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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계약연애썰

다몬드 2016. 12. 4. 17:17
 
[우쿱]계약연애썰



아침부터 지각한 최팀장의 컨디션은 점심시간이 가까우도록 변함이 없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고약한 배를 움켜쥔다. 상체가 자꾸 무너진다. 입사한 이후로 아파도 조퇴 없던 의지의 한국인이라 어떻게든 출근했는데 버티는 게 쉽지가 않은거다. 취하고 싶어서 빈속에 들이부운 소주들이 여린 위장을 비틀고 쥐어뜯어 넝마가 되었다. 깨끗한 얼굴은 푸석해지고 윤기있는 검은 머리카락응 엉켜 뭉친 곳도 있다.
"최팀장님 무슨 일 있어?"
팀장 눈을 피해 직원들이 소근거린다 저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모두 의문을 넘어 호기심을 보였다. 애인이랑 헤어진 거 아니야? 지훈은 큽 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놀라 미어캣처럼 동시에 얼굴을 든 직원들이 책상에 두 손을 포개고 얼굴을 묻은 팀장 모습에 재빨리 본인 자리로 사라졌다. 굽은 등에 해님이 너울거렸다.

#1. 퀭하고 피곤한 얼굴로 출근한 승처르 잘 마시지 않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신다. 어제랑 같은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어제 지훈과 승철의 계약연애가 끝났다.

#1-1 회식자리에서 취한 지훈을 붙잡고 사귀자 하는 팀장 최승철. 승철은 1도 취하지 않음. 지훈은 승철이 사내에 인기 많은 거 알고 여러 사람 사귄 것도 아는데 별 거 없는 자기에게 이러는게 이해 안감. 하지만 술을 연신 들이마시며 동의할 때까지 술 계속 마신다는 승철 때문에 오케이한다. 소주 2병을 비우고 나서야.

#2 점심식사. 지훈이가 시킨 설렁탕을 눈앞에 두고 빤히 쳐다본다. 점심을 거르고 휴게실에서 자려는 승철의 손목을 잡고 끌고와 말없이 고개숙인 승철에게 수저를 쥐어준다. 승철은 움직임이 없다. 먹기 힘들어 그러는건지 술을 얼마나 들이부었길래 싶었는데 코를 킁 마신다. 턱 아래로 투명한 구슬이 떨어진다. 울어요? 묻지는 않는다. 수저를 쥔 손을 움직여 설렁탕을 휘젓는다. 하얀 국물을 뜬다. 입안에 내용물이 사라지는 걸 보서야 지훈은 안심한다.


#2-1 만나면 매일 술을 마심. 건전하게 영화나 뮤지컬 등 문화생활을 했지만 둘 다 직장인이고 남자끼리의 연애는 처음이라 만나면 젤 편한 게 술이라. 그래서 데이트는 늘 술이었다. 술에 약한 지훈은 잘 마시는 승철 페이스에 맞춤. 둘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깔깔 대다 취하면 가까운 승철 집에 들어가 자고 다음날 승철 단골 설렁탕집에서 해장함. 둘 다 싱겁게 먹는다.

#3 회의시간. 조금 편해졌지만 몸은 회복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지루한 회의가 밥 먹고 난 뒤라 자꾸 인사하는 승철 결국 부장에 혼나 회의실 뒤로 가게되는데 어딘가 아파보임. 어디 아픈가 최팀장 물어보는 부장에 계단에 굴렀어요 변명하는 최팀장


#3-1 계약연애도 연애지. 그런데 승철은 친구처럼 군다. 단지 매일 같이 있을 뿐. 손 잡거나 안거나 키스같은 거 네버. 키스부터야 계약연애니까 안한다쳐도 너무 삭막한 연애에 지훈은 궁금해서 영화보고 있던 손받이에 올라온 승철 손을 잡았다. 움찔 놀란 반응. 땀이 나는 손바닥. 지훈은 목을 빼며 승철 쪽이 아닌곳에 팔을 올려 턱을 괸다. 빨개진 귀를 감추며.

#4 탕비실. 여자들의 수다. 최팀장님 어제와 같은 복장에 추측하기 바쁘다. 애인이랑 엠티라도 간 거 아니야? 수근수근. 저 멀리 윤팀장. 최팀장과 동기이자 친구. 굽은 승철의 허리를 잡고 조용하게 대화중. 멀리있는 지훈에겐 음소거. 둘은 사귄다는 소문이 돌던 사이기도 했다.


#4-1 술마시고나면 늘 승철이 집에서 잤으니 어느새 지훈 물건이 늘어남. 잠옷은 승철이거 티셔츠랑 반바지. 칫솔은 거울에 나란히 붙어있고. 연인다운 분위기 잠자리 없지만 매일 같은 침대에 누워 잠든다. 그때면 평소에 다가오지 않던 승철이 지훈을 끌어안고 자고(플로우처럼) 지훈은 답답하지만 가만둠. 잠자리가 험악하지 않는 두 사람이라 아침까지 그 상태다. 간혹 승철이 지훈의 허리쯤에 내려가 배에 얼굴을 묻기도 함. 어느날엔 정한이 술취해서 온 적 있음.  지훈은 곤란해하는 승철에게 가겠다 하며 나옴. 정한은 당황하는 승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술주정부리고. 담날 이틀연속 같은 옷 차림에 정한이 승철에게 어제 고마웠다며 어깨를 두들기고 감. 그걸 본 직원들은 진짜 두분 그런 사이인가봐 수근수근.지훈 두가 아픔

#5 엘베. 다른 부서에 일 때문에 탄 지훈. 문이 열리고 최팀장 들어온다. 문 닫히자마자 지훈어깨에 얼굴 묻으며 힘들어 지친 목소리로 칭얼댄다. 지훈은 엘베 cctv를 올려보지만 승철의 허리에 손을 둘러 고생했다며 다독여준다.


#5-1 우리 끝내

#6 초인종을 누름. 술병에 일찍 자려던 승철은 지훈의 등장에 놀라고. 지훈은 승철 사이로 들어가 집 안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있는 자기 물건을 훑어보곤 승철에게 말한다.
우리 계약 연애 말고 그냥 연애해요.

#7 밤은 길다.


#8 퇴근하는데 정팀장 만남. 지훈씨 어제 집에 못 들어갔나 봐? 승철은 얼른 집이나 가라며 정한의 등을 민다. 정한이 꿀먹은 벙어리가 된 지훈에게 웃으며 우리 승철이 넘 괴롭히지마~ 인사하며 감.

#9 승철 방에 지훈이 짐이 더 늘어났다.


#1-2 
계약연애하자
(나 너랑 연애하고 싶어.)
그래요
(연애해요)
계약연애 안에 숨겨진 속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