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뱀파
뱀파 우쿱보고싶다
숨만 겨우 붙은, 처참히 부서지고 어그러진 채였던 슩철을 데리고 오면서 철이 뱀파길 걸었지. 훈이 뱀파로 산지 오백년쯤 됐고 인간이 가진 감정쓰레기들 모두 세월에 버린 무감정한 사람이었는데 다들 왜 철이를 데리고 왔는지 의문이다. 왜 하필 철이었고, 곧 죽을 인간을 선택했는지, 뼈가 튀어나오고 살이 뚫린 그런 처참한 식량을 먹어야할 만큼 굶주린 상태였던가 싶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뱀파가 된 철도 어쩌면 분노, 허무, 두려움으로 물었었다. 왜. 그래야할 것 같아서.
why.
because of.
슩철은 겨우 이십 몇 년을 살아서 오 백 살 먹은 할아버지 속뜻을 알 수 없었음. 더 캐묻고 싶은데 못 물었다. 꾸밈없는 말투로 대답하는데 입술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냥 그 자체가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슩철은 계속 밀어냈다. 자신을 환경을 훈이를. 해가 쨍쨍한 대낮에 커텐을 걷어내고 느끼하다고 잘 먹지 않던 파스타를 씹어 삼키고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자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들이였는데... 그땐 절박했음. 예민한 감각에 사람들의 호흡과 맥박소리가 북처럼 크게 들려오는데 오로지 훈과 철만 고요했다. 바람도 스쳐지나간 죽음 같은. 그 때마다 목뒤로 소름이 돋았지. 자신이 정말로 죽었다는 걸.
많은 사정이 있지만 슩철은 죽고 싶어서 죽은 게 아니었다. 죽고 싶긴 했는데... 자의로 죽으려했지 타의로 죽으려했던 건 아니었음. 지금쯤 자신이 죽어 속이 시원할 몇 사람 얼굴이 떠오르고 그중에 하나쯤 자신의 죽음에 관여했을 거라 추측한다. 확신은 아니고. 설마 사람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는 감정을 가질까하는 순진한 생각. 슩철도 자신을 이렇게 만든 훈이 밉지만 심장이 멈춘 가슴에 은 말뚝을 박아버리겠다는 행동은 하지 않아. 상상은 좀 했지. 썩어 검은 피를 토하며 바스라질 훈을. 죽으면 천국이든 지옥이든 간다는 인간들과 달리 뱀파는 존재자체가 사라지는 거라서-있었다고 아는 사람 없이 사라진다니. 외롭다 생각한다. 죽고싶었던 이유가 외로움에 질식할까 봐였는데 이젠 죽고 싶어도 못 죽고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은 날로 커져갔다. 사람음식을 먹고 토해도 수포로 덮인 피부가 짓무르려 무너져도 미련한 짓을 포기하지 못한 건 외로움이 떨어져나가길 바랬던 거지.
하지만 죽지 못했다. 인간일 때도 못 죽더니 뱀파 되서도 못 죽어. 아직 살고 싶어서 그런가 봐. 라고 말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음. 죽고 싶은 건 맞는데 왜 죽을 수 없을까. 그래서 읽히지 않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훈에게 몇 번 날카로운 고함도 질렀고 신경질도 부렸지. 물어서 지랑 똑같이 만들어놓고 같이 있기만 하는 훈에게 그렇게 화풀이를 했고 그래서 오직 훈의 피만 마셨음.
나는 너같이 안 살거야.
훈은 제 목을 내어주어 죽어도 익숙하지 않은 흡혈에 바들바들 떠는 처리의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래. 절대 나같이 살지 말아요
그 속뜻을 이해하는데 몇 년 걸렸지. 필요한 말만 하는, 시간과 같은 훈의 한마디에 먼지가 쌓인 세월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철은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훈은 대단한 뱀파이어가 아니고 '그냥' 뱀파이어라고. 너는 나를 물었고 그래서 나를 살렸고 의식주 모두 챙겨주면서 어미 새를 바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방치도 아닌.. 눈 돌리면 있는 유령 같은 존재로 곁에 있는 이유를 물었던 건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왜.
대답은 같았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뱀파이어 우쿱보고싶다(흥분
2살 말도 못 뗀 어린 훈이 키우면서 크기만 해봐라..내가 한입에 너를 먹어 버릴 거야<<<<뱀파이어답지 않게 전원주택에서 살던 처리 집 앞에서 어린 훈이가 버려져있어 그때부터 강제육아에 들어간 처리, 육아에 지칠 때마다 말간 훈이 꼭 끌어안으며 수 백 번 다짐했다. 머리가 고나리같은 손에 뜯길 때마다 침 범벅으로 옷이 젖을 때마다 새벽마다 자지 않고 울어 제끼며 심술부릴 때마다 저 새끼 살과 뼈를 갈라서 피 쪽쪽 빨아 먹을거야. 아주 여리여~리하고 말랑한 게 별미겠는 걸 후후후후후. 자지 못해 퀭한 눈동자와 제비집 열개쯤 차린 폭탄머리로 반쯤 미쳐서 헛소리함. 팔은 회를 뜨고 배는 익혀먹고. 뱀파가 체온이 낮다보니 안을 때마다 두꺼운 담요로 후니 감싸 안는데 털 담요에 싸인 후니 갓 태어난 양 같고 맛있어 보인다. 날카로운 송곳니 반쯤 드러내고 포동포동한 살에 파묻힌 후니 목에 이를 갖다댈 뻔한게 여러번. 하지만 끝내 깨물지 못한다. 뱀파이어 사이에 어린아이 흡혈은 금지걸랑. 새끼물고기 다 잡아먹으면 물고기 씨가 마르고 병아리 잡아먹으면 닭이 사라지듯 어린아이를 흡혈하면 우리가 흡혈할 인간이 사라지게 된다고... 가져온 책에 크레파스로 낙서를 하는 후니를 보며 어누가 말했고 쳐리는 기겁했다.
사람이 돼지, 소냐. 무슨 가축 보듯 얘기해.
천년을 살고도 쳐리에게 사람은 사람이다. 인간이었던 시절과 지금의 사람은 여전히 악하고 불쌍하고 연약한 존재야. 영원 같은 천년을 살면서 헛되고 헛된 쓸쓸함만 남은 쳐리에게 죽으면 그만인 것들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어누는 공감하지 않지만... 고개는 끄덕였음.
나중에 상처받지나 말아요, 대신
낙서하기에 흥미를 잃고 크레파스를 빨고 있는 후니에게서 지지야 뱉어. 훈아 뱉자 응? 그거 먹는 거 아니야ㅠㅠ 우는 쳐리 등 뒤에서 오랜 친우인 형에게 제 걱정을 담아 얘기하지. 크레파스 빨고 히히 웃는 후니를 따라 내가 못 산다 진짜 허탈하게 베시시 마주 웃는 쳐리에게 하나도 안 들리지만...
괜찮아. 어른이 되면 내가 앙 잡아먹을 거니까!
그러다 만 십 팔세 된 후니에게 잡혀 먹히고(?) 진작 어누 말을 들었어야했다며 북극을 보러가야겠다며 여행 떠난 어누를 연신 부르며 신세 한탄하는 쳐리지. 인간과 뱀파이어 힘 차이 무시할 수 없고 처리 거부한다면 힘으로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음에도 못한 이유>>내가 잘못 차다가 우리 후니 뼈라도 부러지면 어떡해ㅠㅠ 후니 다섯 살 때 그네 잘못 밀어줘서 모래바닥에 쳐 박히고 후니 양팔에 기부스 했던 사고 트라우마로 우리 후니 바람에 날아갈까 연약한 꽃에 다칠까 애지중지하며 키워서 쳐리 제 본래 힘을 후니에게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어. 옷 사이로 파고든 훈의 손바닥이 뜨거워 죽은 제 몸에 처음으로 불꽃이 타올랐음에도 끝까지 힘 한번 못 썼다. 베개만 쥐어뜯고 제 팔뚝 막 물고.
아프잖아요
후니가 쳐리 팔을 밀고 고개 숙여 혀를 집어넣었을 땐 후니 혀 씹어버릴까 봐 끙끙 강아지처럼 앓았다. 저랑 달리 둥글고 넓적한 후니 혀 지켜야 돼 ㅠㅠㅠ 그래서 더 느끼고 때문에 머리 감싸쥐며 처리 후회중이다. 진작에 먹었어야했는데. 정이 뭐라고. 후니 만 십.팔. 세가 될 때까지 아무 짓도 못/안하고 쑥쑥 커가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다 뒤통수 맞았어. 방심하다 맞은 뒤통수 눈물이 찡나게 아프고 후니 막 밉고 도망칠까?? 싶은데. 문고리만 잡아도 어디가요? 귀신같이 알아채는 후니때문에 도망 못 갔다.
딴 생각 말고 어서 자요
졸려서 눈도 다 못 뜨면서 제 옆 침대 텅텅 치는 후니에 마음이 모질지 못해 얌전히 눕게 되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후니 체온에 목구멍으로 새끼불 십.팔.개 삼켰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인간세계에 반쯤 이 세계에 반쯤 발하나씩 걸쳐서 사는 후니 보며 한숨 이 만 번.
할아버지 쫌 늙은 것 같애ㅋㅋㅋ
후니를 거둬 키우기로 했다는 쳐리에게 형이 키우면 후니에겐 형 할아버지겠네요? 그 한마디에 강제로 할아버지됐고 빠빠 소리보다 하ㄹ부지 단어부터 뱉었던 후니, 커다란 화장대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이곳저곳 살피는 처리에게 늙었다는 충격적인 말 던지고 갔다.
야! 나 안 늙었어!!
겉모습으로 25살쯤 보이는 쳐리 제 유일한 자랑이 탱탱한 피부 잘생긴 얼굴인데! 더욱이 벰파이어라 나이도 안 먹어서 영원한 젊음 유지중인데 감히 나에게 늙었다는 소릴 뱉다니!! 씩씩대며, 그러나 훈에겐 아무것도 못하고 삐져서 거울만 봤다.
이 탱탱한..! 탱탱... 탱.......나 왜 이렇게 늙었지?ㅠㅠ
왜긴 왜야. 고강도의 노동=후니 육아하시느냐 그랬지. 뱀파이어가 키워서 사람하고 어울리지 못할까 걱정하며 배로 더 열심히 키웠어. 어차피 죽지도 못하는 몸인데 잠 덜 자고 고생 더 하면 돼. 나는 네가 잘 자라면 그걸로 좋아. 진심이었다. 천 년의 세월. 한 나라가 일어서다 사라지고 나라와 나라가 전쟁하며 그렇게 수없이 사라진 긴 시간동안 처리의 낡은 시계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허락지 않은 죽음. 영원. 벌. 어쩔 수 없이 살아서 심장이 멈췄는데 움직이는 제 저주받은 몸뚱아리를 혐오했어. 제발 죽여 달라 신에게 비는 것도 백년이지. 모든 걸 포기하고 제약 없이 흐르는 바람처럼 살던 처리에게 처음으로 째깍 시곗바늘을 움직이게 만든 건 문 앞에 버려졌던 후니였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르고 말갛게 웃는 미소에 얼어붙어서 그렇게 처리는 훈에게 종속됐다.
훈에게 잡혀먹고 도망도 못 가고 사는 건 퍽퍽하고. 훈이 다 크고 육아에서 좀 해방될 줄 알았는데 더 복잡한 미로에 갇혀버렸지. 훈이가 쪼꼬미일 땐 몰라서 다 커선 더 몰라서. 배 아파 낳지만 않았지 내 자식 내 훈인데 어째 갈수록 그 속내 모르겠다. 그 와중에 어누는 충격발언 하고 가셨다
훈이가 나보고 목 좀 물어달라 하던데 형 알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는 잘 모르지 어깨 으쓱이던 어누에 눈 돌아가서 훈이 붙잡고 크게 화를 냈다. 철없다 철없다 해도 생각 안하고 사냐고. 사실 그리 말한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바로 우웩 하고 흘러 넘겼음. 내가 쟤한테 목이 물려, 쟤한테 내가 목을 물어. 상상만으로 어제 먹은 저녁/피가 역류할 것 같다. 그래서 서로 못 들은 척 말 안한 척 제 할 일 했는데. 그걸 고새 일러바쳐? 죽인다. 제 집에서 책 읽던 어누 뒤통수 솜털이 바짝 돋았다. 그 사이에 철은 얼굴 굳히고 매서운 말투로 훈을 질타했고. 훈은 반쯤 흘러듣다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울컥 토했다.
겁 먹지마.
슩철은 천년을 살았다한다. 이백칠십 때부터 나이세기를 포기해 정확한 기간은 모르지만 두 강대국이 어스러지고 땅에서 사라진 걸 봤다하니 그 쯤 될 거다. 훈은 달이 뜨지 않는 밤이 되면 그 시간을 가늠해봤다. 아득했다. 오래 살아야 백년을 겨우 사는 인간에게 천 년이란 너무나 멀었다. 훈이가 크면 커갈수록 철의 등 너머엔 감출 수 없는 고독함이 드러났고 때때로 철을 삼켜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훈은 쳐리가 제 목을 물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형은 혼자가 아니야.
인간을 향한 그리움을 애써 감추며 환히 웃지만 훈은 안다. 안다고 가늠한다. 처리가 결코 원해서 이 삶을 원치 않았다고. 어누를 제외한 다른 뱀파이어와 교류가 없고, 자신을 포함해 모두를 혐오하며, 인간을 그리워한다. 부러워한다. 열두시. 자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후니 옆에 붙어서 오늘 하루 어땠냐며 묻는 목소리에,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는 무리를 쳐다보는 시선에서 봤어. 절망한 외로움을. 훈의 시선에 곧장 빗장을 치고 다정히 웃을 때마다 훈은 지옥 불에 던져지는 것 같았지.
훈은 이미 한 번 죽었음. 부모에게 버려졌을 때. 죽으라고 버려져서 죽었지, 길바닥에서. 그런 훈을 살린 건 슩쳐리였다. 제 목숨을 쥐고 숨을 트게 만들고 먹고 자고 살게 만들었음. 훈이가 사는 이유는 오직 슩쳐리다. 쳐리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님. 인간세상에서 성장하고 쇠퇴하는 자연의 흐름을 따르라는, 뱀파이어에겐 한낱 민들레 한 톨 같지만 사람의 삶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들어와 뱀파 삶에 반쯤 걸쳐진 훈을 열심히 밀어내려는 거지. 잡아먹는다면서. 팔은 포를 뜨고 내장은 익혀먹겠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 나는 흡혈하는 뱀파이어지이지 식인을 하는 야만족은 아니거등?!! 너를 어떻게 먹어!! 너 키우다 힘들어서 하는 잡소리였지! 잡소리 말고 진짜로 잡아먹어도 돼 나는.
날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건 오직 형뿐이야.
쳐리가 말 드럽게 안 듣는다. 후니도 만만치 않은 고집쟁이. 서로 질 생각 없고 팽팽한 줄 싸움하다 엎어진 처리 위에 후니가 올라탄 적도 여러 번. 날카로운 송곳니에 괜히 혀를 갖다 대며 실수로라도 물길 바랐는데 피 한 방울 못 봤음. 뱀파가 맞아? 이십일세기에 맞춰 팩에 싸인 빨간 피를 쭉쭉 마시는 걸 보면 맞긴 한데..이렇게 맛있는 나를 두고 참을 수 있지?? <<던져놓고 자기가 오글거려서 벽차는 훈이지만 말은 맞음. 어누나 가끔 놀러오는 늑대인간 버넍이가 훈에게선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그랬걸랑. 예전에 훈이가 쬐끄맸을 때 처리가 키우는 먹이가 있다는 말에(!) 호기심에 왔다가 이 달콤한 향은 무엇이지요오- 후니 얼굴을 혀로 한번 핥은 죄로 문전박대 당한 스킨워커 밍9가 아직도 형에게 죄인 목이 아프다며 쳐리 앞에서 힘껏 기침까지 하니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가끔씩 목뒤가 섬칫했던 적 있었고<<피에 굶주려 정신 놓을 뻔한 쳐리의 눈빛이었고 훈이가 쳐리를 잡아먹기 전 냄새가 진한 고딩 시절엔 눈이 풀려서 훈이 몸 위로 올라탄 적도 있음. 후니 손목을 바닥에 누르며 입술 한번 훑었음. 코 앞까지 다가와서 붉은 눈으로 한참을 쏘아보다가 푹 쓰러졌음. 기절한 거지. 몸과 마음이 조온나 싸우다 스트레스로 기절한 거다. 본능을 따르면 편할 것을. 그래서 매일 밤 목 닦으며 기다리던 후니 만 십.팔.세에 쳐리 홀라당 잡아먹었고. 이제는 대놓고 말한다.
뱀파이어로 만들어줘.
한마디에 음 붙이고 멜로디 만들어서 도돌이표로 끝나지 않는 노래로 괴롭히길 몇 달.
그럼 오년
뭐가 오년
세상 딱 오년만 더 살아봐서 그래도 맘 안 바뀐다면 만들어줄게
...꿍꿍이가 뭐야
내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고작 이십년. 훈과 함께한 이십년이 천년보다 더 무겁다. 어두운 밤 가로등 사이를 지나도 생기지 않는 그림자.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이세계의 이방인이 훈을 만나서 지구에 발을 딛고 설 수 있었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오랜만에 느꼈어. 잡아먹는다고 키워놓고 못 잡아먹은 건 그래서 그랬음. 내가 살아있는 이유. 어느새 이만큼 커서 저랑 대등한 어른이 된 훈이 나이를 더 먹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 잠드는.... 그 삶을 볼 수 있는 게 제 저주받은 삶의 유일한 축복이었음. 축복이었을거야. 훈의 눈동자 깊은 곳 저를 바라보던 따뜻한 색을 마주한 순간 우루루 무너졌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밧줄이어서 철은 오년을 걸었지. 오년 눈감고 뜨면 금세 지나갈 시간이지만 훈에겐 결코 가벼운 시간이 아니니. 그리고 담날에 훈은 훌쩍 떠났음. 철을 혼자 두고. 철이가 원하는 만큼 세상을 경험해보고 다양한 사람 만나보려고. 그래서 여행 좋아하는 어누 따라갔고. 따라가고 하루 만에 후회했다. 아 쓰바. 나 진짜 여행체질 아닌가봐. 벌써 집이 그립다;;;;하지만 돌아가지 않음. 지고 싶지 않아서. 보여주고 싶어서. 어떤 세상 부귀영화를 보여주어도 내 관심은 오직 형에게만 향해있다고.
그리고 반년도 안돼서 유럽 밤거리를 걷던 후니 앞에 쳐리가 나타나겠지. 처진 눈꼬리가 흘러 무너질 정도로 울먹거려선 가출 존나게 오래 하는 문제아들 찾으러 왔다고 부러 화를 내는 척. 그러다 진짜 형이구나 우와 놀라 다가와서 처리 얼굴 감싸는 후니에 바닥에 주저앉아서 대성통곡함. 그런 처리를 후니는 꼭 끌어안으며 등을 가만가만히 쓰다듬는다.
너와 보낸 이십년이 너무 찬란해서 외로워 못 살겠어.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못 견디게 괴로워. 옆에 있어줘. 이젠 나에겐 너밖에 남지 않았어. 내 옆에 영원히 함께 해 줘.
프로포즈 거하게 받고 그날 후니가 머무른 숙소에 들어가 가구가 부서지고 침대가 무너지는 격한 관계에서 후니는 철에게 드디어 목이 물렸고. 숨이 가늘어지고 느려지는 심장박동에 승철은 차마 죽어가는 지훈을 보지 못하고 훈 품에 파고들어서 조용히 숨죽이고. 억만 년 같던 밤이 흐르고 시체처럼 싸늘한 훈의 체온에 이대로 자신도 영원히 잠들어버릴까 하던 처리 머리를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히 안는 두 팔에 처리 참고 참았던 눈물 터뜨렸다. 그런 처리 정수리에, 이마에, 파르르 떠는 눈동자에 차례로 입술을 얹고. 마지막 입술에 고마워요, 진심을 담아 키스한다.
이제 영원히 함께해요
그리고 그날부터 시작되는 뱀파이어의 피 터지는 홈오배틀 연애 되시겄다. 증말 웬순지 애인인지 모르겠어요>>989살 어린 연하애인에게 삐져서 오리입 술된 쳐리 나이만 천살이지 하는 짓은 애야 애>>989살 많은 연상애인이 삐져서 머리 아픈 후니 주변 다 알도록 시끄럽게 연애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