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 ah하네요.
[우쿱] 속은 결혼 본문
속았다.
지훈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물었다. 뾰족한 이에 입술이 짖이겨지며 지훈의 얼굴은 점점 험악하다. 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의 정수리가 반들했다. 좋은 기름으로 가꾼 머리. 묘하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과발하는 초에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힘껏 애썼다. 작정하려고 속인 것이다. 이씨가문을 두고 목숨을 건 것이다.
가짜 신부. 남자음인.
들어는 봤다. 실제로 백성들 사이에선 여자음인보다 남자음인이 더 인기가 많다는 소문도 들었다. 집안에 보탬이 되면서 집안에 보탬이 되면서 일부러 남자음인만 키우는 집안도 있었다. 여자음인보다 체력이 좋아 아이를 잘 낳았고 일도 잘했다. 활용가치가 높아 남자음인이 나온 집은 크게 기뻐했다. 당신이라고 다르지않았겠지.
검은 나비의 날개가 펴진다. 그 사이로 맑고 큰 눈동자가 이른 아침에 젖은 꽃처럼 빛났다. 숨이 달다. 가까이 마주하여 남자의 숨이 지훈의 입술에서 흩어졌다. 날개가 팔락여 지훈은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ㅅ...승...최승철이라 하옵니다.
숨이 날카롭게 그러나 힘없이 떨어졌다. 큰 눈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마구 떨었다. 감히 나를 상대로 속였으면서 무서운건지. 지훈은 코웃음을 칠 뻔 했다. 누가봐도 저보다 크고 늠름한 상대가 꼬리를 만 개처럼 구니 어이가 없응 뿐이다.지훈은 말없이 눈을 마주보았다.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들을 다듬어야했다. 그사이 승철은 차분해졌다. 여전히 겁에 질려있었으나 단단한 눈으로 지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 이런 일에 나설 인간이라면 보통 사내는 아니겠지. 달큰하게 퍼지는 체향이나쁘지 않아 지훈은 입을 열었다.
네 누이를 데리고와라.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가문에 지워진 채 그림자처럼 사는 사내를. 소문은 많았고 사실은 모른다. 그저 지훈과 그의 아비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었던 거지버렁이들 사이에서 최승철이라 하는사내는 없었다. 듣지도 못했다. 알았더라면 글쎄, 뭐가 달라졌을까. 지훈이 원한 건 여인이었다. 고고한 자태에 똑똑하고 세상을 볼 줄 알던 여인. 시집와 어떤 취급을 당할지 알면서도 자신의 수락을 받아들였던, 비록 야비하게 도망쳤지만.
못합니다. 할 수 없습니다.
죽임을 면치 못할텐데?
...각오하였습니다.
입을 열지 않는다. 꼿꼿한 사내. 지훈은 승철에게서 제 신부였어야 할 여인을 그렸다. 얼핏 뭔가가 보였다.
황자를.... 낳아드리겠습니다.
검은 두 눈동자에 불이 보인다. 여인에게서 보였던 불빛이었다. 승철의 턱을 잡던 손에 힘이 붙었다. 아플 법한데도 흐트러짐이 없다.
누가 알고 있지?
아무도....죽은 어미외엔 아무도 모릅니다.
발 끝이 저릿하다. 분노로 까맣게 탔던 몸뚱아리는 사라지고 땅을 흔들만큼 커다란 흥분감에 하얗게 질린 마음이 있다.
무엇을 원하느냐
여인은 가문의 안녕을 원했다. 지금 손대지 않아도 스스로 붕괴하여 무너질 지경이었지만, 한 세기동안 찬란히 빛났 던가문의 마지막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당신은 아니지 않은가. 존재가 지워지고 떠밀렸을 혹은 스스로 맸을 남자음인이 원하는 건,
당신을 지킬 수 있게 옆을 허락해 주십시오
기만한 언사다. 그러나 승철의 눈은 진심이었다.
목숨을 바쳐 지키겠습니다. 당신의 개가 되겠습니다.
입술이 부딪혔다. 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 승철의 얼굴이 들려져 불편한 자세로 거친 입맞춤을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무너졌다. 틈은 잠시, 바뀐 시야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위로 지훈이 올라탔다. 사내치곤 하얀 얼굴이 딱딱하게굳어 눈만이 검처럼 사나웠다. 승철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몸의 긴장을 풀려 노력하며 지훈에게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닿고 싶었던, 생에 한 번이라도 닿길 원했던 상대의 뺨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삼켰다. 앞이 어두워지고 눈을 감았다. 어둡고 무거운 것이 질척하게 몸을 감싼다. 거친 입술을 받고 무자비한 손길을 받으며 다리를 벌렸다.
흐읏..!
은은하게 내던 승철의 체향이 점점 짙어진다. 한 번도 자유로이 내지 못했던 제 향에, 숨소리조차 숨죽여야했던 제 숨소리가낯설어 결국 눈물을 보였다. 닦아주진 않는다. 승철도 닦아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창살사이로만 자유가 허락됐던 승철에게 지훈은 결코 마음에 담지도 못하는 이였다. 욕심이었고 헛된 꿈이었다. 그러니 받는다. 저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도 좋다. 나에게 구원인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야 마땅한 내 목숨따위 당신을 위해 몇번이고 내어줄 것이다. 당신을 가장 높은 위치로 올려보내줄게. 그러니 나를 밟고 올라가.
음 그러니까 지훈은 황제를 꿈꾸는 자. 원래 왕의 후계만이 왕을 이을 수 있으나 태양이 달에 가려진 날 지훈이 태어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됨. 후일에 지훈이로 인해 자신들의 위치가 불안해질걸 염려한 왕이 승철이 있던 최씨가문을 통해 당시 굵직한관직을 맡았던 명문가 이씨가문을 멸족시켰고. 죽기 직전 그 당시 유모의 도움으로 어느 노예의 아이와 바꿔치기해 목숨을 부지하게 됨. 그대로 노예부부와 저멀리 도망쳐 자란 지훈은 자라면서 총명함을 드러냈고. 길거리에서 굶어죽을 뻔했던 자신을 데리고와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지훈 부모에게 도움받았던 (폐망한) 무인 전씨의 장자 원우를 만나 한양으로 돌아오면서 복수를 계획함.
승철은 저주받은 자. 승철이 어미의 뱃속에 있을 때 용한 무당에게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자라는 점괘를 받았음.어미가 아니었더라면 빛을 보기도 전에 죽었을 아이. 그냥 그 때 죽었더라면 다행히지 않을까 싶은 오랜세월 아주 작은 집에 갇혀 살다가 지훈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어지고 목숨을 위협받던 가족을 대신해 가짜신부가 됨. 가족을 위해서라지만 가족애는 없음. 그들은 승철을 가축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했으니까. 가끔 승철이 밤도 잠든 축시에 밖으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미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름. 그러니 가족에라는 건 핑계고 승철은 다른 목적이 있었음. 이지훈. 바깥 소란을 참지 못하고 변장해 나간장터에서 부딪힌 사내. 한 해에 한 번 크게 열리는 휘황찬란한 잔치에 눈이 뺏겨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오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힘. 넘어질뻔한 것을 허리를 붙잡고 당겨 겨우 중심을 잡은 승철은 괜찮냐는 음성에 고개를 돌렸고 보았지. 지훈의 앞날을.
승철은 미래를 볼줄 앎. 자연재해나 전쟁은 물론 죽음까지. 태어날 때부터 그랬음. 옹알이하며 무어라 말하던 승철을 어미는 어디에도 말하지말라며 신신당부했고 어미가 죽고나서 아비는 승철읓 없는 존재처럼 취급했고 버렸기때문에 아무도 승철이 미래를 볼 줄안다는 걸 모름. 그래서 자기 가문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알았음에도 승철은 말하지 않음. 보인다하여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고 또 승철은 가족보다 지훈이 더 소중했으니까. 그날 그렇게 부딪히고 놀라 주저앉은 승철에 본인이 더 놀라서 챙겨주고승철이 괜찮다 할 때까지 옆에 있어줬던 지훈의 다정함에 승철은 지훈을 마음에 품게 됨. 어미 이후로 받지 못한 따뜻함에 돌아와 외로운 방안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렸고. 그래서 아비가 여자한복을 주었을 때 승철은 군말없이 받음. 독방에 갇혔다해도 집안굴러가는 사정을 너머로 듣고 예견한 게 있어 자신에게 올 미래를 기쁘게 받음. 지훈이 다시 만난 승철을 못알아본 건 그당시 승철이 얼굴을 가렸기 때문. 여자한복을 입고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승철은 지훈을 알아도 지훈은 승철을 모름.
지훈과 결혼해야했던 여인은 승철처럼 앞을 볼줄 앎. 조금 다르다면 승철보단 능력이 떨어졌고-아주 큰 일만 간략히 볼줄 앎- 대신 똑똑한 머리로 추측하여 나아가는 자임. 그래서 여인이어도 가문에 기여하는 몫이 매우 컸고. 그 여인때문에 꽤나 힘들었던 지훈은 여인과 거래를 함. 나를 위해 일하면 가문만은 살려주겠다는. 여인은 저것이 거짓말인 걸 알았음. 지훈이 황제에 올라가면 숙청 일순위가 우리라는 걸. 하지만 방법이 없었음. 여인때문에 연명할 뿐이지 이미 많은 부분 손실을 입어 버티기도 힘든 상태였음.하지만 시간을 조금 벌리면.... 여인에게서 보였던 다른 미래. 미래는 어떤 길을 밟느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수백개의 미래가 보였고 여인은 자신이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거래를 하는 척 승철을 보내고 늦은 밤 도망간거지.
하지만 여인이 간과한게 있으니 첫째 승철이 미래를 볼 줄 안다는 거였고 둘째 승철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음인이였다는 거다. 결국 승철에게서 여인과 똑같은 능력이 있다는 걸 아는 지훈은 승철을 통해 제 계획을 차근차근 이뤄낼 거고. 결국 한 나라를 역사에 지우고 새로운나라를 만든다. 그리고 승철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다음 왕위를 잇겠지.
사실 보고싶은 건 그거다. 필요에 의해서 승철을 이용했던 지훈이가 아낌없이 주고 지지하며 때론 대나무처럼 때론 길가에 풀꽃처럼 옆에 있는 승철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거.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부모가 필요한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일찍이 고생한 탓에 메말랐던 마음이 승철때문에 가랑비 젖듯 서서히 물들지. 적에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위험한 말을 서슴없이 뱉으면서 지훈에겐 여름햇살처럼 눈부시게 웃어. 우리아이에요.아직 나오지 않은 배에 두 손을 올리며 수줍게 웃던 얼굴에 울렁였던 심장은 하루를 꼬박 샌 출산 이후 죽음을 왔다갔다한 승철에 마른 손을 잡으며 고백함.
내 옆에 항상 있어주시오. 어디 떠나가지 말고 나를 두지 말고 계속 할 수 있는 한, 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 제발 떠나가지 ㅁ.....
끝맺지 못한 말은 지훈의 눈물에 묻히고. 승철은 지훈의 손을 천천히 끌어당겨 무너지는 지훈의 몸을 끌어안으며 조용히 웃겠지.
한 나라의 황제가 되실 분이 이리 어린아이같이 우시면 어떡합니까
하면서.나중에 황제가 되면 지훈은 후궁도 두지 않고 오직 승철만 보며 있을 듯. 주위에서 후궁을 두셔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지. 어쩔 수 없이 둔다해도 후궁은 죽을 때까지 왕의 그림자조차 못볼테고. 지훈의 순정도 순정이지만아무에게도 지훈은 못준다는 승철의 욕심에 매번 막힐테다. 그렇게 후대가 중요하면 내가 더 나으면 되지! 해서 첫 황자 출산 때처럼 승철이 위험할까 안된다는 지훈위로 올라타 스스로 제 아래에 지훈이 것을 넣을테고. 아주 건강히 진짜 4황자 3황녀건강히 낳고 행복하게 살겠지. 누구보다 내 사람 내 가족을 그리워했던 지훈과 갖고싶었던 승철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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