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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ah하네요.

[우쿱]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알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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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알죠?

다몬드 2016. 8. 27. 21:37

 

 

 

 

 

 

 

[지훈승철/우쿱]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알죠?

 

 

 

 

 

w.안다미로

 

 

 

 

 

 

지훈인 그랬다.

보조개가 푹 파이고 볼살이 입꼬리에 밀려 올라가도록 웃으면 세상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보일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엽게 생겨서는 뱉는 말투는 칼에 베여 두 동강난 대나무처럼 단호했다. 자기 의견이 확실하고 호불호가 강하며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를 좋아할 것 같지만 곱창에 소주 좋아하는 취향도 확고했다.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였다. 그건 싫어. 아니야. 절대 안 돼. 징글징글하니 우글대는 남자들이 서로 아낀다며 끌어안고 하이파이브하는 사랑 넘치는 그룹에서 한 번 씩 멤버들이 형 좋다며 들이대도 싫으면 손도 안 대고 아니다 싶으면 주장은 절대 굽히지 않았다.

겉모습 완전 배신하는 제일 무뚝뚝하고 표현에 인색한 부산남자. 멤버들이 형이 얼굴만큼 성격도 귀여웠으면 세상 정복 했을 거예요. 장난처럼 던지게 하는 남자. 사랑해를 던지면 알겠어요 라는 이상을 대답을 하는 남자. 안으려하면 도망갈 폼으로 억지로 안기고 손잡으려 하면 찌를 내는 등 스킨십을 갖은 방법으로 거절하는 남자.

그래서 승철이는 지훈이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집착이나 소유욕 같은 거 없이 여자를 안달 나게 만드는 사랑을 할 거라고, 소금 안 된 설렁탕처럼 연애에 있어서 이지훈은 심심하고 재미없는 남자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뭐해요?”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굽어있던 승철의 등이 눈에 띄게 떨었다. 의자에 앉아서 불편하게 앞으로 몸을 숙이고 앉아 무언가를 보길래 말을 걸었는데 크게 당황하여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 , 내가 뭐하냐면, , 작사를 하고 있었어.”

읽고 있었던 건 승철의 손에 다 들어가는 노트였다. b5 크기에 노트를 펼쳐 줄그어진 속면은 필기로 까맣게 얼룩져서 작업실 백색등에 속살을 드러냈다. 지훈은 당황해하며 눈치 보는 승철의 얼굴과 손에 잡은 노트를 번갈아보았다. 그 작은 움직임을 캐치한 승철이 천천히 노트를 책상위에 올려두고 깨끗한 뒤페이지로 넘겨 펼쳤다. 가사 써야겠네. 노트 스프링에 꽂은 볼펜 하나를 꺼내어 윗부분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뾰족한 심이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멤버들은 다 숙소 갔어요?”
, 아까 연습 끝나고 다 갔어.”

그런 승철을 내려 보던 지훈이 승철 옆에 있는 바닥부분이 들어간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들어 뒤로 넘겼다. 컴퓨터와 연결된 줄을 정리하며 묻자 승철은 노트에 점을 찍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몇 년 째 함께하는 빨간색 모자를 푹 눌러쓴 얼굴에 잠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형은 안가요?”

활동기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씩 인기를 얻고 인지도가 쌓이면서 행사다, 방송이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스케줄에 휴식다운 휴식 없이 쳇바퀴 돌 듯 일을 말 그대로 해치웠다. 그것만으로도 체력이 무기인 젊은 몸은 힘들다며 앓았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음에도 다음 앨범을 위한 작업도 같이 진행 중이었다. 덕분에 그룹에서 가장 팔팔하고 건강한 석민이가 머리만 닿으면 어디든 자는 스킬을 구사할 정도로 멤버 모두 수면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

작업해야지. 나는 하루라도 작사를 안 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더라고.”

볼펜 끝을 입에 물고 씩 웃는다. 반달모양으로 접힌 눈살에 말아 올라간 속눈썹 사이로 까만 눈동자가 빤히 지훈을 쳐다본다. 거짓말을 숨 쉬듯이 하네.

그래요, 그럼 열심히 해요.

지훈이 헤드폰을 앞으로 당겨 귀에 맞추고 마우스에 손을 올렸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하다 멈춘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븐틴다운 곡을 위해 연주한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춤을 추며 헤드폰에서 귀로 넘어왔다. 그것에 따라 흥얼거리며 회색으로 가득 찬 모니터에서 시선을 살짝 비켜 옆을 쳐다보았다. 뭐 마려운 어린 강아지처럼 끙끙대는 얼굴로 승철이 자책중이었다. 꿍얼꿍얼. 입술을 옹 오므려서 뭐라 중얼거린다. 가끔씩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괴롭혔다. 저러다 입술 망가지지. 시답지 않은 모양새에 미간이 저절로 모아진다.

지훈 쪽을 가리킨 승철의 빨간모자 정수리가 불현 위로 향했다. 지훈은 마우스를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허한 심심한 멜로디에 머릿속에 구상한 음을 덧씌웠다. 몇 번의 클릭에 깨끗한 화면에 구겨진 셀로판이 덕지덕지 붙고 화면은 금세 지저분해졌다.

마음에 안 들어.

지훈은 얼마 작업하지도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헤드폰을 벗었다. 짜증난 상태에서 작업하니까 그랬다. 자라는 대로 내버려둔 머리카락을 손으로 마구 헤집었다. 옆에서 말이 되지 못한 점들로 노트 윗부분을 까맣게 채우던 승철의 허리가 쭉 펴졌다. 그리고 불편한 오오라를 내뿜는 지훈의 눈치를 살핀다.

평소에 안 그런데 작업할 때 지훈은 예민하다. 작업이 잘 되든 안 되든 말을 걸면 지훈이 갖고 있는 가장 불친절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럴 때 옆에서 잘하지 못하면 어린 동생들은 혼나고 형들은 눈치를 살폈다. 승철보다 1살 어리고 키도 작고 덩치도 작지만 지훈은 그런 게 있다. 좀 무서운 오오라, 기백, 분위기 같은 거. 사실 승철은 최근까지 모르는 거였다. 연애하면서 알았다. 정한이 처음에 지훈이 봤을 때 그 기 때문에 눈치보고 존댓말 썼다는 얘기 들었을 때는 그래? 공감이 가지 않아 몰랐던 거였다. 연습생 고참이라서 그런가? 속편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느낀다. 지훈이 아예 의자를 승철에 향하게 돌리고 말없이 쳐다보는 지금에. 의자에 푹 기대어 앉아 의자 팔걸이에 팔을 괴어 무섭게 쳐다보면 세븐틴 중에 가장 강한 승철의 심장도 새끼손톱만큼 작아졌다.

형 저한테 할 말 있죠?”

지훈은 돌려 표현하는 법이 없다. 곡선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선처럼 시원하게 뻗는다. 때와 장소를 신경 쓰며 강약을 조절하지만 대체로 그랬다. 그것이 솔직하다라는 장점이 됐지만 무섭다라는 단점도 됐다. 지금 승철에겐 후자 쪽이 강했다.

할말은... 없지.”

없어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되묻는다. 정말로 없어? 진심으로? 말이 되지 못한 지훈의 속마음들이 날카로운 눈빛을 통해 승철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여리고 말랑한 심장이 뾰족한 송곳에 놀라 쿵쾅쿵쾅 뛴다. 긴장으로 입에 고인 침도 어디로 숨었는지 바싹 말랐다.

나는 그냥.. 작사하러 온 건데.”

진짜다. 백 프로는 아니지만 작사하러 이곳에 온건 맞다. 늘 여기가 작사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자주 여기서 중간 중간 지훈에게 보여주며 수정도 하고 작업도 했다. 그러니까 백 프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백 프로 진심도 아니지만.

눈을 가늘게 뜬다. 눈두덩과 애교 살이 모여 가느다란 지훈의 눈매가 진해졌다. 얼굴을 좌우로 꺾으며 한 번씩 쭈뼛 털이 서게 만드는 매서운 얼굴로 턱을 들고 눈을 내리깔며 승철을 봤다.

그럼 내가 말할게요.”

호랑이 앞에 토끼 같다는 말이 갑자기 공감이 된다. 귀를 바짝 세우며 콧김을 부는 하얀 토끼는 지훈이고 구석에 숨어 바들바들 떨며 꼬리를 만 호랑이는 승철이었다.

왜 그랬어요?”

 

그러니까,

승철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요즘 들어 매일 듣는 곡이었다. 가사가 좋았고 연주가 좋았으며 좋아하는 보컬리스트였다. 지겹도록 들었다. 숙소, 이동하는 차 안, 산책 등등. 과장 좀 보태서 지훈이보다 그 곡이 더 애인 같았다. 매일 함께해서.

그러니까,

승철은 쉬는 시간에 습관처럼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바로 흘러나오는 곡을 허밍으로 가락을 그리며 심취했었고 분위기를 타다가 문을 열고 들어온 지훈이 보여 충동적으로 말이 되어 튀어나온 것이었다. 흐르는 가사 따라 입술을 움직이며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지훈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을 때서야 아차 했다. 맹세컨대 내가 무슨 가사를 뱉었는지 몰랐고(하필 지훈이 들어왔을 때 가사가 그거였을 뿐이었다. 다른 가사였더라면 다른 가사를 불렀지) 의심을 한 적도 없었다. 좋으면 좋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제 마음 속에서 퐁퐁 터져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는 마음을 고백해야 하는 저만큼 바라지 않으니 좀 표현 좀 해주면 좋을텐데 하고 서운했던 적은 있었지만 결코 지훈의 마음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노래를 듣다가 그런 거야. 별 뜻 없어.”

형은 빈 말 하는 스타일 아니잖아요?”

맞는데. 나 정한이처럼 아무말 하고 쓰레기같은 말 해. 몰랐어? 이지훈, 너 그동안 날 어떻게 번거야? 우리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잖아. 그런데 내가 그런 놈인거 아직도 몰라? 그 긴 변명은 목구멍 앞부분에서 산을 넘지 못하고 뒤로 후퇴했다. 그게... 대신 목소리가 작아지고 말꼬리를 늘려 최장신인 민규 그림자만큼 길어졌다. 이게 아닌데. 답답했다. 좋게 좋게 넘기려했는데 뜻대로 안됐다. 지훈과 대화하면 그랬다. yes or no. 확실하게 결정해서 말해줘. 그렇지 않으면 이 대화의 결말이 나올 때까지 절대 대화의 멈춤은 허락되지 않아. 친구사이든 연인사이든 같았다. 처음 사귈 땐 연인이면 다르겠지 생각하고 싸웠다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호되게 혼났다.

형 아직도 제가 못 미더워요?”

건조한 숨이 섞여 입 밖으로 흐른 지훈의 목소리가 탁했다. 승철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의심 요만큼도 없어.”

지훈이 오해 없이 승철 제 진심을 봐줬으면 좋겠다. 그것은 수은처럼 깨끗하고 순수하니까 지훈이 꼭 알아줬으면 했다.

승철이 의자에서 일어나 지훈의 의자로 넘어간다. 한 쪽 굽은 무릎을 지훈의 두 다리 사이에 올리고 허리를 숙여 다문 건조한 지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묻었다. 닿은 입술을 물고 끈덕지게 핥으며 입술을 괴롭혔다. 지훈은 움직임이 없었다. 차마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입술사이를 혀로 핥고 고개를 떼자 감았던 눈꺼풀 사이로 지훈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입술이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린 눈빛이었다.

있지, 지훈아. 내가 그런 말 자주 했잖아. 우린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고. 나에게 너는 특별하고 너도 내가 특별할거라고. 자주 너와 나 사이를 특별하다고 말했던 건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길고 그만큼 볼 거 못 볼 거 다 봤고 의견이 안 맞아 서로 부딪혀가며 서로가 서로에 꼭 맞게 맞추며 지냈으니까, 멤버들 다 소중하고 좋지만 그중에서 네가 젤 소중하니까 그래 그런 얘기를 언젠가 했었다. 귀 끝이 뜨거운 부끄러움을 참고 던진 속마음에 그때의 지훈은 건조한 눈빛만큼 서걱거리는 모래처럼 말없이 승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요? 수줍어 민망해 하지 않았고 나도 그래요. 맞다고 공감하지 않았으며 오글거려요, ~ 웃으며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냥 담담하게, 오늘 날씨 좋다, 그러게요. 평범한 일상대화를 나눈 것처럼 굴었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말했는데 해에 바짝 마른 빨래처럼 건조하기 이를 데 없어 승철은 지훈이 그 말의 무게를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좀 서운했었는데. 사실 그 반대였지. 그 말에 가장 집착한 건 지훈이었다.

 

내가 잘못했어.”

결국 승철이 사과했다. 지훈이 입은 분홍색 맨투맨 주름진 목 부분을 손톱으로 긁으며 입을 열었다.

빈 말이라도, 아무리 그게 가사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됐었는데.”

알면 하지 마요.”

,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귀와 꼬리가 있다면 축 늘어져 시무룩할 모습이었다. 지훈은 한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스킨로션도 싫다며 아무것도 안 바른 맨얼굴이 3일 연속 12시간 작업에 버석했다. 어쩜 피곤한 얼굴도 잘생겼냐 그런 지훈의 눈치를 살피는 승철만이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해요. 뺨을 잡고 다가오는 선홍색 입술에 눈을 감았다.

나도 형이 좋아요.

내 고백에 답하던 지훈의 목소리가 머리 한구석에서 들린다. 처음 사귈 땐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성격이 칼같이 단호해서 지훈이 사랑에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풋풋한 학생티를 벗지 못하고 첫 사랑이라서 그런가, 첫 애인이라서 그런가 고백(을 받았던)은 화끈했던 것과 반대로 스킨십을 부끄러워하고 손도 못 잡고 사랑한다 표현도 못 해서 승철이 먼저 다가갔다. 10을 표현하면 1도 표현할까 말까였지만 지훈이 성격을 아니까 내가 더 사랑하면 됐지 했다. 손잡을 때마다 싫은 표정을 지으며 귀를 붉히는 지훈의 뒷모습을 보는 게 귀여우니까 만족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스무살의 지훈은 스물 한 살의 연인에게 지독했다.

계기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연인이 그렇듯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미안해.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다. 특수하다면 우리는 일을 같이 하는 동료고 같이 사는 멤버며 사랑중인 연인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래서 죽순처럼 자라는 감정을 눌러야했다. 하지만 마음이란 게 블랙홀도 아니고 쓰레기통처럼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있어 처음엔 의견충돌이었던 것이 언성이 높아지고 과거 일을 끄집어내면서 큰 싸움이 되었다. 사실 그것도 평소에 승철에게 지는 편이었던 지훈이 져주었더라면 커지지 않았을 테고 뒤늦게 반성한 승철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마무리 될 일인데 제대로 날 잡고 붙었다. 몸싸움은 이길 수 있는데 말싸움엔 좀 약한 승철이 결국 지훈에게 지고 억울해서 지훈이 속 좀 뒤집으라고 그날 다른 멤버들한테 좀 질척거렸다. 본래 잘 치대서 멤버들은 오늘따라 유난하네 정도의 반응이었다. 어차피 멤버들의 반응은 상관없었다. 여기를 보지도 않는 저쪽에 앉은 지훈이 중요했다. 승철은 흥,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문제였다. 집요하게 핥고 빨리고 물려서 온 몸이 벌겋게 퉁퉁 부었다. 전희만으로 몇 번이나 천국을 갔다 왔는지. 나중에 제발 살려달라고 엉엉 울며 빌었다. 하도 울어 짓무른 승철의 눈을 내려다보던 지훈이 승철의 눈을 핥았다. 풍성한 속눈썹을 건드리고 감긴 눈꺼풀 사이를 파고들어 물컹한 눈동자를 뾰족하게 혀를 세워 탐했다. 흐르는 눈물은 입술새로 사라졌다. 놀라 도망치는 눈동자를 따라 가며 은은한 열을 내뿜는 살 사이까지 지훈이 맛보지 곳이 없었다. 승철은 그런 지훈의 지독한 집요함에 공포를 느끼며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 마.

견디지 못하고 승철이 지훈의 드러난 팔뚝을 잡고 약하게 호소했다. 살짝 고개를 뗀 지훈의 얼굴이 타액으로 물에 번진 물감처럼 퍼져보였다. 그 와중에도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빛을 띄우던 얼굴은 잘 보였다.

조금이라도 날 밀어내지 마요. 형은 내거잖아.

그리고 발가락까지 오독오독 씹혀 먹혔다. 부드러운 발가락 사이 살을 훔치고 얇은 아킬레스건이 물리고 승철이 평생 제 눈으로 보지 못할 몸의 구석구석이 다 지훈의 입에 삼켜졌다. 심장도 핏줄도 근육도 다.

그날 밤새도록 지훈에게 잡혀먹고 다음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하나 없어 측 늘어진 승철의 어깨에 키스를 하며 지훈이 그랬다.

 

 

말하지 않아도 형이 내 맘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형이 나한테서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아주 가끔 옛날 꿈을 꾼다. 가수라는 막연한 꿈을 꾸며 초록색 감옥에 갇혔던 그 때. 아직 모쏠이었던 지훈에게 연애 선배이고 인생 선배이자 연습생 선배인 승철이 사랑 충고를 했었다. 사랑하다면 사랑한다 표현을 해줘야 돼. 사랑을 동경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어린 소년에게 네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해야 된다며 쓸데없이 진지하게 목소리도 깔았다. 내 마음이요? 경청한 소년의 질문에 그래 네 마음. 소년이었던 지훈의 심장 쪽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렀었다. 그녀를 생각하는 절절한 네 마음.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고 숨 막히게 하는 그 마음을 몸과 마음으로 표현하는 게 사랑인거야. 제 스스로의 말에 심취해서 승철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승철 앞에 앉은 지훈이 조심히 물었었다. 무서워하면 어떡해요? ? 내 마음이 너무 무겁고 질척거려서 무서워할 수도 있잖아요.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애기 같이 둥근 얼굴로 그런 질문해봤자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가 않다. 그래서 승철은 대충 대답해줬다. 그러면 조금만 보여줘. 조금만 보여주다가 상대방이 네 사랑에 의심을 품는다면 확 끌어안아서 못 도망가게 해. 그게 정답은 아니지만. 뒷말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이가 귀여워서 사라졌다. 알겠어요. 지훈의 미소가 짙어졌다. 보조개가 파인 그 예쁜 미소에 정신이 팔려 미소 뒤에 숨겨진 진심이 사실은 질척거리고 무겁고 습한 늪처럼 빠지고 나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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