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키스썰
설레는 첫키스 하고나서 두 번 째 키스할 때 눈치싸움 하는 우쿱이 보고싶다.
장소도 있고 시간도 있고 유독 오늘따라 애인이 더 예뻐 보였던, 분위기에 취해 했던 첫키스 하고나서 서로 얼굴 보면 키스밖에 생각이 안나. 만나거나 만나지 않거나 매일 밤 나누던 통화도 잊고 입술만 괴롭히며 빨간 밤을 보내고 나서 아침에 안부 문자할 때 화면에 입술 둥둥 떠서 놀랐어. 그러다 비춘 입술이 제 입술인 거 알고 놀란 게 부끄러웠지. 겨우 잊은 보드라운 입술이 둥둥 떠다닌 줄 알았거든. 아침부터 심장에 해롭다.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 못 보냈다. 하이라이트는 매번 만날 때마다 강아지처럼 반가워하던 애인이 처음 보는 어색한 자세로 눈을 가만두질 못해. 그렇게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다정하게 쳐다보던 사람이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며 부자연스럽게 눈을 돌려. 까만 대리석 어디쯤. 해가 걸쳐진 산자락 어딘가. 자기는 자연스럽게 한다고 열심히 대화를 끌어가는데 저기, 낮아진 음성이 딱딱한 표정이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데. 뭐가 불편해- 라고 딱 양 뺨 잡고 날 보게 하고 싶은데. 쏘리. 이쪽도 지금 살면서 가장 최고치로 티 안내려고 애쓰고 있다.
아니 입술이, 입술이 움직이잖아.
만석 지하철에 폰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오늘도 잔뜩 일거리만 준 못난 상사가, 맛있게 먹으라며 많이 준 식당 직원에, 오늘 마주친 사람만 302817명 쯤 되는데. 그 사람들의 입술을 봐도 120에 80뛰던 심장이 애인 입술에 폭발직전으로 뛴다.
훈아
저기 형
세상에 제일 싫은 게 묘하게 끊긴 대화 끝에 목소리가 겹친 거. 그냥 겹친 거면 내 말부터 들어봐 이럴 텐데 지금 이거 딱 그거잖아
먼, 먼저 말해
아니 형부터.
어? 어 나는 너 말하고 나서 해도 돼
저도 별 말 아니에요. 급하면 형부터 해요
너랑 키스하고 싶단 말을 어떻게 하냐ㅠㅠㅠㅠ 진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스를 하지? 말로 해? 분위기로? 눈빛으로?? 어떻게 알고 키스를 하는 거야?? 진짜루 ㅠㅠ어제 너랑 키스를 어떻게 했지? 잠깐 미쳤었나ㅠㅠㅠㅠ
밤안개가 가라앉은 눅눅한 밤.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1초라도 얼굴을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굴었던 어제와 다른 너와 나 사이가 이렇게 어색할 수가. 너무 좋아서 입에서 떠드는 대로 아무 말 했던 짝사랑 그때의 나를 잠시 빌려오고 싶다. 무슨 말이라도 제발. 제발 말을 하자.
내일-
가요
그래
..나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ㅜ 너 왜 더 어색하게 말을 잘라버렸냐. 너만 수줍냐. 너만 창피하냐. 그렇게 창피할거면 키스라도 하던가.
키스해도 될까. 그런데 키스를 어떻게 하지 혼자 하얘졌다 파래졌다 빨개졌다 신호등처럼 얼굴색이 변하던 형이 이쪽을 안 본다. 삐진 것 같은데. 형 쫌. 나 어제 생애 첫키스한 사람이야. 오늘은 한다면 생애 두 번째라고.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아직 몰라요. 잠 좋아하는 내가 잠도 못 자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형은 모르겠지만 나는 명왕성 찍고 지구로 돌아 왔어. 땅에 발을 대고 서있는 방법을 까먹은 내가 뭘 할 줄 알겠어.
눈치를 본다. 입은 꾹 닫혔고 초침은 다섯 바퀴를 돌았다. 이미 변질된 침묵만 흘러. 아니라고 잡아떼기엔 그렇지? 훈이도 철이도 키스하고 싶어서 눈만 힐끔대는 거. 이젠 인정하자. 서로 지금 미친 듯 부끄러우면서도 또 한 번 입술을 맞대고 싶다고.
집 가야하는 시간되면 자석처럼 후니 입술에 찰싹 붙어서 나 집 보내지 마- 하는 처리로 우쿱이 보고싶군.
아이스크림 핥아먹듯 핥기도 하고 쪽쪽 사탕처럼 빨기도 하면서 후니 입술 아주 지분거려라. 무슨 말만 하려하면 앙 물어서 우물우물대니까 말도 못하고. 밀어낼까봐 처리에게 양 손목 잡힌 채 저돌적인 키스로 후니 고개 점점 뒤로 밀리고. 쪽쪽 키쭈하는 소리랑 째깍째깍 시계소리 섞여서 소란했으면. 그러고 막차시간 지나면 히히히 웃으며 후니 입술에 베이비키스하고 후니 꼭 끌어안고 떨어지겠지.
아싸. 자고 가야지-
신나게 침대에 드러누울 거다. 세상 제일 행복한 얼굴로 누운 처리를 보며 지훈인 허무한 미소만 흘리겠지. 키스 피한다면 피할 수 있고 처리에게 잡힌 손목 빼서 밀어낼 수 있지만 안 그런 연하님. 그렇게 거절하고 처리 집에 보내주면 오리 입처럼 삐쭉 내밀고 삐질 거 아니까 그냥 받아준 거다. 그렇다고 흑심이 없는 건 아니고.
침대에 누울거면(찰싹) 씻고 누워요
통통한 애인 엉덩이 때려서 샤워하게 보내고 침대 정리하던 후니. 고새 씻고 나온 처리 팬티차림에 어휴 한숨 한번 쉰다. 또 내거 입었네. 입지말라 잔소리 해봤자 안통할 거 아니까 그냥 냅두겠지. 또 어차피 좀 있다 벗을 건데. 그리고 그날 밤에 집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처리 아주 밤새도록 괴롭히겠지. 아주 오리입술 되게 집요하게 입술 괴롭혀서 퉁퉁 붓게 만들거야.
그것말고도 승철은 집에만 안 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깜찍한 거짓말 하겠지. 아주 침대에 들러붙어서 오늘도 자고 갈 삘ㅇ인 처리에게 형 안가요? 하면
우리 집 보일러가 고장나써(한여름임) 나 찬물로 샤워 못하는 거 알자나(아주 잘함) 그래서 못 가...
그럼 씻고 가요
처리 팩 고개 돌려서 후니 째려본다. 왜요 뭐 하면 입으로만 종알종알 뭐라 떠드는데 하나도 안 들려. 왜냐면 소리 없이 입으로만 말하는 중이라. 하지만 입모양으로 알 수있지. 지금 처리 발아중인 씨앗들 이름 부르는 거. 그래도 후니 꿈쩍 않고 있으니 처리 툴툴대며 씻으러 들어감. 들어가서 느릿느릿 옷 벗고 귀찮은 손길로 샤워기 물 튼다. 그리고 십오분동안 멈추지 않는 물소리....
형 막차 다 됐는데
여전히 잠그지 않고 살짝 연 문 똑똑 두들기며 안에 외쳤지만 처리 목소린 안 들리고 여전히 물만 쏟아지는 중. 물 맞고 수련중이신건지, 물아일체 되어 떠내려간 건지.
수도세 많이 나와요 얼른 씻고 나와 아
까보다 더 세게 문 두들기며 말했더니 신경질적으로 물이 뚝 끊긴다. 삐졌네 삐졌어. 안 봐도 비디오인 애인님에 후니 머리 좌우로 저으며 윗옷 벗는다. 들어가서 삐진 애인 달려줘야지. 뭘로 달래줬을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