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 ah하네요.
[우쿱] 발품파며 가구사기 본문
우쿱 둘이 집 구해서 살기로 계약한날부터 가구 사러 돌아다니는데 본래라면 둘 다 그런 거 있는 대로 살거나 귀찮게 대충 골라서 살자 어차피 뭐가 들어가든 사는 것 똑같잖아로 떼우는데 둘이 같이 평생 살 집을 채울 가구 사는거라 발품파는 것. 평생 가 볼일 없을 가구단지 이런데도 들르고 백화점은 진즉에 삭 흝어봤지. 예쁜데 가격에 비해 퀄이... 가구가 나무로 만드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재료로 어떤 가공을 거쳐 완성되는지 몰랐다가 가구 보러 다니면서 박사 다 됨. 가격에 비해 쓰레기인 재료들로 만들어진 건강에 해로운 것들 사느니 우리가 직접 만들어? 까지 다다랐지만 바쁜 현대사회에 가구공방은 초짜인 둘이 의자 하나 만드는 것도 고역임. 때문에 발이 아프고 몸이 힘들어도 발품 팔아서 좋은 거 사자로 갔고 인터넷 직구까지 뚫으며 하나하나 집에 가구들 채워넣음.
처음엔 주먹구구식으로 혹은 대충 쟤는 이쪽 저건 저쪽하며 넣다가 정신없을라 누군가 알려준 가상으로 가구 배치하는 사이트 알아서 둘이 머리 맞대며 하나하나 구상함. 방은 드레스룸까지 포함해서 4개고 대출 좀 포함해서 무리하게 샀지만 치킨 시켜서 맥주마시며 이렇게 같이 살 집을 채운다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내가 회사에 조금 더 충성하지 뭐 그런 마음으로 신나게 자기가 꾸밀 방 얘기하는 애인-철이나 훈을 애정가득 담아 바라봄. 가끔 의견충동도 있어. 같이 살 집이니까 방도 다 같이, 라는 훈에 의견에 개인공간이 필요한 철이라 창고가 붙어있는 작은 방은 내가 따로 쓰면 안되냐로 잠시 갈등 있었지만 안 그렇게 생겨서 혼자 있는 거 싫어하는 훈의 성격과 같이 사면 같이 사는 대로 그럭저럭 적응하는 무난한 승철 성격이 합쳐져 본래 취지대로 다 같이 쓰는 으로 잘 마무리됨.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둘이 회사는 같지만 층도 부서도 다른 담당이고 점심도 각 팀이랑 먹어, 특성상 외부를 자주 나가는 철에 비해 내부에서 특별한 일 없으면 나오지 않는 훈이라 휴가도 퇴근시간도 다른 만큼 발품팔기 힘듦. 가서 전날 인터넷으로 눈 도장찍은 곳 들러 주인장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봐야 하는데 철은 그런 거 잘하지만 우유부단해서 이리저리 휘청인다면 훈은 묻는 것 자체부터 힘듦. 칼 같아서 아닌 건 아니고 긴 건 긴데 일단 묻질 못해. 처음 회사 입사할 때 울린 전화에 땀 일리터 흘리며 받았을 정도로 겁이라긴보다 소심하다 해야할까. 내성적이라 해야할까. 그래서 뭐 보러 오셨슈 하며 주인들이 다가와서 묻질 않으면 가구만 360 둘러보다 별로네 하고 나감. 사실 완전 취향이라 사고싶은데...!! 이런 망할. 하지만 헐레벌떡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철이 훈 옆에 서서 이거야? 하며 숨 정리하면서 저기요..! 부르면 숨차서 질문 제대로 못하는 철대신 훈이 다 물음. 한참 이것저것 묻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혹은 앉았다 흔들었다 하며 견고성 안전성 테스트하곤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체크리스트에v 표시하곤 나옴.
급히 오느냐 밥 못 먹었죠?
차에 타자마자 묻는 질문에 철이 주린 배 움켜쥐며 죽을 것 같아 울상 지으면 오는 길에 눈 여겨본 식당으로 부드럽게 운전함. 가는길에 둘이 아까 본 가구 어디가 마음에 든다느니 잡고 흔드는데 어떻드니 서로 각자 느끼고 본 거 의견 나눔. 그 의견 식당 들어가서 맛있게 차려진 순두부찌개 보고 잠시 사라졌지만 우리 수저도 사야하는데, 철이 젓가락 들다 뱉은 한마디에 다시 이야기꽃이 핌.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취 향다른 두 사람이라 수저 사는 것도 백억마디 주고받아야 겨우 살 정도라서 든든한 배에 만족하며 차에 타서 집에 들어갈 때쯤엔 처음에 본 가구는 잊어버리고 각자 꿈꾸는 드림하우스 머릿속에 그리며 키스하며 헤어짐. 동네 2개 차이로 따로 살아서 철이 먼저 내려주고 훈이 자기집 가는데 집 도착해서 씻고나오다 울리는 폰에 이름확인도 안하고 응, 형 하는 훈이. 그럼 폰 너머로 철이가 우리 그 가구 어떻게 할건지 결정 못했다- 하며 기억 속에 까맣게 잊혔던 보러간 가구 재 탈탈 털어서 닦고는 다시 품평함. 중간 중간 나 발톱에 금 갔어,이거 병 아냐? 혹은 우리 같이 살면 전화 못하는 거 그건 좀 아쉽겠다 같은 주제와 안 맞는 얘기 섞이지만 어쨌든 의견은 잘 마무리됐고 담날 둘이 시간 맞춰 퇴근해서 가구 결제함. 서로 돈 넣어서 집 꾸밀 때 쓰기로 한 카드 긁어 승철이 대표로 사인해서 주르륵 뽑힌 영수증 훈이 지갑에 잘 모셔지고. 둘은 가구 산 기념으로 기쁜 일엔 삼가지 맛 치킨이지 하며 치킨사서 훈이 집에서 뜯어먹음.
그렇게 가구부터 시작해서 조명, 벽지, 타일까지 단순히 가구를 설치하겠다라는 마음은 어느새 인테리어가 된 살림집에 욕심생겨 주말마다 하던 데이트는 자연스레 인테리어 시장 쏘다니는 걸로 변함. 가끔 힘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현타도 종종 오지만 갈수록 두 사람 취향대로 바뀌는 집 보며 서로 마주 잡은 두 손 꽉 쥠. 결혼 못하는 동성애자들 현 세대에 결혼을 대신해 미래를 약속하며 산 집이 이렇게 우리의 손으로 채워지는구나 충족감과 감사와 그...말로 표현 못할 여러 감정에 그날 훈이랑 철이 집에 다다르지 못하고 다리 밑에 차 주차하고 카ㅅㅅ함. 회오리치는 감정에 제 옆에 있는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심장은 쿵쿵 뛰고 손발은 저릿하고 주고받는 시선 짜릿해서 빨간불에 멈춘 훈이 얼굴 붙잡고 철이 키스 퍼부었고. 신호등 바뀌자마자 떨어진 철이 손가락 깍지껴 기어 바꿔서 급하게 옆 차선으로 빠진 뒤 가까운 다리 밑으로 숨은 훈이었음. 주차하고 안전벨트 풀자마자 알아서 의자 뒤로 눕힌 철의 눈웃음에 긴 속눈썹 한 올 한 올마다 키스함. 그게 너무 간지러워서 웃으며 피하다 턱 붙잡혀 장르 봄바람로맨스였다 격정적인 여름 로맨스물 됨. 차가 좁은 차는 아니지만 성인 남자둘이 사랑을 나누기엔 좁아서 자세잡기 불편하고 여기저기 걸리고 창문은 뿌옇게 서려 저 멀리 조깅하던 한 사람이 다리가까이 오다 으윽=_=하며 고개 털며 턴할 정도로 격렬하게 사랑나눴음. 오래 사귀었고 차 안에서 안 해본 건 아니지만 평소보다 고양된 감정이 좁은 차 안과 만나 헤비급을 찍었지 않나. 나중에 집 도착해서 내리던 철이 다리 후들거리며 주저앉을 뻔한 거 차 문 붙잡고 겨우 버텼고 훈은 40km 찍으며 도로를 달림.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리든 옆에서 욕을 하든 몰라. 나는 구름 위를 둥둥 타고 하늘을 날고 있어~~
각자 집 계약 끝나가고 계약한 둘만의 집에 입주할 때쯤 다 하고 못한 거 하나 침대. 그 집의 하이라이트이자 잊으면 안 되는 가구를 아직까지 구입 안했는데 이유가 뭐냐면 가장 중요하니까. 너무너무너무 중요하니까. 사람의 중요한 삼대욕구중 하나인 수면욕을 충족시켜줄 아늑함을 안겨줘야 하니까. 그리고 성인 둘이 같이 누워야 하니까 크기도 넉넉해야하고 디자인도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서 촌스럽지 않고 과하게 반짝거리는 예를 들면 부모님 돌침대 금장식 같은 게 아니어야 하고 무엇보다 진짜 별표 다섯개 튼튼해야함. 어느 가구도 튼튼한 게 중요하지만 침대는 더욱더. 왜냐면 서로 손만 스쳐도 불꽃 튀던 연애초기에 모텔갔다가 침대 부셔먹은 적 있어서 그래. 갑자기 부서져 너무 놀란 철이가 뒤를 콱 조이는 바람에 한 몸이 된 채로 빼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 갈 뻔한, 생에 가장 흉한 꼴 보일 뻔했던지라 둘은 무조건 침대는 튼튼데스네. 그래서 둘이 침대점 가서 이것저것보고 직원에게 얘기 듣는데 역시 침대는 누워봐야 아는 거라 누워도 되냐는 철의 물음에 흔쾌히 누우라며 이불까지 들어주는 직원덕에 누워봤다. 철이 대자로 누워 와 좋다, 천장보고 편하게 좋은 소리 함. 그럼 훈이 그 옆에 서서 웃어. 누우니까 어때요? 물음에 제 옆 톡톡 두들기며 훈에게 누워봐 함. 훈은 그건 좀, 민망해하며 빼려하지만 직원이 누우셔야 안다고 하고 철이 인어공주처럼 팔로 머리 받치며 일로 누워보게 마누라, 유혹하니 지는 척 그 옆에 누움. 눕자마자 마주한 천장 불빛이 따듯해서 침대는 포근해서 일에 지친 몸이 푹 퍼짐. 거기다 훈이 팔에 머리 기대고 팔다리 올려서 안겨오는 철이 있으니 이대로 눈만 감으면 12시간 깨지 않고 잘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다 여기 밖이고 남자둘이 이렇게 눕는 거 직원이 이상하게 볼까 눈 뜸. 다행히 눈치빠른 직원이 자리 피해줬지만 이만 일어나야할 것 같아. 일어나려던 거 철이 좀만 더 눕자며 허리 안아서 다시 누움. 무진장 넓은 공간에 침대만 죽 늘어선 창고인데 둘이 있는 것 좀 구석진 데고 침대도 벽보고 있어서 사람들 눈에 안 보일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아예 자기 침대처럼 이불 어깨 위까지 덮고 본격적으로 안겨오는 철이 훈이도 옆으로 돌려 껴안아줌.
잠 온다
자면 안돼요. 여기 우리집 아니야.
으응.
이미 반쯤 눈 감겨서 깜박거려. 눈 마주쳐 살포시 웃는 애교 있는 볼살에 이불 머리 위까지 덮고 뺨에 뽀뽀함.
야아 밖이라면서
안 보이잖아요
그러면서 입 맞추는 훈이 밀어내지 않음. 이불 안에서 소리 죽이며 천천히 나누는 키스에 이쯤이면 하고 돌아왔던 직원 아이쿠, 하며 다시 자리 피했고. 한참 뒤에 갈 땐 양볼 빨개지고 머리 엉망인채로 이 침대로 할게요, 함. 기분 좋게 계약하고 눈 못 마주치고 후다닥 나온 훈이 내가 왜 그랬지 뒤늦게 머리 싸매며 저 안에서 나눈 키스 후회했지만 나 얼른 저 침대에 누워서 너랑 별보고 싶어 눈 빛내는 애인에 웃고 말았음. 이렇게 귀엽고 발칙한 애인이 제 옆에 눕는데 그곳이 길거리 한복판인들 어떠하리, 저거 사면 첫 개봉으로 수갑플레이 하자! 팔찌는 내가 살게 하는 철에 형 지금하자, 하며 자기 집으로 이끄는 이제 사귄지 열손가락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지훈과 승철은 철없던 청소년 때처럼 몸도 마음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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