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 ah하네요.
[우쿱] 보통 본문
집에서만 노는 얌전한 4살 훈이가 갑자기 사라져 부모님 놀래키더니 자기보다 크고 조금 더러운 몰골인 아이를 데리 고와 놀라게 함. 딱 봐도 사연이 심상치 않은 아이에 어느 말도 못하는데 후니가 나 처리형이랑 살래, 해서 그날로 업둥이로 키워진 처리.
처리는 기억함. 자신이 어떻게 훈을 만나 거둬지게 됐는지. 버려진 기억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잔상만 남아있는데 멀뚱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던 제 앞에 쭈그리고 앉았던 어린 아가 후니는 어제 일처럼 또렷함. 박물관 전시물을 구경하듯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새카만 눈동자가 미동도 없이 쳐리만 쳐다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이 없나봐. 쳐리 바로 앞에서 쭈구려 앉은 어린 아이는 눈 깜박임도 없이 동상처럼 서 있음. 한참을, 부담스럽게. 쳐리는 그렇게 후니를 만났음. 고맙게도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거둬준 후니 부모님덕에 쳐리는 후니의 형으로 살게 됨. 물론 처음엔 이러저러했으나 조금만 쳐리가 안 보여도 울어제끼는 훈이 때문에 떨어뜨리지 못함. 일식이 없는 이방인 쳐리를 왜 훈이가 뭐에 꽂혀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이 부모는 쳐리를 거뒀고 그렇게 그 집안의 일원이 됨.
쳐리는 그 과정을 눈으로 귀로 직접 들었고 경험했음. 고작 여섯 살이었지만 눈을 감아 집중하면 그 때 집안에 있던 물건 위치와 엄마가 입었던 옷차림 모두 읊을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해. 고마운 분들. 감사한 가족. 지금은 한 때 쳐리가 이방인이었단 걸 잊을 정도가 됐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쳐리는 이 집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보답하기 위해 애썼음. 지금도 그렇지만... 쳐리는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해 후니를 위해 살았다. 부모에겐 착하고 듬직한 첫째아들로 후니에겐 둘도 없는 보호막으로. 부모보다 후니를 더 신경 쓴 건 쳐리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후니를 만났기 때문. 후니가 없었다면 어느 범죄조직에 끌려갈 수 있고 아니면 길거리에 굶주려 죽을 수도 있었음. 수백개의 출발점이 있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하나의 결론이 다다르는 제 과거에서 후니가 구해줬고 그래서 감히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보상을 얻었다고 처리는 생각함. 그러니 보답해야지. 사람이라면. 감사를 안다면 내 모든 걸 내 가족에게 바쳐야지.
후니는 쳐리를 데리고 온 기억이 없음. 그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 아무것도 몰라. 기억을 시작한 순간부터 부모와 형과 함께 있었음. 우리는 네 가족. 후니가 곤란해하거나 힘들어하거나 즐거워할 때 모든 순간 옆에서 같이 있었던 쳐리는 제 소중한 형제임. 후니가 또래보다 덩치가 작고 조용한 성격이라 나쁜 애들의 표적이 될까 처리가 늘 후니를 보호했기 때문에 둘은 24시간을 함께함. 학년이 달라 반이 다르고 학교가 달라도 처리가 없는 후니를 상상할 수 없고 역시 후니 없는 처리 상상할 수 없음. 항상 함께. 친구가 없는 건 아님. 처리나 후니나 좋은 친구는 많음. 단지 친구랑 다를 뿐임. 형은 형이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그런 말을 자주 함. 후니 넌 형이 잠시 자리만 비워도 세상 떠나가라 울고불고 그랬다구. 형만 쫓아다니고 형형형형만 찾고. 엄마가 좋아? 형이 좋아? 하면 형! 아빠가 좋아? 형이 좋아? 형이 죠아- 그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음..쳐리 형! ..엄마아빠가 섭섭할 정도였다고. 후니는 얼굴 붉히며 밥만 퍼먹고 처리는 킥킥킥 웃기만 함. 다 커서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시간이 늘면서 조금 덜해졌지만 훈에게 있어 철은 그런 사람임. 소중한 사람? 글쎄. 엄마아빠도 소중하지만 그거랑 달라. 찐한 형제애라고 정의내리기엔 시원치 않은 부분도 있어. 훈이는 의식하지 않지만 철이는 경계하는 부분임.
친형제같은, 우리는 친형제여야하잖아
...보통 다들 그래?
알코올에 젖어서 묻는 질문은 주인을 찾지 못해 공중을 떠다님.
네가 말하는 보통은 뭔데?
저낝의 되물음에 철은 숨이 탁 막힘.
내가 아는 보통은... 피가 섞인 친형제랑.. 화목한 부부..적당한 무관심 가끔 나오는 애틋함 그런..
훈이?
일부러 빙 둘려 말했는데. 철은 대답대신 한숨을 쉼.
네가 말하는 보통이 뭔지 모르지만 보통 맞아. 네가 그렇게 믿는 한 보통이야
철은 제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들 목록을 훑음. 술로 어지러운 시야를 힘겹게 뜨며 미끄러지는 손길로 ㄱ부터 ㅎ까지, a에서 시작해 z로 끝난 제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싶은 밤. 나쁜 무리들이 점령한 꿈의 놀이터 쓸쓸한 그네에 앉으며 철은 많은 생각을 해. 훈을 만나 처음 집에 들어온 날. 훈이보다 더 말도 못해서 눈치만 보던 저를 이끌며 골목을 뛰어다니던 훈의 뒷모습. 그 작고 여린 몸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는지. 햇살같이 웃으며 졸졸 쫓아다녔던 훈을 참 많이 의지했어. 감사했지. 신을 만난 기분이었어. 검은색 크레파스로 도화지를 마구 더럽힌 것처럼 엉망이었던 저를 구원해준 작은 신. 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신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던 어린 날 어린 마음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남들과 다른 제 자신이 문제일까. 보통이 아니라서, 내가 평범하지 않아서 잘 모를 미묘한 문제를 두고 철은 술만 찾음. 알코올에 온 세포가 젖으면 답이 나올 것처럼 보이지 않는 희미한 희망을 찾아 오늘도 술을 찾고. 햇살에 깨며 신음을 삼킴. 해결되지 않는 문제. 똑같은 하루.
또 또 술 먹고 들어왔지-
어제처럼 못마땅한 얼굴로,
훈이가 어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고 삼인 애가 잠도 안자고-
그러나 다정한 부모의 애정에 철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꿀물만 멀거니 바라봄.
엄마. 보통이 뭘까?
술 덜 깼니ㅡ일어나서 희한한 소릴하네
궁금해서 그래
차암. 별거 궁금해하네. 너도 훈이 닮아서 이상한 구석이 있어. 보통? 글쎄. 엄마는 잘 모르겠다. 그건 왜 궁금한데?
즤흔이가 나에게 키스했어. 엄마 이게 보통일까.
훈이가 이상하게 생각한 건 초등학교 이학년 때. 가족그리기라는 학교숙제에서 익숙하게 엄마아빠 얼굴을 그리고 제 형인 처리를 그리려는 순간 위화감을 느낌. 동글동글한 두부같은 부모님과 다르게 생긴 제 형. 손에 쥐고 있는 4b로 그린 것처럼 그림체가 다른 제 형이 낯설어, 그때 알았음. 형은 나랑 다르다는 걸. 하지만 괜찮아. 집으로 걸어가는 길 걸음이 빠른 훈이를 따라 달려오며 손을 잡는 형은 내 형이 맞으니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형이니까. 피가 안 섞였다고 가족이 아니지 않아.
그런데 철에게 애인이 생겼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형의 뒷모습을 보며 훈은 꼼짝할 수가 없었음. 왜일까. 왜 그럴까.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에 놀라서? 평소라면 저를 알아보고 인사했을 형이 저를 못 알아봐서? 이유를 찾지 못한 채 헤맸던 나날들에서 훈은 제 집 앞에서 수줍은 스킨십을 나눈 형의 정수리를 봤고 자기 애인이라며 뺨을 붉히며 소개를 받았음. 전혀 원치 않은 것들이었음. 보통 동생이라면 가질 수 없는 감정들.
너라면 말이야..
어?
네 형이 연애를 하면...
상대분이 매우 불쌍해지는데. 윽 형이랑 사귄다니. 미쳣=쳤거나 미친거야
보통은...그래?
대부분 그럴걸. 왜?
훈은 몸살을 크게 앓음. 여름감기처럼 지독한 열병에 헛소리를 하며 칠일을 꼬박 누웠음. 약하긴 해도 큰 병없이 씩씩하게 자란 편이었던 탓에 이렇게 아픈 걸 본 적 없는 부모와 철이 놀라 그 옆을 떠나지 않은 채 돌봤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아 모두 애타게했지. 칠일을 꼬박 채우고 겨우 깨어난 훈이 처음 뱉은 말은 그거였다.
형 어딨어?
학교 끝나자마자 달려와 눈물을 매달며 안아오는 철을 꼭 끌어안았음.
형.
응 훈아.
날 혼자두지 마.
그이후 훈 옆엔 다시 철이 서있음. 그 사람과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때때로 우울한 얼굴로 창 너머를 보는 형의 옆얼굴을 봤음. 훈은 모른 척 했음. 아니 형의 손을 잡아 손가락을 얽히며 저를 보게 만들었음. 지어낸 미소로 다정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마주 웃어주며 제 쪽으로 형을 당겼음. 가지지 말아야할 감정. 품지 말고 버려야할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음울한 애정들. 형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 보통이라면. 안 그렇겠지만 우린 친형제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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