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신인아이도루x삼년차아이도루
5.
신인아이도루 훈이랑 삼년차 아이도루 슨쳐리로 우쿱보고싶다.
후니는 데뷔한지 이제 겨우 삼백일 넘은 신인. 데뷔전에 찍어 케이블에서 방영한 리얼리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찍고 데뷔하자마자 그 인기를 얻어 상승하는 그룹. 야생 수컷같던 보이아이도루판에서 청량이라는 맑고 밝은 컨셉으로 들고 나와 뽀까리스웨더 실사판.gif 같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 멤바 하나하나 매력 넘치는데 리다이자 그룹의 음악을 담당하는 후니의 리얼리티에서 멤버들의 몰이로 강제애교를 시전한 게 많은 사람들의 입덕을 불러일으켜 입덕요쩡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음. 별명과 어울리지 않게 실제는 냉정한 리다.
슨쳐리는 야생 수컷같은 뽀이아이도루판에서 야생섹시를 담당하는 그룹멤바. 뽀이그룹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소속사에서 처음 만든 그룹이 슨쳐리네여라. 그래서 2년까진 승철이 그룹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 많았고 무대한 번 서기 되게 힘들었다. 내놓는 앨범 족족 망하고 소속사에서도 예능에 못 꽂아서 삼류행사 뛰며 마이너스만 겨우 메꾸는 정도. 하지만 빚은 시간이 갈수록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어라, 결국 사장이 회사 팔아넘겼고. 이대로 완전히 사라지는 거 아니냐 불안에 떨던 슨쳐리 그룹은 이대로 죽도 밥도 안돼서 가수생활 못하기 싫다며 자기들끼리 발품 팔며 길거리공연에서부터 시작해 회사도움없이 힘 합쳐서 아등바등 버티며 노래 부르고 춤췄고. 반응 없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도 이 악물며 버텼지. 그런 노력일까. 조금씩 공연마다 오는 팬이 생겼고 팬 중에 한명이 슨쳐리 그룹이 굉장히 섹시하게 췄던 무대를 유튜브에 올려서 대박 터짐. 러브콜이 쉴새 없이 쏟아지고 한 번도 겪지 못한 잠 못자는 바쁜 스케줄이 쏟아질 거다. 피곤하지만 행복한 나날들. 회사 도움없이 자기들끼리 자체제작한 곡과 안무로 처음 일위하고 꺼이꺼이 울던 게 엊그젠데 지금은 내놓는 앨범마다 컴백 주에 일위하고 굿바이무대라고 일 위하는 대세 중의 대세로 자리잡겠지.
아 서론이 길다. 대세이니만큼 부르는 데가 많은 슨쳐리그룹은 여기저기 예능 많이 나오겠지. 특히 몸으로 하는 예능하면 꼭 부르는 그룹중의 하나일거야. 다들 하나같이 운동잘 하고 승부욕이 대단해서 부르면 재밌고 괜찮은 그림 그려주거든. 열심히도 하고 엠씨랑 주고받는 합도 좋아서 모 프로에서 많이 부르는데 그곳에 예능이 처음인 훈이 출연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될 거다. 딱 봐도 갓 태어난 병아리 꼴로 허리한번 못 피고 인사하고 선배들이나 엠씨가 말을 걸면 귀가 확 빨개져서 더듬더듬 말하고 각 잡혀서 눈만 데구르르 구르는 훈이가 귀엽고 짠했던 슨쳐리였지. 멤버 한 명 없이 혼자 나와서 그러는 게 안쓰러워 다가가서 안녕? 인사하고 예능 처음이라 힘들지? 먼저 말 걸어주고 챙겨주면서 훈이에게 방송처음 친절하고 착한 선배님으로 인식됨.
소심하고 낯 엄청 가리는 성격인데다 예능멤버는 아니어서 예능 나갈 일 없다 생각했던 훈이. 본래 모 프로에 나가기로 했던 뿌가 갑자기 전날 밤 복통으로 나가지 못하자 대체로 나가게 된 거고. 훈이 말고 나가도 괜찮은 멤버 많았으나 하필 시간이 딱 되는 게 훈밖에 없어서 걱정근심한가득 끌어안고 촬영장에 도착한 거지. 도착해서 매니저따라 피디님과 스텝분들 인사하고 같이 촬영하는 선배님들 찾아뵙고. 정신없이 다니곤 갑자기 촬영장에 혼자 덜렁 남아버리니 멘붕이 오는 거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저쪽 멀리 여러 개의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게 무섭기도 해. 무대 위에서 카메라는 별 것도 아닌데 허허벌판같은 예능판 위에서 카메라는 너무 밀착이고 계속 주시하니 숨 한 번 쉬는 것도 눈치보이는 거다. 오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싶을정도로 긴장으로 말라죽던 훈에게 슨쳐리가, 아이도루 선배가 물병 주며 안녕? 인사해줬고. 연습생전에 티비로 보던 강렬한 컨셉의 센 선배가 친절하고 다정한 어투로 다가와서 훈이 좀 당황하면서도 안심했을 거다. 혼자가 아닌 느낌. 사람의 손길을 타는 성격은 아니고 혼자서도 잘하는 편임에도 첫 예능이라고 제 기량을 펼칠 수나 있을까하던 불안이 자기 옆에 두어서 멘트할 수 있는 기회 만들어주고 엠씨가 뭐 시키면 잡아끌어서 바닥을 구르는 허술한 몸개그같은 거 같이 하는 등 분량 챙겨줘서 사라졌고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지. 거기뿐이랴.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쉬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에도 이것저것 챙겨주며 부담이 되지 않은 선에서 살펴주니 낯가리고 소심한 후니 아무에게도 안 가르쳐준 자기 폰 번호 처음으로 슨쳐리 핸폰에 저장해줬을 거다.
자주 연락해도 괜찮지?
요즘 핫한 게임이라는 공통주제를 발견하고 신나게 떠들다 한 번 같이 플레이하자는 제안과 함께 폰을 꺼내던 슨쳐리는 열한개의 숫자가 적힌 화면을 보며 물었음.
저는 언제든 영광이에요.
영광까지야? 하하. 이거 갑자기 부담되는데.
몸에 배인 신인아이도루 자세로 대답한 훈이가 귀여운지 쾌할하게 웃는 슨쳐리의 벌어진 입술을 보며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훈이겠지.
그 이후로 사적으로 연락하며 친해지는 우꿉이들. 공통주제였던 게임에서 시작해 음악얘기도 하고. 서로 각각 그룹의 작사 작곡하니까 나누는 얘기도 깊어져서, 톡으로 시작됐던 만남은 어느새 서로의 작업실을 오고가는 사이가 되었고. 선배님 후배님 호칭은 형 동생이었다가 자기야가 되는거지.
보고싶은 게 있으니 빨리 넘어가자.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들로 만나고 이름만 갖다 붙이지 않는 몇 번의 새벽데이트 후 사귀게 된 두 사람. 바쁜 스케줄 속에 연애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활동기가 안 맞고. 이제 해외를 나가기 시작한 슨쳘네와 국내에서 인지도를 더 쌓아야하는 후니네기 때문에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연히 스쳐지나가 만나기란 어려운 것이다. 잠을 한 시간 포기하면서 겨우 시간 만들어 졸린 눈 비비면서 만나는 게 대부분. 그럼에도 좋겠지. 서로 마주보며 웃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애초기 때문에... 손 한 번 잡아도 심장이 온 몸을 쿵쾅쿵쾅 뛰며 돌아다녀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워. 아쉬워서 도저히 헤어지기 아쉬워 충동처럼 부딪힌 입술에 아예 밤 꼴딱 새고 스케줄을 뛰어야했던 나날도 있었다. 잠을 못 자 흐느적거리는 몸하고 정반대로 정신은 맑아서 흔들리는 차안에서 톡하는 후니. 멀미심해서 차에 탈 땐 잠만 자는 놈이 폰 붙잡고 실실 웃으니까 옆에 앉은 멤바가 질린다는 듯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후니 옆구리 팔꿈치로 툭 침. 연애 걸리지 않게 주의해라. 그리고 그런 주의는 슨쳐리도 같이 받아서, 그렇게 티 많이 나? 두 손으로 양 볼을 감싸서 순진하게 눈 깜박이며 묻는 슨쳐리를 그걸 몰랐냐는 듯 쳐다보곤 혀 차겠지. 네 이마에 대문짝하게 써져있다. 연. 애. 중. 이라고. 보이면 안 되는데. 머리 까서 드러난 이마 긁으며 어쩌지 하다가 형 나 방송 들어가서 이따 연락해요. 후니 톡에 베시시 웃고 응 방송잘해 보내고 앞으로 주의해야지 하겠지. 그리고 그건 결심으로만 끝나는거다.
아니 이게 왜 이리 길어. 보고 싶은 건 그거야. 연애하고 처음으로 활동기가 겹친 우쿱이. 활동 겹쳤다고 이제 자주 볼 수 있을 거라고 좋아하겠지. 연애한지 꽤 됐음에도 얼굴 자주 보기 힘들어서 연애 초반같은 만남만 지지리 이어졌거든. 그러다 같이 활동하니 얼마나 좋아. 첫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마주쳤을 때 씰룩거리는 입술 단속하느냐 바쁘면서도 서로 계속 힐끔대고 스쳐지나갈 때 괜히 손가락 얽고. 인사하러 온 후니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응원사진도 찍고. 슨쳐리는 개인 인스타에 앨범 최고b 대박나자 적고 후니네 멤버이름 해시태그하는데 역시 믿듣보후니작곡가님 꼭 넣어서 홍보도 해줌. 가끔 매니저랑 사람들 눈 피해서 만나 손잡고 뽀뽀도 하면서 스릴넘치는 애정행각도 하고. 엔딩무대에서 후니 옆에 서서 괜히 몸 기울이며 후니 미는 척 건드는 척 그러다 보면 안한 척 새침 떨며 장난도 치겠지. 멤버나 팬들 두 사람 친한 거 알아서 대놓고 붙어도 되는데 두 사람이 하는 건 친목질이 아니고 연애질이라 조심한다며 간지러운 짓들만 하는 거다.
그렇게 일주일에 5일 이상을 볼 수 있으니 매일이 꿈같고 행복하겠지. 그러다 후니네가 일위후보에 올라라. 핫한 신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일위 후보할 줄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한 후니네. 아닐 거야, 기대하지 마 하면서도 평소랑 다르게 심장이 뛰고 손발이 저릿한 느낌이 들 거다. 일위 미리 축하해!!! 소식 듣고 자기가 다 기뻐하는 슨쳐리에 그런 거 아니라고 두 손으로 부정해도 슨쳐리는 야 내가 촉이 좋아. 너 오늘 분명히 트로피 들고 울 각이다 소리만 듣겠지. 그러면서 너 일위하면 내가 소원 들어줄게 !라는 말 덧붙이고. 후니는 이 위만으로도 진짜 감사해요 난 쓰다가 ㅋㅋㅋㅋㅋㅋ됐어요. 일위 못해 하고. 아니야! 너 일위할거야! 내가 호언장담한다! 일위해. 그러니까 내게 빌 소원이나 생각해. 내가 진짜 집, 차 사달라는 거 빼고 다 들어줄게. 밀어붙여서 소원 도장찍고 복사까지 완료함.
그리고 정말로 일위한 후니. 집계 뭐 뭐 뜨고 화면에 자기그룹이랑 일위후보인 다른 그룹이랑 잡히고. 아닐거야 기대안하고 저분들이 일위하면 박수칠 생각으로 박수 준비하겠지. 평상시처럼 느긋할 거다. 그 뒤에 선 슨쳐리만 긴장해서 침 꼴깍 삼키며 모니터 주시함. 그리고 축하합니다!!00!! 후니네 그룹 앨범 커버가 뜨고 이름이 호명되고. 놀라서 눈코입 다 커진 후니네 멤버에게 마이크가 넘어가고. 마이크 받은 첫째가 울음 터져서 둘째 후니에게 갔는데 후니도 울어서 셋째로 갔다 막내가 인사하고 엔딩 무대서겠지. 정신없이 팬들 축하받고 나와서 비하인드 인터뷰하고 스텝들이랑 또 울고 젖은 얼굴로 사진 찍고. 우느냐 정신없어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한편으론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상한 경험 뒤에 축하문자가 쏟아지는 연락 중에 「축하해. 사랑한다. 소원 잊지 말고 말하러 와」 그 문자가 가장 먼저 보이고. 소속사에 모여 축하파티열고 아주 늦은 밤에 모자랑 마스크 챙겨서 슨쳐리 작업실로 가겠지.
새벽 세 네시. 어둠도 자는 시간에 막상 도착하니 너무 늦어서 형이 자지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소리 안나게 문 열고 들어가니 빈 캔과 볼펜과 종이로 엉망인 탁자위에 케이크상자와 빨간장미 꽃다발 있지. 그 옆으로 기다란 소파에 누워자는 슨쳐리도 있고. 찬바람이 들어 형 깰까 빠르게 문 닫고 조심히 형 쪽으로 다가가면 귀 뒤가 간지럽지. 케이크와 꽃다발이라니. 정석으로 축하해주려고 준비했을 형이 귀엽고 고마워서. 자기 기다린다고 기다리다 잠에 무너져서 자는 형이 귀여워서. 슨쳐리 얼굴 쪽에 쭈구려 앉아서 자는 얼굴 구경하겠지. 아깐 정신없어 몰랐는데 일위 발표할 때 후니네끼리 기뻐할 수 있게 뒤로 빠진 형을 기억하지. 가장 먼저 축하해줄 줄 알았는데 울면서 서로 안고 다독이며 일위 기쁨을 나누는 후니네를 자기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뒷 짐 지며 바라보고 있었어. 선배의 여유구나 싶으면서 자기도 크게 기뻤을 거면서 늠름하게 굴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 손을 뻗어 흘러내린 슨쳐리 앞머리를 정리한다.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형을 안 만났더라면 이런 기쁨을 알 수 있었을까.
속삭이듯 조곤조곤 흘러가는 목소리에 슨쳐리 눈커풀이 파르르 떤다. 잠자리날개처럼 날리우는 속눈썹에 심장도 파르르.
소원있어요.
옆으로 누운 슨쳐리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후니 말하지. 슨쳐리 자기 볼을 감싼 후니 손에 애교떨듯 비비며 뭔데 잠깨어 잠긴 목소리로 묻고. 바로 대답하지 않다가 후니 고개숙인다. 촉촉히 입술이 닿다가 떼지 않은 채로 말하겠지.
오늘 밤을 나에게 줘요.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형을 안고 싶어. 긴 연애, 짧은 만남, 그보다 더 짧은 고백들. 좀 더 좋아한다 말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 이 직업을 후회하지 않지만 좋아하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시간들이 아쉽다. 언젠가 라고 미래를 기약해보지만 현재가 서글프네. 소원이라는 것에 기대고 싶지 않지만 축하해주겠다며 케이크와 꽃다발을 사서 준비하고 작업실에 홀로남아 기다렸을 슨쳐리를 생각하면 여태껏 적었던 가삿말이 넘치도록 흘러나오는 것이다. 사랑하고 싶어. 잔뜩 사랑해주고 싶어. 오늘은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으니까 이제 남은 밤을 형에게서 잔뜩 받아도 괜찮지?
입술이 닿은 채 그려지는 후니의 고백들이 입술사이로 파고들어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가볍게 몸을 떨었다. 팔을 뻗어 후니의 목을 끌어안았고 맞닿은 입술사이로 뜨거운 감정덩어리가 서로를 잔뜩 적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