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썰모음/읒랑곰철

[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7편(18.5.20 최종수정)

다몬드 2017. 8. 15. 17:19

 

육학년이 된 지훈이는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감. 그 전에 학교에서 소풍이나 견학학습 갔지만 23일로 떠나는 말 그대로 '여행'은 처음이라 지훈이 가슴은 두근두근 간질간질. 그런 지훈이보다 더 들뜬 승철이 때문에 집안 분위기 들썩들썩 난리야.

짝꿍이 원우라고?

캐리어에 23일 동안 갈아입을 옷, 생필품과 슬리퍼 봉지에 담아서 넣으며 차곡차곡 쌓는 승철이 옆에서 이건 필요 없고 저건 거기서 사도 돼 하며 빼는 지훈이.

너무 없잖아?

지훈이가 뺀 물건보고 다 필요해서 넣었다며 다시 넣으려 해도 지훈이는 이사도 아닌데 뭘 바리바리 싸고 다니냐며 뺏어서 캐리어가 널널함. 아무리 봐도 너무 부족한데. 하지만 지훈이는 더 못 넣게 캐리어 지퍼 잠그고 자물쇠까지 채움. 승철은 닫힌 캐리어 틈사이로 스킨로션 샘플용 몰래 넣어서 칫솔, 치약, 클렌징 폼, 옷 몇 벌만 챙긴 깔끔쟁이에게 피부도 챙길 수 있게 함. 물론 할지 안할지는 지훈의 자유의지고 백 프로 안 쓴 새 상태로 온다. 아니면 애들이 다 쓰거나.

아휴. 얘가 안 그러더니 사춘기 들면서 자꾸 자기 말을 안 들어. 예전엔 하얗고 말랑한 우리 고양이 피부 상하지 말라고 챙겨줘도 가만히 받던 놈이 요샌 격하게 얼굴 흔들며 피해. 지금 믿고 관리 안하면 훅 간다 얘기해도 끈적해서 싫다고 거부함. 옛날엔 형이 발라주면 가만히 받았잖아 반박하면 그 땐 어렸으니까 하며 받아쳐서 승철이 충격 받고 그날 밤 핸드폰으로 육학년 사춘기 검색함. 자기랑 비슷한 고민으로 지식인에 질문올린 사람들 글 보면서 맞아 맞아. 지훈이도 이랬어 공감 가졌지. 뜨거운 핸드폰 붙잡으며 옆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지훈이 노려보다 한숨 푹 쉬기도 하고. 우리 착한 지훈이가 어쩌다 이렇게 컸을까.

이거 다 나쁜 친구들 만나서 그래. 말썽꾸러기 고양이 세 마리때문이야. 지훈이가 걔네들 만나면서 물들었어. 정말 맘에 안 든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애들하고 친구하면 얼마나 좋아? 말썽꾸러기랑만 어울리니까 공부 안하고 말도 안 듣잖아! 흔히 자식 있는 부모의 흐름대로 생각함. 하지만 안다. 그 셋 잘못 없다. 착하고 좋은 녀석들이지. 알지만 인정할 수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 승철은 몸 돌려서 자기에게 붙는 지훈을 내려봤음. 삼년 동안 몸만 컸지 얼굴은 여전히 뽀송뽀송 귀여워서 눈물 남.

예뻤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내 귀염둥이 야옹이ㅠ 제발 삼 년 전 지훈이로 돌아와 줘 ㅜ

지훈이 육학년 올라가면서 조용한 사고뭉치라는 별명을 갖게 됨. 다 호랑이 세 명과 어울려서 그렇다. 승철이가 괜히 원우, 순영, 준휘 못마땅하지 않지. 하루라도 얌전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서 살 수가 없는 애들 틈에 있으니 지훈이도 어느새 수다쟁이 됨. 승철이가 물어야만 겨우 입 열던 애가 어디가고 조잘조잘 떠드는 사춘기소년 앉아있음. 순영이 태권도한다 했을 때 쪼르르 따라간 애들에 자기도 무척 하고 싶다며 빤히 쳐다보는 지훈이 눈빛에 못 이겨 태권도 등록시켜줬다니 흰 도복입고 날라 다니는 호랑이 날쌔다! 흰 띠가 어느새 노랑띠 되고 학교 끝나고 피씨방 아 아니 태권도 ㄱㄱ 하는 네 명이서 도복입고 손에 떡볶이 들며 가는 길 지수가 사진 찍어서 보내줬는데 승철은 애들 참 귀엽다며 킥킥 웃었음. 키가 컸어도 고만고만한 애들 사이에 한마디 작은 지훈 늠름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지는 아니라하는데 사춘기라 말 안 들어서 좀 속상할 뿐이지 여전히 사랑스러운 내 고양이라, 승철이 지훈이 주머니에 용돈 두둑이 챙겨줌. 졸업을 앞두고 취직과 졸업으로 이중삼중 고통 받으며 이게 삶인가 원초적인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지훈이가 웃고 행복하면 다 치유돼서 내가 조금 쪼달려도 괜찮음. 지훈이 덕분에 기적처럼 태어난 조카에 고맙다며 형님 부부가 챙겨주는 용돈도 있고. 그리고 먹고 싶을 때 먹어야지. 그래야 몸도 크고 키도 크지. 암암. 그런 지훈은 승철이 맘 아는지 잘 먹고 잘 뛰어다녀서 초딩 때 많이 큼. 같이 다니는 호랑이들이 지훈이보다 더 잘 커서 그렇지 지훈이 성장속도에 가끔 놀람. 이렇게 밤에 잘 때 안겨드는 품 사이즈가 달라서, 여전히 승철이 가슴 만지는 잠버릇 못 고쳐 이젠 힘으로 좀 버텨서 중학생 되면 슬슬 집을 옮겨서 지훈에게 독방을 줘야하지 않을까 고민도 하고. 이제 성에 눈 뜰 시기지. 승철이 자기 사춘기 때 생각하면 그래. 혼자만의 시간을 줘야겠지. 취업졸업 걱정에 이사걱정까지 떡 올라가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가 모토였던 승철이 하루하루가 치열하고 안 오는 두통 밀려 온다. 나에게 휴식이 필요해!

형 내일 논문 제출이라며.

사살당하고 싶지 않다면 입 다물어라

우리 같은 편이야. 알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였던 노트북 화면이 형형색색 화려한 그래픽으로 바뀐 지 오래. 시선 빼앗는 게임에 집중하는 승철을 마주본 상황에서 같이 맵 돌던 지훈이가 마우스 불이 나도록 딸깍거리며 외곽! 형 외곽! 쉴 새 없이 떠든다. 승철은 잠만 아, , , 나이스! 적군 잡고 신나서 요롤로로롤 이러고 있음. 내일 중간고사지만 아직 초딩이라 괜찮은 지훈과 내일까지 논문 내야하지만 세상회피하고 싶은 승철 두 사람의 게임세상은 평화롭게 흘러감. 그러다가 몸이 빠근해서 기지개 피던 승철이 흐른 시간보고 경악해서 비명 지르고 다음 플레이 콜? 하는 지훈이 무릎 밀어서 얼른 자라며 재촉임.

너는 초딩이 돼서 형이랑 왜 게임 해? 새나라 어린이는 어여 자!

.

지훈이 투덜거리며 노트북 끔. 말 안 듣고 버티면 논문에 치인 승철이 스트레스가 고대로 자기에게 오기 때문에 자리에서 벗어나야함. 대회 나가서 얻은 상금으로 산 사양 빵빵한 게임용 노트북 모니터 화면 내리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지. 이걸 언제 다해! 한글파일 다시 열며 우는 승철 목소리와 함께 키보드 치는 소리가 이어지고 이불 가슴 위까지 잘 덮던 지훈은 너 공부는 했니? 내일 중간고사라며 소리에 다시 일어나서 책을 들고 누움. 승철은 그런 지훈이 힐끗 보며 좀 있다 잠들겠구먼 했고 진짜 십분도 안돼서 책 가슴위에 펼친 채로 지훈이 잠 듦.

승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 치워주고 얼굴 한번 쓸며 우리애가 똑똑한데 공부를 안해요 라는 소릴 입에 다는 부모들 심정 쪼끔 이해함. 예전에 그 소리 들었을 땐 공부머리 없는 자기 아이 인정할 수 없어서 하는 소리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훈이 보니 이해가 가. 4년 동안 겨우겨우 컴공과 다닌 저보다 훈이가 컴잘알임. 가끔 승철이 막히면 옆에서 알려주기도 함. 독학으로 공부해서 이 정도까지 온 천재가 학교공부는 싫어서 안한다니. 너무 속상하고 미움. 하면 얼마나 잘해.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이랑 아닌 과목이랑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그렇지 잘하는 부분은 잘 봄. 그래서 더 공부를 닦달이게 되는데 오히려 그게 역효과가 나서 지훈이는 더욱 공부안함. 지금은 초딩이니까 공부 그렇게 안 해도 괜찮지만 중고딩되면 이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승철은 자꾸만 공부, 공부하게 됨. 덕분에 효심도 생김. 왜 엄마가 그때 그랬는지 공감가요. 그러나 지훈이는 승철만큼 말 더럽게 안 들어서 공부 안한다. 안할 거야!

그렇게 시험은 머릿속에 지우고 수학여행만 채운 지훈은 원우, 순영, 준휘랑 머리 맞대서 뭐하고 놀지 계획 짬. 말썽꾸러기 호랑이를 한반에 몰아넣으면 담임이 감당 못하기 때문에 넷은 뿔뿔이 흩어졌음. 원우와 지훈만 같은 반이고 순영이는 저 끝 반, 준휘는 이 끝 반임. 삼학년 공개수업 때 레전드 아닌 전설을 낳은 뒤로 학교 내에선 절대 넷을 붙이지 말라는 교장의 지시가 있어 4학년 때부터 이리저리 찢어졌음. 완전히 떼고 쟤랑 붙이고 나누며 여러 방법 썼었음. 그런데 떼어지면 떼어지는 대로 그나마 조용한 애들끼리 붙이는 대로 그 반을 물들임. 사학년 때 준휘랑 같은 반이었던 지훈은 이미 순영화로 만든 3반 순영이가 물들였고. 5학년 때 일부러 4명 다 찢어놨을 땐 4개 반이 다 그랬음. 오학년 담임들 아주 학을 뗐음. 이번엔 제발 실패하지말자며 원우와 지훈, 순영, 준휘로 찢어놨지만 일주일 만에 이리저리 날뛰는 네 명에 담임들은 내년엔 가위바위보를 하기로 함. 차라리 한 반에 몰아넣는 게 다른 반을 위해 더 낫다라는 결론에 넷 호랑이 맡을 희생양 정하기였다.

다른 반이지만 한 반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네 호랑이들 그나마 엉덩이가 무거운 원우와 지훈 반으로 와서 공책을 피고 뭐하고 놀지 떠들겠지. 한국에서 수학여행 갔다 온 자라면 한번은 가는 경주로 가기위해 준비할 옷, 준비물 신나서 적는 순영이 앞에서 지훈은 애들과 왜이게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심오한 토론을 나눔. 무슨 일인가 호기심에 다가왔던 반 친구들이 고개 내밀었다가 뭐야 실망하며 떠남. 정말 하찮은 주제로 심오하게 대화한다(절레절레) 그렇게 적힌 리스트 중에 공통적으로 쓸 준비물을 반이 달라서 방 따로 쓴다는 사실이 이미 이들 머릿속에 없어서 네 명 공평하게 분담해서 가져오기로 했음. 그리고 수학여행 당일 날 가장 중요한 걸 맡은 원우가 안 챙겨서 세 호랑이한테 삼일 내내 구박을 받았다.

수학여행 떠나는 날 승철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지훈이 깨우고 챙겨준 뒤 마지막 떠나기 전에 폰을 건넴. 처음 보는 기종에 핸드폰이었음

가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지훈이 학교를 다닌 순간부터 특히 갑자기 사라져 놀라게 한 날부터 폰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승철이었음. 그래도 아직 초딩한테 무슨 폰인가 싶어 미루고 미루던 일을 처음으로 저와 23일 떨어지는 지훈이가 걱정되어 샀음. 지훈이가 형네 부부자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형수님한테 부탁해 적당히 싼 요금제의 기본기능만 있는 폰 구입했고 오늘 떠나는 지훈에게 건넸음. 지훈은 폰 받으면서 믿을 수 없어 앞뒤로 뒤집어 훑어봄. 폰이야 승철이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애들 연락용으로 자주 썼지만 제 소유의 폰은 처음이라 평범한 모델인데도 신기했음. 승철은 그런 지훈이 귀여워서 몰래 웃으며 배터리와 충전기는 이미 챙겼으니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갖고 오라 했음. 그리고 늦었다며 지훈이 엉덩이 두들겨서 학교 보냄.

엘레베이터를 타며 잘 갔다 오라고 손 흔드는 승철에게 손 인사하고 문이 닫히자 제 손에 있는 폰의 무게를 실감함. 혹시나 하고 아무거나 누르니까 선명한 기본바탕화면이 뜸. 껐다 켰다 반복하다가 전화 주소록 눌렀는데 번호가 몇 개 뜸. 승철이, 준휘, 원우, 순영이. 그리고 왜 저장됐는지 모를 정한이와 지수. 승철이 형의 형 부부랑 형 엄마 전화번호가 저장된 이유 이해하는데 왜 이 두 초식동물이 저장되어있는지 모르겠고 지우고 싶음. 이 두 형과 얽혀서 한 번도 무난하게 하루를 보낸 적이 없기 때문에 전화번호만으로 두통이 밀려옴. 하지만 삭제는 하지 않음. 몹시 지우고 싶지만 지웠다가 모든 재앙이 수학여행 내내 몰려올 느낌적인 느낌이 듦. 말로 표현 못하겠는데 13년 짧은 인생에 감이 온다. 그렇게 폰 달랑달랑 들고 학교 도착한 지훈은 운동장에 늘어선 관광버스에 잠잠했던 설렘 폭발하고 벌써 도착해서 패션 자랑하는 애들 틈에서 슬쩍 발 내밀었음.

바보들아. 패션이란 건 신발까지 완벽해야 퍼펙트한거야.

출석체크하고 버스타기까지 네 패션은 구리네, 선글라스는 문방구에서 사왔냐 투닥투닥함. 수학 여행가는 기념으로 산 최신 운동화를 오래 신으려면 밟아줘야 한다고 밟으려하기에 뛰어다니고 주머니에서 폰 꺼내서 보여주기도 함. 애들은 이제 지훈이랑 연락할 수 있냐며 좋아했고 기념으로 사진도 찍음. 네 명이서 쪼르르 서서 넷 중에 젤 큰 준휘가 들고 네 명 모두 턱 밑에 손가락으로 브이하는 포즈 취함. 지훈이 사진찍기 안 좋아하고 특히 브이는 촌스럽다고 잘 안하는데 애들이 하자면 잘 해. 최신이라 사진 화질이 좋다며 애들이랑 호들갑 떨어서 다른 포즈로 여러 장 찍음.

그렇게 찍고 출발 시간 다돼서 버스 타지. 원우랑 같이 앉아서 원우가 들으려고 갖고 온 엠피쓰리 이어폰 나눠 끼고 수다 좀 떨다 도로 옆으로 붙은 다른 버스에 탄 준휘랑 순영이랑 신나게 손인사함. 휴게소에서 떡볶이 콜? 띠링 오는 문자에 콜! 휴게소 도착하자마자 승철이 챙겨준 지갑 펼쳐서 애들이랑 떡볶이랑 감자 사서 먹고 손에 핫도그 들고 버스에 다시 올라탐. 가도 가도 끝없는 도로에 애들 좀 지쳐서 몇몇 잠들고 몇몇 떠들썩한 버스 안에서 음악 듣고 잠든 원우 눈치 본 지훈은 승철에게 문자함.

지금 한창 달리겠군! 맛있는 거 많이 사 먹고 재밌게 놀다와

30분 전에 온 승철이 문자를 곱씹으며 답장함.

지훈이다운 답장이라 핸드폰 진동에 교수 눈치 보며 문자 확인한 승철이 피식함. 여러 해 살면서 요즘애가 된 지훈이라 요즘 유행하는 말투 마구 쓰면서 승철이 헷갈리게 만들어. 문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 답장 하나 하기 뭐가 어려워서 응 하나 보냈을까 생각하면 귀여워.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몇 번 고쳐 썼을까.

다치지 말고 음식 조심! 사람조심! 자동차 조심해!!

이젠 입에 붙은 애정담긴 충고 문자하나 더 보내고 승철은 다시 강의에 집중함. 분명 가서 실컷 놀고 자기 전에 생각나서 문자하나 보내겠지 생각하며 지훈이가 잘 놀다오길 빌었음.

그런데 그런 생각을 비웃듯 도착이라는 문자 이후 연이어 정신없이 문자 쏟아짐. 어디에 도착했고 밥은 무얼 먹었고 어떤 걸 구경했으며 돈은 얼마 썼다 까지. 제 어린 시절 똑같이 경주로 수학 여행가서 다녀온 코스 그대로 움직이면서 문자 보내니 승철이 놀란다. 늦은 점심으로 정한이랑 학식 먹으면서 지훈이 봐라. 우리 때랑 똑같이 다녀 라며 mms로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찍은 사진 보여줌.

너가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

아니. 지 스스로 찍어서 보냈어.

그 말에 정한이 애기 호랑이가 너랑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려니 마음이 이상해서 그런가보다 그럼. 그러면서 지훈이가 보낸 문자들 읽음. 말만 안했지 형 보고싶다는 소리 아니냐며 알고 있었지만 지훈이가 널 엄청 사랑한다며 승철이 팔뚝 때림. 승철은 문자는 왜 읽냐며 빨간 얼굴로 폰 뺏어 주머니에 넣고.

얘 수학여행 갔다 오면 너한테서 또 안 떨어지겠다. 울 승철이 껌딱지 오랜만에 보겠네. 그 때 저녁 먹으러 가도 되지?

오지 마라. 좋은 말 할 때 오지 마

. 초대 고마워 친구

실실 웃으며 놀리기 바쁜 정한이에 머리 아픈 승철이다.

너 오면 지훈이 열 살 때 했던 공개수업 또 입에 담을 거잖아...!

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지수한테 듣고 난 뒤로 잊을만하면 그 소동을 입에 담는 정한이 때문에 웬만하면 넷이서 안 만나려고 하는데 사람 뜻대로 되면 그게 세상이 아니지. 능글맞게 웃으며 어깨동무하며 들어오는 소 악마 둘에 승철이 매번 죽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훈이 수학여행가서 없다는 점. 그런데 있어도 별 도움은 되지 않음. 오히려 더 수줍은 반응 보여서 소 악마 둘이 춤을 춰버려. 지금도 그 때 담임이 착각해서 지훈이를 발표를 시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입에 담는 정한이에 미쳐버림. 귀 막고 괴로워하며 너덜너덜해진 정신머리로 정한이 전화 절대 받지 마! 정한이랑 헤어지고 나서 지수한테 바로 문자 보냄. 답장은 빨랐다

승철아. 나 고기

고기귀신 붙은 사슴 같으니. 문자를 괜히 보냈다. 마지막 강의실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지훈이가 없으니 분명 애들과 잔 꺾을 테고 지훈이때문에 본의 아니게 강제로 술 끊긴 저는 좋다고 달릴 게 뻔해. 눈앞에 훤히 보인다. 그러지 못하게 애들이 초반부터 집에 못 오게 할 수 없을까 골머리 앓지. 하지만 정한이와 지수와 십년 넘은 우정을 나누며 알게 된 건 결코 저 둘을 못 이긴다는 거였고 내일 아침 술떡이 되어 숙취에 괴로워하며 출근하고 등교할 셋 불 보듯 뻔함. 또 진동하는 핸드폰 열고 지훈이가 보낸 문자 보자마자 승철이 저도 모르게 현실 신음 뱉었음.

지훈아! 보고 싶다!

같은 시간 문자 보내고 폰에서 시선 안 떼는 지훈 옆에서 준휘 팔꿈치로 지훈이 팔뚝 건드림.

형 보고 싶어?

지훈이 미간 구겼지만 부정이나 긍정하지 않고 주머니에 폰 넣음.

애들은?

저기

준휘가 뻗은 손가락 끝에 흑호와 황호 말 장난치며 투닥거림. 서로 원수같은 사이라며 디스하고 괴롭히지만 제일 잘 맞는 게 또 두 사람이라, 또 애들이 합이 좋아서 보고 있으면 광대가 터지도록 웃는 일이 많아. 뭐에 꽂혔는지 나무막대기 가져와서 누구 말 센스가 좋았는지 투표하라며 재촉한다. 준휘랑 지훈 정색하겠지. 둘 다 구려. 직설적인 준휘 표현에 충격 받고 차라리 이게 낫지 하며 말하던 지훈도 준휘한테 정색 받고 그게 아니지 이거지 하며 본보기하던 준휘를 아이스크림 먹을래? 셋이 어깨동무하며 떠나서 외면 받고. 야아! 같이 가! 후다닥 달려와서 뛰어오는 준휘에 고대로 어이쿠 넘어질 뻔해서 말다툼벌이다 곧 서로 어깨동무하고 넷이서 떠들며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감. 그 사이 주머니에서 진동이 와서 폰 슬쩍 꺼낸 지훈은 승철이가 보낸 문자에 씩 웃다 휘어진 입술꼬리 게 눈 감추듯 급하게 가리며 애들과 떠든다.

술이 아프다. 터덜터덜 지쳐서 침대에 쓰러진 승철이. 잠시 잠들다 벨소리에 눈만 뜸. 잠귀 밝은 정한이랑 지수가 잠결에 승철이 흔들어 깨움.

저나, 전화왔어.

승철은 더듬더듬 손만 뻗어서 손에 잡히는 물건 귀에 붙여서 여보세요, . 그런데 통화버튼 안 눌러서 귀에 벨소리가 다이렉트로 넘어와. 술에 쩔어 늘어진 승철이 놀라 폰을 저 멀리 던짐. 던져봤자 바닥으로 뚝 떨어지지. 쨍한 귓구멍 파면서 아이씨 짜증냄. 야밤에 누구야.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폰 줍다가 알코올이 돌아서 잠시 머리부여잡고 괴로워함. 예전만큼 술을 마셨는데 체력이 예전이 아니라 죽겠어. 끙끙대면서 폰 주워서 켜진 화면을 봄. 야옹이임. 승철 바로 통화버튼 누른다. 기본컬러링 들리고 얼마 안 가 여보세요, 하는 지훈이 목소리가 들림.

안 자?

목소리 다 갈라져서 헛기침하며 물음.

이제 자려고.

지훈 목소리 힘없고 축 처져있음. 승철이 목이 말라 잠도 깰 겸 냉장고로 힘겹게 걸어감. 어둠을 더듬더듬 헤치며 오늘 잘 놀았어? 하겠지. , 어디도 가고 등산도 했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어. 오늘 하루 종일 보낸 문자 내용 그대로 읊는다. 힘들었겠네. , 그랬구나. 하나하나 다 반응하면서 냉장고에서 생수 꺼내 그대로 위에 쏟아 부음. 찬 물이 목구멍 타고 넘어가니까 정신 좀 깨서 승철이 크게 숨을 뱉음.

형들은 갔어?

아니, 오늘도 침대 점령하고 쿨쿨 자고 있어

지훈이 말 없음. 보이지 않지만 분명 맘에 안 든다는 얼굴 짓겠지. 승철은 뻔히 보이는 지훈 얼굴 그리며 미소 짓는다.

형들이 내일 너 오면 잘 놀다온 기념으로 고기 먹자는데 어때?

싫어

칼답에 승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하하 웃음. 지훈이 지수랑 정한이 별로 안 좋아해. 정확히 따지면 사람은 좋은데 성향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할까. 간단히 말하면 조카 귀여워하는 삼촌처럼 예뻐해서 많이 귀찮아. 키 크고 생각도 커졌는데 여전히 10살 때 지훈이 대하듯 구니까 그렇고. 특히 승철하고 단 둘이 있는 시간 자꾸 침범해. , ! 소소하게 둘이서 저녁 먹고 게임 하거나 티비 보거나 아니면 대화하고 씻고 자는 그런 평범한 일상 즐기고 싶은데 딩동 울리는 벨과 누구세요 묻지 않아도 뻔한 인물이 싫다. 형은 친구 두 형 밖에 없어? 예전에 한 번 물었다가 아니야! 친구 많아! 하며 손가락 접으며 제 친한 친구들 읊던 승철이었고 한 번씩 승철 입에서 들었던 사람들 빼고 처음 듣는 이름에 그 사람은 누구야, 어디서 만난 사람이야, 그렇게 친해? 취조 들어가서 두 사람 빼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놀아! 라는 진짜 하고 싶은 얘기 못함. 승철은 얼굴 싹 굳혀서 캐묻는 지훈에 당황해서 묻는 대로 다 답하겠지. 답하면서 내가 이걸 왜 말하고 있지? 생각하지만 그럼 안 친하잖아. 그렇지? 빤히 쳐다보는 지훈 눈빛에 고개 끄덕이고. 자연스레 그 사람과 연락이 끊겼음. 어쩌면 사람 만나서 놀기 좋아하는 승철이가 지수랑 정한이랑만 유독 더 노는 이유 지훈 탓도 있다. 골목 친구고 공유한 추억 많은 절친이지만 지훈 책임이 없지 않아 있어. 지훈이나 승철이 두 사람 자각이 없어 모를 뿐이지 인생이 스펙타클한 이유 분명 본인들에게 있음.

네가 싫으면 형이 몰래 도망칠게. 내일 몇 시에 학교 도착해?

5.

5? 강의 끝나고 학교 가면 그 시간 되겠네. 좋아. 내일 만나면 지훈 너 좋아하는 돈가스 먹으러 가자.

, 좋아

아까보다 기분 좋아진 듯 가벼운 목소리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승철의 입술 꼬리가 더 휘어짐.

너무 늦었다. 어서 자야지.

.

.

여기, 별이 많아

예쁘겠네.

.

구름이 많아서 검은 구름 뒤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거기에 별이 한가득 달려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 별이 머리 위로 마구 쏟아져. 승철은 지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동으로 별이 펼쳐진 하늘 머릿속에 그린다. 어렸을 땐 매일 봤던 하늘이 커서 서울에 올라오니까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워서 한동안 잊었던 장면이 색칠되어 눈을 감으며 상상함. 별을 보며 전화하는 지훈 옆에 쭈그려 앉아 같이 하늘을 본다.

달이 참 예쁘다.

별무리 가운데 발광하는 동그란 달을 가리키며 승철이 말함. 지훈은 그 손 따라 달에 시선을 주는 대신 팔을 뻗어 달을 보며 감탄하는 승철 얼굴을 쳐다보겠지.

, 예쁘네.

지훈아!

눈이 확 떠졌다. 전화기 너머 익숙한 음성에 검은 커튼은 떨어지고 익숙한 부엌이 눈에 들어와 승철은 낯선 감각에 눈만 끔벅임.

, 나 순영이가 불러서 이만 들어가야 돼. 갈게. 잘 자.

, 지훈아 너도 잘 자고 내일 보자.

전화가 끊기고 승철은 한동안 암전된 핸드폰 화면만 봄. 기묘한 기분이 들어서 잠이 오질 않아. 뭐지? 머리를 굴리며 자신이 느끼는 지금 감정에 알맞은 단어를 찾으려 해도 술에 취해 잠든 뇌는 돌아가질 않음. 결국 생각하길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와 제 자리를 차지한 지수 옆으로 밀고 옆으로 누워 자며 승철은 지훈이랑 통화하며 보던 밤하늘을 떠올림. 우주까지 닿은 검은 하늘에 조명처럼 매달린 별들. 둥근 달 하나 그 주위로 춤을 추는 별들에 하늘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제 뺨에, 입술에, 어깨에, 발을 적신 봄 밤. 을 닮었어.

별이 예쁘다.

절 괴롭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자마자 지훈 손을 잡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 밤에 승철은 우연히 올려본 밤하늘이 아름다워 가던 길 멈추고 하늘을 가리킴. 그 옆에 걷던 지훈이 승철을 따라 하늘을 보더니 그러네.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별무리에 넋을 놓은 채 눈에 담는다. 하늘이 너무 커 눈에 담긴 힘들지만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눈에 담던 승철은 고개 돌리다 저를 올려다보는 지훈이랑 눈이 마주침. 네 눈에도 별이 떴네. 까만 동공 가운데 하얗게 빛나는 별이 있어 승철이 말갛게 웃음. 지훈이 피식 웃으며 형 눈에도 별 있어, 하며 손을 뻗었음. 가까이 다가오는 손가락에 자동으로 눈을 감던 승철 눈썹 끝에 지훈 손가락이 닿는다.

예뻐.

떨어지는 손가락에 천천히 뜬 시야에는 몇 걸음 앞장 걷는 지훈 등이 보이고. 승철은 그때야 깨닫지. 오래 전 느꼈던 기묘한 감정이 무엇인지. 지훈 옆에서 본 것 같았던 부엌에서. 꼭 누군갈 닮았던 그 밤.

별이 예뻐

예뻐. 형처럼 예뻐. 사랑해.

!

정문에 서서 기다렸던 승철은 캐리어 끌며 오는 지훈을 보곤 제가 먼저 달려가 지훈을 꼭 끌어안음.

지훈아. . 보고 싶었어.

초식동물 둘 아침에 겨우 깨워 보내고 하루 내내 골골대던 피곤함이 지훈 보고 다 씻겼어! 지훈이는 내 비타민이야! 부둥부둥 꼭 끌어안음. 23일 못 봤다고 얼굴이 낯설어서 눈, , 입 쓸고 어루만지며 훈아, 훈아 운다. 지훈도 승철 무척 그리웠고 보고 싶었는데 애들 다 있는 학교 정문에서 물고 빨고 핥는 승철때문에 격하게 벗어나려 함. 여기서 이러지 말라고오! 몸부림치지만 곰 힘을 누가 이겨. 지훈은 아직 덜 자란 호랑이인걸... 결국 승철이 만족할 때까지 만져져서야 지훈은 풀려나겠지.

손자국 가득한 찹쌀떡이 돼서 저 멀리서 킬킬대는 호랑이들을 째려봄. 초식동물이면 바로 눈 내리깔 눈빛이지만 같은 호랑이에게 그래봤자 하나도 안 무섭고 애들은 지훈이 놀릴 거리 생겨서 신났음. 지훈만 또 불쌍해짐. 하지만 뭐 어때. 눈치 있는 두 초식동물이 오늘은 안 놀러 와서 지훈이 잔뜩 승철을 독차지했으니까 좋지. 두 초식동물 페르몬이 거슬려서 오자마자 페르몬 풀었는데 여독을 풀지 못한 몸에 무리가 와 코피를 흘린 바람에 승철이 놀라서 아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챙겨줬음. 애처럼 대해서 좀 싫지만 아무 방해도 없이 서로에만 집중하는 이 시간 너무 좋음. 침대에서 버릇처럼 승철 가슴에 손 뻗은 지훈에게 봐줬다는 얼굴로 승철이 승낙한 바람에 그 날 실컷 승철 가슴 만지며 잤음.

애정결핍 탓인지 처음 승철이랑 살 때부터 가슴 만지는 지훈이 버릇은 아직도 안 고쳐짐. 왼쪽 가슴에 손 올려서 박동 느끼는 게 좋다는데 그거 매번 내치기 양심 찔려도 미혼남 가슴은 소중한대요. 그래서 승철 매번 지훈 두 손 꼭 잡으며 자지만 지훈이 아플 때는 봐줘. 작고 소중한 내 아이가 아파. 오늘처럼 코피 흘리고 하얗게 질려서 10살 때처럼 형아 하는데 승철 가슴 쇳덩어리로 만든 심장 아니야. 말랑말랑한 심장이지. 그래서 봐줬음. 그런데 지훈은 원래 하얬고 생각보다 튼튼했음. 그걸 승철은 지훈이랑 사귀고 나서야 알겠지.

완전 속았어!!

밤새 괴롭힘 당하고 늦은 아침에 겨우 일어나 들어간 화장실 거울에서 본 가슴에 핀 울긋불긋한 꽃들에 승철은 두 손으로 붉은 얼굴을 가림. 아프다 해서 봐줬더니 엉망으로 만들었어! 오늘 중요한 날인데 어떡하지. 이걸 어떻게 가려! 이 짐승같은 이지훈이!! 진짜!!!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