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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빼빼로데이썰

다몬드 2016. 12. 4. 17:19


[우쿱]빼빼로 역아고

아저씨.
차에 탈 때부터 답지 않게 처음 본 사람처럼 긴장으로 굳어있었더라니 집앞에 도착했을 때 가방에서 꺼낸 네모난 과자상자에 풋 웃음이 났다.
이거 어떻게 샀어?
귀여워서 얼굴 붙잡고 뽀뽀를 하며 물었다. 어린 애인은 귀를 긁으며 얼굴을 숨겼다.

오다 주운건 아니지?
편의점에서 조악하게 포장해서 파는 것이 아닌, 제법 신경쓴 상자에 리본까지 깜찍한 애인이 했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것이다.
또래들처럼 장난도 많고 웃음이 많은 아이지만 이벤트나 스킨십엔 부끄러움이 많아서 과자회사의 상술인 빼빼로같은 거 안 챙길줄 알았는데. 지금 제 손에 들린 상자를 보며 제가 아직 제 어린 아이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한테 주는건데 어떻게 오다 주은거 줘요.
낯간지러운 말에 뒷목이 쭈뻣 섰다. 승철은 차 밖을 둘러보았다

갈게요.
부끄러움이 몰려와 침묵이 흐른 차안에 못견딘 애인이 나가려한다. 승철은 교복을 쥐었다. 처음 볼 때 죄책감에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한 곤색 교복은 이제 악력에 주름이 잡혀 구겨지도록 쥘 수가 있었다. 지훈아 내 빼빼로 가져가야지!
반쯤 열린 문은 다시 닫혔다. 승철은 기대감으로 쳐다보는 지훈에 화끈하게 열이 올린 목을 손으로 덮었다.
저 어 음. 별거 아닌데.
받을 땐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는데 내가 주려하니 너무 창피했다. 지훈이가 아까 느낀 창피함이 이런걸까.
슨철은 뒷좌석으로 손을 뻗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종이가방을 집었다. 반질반질한 종이가방에 시선을 뺏긴 지훈은 승철이가 수줍게 내민 종이가방을 조심스레 두 손으로 집었다.
만든거예요?
..동생 옆에서 좀 거들다.

연락도 없이 다짜고짜 승철이 자취방으로 쳐들어와 하나 밖에 없는 냄비를 태우고  사탕가루로 식탁을 더럽히던 동생 옆에서 쭈뼛대며 다가가 나도 좀 알려조라 했었다. 애인이 있어도 수제 빼빼로나 과자 같은 거 만들어 본 적 없는 핏줄의 부탁에 동생은 못볼 걸 본 것처럼 위아래로 승철을 보곤 진심이냐 물었다. 승철은 손을 씻는 것으로 답을 했다. 그날 애인이 미자라는 걸 안 동생은 천하의 도둑놈이라며 부족한 솜씨로 만든 빼빼로를 모두 부수려 했다. 아마 승철이 진심으로 막지 않았다면 없었을거다.

잘 먹어. 음 맛 없으면 버려도 되고.
종이가방에서 꺼내진 빼빼로에 승철이 목을 빼며 시선을 돌렸다. 투박한 손으로 만든 빼빼로는 좋은 말로도 잘만들었다 할 수 없어 제가 본능적으로 지훈을 잡지 않았더라면 제 입으로 다 들어갈 것들이었다.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힐끔 본 지훈의 얼굴에 예쁜 가오리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제서야 승철도 굳은 몸을 풀었다. 올라간 어깨가 아래로 내려간다. 승철은 조용한 골목 주변을 둘러보고 지훈의 얼굴을 잡아 뽀뽀를 했다. 떨어진 입술은 지훈에 의해 긴 키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