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첫사랑에 선생님 된 훈이
선생님이 된 이유가 첫사랑 때문인 훈 보고싶다. 당연하게도 우쿱으로.
고이 때 훈 담임이었던 처리. 에너지 넘치고 체육대회 이런데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쌤인데 안 어울리게 과목은 법과사회였으면.. 단순히 수학이 싫어서 문과로 온 훈이 담임 쌤 담당과목 듣고 의왼데 싶었고 애들이랑 허물없이 어울리고 목소리 커서 자기랑 안맞을거라 생각함. 그리고 초반에 의무적으로 하는 상담에서 우리즤후니 왔구나^^ 해서 기겁함.
우리...즤후니요?
낯간지러운 거 싫고 오글거리는 거 질색하는 후니에게 우리즤후니 고문같고.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우리즤후니 붙이며 묻는 처리 땜에 얼굴표정점점 썩어 들어가고. 듣다듣다 안돼서 쌤 좀 우리 그거 안하셨으면... 했음. 단답으로 대답만 하고 반응없 던 후니가 그런 말해서 처리 놀라서 눈동그라지고.
그게 왜?
순수하게 물었음.
좀 별로..
그런 후니반응에 처리 갑자기 씨익 개구지게 웃는다. 아아아 알겠어. 매력있게 웃는 얼굴 보고 후니 제 손으로 제 무덤 팠다는 거 본능적으로 알았고. 그 이후부터 처리 후니만 보면 우리즤후니 우리즤후니 그럼. 얼마나 그러는지 이과 쌤들도 교무실에 들어온 후니보고 아 우리즤후니가 너구나??이러고 친구들도 우리즤후니그래서 본의아니게 학교 내 유명인되버림. 자세힌 몰라도 누군가 우리즤후니가 누구야? 물어보면 쟤라고 알려주는 그런정도.
후니 스트레스 어마무시하겠지. 조용하게 물 흘러가듯 살아가는 게 제인생목표인데 개구쟁이 담임처리 때문에 피곤피곤. 담당과목 수업 때 조례 때 종례 때 우리즤후니가 한번 발표해볼까-? 이러고 우리 즤후니 집에 잘가- 이래서 하루에 수십 번 얼굴 불타오름. 쉬는 시간에 애들과 매점갔다 오는 길에 저멀리 처리가 보이면 바로 등 돌려서 도망가는데 처리 눈 2.0 2.0.이어라. 우리즤후나- 우렁차게 외쳐 한 번도 후니를 놓친 적 없음. 후니 진짜 상담 때 괜히 제가 그런 말해서...수십 번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점심 먹고 졸기 딱 좋은 오 교시에 못자고 눈 부릅뜨며 수업 들음. 왜냐면 처리 딴 놈이 졸면 안 잡으면서 후니가 눈 깜박거려도 잡아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허벅지 꼬집으며 깨려고 함.
그러다 셤기간에 셤 범위 알려주면서 내 과목 백점 맞으면 밥 쏜다고 처리가 공약걸었으면. 밥 먹다가 뒤돌면 배고픈 나이들이니 아주 환호할 듯. 쌤 지갑을 털어주겠다는 의지로 공부하겠다는 애들 틈에 후니만 심드렁... 한 척 야자 때 제일 먼저 핀 책이 법과사회ㅋㅋ 남들 국어 수학 영어할 때 법에 더 투자하는 훈이. 괜히 신경 쓰여서 맛있는 거 먹으려고 그래 라며 자위해보지만 우리 즤후니 쌤이랑 밥 먹어야지? 처리가 그래서.. 아 아니야. 제자로서 담임쌤 과목 백점 한번 맞아줘야지. 순수한 마음이다. 스승을 사랑하는 제자의 마음.
하지만 1점차이로 99점 맞은 셤 결과에 엄청 실망하겠지. 반에서 세 명 정도 백점 나와서 처리랑 어디 가서 뭘 먹은건지 정하기 바쁜데 자신은 그 뒤에서 물끄럼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즤후니랑 밥 먹고 싶었는데 아쉽네.
후니 점수보고 제가 더 안타까워하는 처리에 안돼요? 약간의 기대갖고 물었다가 널 허락하면 딴 애들이 쌤한테 서운해 해 거절당하고. 후니 훈무룩함. 그렇게 우리즤후니 우리즤후니 원한 적 없는 별명 붙일 정도로 귀여워했으면서 왜 나는 안 돼? 처리가 막 밉고. 속상하고. 실망해서 축 처진 후니. 그러다 제 손위에 간식거리 올리는 처리에 놀라 고개 들겠지.
이거 내가 아끼는 건데 특별히 너니까 주는거야. 다음에- 셤 꼭 백 점맞아서 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교무실에서 나와 교실로 돌아가 제 자리에 앉은 후니. 책상에 팔 올려서 얼굴 묻겠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후니 귀 새빨개지고 하나 까서 입에 넣어준 사탕이 도로록 굴러가는 입안 너무 달아서 죽을 것 같을 거다.
그리고 다음 기말 때 백점 맞아서 처리랑 밥먹는 후니. 이번에도 똑같은 공약 걸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중간 때 백점 맞은 애들 다 떨어지고-다른 반에서조차 백점은 없었음-후니만 혼자 백점 맞음. 처리는 너만 유일하게 백점이라며 그렇게 쌤하고 밥 먹고 싶었냐며 쾌활하게 웃고 후니는 쪽팔렸겠지. 꼭 그것 때문은 아닌데 그렇다고 딴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서 아니라고 말을 못해. 말도 못하고 처리랑 밥 약속 가질 거다.
그리고 약속 날. 교복과 정장이 아닌 사복으로 만나서 밥먹으러가고 나오는 길에 건물에 걸린 영화광고보고 저거 꼭 보고 싶었던 거라며 처리가 질질 끌어가서 영화도 보고. 영화엔 팝콘이라며 사가지고 자긴 안 먹고 훈에게 팝콘 안겨선 화려한 화면에 입 벌린 채 집중하는 처리쌤에 후니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이겠지. 식당에서 수저 놓으면서 우리 둘밖에 없으니 꼭 데이트하는 것 같다? 어색하게 웃으며 농을 치던 처리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돌아다녀서. 수저질을 어떻게 하고 쌤하고 무슨 말을 했고 지금 영화가 어디까지 흘렀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하늘을 부유했겠지. 오늘 쌤이랑 놀아줘서 고맙다며 필요 없다는 버스비 만원 기어이 쥐어주며 잘가 라고 손 흔드는 처리쌤에 후니 모른 척 하던 제 마음 직시할것이다. 잠만보가 잠도 안 자고 유독 처리과목을 더 공부했던 이유.
사랑에 빠졌다. 우리즤후니가 슩철쌤에게.
그렇게 제 마음 직시하고나서 부턴 후니 처리 앞에서 더 부끄럼쟁이 된다. 우리즤후니에 몇 번이고 귀가 간지럽고 뒷목이 쭈뼛쭈뼛 소름 돋고. 수업 중에 눈 마주칠 때마다 눈웃음 짓는 쌤에 책엔 의미모를 낙서만 한 가득이고. 들키고 싶지 않아 겨우 숨길뿐, 학교 가는 게 기대되는 사랑에 빠진 소년에게 하루하루가 매우 벅차고 행복하겠지. 그리고 딱히 가고 싶은데도 없고 돈이나 벌까하던 후니가 고 삼돼서 장래희망으로 선생님이라고 적는다. 이유는 단순. 처리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후니 학교는 학년이 오르면 쌤들도 같이 올라오는데 문과이과로 나누어진 채로 학생 따라 올라감. 다만 담임 쌤만 교체되는 시스템. 후니 삼학년이 되고 처리는 다른 반 담당쌤이 됐는데 올라가서도 복도에서 수업중 에 우리즤후니를 여전히 찾으며 아주 아꼈음. 그 땐 후니나 애들이나 익숙해져서 애칭갖고 안 놀리고 후니도 담담하게 듣고. 처리만 조금 속상해따. 이제 안기여어ㅠㅠ우리즤후니ㅠㅠ
하지만 처리는 모르겠지. 첫 학기, 입시를 위한 첫 상담 시 꿈도 목표도 없던 후니가 다음 상담 때 선생님될래요 한 거 본인때문이란 걸.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냐며 성적 괜찮은 후니에게 여러 대학 팜플렛 입시전형 보여주며 추천하는 담임 곤란해하며 이것저것 권하지. 하지만 후니는 심드렁함. 학생이라서 공부를 한 거지 뚜렷한 목표나 하고 싶은 일 없는 아이였고 굳이 대학을 갈 필요 없을 것 같았음. 군은 가야하니까 알바로 돈 벌고 군 갔다와서 미래를 설계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했던 후니. 내용 없는 상담 끝나고 나올 때 처리 마주침.
상담했어?
네..
또 나 때처럼 하고 싶은 거 없다고 얘기했니? .
..없으니까요
어깨 으쓱이는 훈에 철이 본인이 안타깝다는 듯 눈꼬리 늘어뜨리며 아쉽다..한다.
네 일이니 할 말은 없지만....그래도 어디라도 들어갔으면 좋겠어. 네가 아까워. 꼭 대학을 나올 필요는 없지만 한국사회에 대학 간판 무시할 수 없고.
성적 좋고 괜찮은 학생인 후니가 후니라면 어느 과를 가든 무던하게 잘 해낼 것 같아서.
미래를 알 수 없다 해서 현재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공부가 아니어도 길은 있잖아요
그건 그래. 맞아. 그냥 쌤 욕심이야. 깊게 생각하지 마 흘려들어-
어깨를 두들기고 교무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처리쌤 얼굴빛이 안 좋아서 후니 저도 모르게 쌤하고 잡았다.
쌤 생각엔.. .제가 뭐가 됐으면 좋겠어요?
음 선생님
선생님?
생각못한 직업에 후니 황당해서 되물었음. 처리는 눈 데르르 굴리며 이유 말하지.
차분하고 센스있고. 카리스마도 좀 있고. 똑똑하고. 멋있고. 응? 너 운동도 잘하고. 또 뭐냐. 귀엽기도 하고ㅋㅋ너랑 딱이네. 딱.
들으면 들을수록 후니 귀는 점점 빨개지겠지. 처리쌤이 자길 그렇게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다 처리 씩 웃으며 한방 날린다.
교사돼서 나랑 같은 교탁잡자. 우리즤후나.
그 다음 상담 때 훈이 담임이 입 열기도 전에 ××대 선수 침. 엉? 쌤 멍청하게 되묻다가 곧 알아들고 너..교사되려고? 해서 후니 네 고개 끄덕임. 쌤 당황하겠지. 몇 주 전만해도 심드렁하던 애가 갑자기 교사된다고 하니. 꿈을 잡은 건 좋은데 왜 됐는 지궁금해서 이유 물었음.
...그냥요
좋아하는 슩철쌤이 같이 교탁잡자해서 교사가 됐다곤 말은 못하고. 말 던져놓고도 약간의 후회와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고. 훈 담임 맞은편에서 옆 옆에 앉아 모니터만 보는 슩철쌤이 이 상담 몰랐으면 좋겠고. 하지만 뭐 어찌됐든 교사라는 목표를 삼았으니 축하한다는 담임 때문에 처리 들어버려서.
우아 훈이 교사 될거야? 짱인걸! 넌 진짜 잘할 거야!!
엄지 척 하는 슩철쌤땜에 불타는 고구마되겠지. 그러면서도 마음에 퐁퐁 샘이 솟을 거다. 교사되겠다는 아들의 뜬금없는 고백에 왜???놀라 수저 떨어뜨린 부모님과 애들 울릴 셈이냐? 놀리던 친구들과 달리 슩철의 기뻐하는 반응에 마음이 일렁여서- 그렇게 후니는 고 삼내내 공부에 빠져죽을 거다. 후니가 가려는 대학이 조금 상위권이라 빡세게 공부해야하거든. 사실 교사만 될 수 있다면 어디대학이든 좋은데 후니가 굳이 xx대학을 가겠다한 이유. 처리쌤이 졸업한 대학이걸랑. 같이 대학을 못 다녀도 쌤이 다닌 대학을 가면 내 후배네! 하며 좋아해줄 것 같고.. 또 그냥 그게 좋아. 참으로 예쁜 순정이다.
그렇게 첫사랑의 힘으로 열공하는 후니. 덕분에 성적 쑥쑥 올라가고. 친구들은 얘가 고삼이 되더니 맘 단단히 먹었나보다 놀라고. 담임은 이대로만 간다면 xx대 뚫을만하다 그러고. 부모님은 후니 학원 끊어줌. 후니 인생에 어렸을 때 배운 합기도 빼고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두 번 째로 가고. 야자열시까지 마치고 후다닥 달려가서 학원가는 봉고차타고 새벽에 집 들어와 복습 좀 하고 기절하듯 잠드는 나날 이어질 거다. 사실 야자시간에 학원가면 두 세시간 더 잘 수 있는데 야자 고집하는 이유. 슩철이가 야자 감독임. 일주일에 한번 야자 감독함. 담임이 아니라서 수업 때만 실컷 볼 수 있는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볼려고 야자체질 아닌데 꾸역꾸역 앉아있고. 철이가 감독하는 날만 있어볼까 했지만 쌤들끼리 사정으로 서로 날짜 바꾸기도 해서 잘못하면 이주동안 못 봐서 1일을 위해4일을 버림. 효율적인 거 좋아하고 게으른 거 짱짱 좋아하는 훈에게 이성이 있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은 사람을 마비시키니깐. ]그렇게 고생하는 훈에게 처리 볼 때마다 초콜렛 사탕 한 무더기씩 주면 좋겠다. 우리 후니 당 충전하고 힘내라며 엉덩이 두들겨주며 줘. 후니 단 거라면 질색하는데 처리가 준 건 차마 거절 못하고 가져와서 필통 가방 책상서랍 이런데 뒀으면 좋겠다. 버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주지않아. 이유가 뻔하니 굳이 말할 필요 없고. 가끔 눈치 좋고 손 빠른 애들이 하나 슬쩍 가져가면 입시스트레스 담아 줘팬다. 가끔 애들이 너무 먹고 싶어하면 슩철이가 준거 말고 담임이 준 간식 던져줌. 그건 아낌없이 줄 수 있음. 이건 안 돼. 내가 안 먹어도 안 돼. 책 꺼내다 도로록 굴러 떨어지는 사탕이 얼마나 사람을 벅차게 만드는지. 하늘에 뜬 별이 제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것처럼 행복이 넘쳐 올라 줄 수가 없음. 짓뭉개지고 녹녹해지고 봉지가 헤져 터져서 버린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마음.
그러다 시련을 맞겠지. 수능을 앞둔 날. 반애들 잘 보라며 엿 돌리던 철이가 교무실 심부름 온 훈에게도 꼭 붙으라며 엿 선물해줌. 엿 먹어라라며 주는 거 어폐가 좀 그래서... 받고 이상한 표정 짓는 훈땜에 파하하 웃으며 재수 없어라! 까지 덧붙여서 놀리고. 훈이 어이없어서 바람 빠진 웃음소리 내며 돌아와선 가방 깊은 데 숨겼는데.. 수능끝나고 점수 맞추러 온 교실에 슩철쌤 결혼한대!!!소문 듣고 파스스 무너짐. 속도위반으로 결혼한다고 어제 수능 볼 때 부모들끼리 상견례해서 날짜 급하게 잡았다며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져. 하필 그날 슩철이 없어서- 사실여부 묻지 못하고. 어떤 애는 xx쌤-슩철쌤하고 친한 쌤-이 맞다하고 누구는 쌤 책상에 있는 청첩장 봤다하고. 훈이 점수 반도 못 맞추고 벌떡 일어나서 교무실로 달려가 무슨 일이냐며 묻는 담임무시하고 철 책상으로 달려감. 그리고 어지러운 책상 구석에 딱 봐도 청첩장인 카드가 있어서.. 훈이 가방도 못 챙기고 학교 뛰쳐나감.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방황한 채 발이 닿는대로 걷다가. 멈춘 길거리 맞은편 창에 비춘 제 얼굴이 엉망이라서, 소리없이 찬바람에 언 뺨을 데우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음.
그리고 그날로 학교 안가는 훈이. 어차피 수능 끝난 고삼 학교 갈 이유 없어서 갈 필요 없고. 더욱이 수시전형이라서 수업일수 채울 필요 없어서 놀자는 애들 연락 무시하고 집에만 틀어박혀있겠지. 이어질 거라 생각 안했지만 철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거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해서.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원히 그렇게 제 담임으로서 첫사랑으로서 남을 줄 알았던 상대가- 모르는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아이를 가질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너무 아프다. 아픈데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더 힘들고. 우리즤후니라 부르며 다른 애들보다 더 아끼고 좋아해줬지만 슩철쌤이 담당하던 이학년 학생 중에 한명일 뿐이라는 걸 마주했네. 시간 지나면 잊혀질 아이. 왜 나는 그를 사랑했을까.
그렇게 지독하게 아파하며 졸업식도 안가고 그대로 대학입학하겠지. 사실 대학 안가고 싶었음. 가는 이유가 슩철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갑자기 안간다 하기 뭐해. 이유 물어보면 적당하게 답할 자신이 없어. 연락 다 씹은 훈에게 유일하게 끝까지 연락한 수녕이가 너 합격 확인했냐고 물어봐서 물 먹은 솜처럼 느릿느릿 확인하다 합격글자보고 마음이 미어져서 차마 대학정문을 통과할 자신이 없는데. 너무나 좋아했던 부모님-축하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싫은 마음으로 대학을 다녔음. 그것도 일년 안되고 마음 못 잡아서 바로 군에 들어가고. 제대하고 나서도 종종 떠오르는 잊혀지지 않은 상대에 화가 나고 밉고 억울하고 그립고...
복학할까 자퇴할까 고민하던 중 고딩 친구들 부름에 동창회 참여하겠지. 사실 그런 자리 질색이고 가면 자동으로 떠오를 기억에 괴로워 안 가려 했는데 제발 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거절할 수 없어 갔지.막 상 가선 기억 때와 다른 애들 겉모습에 다행히 떠오르질 않아서 맘 놓고 웃으며 떠들었지. 연애 군대로 막 떠들다 자동으로 고딩 때 이야기 나왔고. 그쯤에서 후니 조용해지고 안주만 뒤적거리고. 고 삼때 담임이 결혼해서 둘째를 낳았다더라 하는 얘기에 슩철 쌤은 애가 몇 살이래? 묻고 말았다. 묻고 나서 바로 후회했는데 애들 표정이..왜. 뭐. 다들 그런 얼굴인데?
슩철쌤이 애가 왜 있어
결혼하셨잖아
쌤이? 아니. 결혼 안하셨는데.
???한다고?? 소문이??
아 넌 수능 끝나고 학교 안나 와서 몰랐겠구나. 그거 소문 슩철쌤 말고 xx쌤이었어
알고 보니 소문주인공이 바뀌었단다. 진짜 결혼하시는 분이 돌린 청첩장을 그날 일이 있어 못나온 철 쌤 책상에 올려 진 걸 누가 보고 오해해서 퍼뜨린 거라고.... 하필 그분이름이 슩철쌤하고 이름이 엇비슷해서 잘못 들으면 헷갈리는데 그걸 또 잘못 들어서 그렇게 소문이 와전 된거라고... 진실을 알고 훈이 허탈해서 축 늘어지겠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삼년을 괴로워했는데.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해서 매일 매일이 고통이었는데. 하루만, 하루만 학교를 갔더라면 적어도 졸업식을 갔더라면 지금까지 괴로워하지 않았을텐데-
아 맞다. 그 때 슩철쌤 너 찾았는데.
나?
훈이 심장 덜컹거릴 거다. 담당학생도 아닌데 왜 찾았나싶어서 떨리는 음성을 누르며 물었음.
기억은 잘 안나는데...너 합격하면 밥 사줄려고 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작년인가 스승의 날 찾아갔을 때도 너 뭐하고 사냐고, 얘는 졸업하고 얼굴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섭섭하다고 했었어. 우리즤후니 보고 싶다고
다음날 훈이 잔뜩 긴장한 채로 모교 갈 거다. 헛기침하며 교무실 찾아갔는데 이런 철이 이번 해에 다른 학교로 전근 갔다네. 타이밍이 뭣 같네. 터덜터덜 모교를 나오며 훈이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날거다. 제대로 쌤한테 묻지 않고 혼자 오해해서 이 지경 이 꼴이 됐다고. 하루만 더 참아서 쌤에게 사실여부 물었으면 지금도 계속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너무 화가 나서 못 먹는 술 잔뜩 사들여서 소주 세잔 먹고 뻗고. 술에 취해서 흐리멍텅한 시야로 시선 헤매다 자퇴신청서에 눈이 가네. 자퇴. 학교. 교사. 교사...
우리 교탁에서 만나자
선생이 된다면 언젠가 슩철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복학신청하고 훈이 고삼만큼 아니 배로 더 열심히 학교 다니겠지. 한 때 모든 걸 쥐어흔들었던 첫사랑 그거 하나 바라보고.
그리고 첫 발령받은 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하는 후니보고 어디서 많이 봤는데...기묘한 표정 짓던 남자 하나가 의즤훉입니다 자기소개에 아 우리 즤후니!!! 손뼉치며 아는 척한다.
훈이 너 선생이 됐구나!!!
눈동자가 보이지 않게 활짝 웃으며 반기는 남자, 슩철이. 제 기억속에 사람 그대로 여전해서 요란하게 안고 등 두들기며 쌤 기억나?? 하는 철에게 훈이 다짜고짜 물은 거.
결혼하셨어요? 애인 있어요? 였고 처리 아니 아니 하다가 그건 왜 묻는데 했음. 그럼 훈이 그러겠지
그때처럼 바보처럼 오해해서 안 놓치려구요.
그리고 시작되는 훈의 대시. 철이 첨엔 이게 뭐지? 했다가 나중엔 넌 내 제자였어..하며 거절. 하지만 그걸로 훈이 설득 못시킨다. 제자였었고 쌤 대학 후배였고 지금은 교사. 제자 아니고 선생님이에요. 쌤이랑 똑같은. 그건 그렇네 철무룩. 다른 이유 찾아서 야아 너랑 나랑 나이차이가 몇 인줄 알아!!손가락 다 피며 똑똑히 알려주는데 훈 조금만 적거나 많았으면 쌤 못 만났잖아요. 난 좋아요. 딱 이 손가락만큼의 우리나이차가 이래서 이이게 아닌데...! 하며 바닥에 화풀이하고. 점심메뉴로 카레가 나왔다고 카레 먹겠다는 처리 손 붙잡고 밖에서 밥 먹자는 훈은 여전히 우리즤후니 그대로인데 셔츠 소매 걷어 올려서 칠판에 뭐 적으며 수업하는 훈은 너무 멋있네. 나이차가 어쩌고 제자가 어쩌고 교내연애실타 갖은 이유 붙이며 거절해도 흔들림없이 다가오는 훈이 넘 매력 있고. 통통한 볼 살이 귀여웠던 고딩이 세미 정장이 잘 어울리는 교사가 되어 눈앞에 왔다 갔다하니 벽이 조금 조금씩 무너질거다. 안돼..안돼 하다가 돼...하는..저렇게 좋아한단 얼굴로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는데! 어느 누가 안 흔들려! 더욱이 내가 그렇게 예뻐하던 제자였는데! 지금도 예쁜데! 싹싹하고 일 잘하고 능력 있는 후배 쌤 너무 멋있어요...
그렇게해서 연애하는 우쿱이 참 재밌을 듯. 막 학교 야간순찰 담당 때 훈이는 혼자 할 수 있는데 철이는 혼자 못해서 철이 담당엔 후니도 자동학교 숙직. 무서워서 훈이 팔 꼭 잡고 부들부들 떨며 걷는 애인님 겁먹은 강아지 같고 귀여운데 팔이 너무 저리다. 일분에 열 걸음도 못 떼니 그전에 나 없을 땐 어떻게 순찰했나싶고. 그래도 존심은 있어서 10분 만에 끝날 순찰 45분 만에 끝내고 아 하나도 안 무섭네 쎈 척하는데 어이없고 귀엽다. 진짜 저런 게 귀염다니 나도 증중이군 싶고. 그러다 훈이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면 어디가? 동공지진나서 묻는 철이 귀 접은 고양이 같아서 참지 못하고 빵 터져 웃겠지. 그런 훈에 철이 얼굴 시뻘개져서 웃지마!! 하지만 안들리지요- 너 밉다고 막 때리는데 아프다. 아파서 도망가면 놀라서 후니 끌어당겨서 가지마아- 이래. 아 진짜 우리 쌤 내 애인 너무 귀여워서 어쩌지..
그리고 또 철이가 훈이 막 애정에서 오는 짓궂은 장난치는데 그거 보는 제자들이 우리 즤후니쌤(슩철한테 옮아따) 괴롭히지 말라고 혼난다. 처리가 수업 끝나고 나온 후니 뒤에서 왕하고 놀래키며 머리 베어먹으려 하면 우리 쌤 잡아먹을 데가 어딨냐고 막 다그치고 놀래키지 말라고 대신 혼낸다. 후니도 거기 동조하는데 철이 너무 억울해. 야아 내가 후니 괴롭히는 것보다 밤에 후니가 날 괴롭히는게 더 배로 나빠- 너네가 그걸 알아? 말도 못하고 속상해ㅡ 그래서 훈이 옆구리 퍽 때리고 도망친다. 처리에겐 퍽이지만 후니에겐 자동차 들이박은 거랑 같은 강도에 후니 억 무너졌고 멍이 생겨서 그 벌로 그날 밤 처리 온몸에 훈이가 만든 자국으로 도배됐으면 좋겠네...그리고 담날에 학생보다 더 쌩쌩한 슩철이 데친 시금치처럼 비실거리는데도 철이 괴롭히느냐 잠 못 잔 훈이가 겉껍데기론 더 피곤해보여서 허리아파서 통통 두들기는 처리가 훈에게 완전히 기대는 순간 우리 쌤 또 괴롭힌다고 혼나서 세상 제일 서러운 사람 됐음. 그러고 삐져서 훈에게 손대지 말라했다가 삼 일 만에 스스로 훈이 위에 올라탄 건 안 비밀.
아 그것도 좋다. 처음으로 맞이한 스승의 날에 반 학생들 이벤트로 눈물 차오른 훈이. 무뚝뚝한 담임이지만 자기학생들에겐 다정해서 어찌 보면 별 거아닌 이벤트인데 감동받았어. 고맙다.. 울컥해서 낮아진 쌤 목소리에 애들 다 울지마! 울지마! 이러고. 다행히 흐르진 않았음. 그런 훈보고 처리 아하하항 귀여워! 하며 놀렸는데 그런 사람이 퉁퉁 붓도록 울어서 아직도 이걸로 울어요? 하며 놀림당한 건 비밀임. 올해는 애들이 블루베리 케이크를 준비했단 말이야 하며 그 때 얘기하고 울컥해서 또 울려는 슩철쌤 애인님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나보고 그걸로 울었다고 놀린 사람이 나 참 한숨 쉬면서 꼭 끌어 안아주겠지.
빼빼로데이도 보고싶다. 나 빼빼로받아따 하며 으쓱하며 자랑하는 처리 귀여울 것 같네. 아직 최승철 안 죽었다며 의기양양해서 훈에게 자랑했는데 훈 책상 위 빼빼로가....
애들이랑 동료 쌤들이 준 거에요
어떤 (묵음)야
찢어지는 눈으로 주변 훑어보는 처리 매섭다. 그러다가도 훈이 빼빼로랑 훈이 보며 역시 한살이라도 젊고 탱탱한 게 좋지...그치 하며 시무룩해져서 책상에 엎두려 누움. 나 같은 늙은이를 이제 누가 좋아해!
툭
훈이가 철이 책상 그러니까 엎드려 누운 철 옆에 빼빼로 줬다. 처리 소리 듣고 고개 들다가 시야가득 꽉 찬 빼빼로에 눈 커다랗게 뜨고. 모르는 척 모니터에 시선을 두며 타자기 두들기는 훈이 보다가 못 숨긴 빨간 귀 보고 베시시 웃으며 좋아하겠지. 여기 있네. 나 좋아하는 사람. 내 애인님 훈이.
아 훈이 승철에게 쌤하던 버릇 못 고쳐서 –학교 와서도 쌤이라 부르니까 늘 슩철쌤 부르는데 잠자리에서도 그렇게 불렀으면 좋겠다.
선생님 괜찮아요? 여기 좋아요? 쌤- 선생님-
만지거나 핥거나 박아올릴 때마다 부드럽게 안아주는 후니, 말할 때 마다 선생님 붙어서 처리가 베개에 뒷머리 잔뜩 저으며 선생님이라 하지 마- 하겠지. 훈이 의식하고 말한 게 아니어서 말뜻 첨에 못 알아듣다가 잔뜩 창피해하는 처리에 아아아- 깨닫곤 처리 손목 잡아서 안쪽에 키스하며 짓궂게 웃겠지
선생님 여기다 은팔찌 채워 줄까?
그리고 담에 정말로 침대헤드에 ...해서 격렬한 잠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