본문

트윗썰모음

[우쿱] 쿱냥이

다몬드 2018. 2. 10. 15:08

사람답게 살라고 쿱냥이 키우는 훈이로 우쿱보고싶다. 말이 프리랜서인 안 프리랜서라서 눈뜨면 출근이고 감으면 퇴근인 생활이라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고 좀비처럼 쓰러져있다 구해진 경험이 두세번되자 주변사람이 널 위해서라며 털짐승을 안겼고. 개는 좀...해서 고양이 받았는데 아무리봐도 개다. . 훈이한테 달라붙고 울고 치대고 작업 중 컴퓨터에 올라와 모스 기호 찍으시며 관심 달라 호소하고. 혼자 자기 무섭다고 굳이 훈이 가슴위에 올라와 동글게 말아 잔다. 덕분에 매일 밤마다 털뭉치에 깔려죽는 악몽 꾼다. 분명히 독립생활을 중요시해서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키면 키우기 쉽다 그래서 고양이로 선택한 건데 산책 안하는 것 빼곤 개 키우는 것과 다름없음. 작업 중엔 방해받기 안 좋아해서 일부러 쿱냥이 내쫓으면 끄어어어엉- 깊은 위장 속에서 치고 올라와 성대를 긁는 울음소리를 내며 닫힌 문을 박박박 긁어서 결국 열수밖에 없음. 제 풀에 지치겠지 냅뒀다가 거짓말 안보태고 한 시간을 그리해서... 작업은 안 되고 점점 울음소리가 커지니 애는 걱정되어 결국 열어줬고 그게 버릇이 되어 안 열어줄 수가 없다. 그렇게 열어서 들어와 뭐하냐면 훈이 허벅지위에 앉아서 털 고르고 있음. 팔과 다리 등 쪽 꼼꼼이 손질하고 똥꼬도 닦음. 장모냥이라 털질하다 빠지는 긴 털이 옷 사이를 파고들어 살을 깐죽대어 간지러워서 손으로 하지 말라 말리면 장난치는 줄 알고 훈이 손 깨물고 매달려서 또 작업 못함. 안되겠다 싶어 바닥으로 내쫓으면 껑충 뛰어서 지훈이 허벅지 위로 자리 착석한다. 책상에 올려두면 마우스 움직이는 지훈이 손으로 콱 뛰어서 두 팔로 잡고 물고 후다닥 뒤로 도망가다 저 멀리서 엉덩이 흔들흔들 상체 숙여서 사냥 준비함. 동그란 까만 동공이 호랑이의 그것이라 마우스 잡던 손 내리면 그자리에 주저 앉아서 냐옹울며 훈이 쳐다봄.

야옹

머 어쩌라고.

야옹

물거잖아. 싫어. 안해.

냐야옹

그렇게 봐도 안 돼.

야오옹

너 나가. 너 때문에 형 작업 못하잖아. 나가.

훈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폴짝 책상 아래로 내려가 책상 뒤쪽 틈사이로 숨는다. 밑으로 들어가 손 뻗어도 닿지 않는 저 구석까지 들어가서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하니까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냅두고 자리 잡아서 작업하지. 그러고 얼마 안있으면 밑이 시끄럽다. 하휴 한숨 쉬고 의자 뒤로해서 내려 보면 거의 다 나와서 찌부된 쿱냥이가 못 나와서 팔다리 흔들고 있음. 들어가긴 어떻게 들어갔는데 나오려니까 걸려서 못 나옴. 결국 훈이가 책상 제 쪽으로 당기고 손 넣어서 살살 밀어서야 나온 쿱냥이 털 엉망진창된 채로 훈 허벅지에 올라앉아 괜히 털질 하고. 그러게 형이 나가라할 때 나갔으면 좋았지. 훈은 쿱냥이 엉덩이 등 쪽에 묻은 먼지 떼워 주고 쓸어줌.

그정도면 그래 이게 고양이 애교인가보다 하지. 어쩌다 한 번 퇴근해서 들어오면 문 열 때부터 야옹야옹 울어서 옷 갈아입고 침대에 앉을 때까지 좇아 다니며 울어.

어디 갔다왔어. 왜 이 제왔어. 훈아훈아. 나 안보고 싶었어? 이거 무슨 냄새야. 뭐하고 온 거야. 훈아- 나 봐줘. 안아줘. 나나아!!

말할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백 퍼 저렇게 말했다. 바닥에 배보이게 누워서 자기 봐달라고 왼쪽오른쪽 웨이브 치는데 얼마나 힘주어하는지 머리 쿵쿵 바닥에 찧으면서 아양 떨어. 저러다 애 머리 다칠까 훈이 바지벗다 말고 그래그래 집 잘 지켰어? 턱 쓸어줌. 쿱냥이 좋다고 그르렁한다. 그래그래. 목에서 턱 위로 쓸고 턱에서 귀 쪽으로 쓸어주는 훈이의 테크닉에 젤리처럼 노곤노곤 녹음. 그러다 훈이가 마저 옷 갈아입고 손 씻으러 가면 후딱 일어나서 훈이 뒤를 졸졸졸... 2시간 비웠을 뿐인데 이틀 못 본 사이처럼 붙어 다니며 수다 떨고 소파에 앉은 훈이 배위로 올라가 훈이 손 혓바닥으로 씻겨줌. 손가락 핥고 머리 부비고 또 핥고 부비고. 손이 축축하고 간지럽고 털이 왕창 붙어서 자기냄새 묻히는 쿱냥이 기분 좋아서 골골대고 훈은 그래그래 영혼 없이 대답해주며 훈이 없어서 외로웠던 쿱냥이의 두시간 채워줌.

훈이가 안다가가면 내가 다가가리-인 쿱냥이 삐질 일도 많을 것 같다. 팩 토라져서 훈에게 등 보여선 꼬리 탁탁탁 신경질적으로 바닥 쳐야함. 여기서 주목할 건 훈이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일부러 눈에 걸리게 등 보여서 앉아있음. 누가 봐도 나 삐져써 자세로 신경질적으로 꼬리 흔들고 있음. 이 때 아무리 화가 나고 바빠도 신경 안써주면 진짜 삐져서 삼사일 고생함. 밥 안먹고 물 안마시고 어린애들 엄마한테 시위하듯 군다. 세상에서 자는 거 먹는 거 두개 제일 중요한 훈이니 안 먹는 쿱이 걱정되고 저러다 죽을까 제일 좋아하는 캔 뜯어서 그릇 채 쿱냥이 앞에 내려놓으며 사과함. 미안해 살살 등 쓸어주며 고양이수염 살살 문지르면 흥칫뿡 하다가 사르르 녹음. 이번만 봐준다는 식으로 훈이 손목에 옆얼굴 문지르고 맛있게 간식먹음. 사실 쿱냥이 캔 놓는 서랍장 문 열 때부터 귀 쫑긋했는데 새침 떨었음. 훈이도 씰룩거리는 쿱냥이 귀와 수염 봤지만 웃음 참고 다가간거다.

그렇게 껌딱지처럼 붙어서 훈의 모든 관심과 애정을 받아야만 하는 쿱냥이에 훈 고양이 편견 싹 다 뜯어고친다. 자기생활과 공간이 필요한 도도한 고양이에서 개냥이로. 그러다 진짜 개 나타나면 쿱냥이는 껌도 못된다는 거 알겠지.

며칠 외근으로 지방을 내려가야 한다며 친구 언이 너밖에 없다며 부탁해서 밍뭉이를 받았다가 말 그대로 자기에게 달려들며 놀자는 덩치에 휘청댐. 오자마자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안을 엉망으로 만들더니 언이 같이 보내준 장난감 훈 앞에 내려놓고 놀아달라며 꼬리빠지게 흔들고 훈이 가슴까지 올라서서 뒷발로 콩콩콩 뛰며 얼굴 핥으려 함. 까칠한 쿱냥이 혓바닥에 익숙해진 훈이 밋밋하고 넓은 밍뭉이 혓바닥에 기겁해서 팔 뻗어서 떨어지려하면 더 달라붙음. 결국 도망가다 제발에 걸려서 엎어진 훈위로 올라타서 놀자고 장난치는 밍뭉이에 훈이 영혼털림. 그렇게 계획에 없던 산책마치고 발 씻겨주고 나면 훈이 일이고 밥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소파에 쓰러저 누움. 세상이 도는 건가. 내가 도는 건가. 없는 어지러움이 다오네. 하얀 등에 멍 때리다 손에 축축한 느낌이 들어 고개돌림. 거기엔 쿱냥이가 훈이 올려다보고 있음. 밍뭉이 오자마자 훈 마중한다고 문 앞에서 반겼던 쿱냥이 온 몸으로 달려들던 밍뭉이에 놀라서 어디 구석에 숨었다가 이제 나왔음. 밍뭉이 밥에 정신 팔려서 이쪽 보지도 않는 틈에 훈한테 다가가서 혀 내밀어 핥은거. 눈이 마주쳤는데 반응 없는 훈이에 갸웃 고개 기울며 이상하게 쳐다봄. 훈이 갑자기 쿱냥이가 무척 사랑스럽게 보인다. 막 냥이 뒤로 샤랄라라라라 비지엠 깔리고 반짝반짝 거리고. 장난기 가득한 동공이랑 분홍색 코가 너무 예뻐. 쟤가 저렇게 예뻤던가. 항상 예뻤는데 쿱냥이 육아하느냐 몰랐던 내 아이의 예쁨미. 어느새 설거지 필요 없게 깨끗이 그릇비운 밍뭉이가 왕 짖으며 달려들지만 않았다면 훈은 처음으로 쿱냥이에게 먼저 뽀뽀해줬을 거다. 그정도로 훈이 많이 힘들었음.

며칠지나고 언이 약속한 시간에 밍뭉이 데리러 온 날. 언 왔다고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다가 쿱냥이 꼬리 밟아서 냥냥펀치 맞고 쪼글해진 밍뭉이. 며칠 새 서열정리 끝나서 쿱냥이 눈치 보며 꼬리흔드는 밍뭉이에 꽤 많이 친해졌나보다? 물어보니 훈이 고개 설레설레 저음.

? 악몽이었냐?

나는 개는 아닌 것 같다.

쿱이 키워서 괜찮을 것 같다며.

그래도 쟨 고양이잖아. 개는...(설레설레)

밍뭉이 키우면서 쿱냥이도 결국 고양이다라는 사실을 얻겠지. 찰싹 붙어서 안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도 잘함. 사료 그릇 가득 채워주면 며칠씩 나눠먹고. 훈이 옆에서 일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적당히 장난감 던져주면 신나게 뛰어 놈. 본인 관리도 잘해. 털 정리 꼼꼼이 하고 소파 옆에 없는 솜씨로 만든 스크래치에 손톱관리도 하고. 아주 잘하지. 한번씩 잊지 않았다는 의미로 불러주고 만져주고 사랑해주면 하루가 매우 평안하게 흘러. 무엇보다 산책을 안 시켜준다는 게 제일 크다. 하루 2번 점심저녁으로 밍뭉이 산책시키는 게 제일 귀찮고 힘들고 어려웠음.

덕분에 난 운동해서 좋은데. 건강하고 좋잖아.

난 그냥 일찍 죽으련다.

쿱냥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단명할 삶 50세까지 늘렸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지. 밍뭉이 떠나보내고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짐승이 빠진 집안 둘러보며 간만에 마음의 평안 가지며 침대에 철푸덕 누움. 침대에 자버릇해서 침대 아니면 못 잔다는 밍뭉이와 쿱냥이 셋이서 자느냐 좁았던 침대가 넓고 좋다. 같이 뛰어 올라와서 대자로 뻗은 훈이 팔에 털썩 누워서 머리기대는 쿱냥이와 보내는 따뜻한 시간. 조용하고 포근해서 오랜만에 푹 자겠지.

그 이후로 훈이 쿱냥이 키우는 게 좀 수월해질 것 같다. 여전히 잘 삐지고 말 많고 애교 많고 문 열어줄 때까지 닫힌 문 박박 긁으며 괴롭히겠지만 일에 치여 메말라가던 훈에게 쿱냥이는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니까. 티비 보는 훈이 품에 굳이 파고들어서 가슴에 머리대고 자는 쿱냥이 편하라고 자세 잡아주면서 올겨울 난방준비는 다 끝났네 하며 잘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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