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8월 썰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식 올리는 우쿱 보고 싶다. 신기하게도 연애결혼임
그냥 딱 보자마자 느꼈다. 저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하는.
나이가 나이인만큼 주변에 기혼자들 대부분이고 그래서 조언이랍시고 오지랖을 견뎌야했었던-특히 그중에 제일 못 믿었고 의심했던 말. 결혼상대는 한 눈에 보여, 고개숙여 인사하는 상대 정수리보고 깨달았다. 아 그거 거짓말 아니구나. 팔자 좋게 너만 미혼인 게 배 아파서 같이 죽자고 물귀신처럼 매달리는 그런 말인줄 알았지. 통성명을 하고 간단한 대화로 공통분모를 찾으면서 잔을 잡은 네번째 손가락에 우리 결혼반지가 보이고 눈을 접으며 웃는 입술에 여보자기야-가 흘러나온다. 지훈 자신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가족을 그리게 됨. 무난한 부모 밑에서 튀지 않게 자랐지만 그래서 그런지 지훈은 결혼은 꿈에서도 안 찾았다. 인연이 없다기보단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했지. 욕심도 안 나. 그런데 자리를 옮기고 식사를 하고 집까지 차로 모시는 길(차를 두고 왔다한다) 내내 지훈은 확신을 가졌다. 아니 확신보다는 이미 게임 끝.
내일은 어디서 만날까요?
거절을 당할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제가 지훈씨 회사로 갈게요
승철은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담날에 제 회사로 찾아온 승철과 저녁을 먹으며
상견례는 언제로 잡을까요?
...생각보다 늦게 인사드렸고 덕분에 결혼준비는 매우 바빴다. 그 틈틈이 연애를 하고. 남들은 썸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그들은 연애를 했지. 연애고자거나 연애초보라서 헷갈린 건 아니야. 그냥 잘 맞았다. 그거밖에 맞는 표현이 없어. 이렇겠지 예상하며 건넨 의미들은 역시 하고 돌아왔어. 눈에 훤히 보인다 그런 뜻은 아니고. 그냥 저와 잘 맞았음. 잘. 뭐 결혼하고 나서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걸 온 몸으로 깨달았지만 후회는 아니었다. 사실 그렇잖아. 이십몇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쉬운가. 못난 건 깎고 어루만질 건 만지면서 미세한 틈을 서서히 메꾸는 거지.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 날 티비를 보다 문득 보인 광경에 목이 메인다. 소파 아래 나란히 앉아 승철이가 깎은 과일을 집어먹으며 웃는 아이들과 과일에 포크를 꽂곤 여보 지훈을 부르는 배우자.
잘 살았구나.
잘 살고 있구나.
잘 살겠구나.
처음 승철을 만난 날 신기루처럼 보였던 결혼이 눈앞에 현실이 되었다.
두 사람 부모 누군가가 큰 병에 걸렸다는 소리 들어봤고 사고쳤냔 소리도 들었음. 청첩장을 돌릴 때. 번갯불 콩 구워먹듯 결혼하냐고, 꼭 쫓기는 모양새같다고 했지. 크게 신경 쓰진 않았음. 따지자면 양가 모두 건강하시고 섹스는 했지만 콘돔은 잘 꼈다. 어떤 목적 때문에 한 결혼은 아니라 는거다. 좋아서 만났고 그래서 결혼했다. 기간은 숫자뿐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표정 손짓 말투 단편적인 정보들로 오 초만에 모든 판단이 끝난다한다. 그게 인상의 구십프로를 차지한다구..그런 의미에서 지훈d,s 처음 만나는 승철에게 호감 그 이상을 느꼈다는 거다. 결혼을 그릴 정도로. 그래서 당연히 결혼할거라 생각하고 연애를 했던 거지. 좋으면 자꾸 보고 싶잖아.
예상외인 건 승철은 지훈과 결혼할거라 상상을 못했다는 거. 그래서 상견례 얘기할 때 그렇게 놀랐던가..? 하지만 분명 승철 고개 끄덕였다. 글쎄요 부모님하고 상의해봐야겠지만 이때쯤 할까요? 한건 승철이었다. 프로포즈인가? 싶은 그런 지훈 속도로 달려가는 트레일러를 타면서 나쁘진 않을거야-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승철의 좌우명은 흘러가는 대로 살자였고. 좋은 사람일 것 같은 지훈이라면 험난한 급류도 완만하게 흐를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생각 없이 산건데... 감이란 게 있잖아. 지훈이 승철을 첫눈에 결혼상대로 본 것처럼 승철은 지훈의 눈동자에 뭐가 비칠지 알았다.
당신. 최승철. 너.
민규가 우쿱 부부가 둘째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음. 첫째낳고 당분간 아이 계획없다더니 승리(항상 이기라고 지어준 이름)가 여섯 살 되자마자 준비를 했다네? 참 부지런한 부부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둘째를 가졌다니! 제가 더 기뻐서 막 축하한다고 했음. 그리고 며칠 후에 우쿱네 놀러간 민규. 잘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줘서 민규가 놀러가는 날이면 승리 되게 좋아하고 막 자고가라고 승리가 제일 좋아하는 삼촌임. 하여튼 그날도 놀러가서 집에서 직접 만든 과자 가져와서 승리 주면서 승리야- 너 동생 생겼다며? 축하해- 그랬음. 그런데 그 말 하자마자 승리 표정이 안 좋음. 먹던 과자 그릇에 내려놓고 하늘을 찌르던 기운이 땅 밑으로 꺼지는 거. 갑자기 확 변한 승리 분위기에 이상해서 혹 동생 생긴 게 싫은 건가 싶었음. 그런데 승리 왈
동생 없어요..
응??동생이 없다고?? 분명 며칠 전 전화엔 둘째 생겼다고 그랬는데- 뭐지.
동생이 없다고? 이상하다. 며칠 전에 승리 큰아빠 작은아빠가 동생 있다고 삼촌에게 말했는데-
되물었더니
동생...없어요..
울먹울먹거림. 승철 닮아서 큰 눈에 물방울이 금세 맺혀서 떨어지기 일보직전임. 민규 당황하지. 며칠 전까지 있던 우쿱 둘째가 갑자기 없어졌다는 거 이해 안되고 승리 울려 그래서 당황하고. 혹 유산...인가 조심스런 생각이 들고. 우쿱은 민규한테 승리 맡기고 장보러 가서 확인할 방법도 없어서 어쩌지.
일단 승리를 달래야할 것 같아서 미안해 승리야;; 동생이 없어진 줄 모르고.. 미안해;; 달랬음. 그 소리에 승리 더 북받쳐서 승리 운다.
끅...ㅜ..큰아빠가 동생을 잡아먹어서 동생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철이 형이 둘째를 잡아먹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이젠 책상에 엎드려져서 엉엉 우는 승리에 더 당황한 민규. 형이 누굴 잡아먹었다고??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를?? 왜?? 무슨 이야기야 이거??!! 머릿속이 엉망이고. 마침 그 때 집에 돌아온 우쿱 승리가 울고 있어서 놀라 들어오고.
뭐하다 울렸어!
승리 끌어안고 버럭 소리 지르는 승철에 내가 안 울렸어!! 억울해했지. 승리가 그냥 운거야! 하지만 안 믿어주네. 오히려 그 옆에서 지훈이 슬며시 주먹을 말아 쥐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외쳤다.
승철이 형이 둘째 잡아먹었다고 우는거야!!
알고 보니 그랬음. 몸이 이상해서 설마하고 간 병원에서 4주라 확인받은 날. 승리에게 동생 생겼다고 알려줬음. 혹 싫어할까 걱정하며 알려줬는데 승리 엄청 좋아했지. 자기에게도 드디어 동생이 생긴 거냐고 껑충껑충 뛰며 좋아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가질 걸 싶었지. 지훈이랑 승철이랑 서로 마주보며 후후 웃는데 승리가 후다닥 달려와 승철 다리에 매달리며 동생 어딨냐 하는 거. 그래서 알려줬지.
여기 큰 아빠 뱃속에 있어.
승리 그날 밤 잠 못잤다. 동생이 있는데 큰아빠 뱃속에 있대. 왜 뱃속에 있지? 헉. 설마. 설마. 큰 아빠가 잡아먹은 거야? 동생이 맛있어서 왕 잡아먹은 거야?? 큰아빠가?!!!
승리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몰랐어요ㅠㅠ그래서 승철이가 뱃속에 있다는 얘길 잡아 먹었다로 알아서.. 동생 없다고 운거임. 그 얘기 듣고 승철, 지훈, 민규 할 것 없이 하하하 웃음.
우리 승리 그랬어? 큰아빠가 잡아먹은 줄 알았어? 아이고 우리 승리 놀랐겠네
왜 아빠랑 삼촌이 웃는지도 모르고 훌쩍이는 승리랑 승리 젖은 뺨 손바닥으로 비비며 웃는 승철이랑 진짜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며 제 아들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지훈이랑 누구 닮았는지 싶은 민규랑. 한참 웃다가 승철이 승리 고나리같은 손 제 배에 올려주며 말한다.
승리 봄에 작은아빠랑 꽃 심었지? 그 때 씨앗 아주 조금한 거 심었는데 어땠어? 무럭무럭 자라서 꽃이 됐지? 승리 동생도 그래. 여기 큰아빠 뱃속에 승리 동생 씨앗이 있어. 이 씨앗은 오직 작은 아빠만 줄 수 있는데 그 씨앗을 아빠가 뱃속에서 품는 거야. 그러면 이 씨앗이 커져서 우리 예쁜 승리 동생이 나오는 거야.
승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승철이. 아빠 다리에 앉아서 가만히 얘기 듣던 승리 승철이랑 지훈이 얼굴 번갈아 보다가 입 열겠지.
그럼 아빠가 동생 안 잡아먹었어?
풋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하지만 올라가는 입술 단속은 실패해서 웃는 얼굴로 승철이 말하지.
그럼. 안 잡아먹고 여기 아빠 뱃속에 잘 있어.
그제야 승리 활짝 웃는다. 승철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배위로 손 올리며 동생아- 부르다 히히 웃곤 삼촌! 승리 동생 안 잡아먹혔대! 껑충 뛰어서 안기고. 민규 어이쿠 다행이다 안아들곤 같이 좋아하고.
그러다 짜근아빠! 아빠는 큰아빠한테 언제 씨앗 줬어??! 해서 두 번째로 가족들 당황시켰으면...ㅋㅋ 눈 반짝반짝 빛내며 물어봐서 때 묻은 어른들은 입을 쉽게 열 수가 없어요..
나도 주면 안 돼?
나도 큰아빠한테 씨앗 줄 수 있어?!
삼촌은?!
연달아 묻는 질문 안돼, 안돼, 절대 안돼, 로 답하고 어린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후니 작은 아빠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는 후문이...
쨌든 승철 배가 부르면서 동생 언제 나와? 몇 잠 자야 돼?가 입에 붙은 승리에게 열 밤만 열 밤만 하고. 열 밤 삼백 개 된 날 태어난 동생보고 또 우는 승리.
동생이 외계인이야;ㅅ; 작은 아빠가 큰 아빠한테 이상한 씨앗 줬나봐;ㅅ; 쭈글쭈글하고 빨개;ㅅ; 내 동생 돌려줘;ㅅ;
브이앱 복습하면서 차니 예뻐하는 승철이 보고 싶었음. 지훈이 동생이 이찬이라서 예뻐하는 것도 있고 얘가 지훈이처럼 작고 귀업고 단단하네. 낯가리는 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이지훈 동생이라고 자기 애인이랑 넘나 똑같아서 더 마음 쏟은 것도 있고. 그래서 학교에서 밖에서 놀러간 지훈이 집에서 찬아- 부르며 달려가 한품에 안기도 하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용돈도 줬음. 나이차이야 기껏해야 다섯 손가락도 안 넘어가고 둘다 대학생인데 군에 가야할 미필과 갔다 온 예비역은 천치차이네. 두 사람의 연결고리인 지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만년 병장. 제대까지 백일도 안 남았다. 쨌든 지훈이 고 이때 과외 쌤으로 만나서 요즘 소설에서도 안 쓰는 사랑때문에 형이 다니는 대학을 목표삼아 첫사랑=짝사랑 했다가 같았으면서 몰라봤던 맘 확인하고 뜨겁게 사랑한 커플이어라. 뜨거운만큼 격렬하게 싸우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친형에게, 승철에게 잡혀서 고딩 시절을 시원하게 쌈 싸먹었기에 찬은 저 커플 넘 피곤하다. 특히 최승철은(이때 아니면 말 막 놓음)아직도 어려운 형이라 얼굴도 안 보이는 십 미터 거리에서 이름 부르며 달려올 때가 젤 무서움. 우리 형보다 몸도 좋고 키도 크신 분이 자기가 강아지인줄 아는 대형견처럼 온 몸으로 달려와 안는대 진짜 다리 휘청임. 두 팔로 꽉 안으면 숨..숨이 안 쉬ㅇㅓ져..갈비뼈가 부러질 것 같아요 형 ㅠㅠㅠㅠ 그런 찬을 모르고 차니에게 오늘도 용돈을 주시고 엉덩이 팡팡 두들기며 사라지는 최승철씨. 이지훈 애인님. 진짜 얼른 형이 제대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전에 내가 빨리 독립해야 돼. 염장할 커플의 환장할 꽁냥꽁냥을 눈앞에서 치우려면. 오늘도 승철에게 받은 용돈은 찬이의 독립을 위한 미래투자로 들어간다.
저런 소리하면서 막상 우쿱 커플 문제생기면 젤 먼저 달려가서 수습해줄 사람 이찬이고. 똥고집은 있어서 싸우면 전화 하나 안하는 두 사람 사이 오작교 돼주고. 필요할 땐 같이 험담도 해줌. 물론 나중에 화해한 커플이 다 까발려서 응징 당함. 역시 해로운 커플임
나 선본다
애인 이지훈(알파)한테 폭탄안기고 우아하게 스테이크 써는 승철(알파) 보고 싶다. 참고로 선 상대는 오메가임.
둘 다 대한민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자제였으면 더 좋겠네. 굳이 서열로 따지자면 승철네가 더 우위인. 둘이 어린 시절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00클럽에서 만나서 알고지낸지는 오래고 눈 맞고 배 맞은지도 두 자리 수 넘어감. 우습게도 둘이 알파인데 사랑하는 사이임. 자존심이 강하고 생물학적으로 오메가에게 끌리는 만큼 알파와 알파의 만남이 극히 드물고. 알파끼리 사랑하는 건 동화속 내용이다. 하지만 지훈과 승철은 서로가 사랑 아닐 리 없음이다. 보슬비에 서서히 젖듯 서로 스며들었기에- 서로가 아니면 안 돼. 드라마에서나 할 법한 대사를 읊으며 절절히 매달리진 않는다. 다만 상대가 자길 버리면 자신이 가진 재력 권력으로 처참히 짓밟아주겠다는 맘은 있어. 진짜로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사랑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물론 진짜 그럴 수도 있다. 마음은 원래 내 뜻대로 안되잖아. 그런데 선? 서어언?!!!
서로 만나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후계를 위해 알파끼리 만나는 건줄 앎- 알파와 오메가가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게 당연한 사회이니 언젠가 결혼이 눈앞에 나타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무례하게 들이밀 줄 몰랐지. 선이란 게 무슨 의도를 품고 있는지 알면서 쉽게 말을 뱉은 분노와 오메가라는 이유만으로도 아무노력 없이 쉽게 승철을 취한다는 질투로 머리는 지끈지끈 열이 오르고. 사람이 극도로 화가 나면 머릿속이 깨끗하게 하얘진다는 거, 나이프 쥔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알았네. 안할 거지만 내 손에 피묻 히며 하고 싶지 않지만 진심으로 둘 중에 하나, 말하지 않아도 알 그 하나를 진심으로 .....싶었다.
몰라도 됐잖아
모르고 아는 것보다 미리 아는 게 덜 빡치잖아
글쎄. 만남의 성격이 선이란 걸 알았다면 알기 전이든 후든 똑같이 눈 돌아갔을 것 같은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보러 간다 말하지 않고 만나는 것도 모르게 어제와 오늘같이 내일도 만났었다면. 하지만 이미 흘러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고 지훈은 제 앞에서 폭탄을 던지고 아무렇지않게 스테이크를 써는 승철을 노려볼 뿐. 그 시선을 알고 눈을 마주치며 웃는 얼굴로 말해.
머리채 잡아도 이해할게
허락은 간신히 억눌렀던 분노를 터뜨리게 만들어, 대신 머리 말고 목을 잡았다. 두터운 목을 두 손 가득 쥐어 호흡을 허락하지 않고. 가슴 위쪽과 턱 아래가 빨갛게 하얗게 파랗게 변하는 걸 내려다보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승철 안에다 모두 쏟았지. 먹지 아니하고 보지 아니한 곳 없으나 몸 곳곳을 찬찬히 그러나 자비 없이 입안에 씹어 삼키며 지훈 제 냄새를 뒤집어씌웠다.
그렇게 지훈에게 모두 삼켜져 엉망인 채로 선보러간 승철을 상대방은 내내 불편해했지. 쇳소리 나는 엉망인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할 때부터 느꼈던 기이함은 지친 얼굴로 불편하게 앉으며 이어가는 대화 내내 몸집을 부풀려 늦게야 알았지. 지금 이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 냄새가 난다고. 단순히 페르몬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말투 제스쳐 눈빛에서... 승철 아닌 타인이 있어.
제가 듣던 거하곤 다르네요
라고 말한 건 의도를 다분하게 깐 거고. 승철은 깜박깜박 금세라고 잠에 잠길 것 같은 눈을 반달처럼 접었네
남들보다 유독 크고 아래로 처진 눈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겠지. 승철네에 비하면 한참 아랫 그룹이고 다른 기업과 원활히 거래하고 있지만 승철회사가 아니면 이만큼 부유하게 살 수 없는 부족한 가문이라 그 눈짓 하나에 자신의 입이 틀어 막혀서 억울하네. 이 오만하고 우월한 알파와의 결혼생활이 짧게 그려졌다 아침이슬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당연히 선은 파토나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전에 더럽게 많은 다른 후보와 또 약속이 잡히겠지. 그리고 승철은 하나같이 약속 한시간전까지 지훈 품에 안기다 가겠지. 그리고 그만큼 수없이 만났던 상대방은 보아도 보지 않았고 맡아도 맡지 않았으며 말해도 말하지 못한 채 오감을 모두 묶었다. 무서운 것도 있고. 아주 적은 숫자에 들어가는 집합일수록 침묵은 권력과 명예와 부를 더 얹어주기에- 승철과 지훈은 여전히 잘 만나고 있고. 하나하나 파헤치자면 끝도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오늘 알파 지훈(5살) 오메가 승철(17살) 이 하루종일 머릿속에 안 떠나가 죽을 것 같아. 보고싶은 건 많은데 막 하려면 스토리가 안나와서 괴로워 으앙. 보고싶다알파와 오메가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철없으면 철없을 나이에 자기 허리도 안 오는 한참 작은 지훈이 무릎에 앉혀 과일 먹여주고 같이 욕조 들어가서 씻고 제 침대에 눕혀 이불 채 안으며 재우고. 지훈이 들어오고 남남이 된 부모님 이해하고 그래서 지훈이 어린 얼굴에 낯선 그림자 보일 때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 많아. 그래서 한 번씩 창 너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승철이가 없는 집에 혼자 있던 지훈을 본 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철을 보며 칠 년만에 세상 바깥을 나온 매미같았던 어린아이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따스한 해처럼 포근히 안아주겠다고 가끔씩 다 태울 것처럼 열에 취해 잠을 자지 못하고 승철 목을 꼭 끌어안으며 칭얼대는 지훈을 밤새도록 돌본 나날들. 땀으로 젖은 작은 몸에서 희미하게 나던 향이 무얼 의미하는 알아도 보듬었지. 지훈에게 가족은 승철이 유일하니까.
18살. 현관 앞. 고장난 주황등은 마음을 가리지 못하고. 젖은 교복 채로 축축한 지훈은 승철의 위에 올라타며 말해.
나를 버릴 거예요?
비인지 눈물인지 앞머리에 가려진 지훈의 두 눈을 더듬으며 손을 뻗어. 어린 아이는 몸만 컸어.
버리면?
죽여버릴 거야
오늘 강남 푸드트럭을 갔는데 솜사탕 파는 파는 트럭이 있드라. 그러니까 후니솜사탕 파는 지훈이랑 조카 땜에 솜사탕 사러간 승철로 우쿱 보고 싶다. 위치도 위치지만 핑크색하늘색 파스텔 푸드 트럭 눈에 띌 수밖에 없고. 거기다 주인장 라임색 머리에 외모도 귀엽게 생겨서 구름 같은 솜사탕 만드는데 넘 찰떡같은 거지. 막대기 잡고 돌돌돌 마는 솜씨며 다 만들고 예쁜 미소로 맛있게 드세요 하는데 내가 오늘부터 여기 단골이다라는 말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음이지. 물론 솜사탕이 일반 솜사탕보다 크고 쫀쫀하고 적당히 달아서 또 오는 손님들도 많다. 그래서 자리 잡은 지 두 달만에 sns로 입소문타서 줄서야만 먹을 수 있는 솜사탕 가게로 유명해짐.
승철은 sns를 안하기 때문에 후니솜사탕 존재를 몰랐고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 길 몰라서 후니솜사탕 먹고 싶다는 조카 손에 붙들려서 강남역에 가겠지. 조카는 요즘 애들답게 기계 다르는 솜씨며 정보 습득력 뛰어나서 후니솜사탕 존재를 일찍이 알았는데 부모님이 못 먹게해서(솜사탕 그런 거 나쁜 거야) 그림의 떡처럼 입맛만 다시다가... 방학 겸 자격증 시험공부 겸 조카 보러 가는 겸 겸사겸사해서 놀러온 승철 삼촌땜에 먹으러 간다. 누나나 매형이나 절대 불량식품 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최 씨네 피를 진하게 받아 인형같이 예쁜 조카가 올망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삼촌 사주세요 하는데 어느 삼촌이 안 사줄 수가 있나..ㅜ 그래서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며 손가락 걸고 강남역에 가겠지. 그리고 승철은 어마무시하게 긴 줄을 보고... 우리 이거 꼭 먹어야해? 라고 물어 조카 눈에 기어이 닭똥 같은 눈물 흘리게 만들었음. 소리내어 울지도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며 후니솜사탕에서 왕 큰 솜사탕 받고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만 보는 조카에게 너무 미안해서 승철이 바로 조카 안고 달래면서 맨 뒷줄에 섰음.
그 더운날. 어제까지 비와서 직빵으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에 사람 많은 강남에서 줄을 선 승철. 조카는 고새 맘 풀어져서 어느 솜사탕을 먹을까 고민 중인데 승철은 본인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 땀 주륵주륵 흘리고 얼굴 벌게져서 간간이 조카 맞장구치며 이 존나 긴 줄이 빨리 사라졌으면... 하지.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주문했을 때 승철은 영혼이 털려있었고 조카만 신나서 후니 솜사탕달라고 하겠지. 기계적으로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내고 막대기를 드는 지훈을 넋을 놓으며 바라봐. 하얗고 말캉한 솜사탕주인 보면서 민트같네 라고 생각이 듦. 머리 색때문인 것도 있고. 이 더운 날 트럭안도 더울 텐데 하얗고 말캉한 얼굴이 산뜻해서, 시선을 뗄 수 없는거다.
아저씨. 저 솜사탕 크게 만들어주세요
그런 승철 옆에서 조카는 두 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지훈이한테 부탁하고. 지훈은 귀여운 손님 요청에 방긋 웃어주겠지. 그 미소에 승철이 제 왼쪽가슴으로 손 올린다.
그리고 그 날부터 시험공부하러 가는 길 일부러 삥 돌며 매일 후니솜사탕에 눈도장 찍는 승철이로 달콤한 솜사탕같은 우쿱보고싶다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에서 왕세자인 지훈이가 국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의 결혼약속으로 인해 18년 인생에 세자빈이 될 운명에 처한 열혈고딩 최승철. 아직 자기에게 처할 운명을 모르고 방학을 맞이해 침대에 뒹굴고 있다.
와 진짜 왕세자다. 대박. 헐. 저 손 잡아 봐도 될까요?
헐. 나 왕세자 손잡았어..!
(....뭐지 이 사람은)
제 결혼상대일 승철이 지훈과 손잡고 놀라서 눈 왕방울만하게 뜨고 호들갑 떠는 거 보면서 지훈은 머리 뒤쪽이 지끈지끈해지겠지.
설마 자기랑 결혼한다는 거 모르는 거 아니야?
그리고 진짜로 왕을 만날 때까지 승철은 몰랐다. 그저 왕궁에서 매년 행하는 행사에 놀러온걸 줄 알았지.
제가 결혼이요???!! 다들 미♭치셨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난리 났다.
저 십ㅍ..아니 열여덟 살인데요?!
아니 내가 왕세자랑 결혼..아니 두분이 친구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결혼??! 내가 결혼??!!!!
부모님이고 왕이고 왕세자고 미♭쳤다는 소리 들었음에도 너무 태연작약하고 덤덤해서 승철 혼자 팔짝뛰고 미칠 노릇이고. 나 못해! 안해!! 날뛰어도 아무도 듣질 않아. 아놔. 진짜 싫다고 이자리가 어딘지도 잊고 소파에 널브러지며 버둥대다가 너도 싫지?! 왕세자 지훈에게 손가락 뻗어 콕 가리키며 물었음. 지훈이 부모님끼리 주고받는 대화 경청하다 갑자기 자길 가리키는 승철에 오른쪽 눈썹 올라갔지.
예의 없는 사람이네
요란하고 시끄러웠던 첫인상에 어른들이 있는 진지한 대화 속에 철없이 구는 승철이 곱게 보이지 않는 지훈이. 사실 승철만 따로 보면 괜찮은 사람이지만 지훈도 원치않는 결혼이라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어서..모든 게 다 삐뚤게 보임. 물론 결혼이 싫긴 해. 싫은데 싫다고 얘기할 수 있는 위치인가. 그래도 싫다. 그래서 돌려 말하지.
이르다곤...생각합니다
애매한 거부. 그게 지훈의 최선이었다. 그리고 승철은 그걸 찰떡같이 알아듣고 맞아 우리 미자라 결혼 못한다며 결혼취소 이러고. 그 얘길 듣던 두 부부는 끙... 아무말도 못해. 왜냐면 자기들도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거든. 그런 어른들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승철이 그치??엄마아빠랑 ㅈ...전하님이 생각해도 너무 이르죠? 그러니 우리 결혼취소해요 막 그러고. 지훈에게 막 눈으로 눈치주면서 뭐라도 말하라고 재촉하고. 지훈은 큼큼 헛기침하며 아바마마..입 뗐음. 하지만 아바마마가 빨랐다.
그럼 약혼을 합시다. 결혼은 둘이 성인이 된 후에 해도 되겠죠.
그날로 승철이 짐 싸들고 가출했다. 이유는 하나야. 살아야돼. 그리고 그런 승철을 찾으러 가는 사람은 지훈이면 좋겠네.
네 빈이 될 사람인데 네가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 한마디에 거절도 못하고 그대로 궁에서 나와 이 아득바득 물며 찾으러 다니고.
처음이 그래서 그런 까. 결혼하고 서도 맘에 안들면 툭하고 가출하는 승철이 찾아다니는 지훈이로 알콩달콩 궁중연애물 보고싶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