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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쿱] 네임+센티넬 웆쿱훈썰

다몬드 2017. 8. 12. 15:12

내가 보고싶어서 다시 쓰는,네임+센티넬버스 섞어서.

너는 없어도 그만이야. 하지만 형에게 나는 없으면 안 되거든. 그게 너와 나의 차이야.

가이드 읒이와 센티넬 철이.

이겼다 생각해? 우리 사이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네임으로 연결된 훈과 철.

훈과 철은 연인사이. 사귄지는 일 년 조금 넘었지만 안지는 꽤 됐음. 학교 선후배로 만났거든. 동아리에서 신입으로 들어온 쪼꼬미가 근엄하게 구는 게 귀여워서 예뻐하고 신경 썼던 게 친구들은 좋아하냐? 라고 했다. 좋아하지, 귀엽잖아. 그 좋아한다는 게 친구들이 말하는 좋아와 같아지기까지 시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렀을 때 그 특유의 발음으로 녜 하며 올려다보는 눈에 햇살처럼 웃는 제 얼굴이 비춰서-그 얼굴에 뒷걸음질 치다 넘어지고 알았다.

내가 훈이를...좋아해.

그리고 시작된 짝사랑. 지독히 앓았지. 자기 외모에 자신감 있고 그래서 대시한 사람들과 풋풋한 연애 여러해 봤지만 사랑은 처음이었음. 훈이를 생각하고 아니 그 자취가 보이기만 해도 그 자리서 폭발해 사라질 것 같은 벅참, 설렘, 쓰라림, 고통. 이게 사랑이라니. 너무 무섭다. 왜 가수들이 사랑을 아프게 노래하는지 그제야 알아서 철은 훈이를 피해다녔음. 하루라도 안 보면 죽을 것 같은데 보면 녹아 사라질 것 같아서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았음. 그때쯤 철은 목과 쇄골이 연결된 부분이 간지러워 자주 긁었는데 자고 일어나 무의식에 목을 훑어보다 흐릿하게 써진 글자에 얼어붙었다. 설마. 운명의 상대 이름이 몸에 새겨진다는 희귀증후군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그게 저 일거라 생각이 안 들어. 아직 글이라 말하기도 뭐한 희미한 무늬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훈이 얼굴. 순간적으로 훈이 몸에 자기 네임이 없거나 다른 사람 네임이 있을 거란 상상을 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처리는 세면대를 붙잡고 고통을 견뎠다. 그냥 피부병이었으면 좋겠다라 생각하며. 그런데 운명은 얄궂지. 처리 네임이 발현될 쯤 훈에게도 네임이 나타난다는 소문 돌았음. 네임이 아무래도 희귀 증후군이다보니 사람들이 진귀하게 보는 경우 없지 않아 있고, 운명이라는 설정이 붙어 로맨틱하다고 많이 그럼. 실제로 그 운명을 거스르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쨌든 훈은 오른쪽 세번째 손가락에 나타나 금세 주변 눈에 띄어 소문이 붙었고. 펜을 쥐다가 찌르는 통증에 미간을 구기며 손에서 힘 푸는 훈을 보며 철 짝사랑은 비극에 다다르지.

그러다 철이가 훈 손에 새겨진 이름이 자기인거 알고 엉엉 울었네. 또렷하게 최승철. 세 글자가 새겨진 손가락을 두 손으로 꾹 붙잡으면서 눈물 뚝뚝 흘리는 철이. 훈은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망했다고 자책함. 사실 훈도 철을 짝사랑했거든. 훈아, 훈아- 하면서 뒤에서 달려와 체중으로 안아 누르는 귀찮은 선배가 웃는 게 예쁜 선배가 되고 너 손톱이 되게 매끈매끈하다 하면서 손톱을 문지르는 철의 손가락에 손톱에 꽃이 피었다. 그게 네임으로 발현될 줄 몰랐던 짝사랑의 시작. 훈에게 철은 절대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거란 묘한 확신이 있었음.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그런 게 있었어. 그래서 절대 철에게 제 맘을 들키지 않으려 했고 실제로 성공함. 그 사람감정에 눈치 빠른 철이가 모를 정도니 말다했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성적인 철이었다면 모를 수 없었다. 사랑을 품고 있는데. 눈에서 손가락에서 입술에서 몸짓에서 티가 났어. 매우 주의 있게 봐야만 알 수 있는 찰나였지만. 철은 알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제 감정에도 벅찬 슩철이라 몰랐고. 그래서 내핵까지 뚫는 삽질만 오질나게 했고. 그러다 마지막 내핵뚫기 1cm전에 이렇게 저렇게 서로 네임인거 알고 짠 첫 키스 나누었음.

그렇게 어렵게 사귀어 깨소금 볶던 우쿱이들. 만나서 붙으면 습관처럼 서로 네임이 적힌 부위를 매만지는 어디 가서 그런 짓 하려면 집에서 해라, 라며 구박받는 귀여운 애정 나누는 귀여운 커플이 됐고. 피터지게 공부해서 같은 대학가서 슩철이 소원인 cc중에 일이 터졌지.

슩철의 폭주. 하필 셤 기간이라 며칠 밤샘공부하던 탓에 처음엔 단순히 몸살감기라 생각하고 몸살약만 먹다가 마지막 셤을 끝내고 강의실에서 나오다 쓰러지며 발작하는 슩철에 학과 난리남. 같은 학교지만 다른 과인 훈은 셤 끝나고 폰 키다 쌓인 부재중 연락에 그 자리에 멈춤. 낯선 번호와 익숙한 번호가 뭉탱이로 섞여서 이게 무슨 일인지 상황파악도 안되는데 형 이름만 또렷해서 심장이 서늘했다. 정신을 잃지 말자. 추스르며 하나씩 확인하다 응급실 세 글자에 바로 달려가는 훈이. 00구역 센티넬 보호기관이라는 낯선 간판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달려왔는지도 몰라. 여름으로 접어들며 피부를 찌르는 햇빛이 따가워 온 몸이 비명을 지르는데 달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음.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티셔츠 등 부분이 젖어 피부에 달라붙고 센터에 들어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훈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볼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러다 봤다. 제 쌍둥이 동생을.

""

읒에게 부축 받으며 나온 철은 자길 부르는 목소리에 고갤 들었다 훈을 보게 되고. “

지훉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팔 벌려 다가오는 철을 두 팔로 꽉 안아줌. 달려서 더운 저보다 더 뜨거운 철이. 마치 불을 내뿜는 것처럼 후끈후끈한 체온에 칭얼거리며 어깨에 이마를 부비는 철 행동에 제 앞에서 빤히 자길 쳐다보는 읒에게 시선을 던짐.

센티넬로 발현됐다 한다. 보통 만 18세 발현된다하니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라고. 정밀한 검사를 더 해야겠지만 마침 이 센터에 있던 읒이랑 상성이 맞는 것 같아 당분간 임시로 철의 가이드로 붙이겠다는 말에 훈은 아무 말을 못함.

처음에 너인 줄 알았어

컴컴한 어둠을 네발로 기어가며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는데 마치 신의 손처럼 나타나던 흰 손을 잡았는데 너가 있었어. 그러니까 안 아팠어. 그래서 무작정 안겨들었는데 너가 아니었어. 슬프게도. 슬픈 눈으로 마주잡은 손을 어루만지던 철의 처진 눈꼬리에 훈은 손등을 뒤집어 철 손등에 키스를 한다. 촉촉한 입술이 닿아 움찔 놀라다 철은 베시시 웃겠지. 검사를 위해 환자복을 입고 병원침대에 앉아있던 게 아닌 척 해도 불안했거든. 무섭고. 센티넬 티비로만 봤지 실제로 본 적 없고 특히 자신일거라 상상도해본 적 없어서 너무 버거운 상태서 훈 방식으로 위로해주니까 고마워서 기뻐서 이걸로도 벌써 아픈 몸이 다 나은 것 같다. 손바닥으로 타고 올라오는 훈의 심장박동소리 호흡 모든 게 예민하게 저를 찌르고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것처럼 죽을 것 같은 건 비밀. 아니 안 비밀이야. 진짜 안 아픈것 같아. 그러다 철 시원한 바람을 맞은 것처럼 몸에 소름이 돋아 저도 모르게 고개 돌림. 동시에 문이 열리며 훈하고 똑같은 얼굴이 들어오겠지. 읒이. 훈의 쌍둥이 동생. 제 임시...일지 모르는 가이드. 철 천천히 다가오는 읒에게 눈을 못 뗌. 그런 철을 보며 훈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읒만 평온하다. 침대 옆에 서서 저를 쳐다보는 철과 훈을 번갈아보다 둘이 마주잡은 손을 봄.

"애인?"

쌍둥이는 목소리도 닮았구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구분 못하겠어.

그래.

철대신 훈이 대답함. 읒은 고개를 끄덕임.

그럼 이분이 네 손가락 그 사람이구나?

의사가 뭐래

굶지 않아도 되니까 배고프면 식사하라는데

형 밥 먹을래요?

?

그럼 나가서 먹을까?

형 이제 안 어지러워요?

괜찮아. 그런데..

재촉하며 나가려는 훈 팔을 잡아당기고 철 읒이 눈치 봄. 두사람 하는 걸 가만히 보는 읒이 냅두고 우리 둘만 밥 먹는 게 신경쓰인 거. 제가 깨어날 때부터 바쁘게 돌아다녔던 읒도 밥을 못 먹은 것 같은데 자기 둘만 먹으러 쏙 가는 게 미안하고. 그런데 차마 같이 먹잔 소리는 안나옴. 그러니까 이건 무언의 경계. 고통에 발작하던 때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 순간이 점멸하는 빛처럼 어지럽게 만들어서, 자칫 발을 잘못 내딛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자꾸만 철을 뒷걸음질하게 만듦. 그리고 그건 훈도 젤 두려워 하는거지. 훈은 쌍둥이 동생인 읒이가 가이드이기 때문에 앎. 가이드와 센티넬의 관계를. 네임보다 더 질척거리고 끈질기다는 걸. 종종 티비에 센티넬이 제 가이드를 감금하거나 살인한 뉴스가 나와서 훈은 그런 뉴스가 나오면 읒에게 몸조심 하라고 얘기함. 이른 나이에 가이드로 판정되고 가끔 센터가 부를 때 임시로 가이딩하던 읒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으로서 가족으로서 걱정되서 그랬지. 읒이야 저만큼 심지가 굳고 체력도 좋아서 특히 운이 좋게 맞는 센티넬을 못 찾아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졸업을 치뤘는데 하필 슩철이라니. 형이 제 동생 읒이를 어떻게 할까가 걱정되는 게 아님. 불행하게도, 훈은 제 동생 읒이에게서 철을 가로막는다. 이건 본능임. 하나로 태어나 둘로 나뉘어진 쌍둥이라서 아는. 안 돼. 너는 안 돼. 너에게 형은 절대 안돼.

철이 첫 발현 후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폭주에 훈과 철 둘만의 시간 갖기 매우 힘들어지고 철은 열감에 싸여 매번 정신 놓음. 감기는 14일만 꼬박 앓으면 다 낫지만 센티넬이란 건 평생 나을 수 없는 질병이야. 상성이 맞는 가이드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부분 미쳐 죽으니까. 철이라고 다를 바 없음. 센티넬이 되고 제일 위험한 게 초반인데 본인 컨트롤이 능숙치 않은 상태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미쳐버리니까 조심해야함. 그래서 읒이가 더욱 중요한 거고. 그게 훈에겐 불만이자 불안을 가중함. 어느 순간부터 제 손길을 피하고 그러다 갑자기 무작정 품에 안겨 들어서 바르작대거나 입을 맞추기만 했는데도 주름이 지도록 옷을 꽉 쥐는 형때문에 하루하루가 돌밭을 걷는 것 같음. 본래 체온이 높긴 했지만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형이 열에 취해 훈 손을 잡으면 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깊은 절망에 빠지지. 연락을 받고 나타난 읒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철의 얼굴을 쓸면서 손을 잡으면 가쁜 숨이 고르며 잠드는 형에 패배감도 느끼고. 슩철의 왼손은 훈이가, 오른손은 읒이가 잡은채로 눈이 마주쳐 말없이 주고받는 시선엔 무엇이 담겨있는가. 임시라고 해도 읒이만 나타나도, 아니 주변에만 있어도 눈에 띄게 안정되는 슩철에 훈은 제발 읒이 아니길 빌었음. 읒을 위해서, 형을 위해서, 자길 위해서.

하지만 점차 철의 폭주 시기가 짧아지면서 읒은 두 사람사이의 깊이 관여될 테고 셋이 붙어있는 그림이 낯설지 않게 됨. 처음만 그랬지, 읒에게도 살갑게 구는 철에 읒과 철도 빠르게 가까워지고. 아침에 일어나 잘 잤냐는 문자를 보낸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는 사실이 바늘을 삼킨 것처럼 불편했지만 철이 힘들어하며 우는 것보단 낫다며 스스로 위로함. 그리고 어쨌든 철과 훈은 네임으로 연결된 인연임. 읒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입술부터 부딪히는 귀여운 연상애인의 미소가 눈부셔. 버릇처럼 자기네임이 적힌 훈의 세 번째 손가락을 문지르는 손길이 애틋해서 이런 어려움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음.

그러다 일이 터지겠지. 센티넬이 되고 휴학한 슩철과 달리 재학 중인 훈이 강의 들으러 간 사이 철이 또다시 폭주함.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고 혼자 센터에 가겠다고 연락한 게 2시간 전인데 연락이 닿질 않으니 무작정센터로 감. 입술을 물어뜯고 손톱을 뜯고 싶은 불안함이 종아리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와 자꾸만 발길을 재촉함. 그리고 들어간 방안에서 키스를 하는 읒과 철을 보게 됨. 침대에 앉은 슩철의 앞으로 읒은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어 고개가 들려 읒에게 매달리듯 읒을 꼭 안는 철에 훈은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음. 훈이 들어온지도 모르게 집중하며 키스하면서 혀가 섞이는 소리가 너무 적나라해. 귀를 뜯고 싶어. 중간중간 확인하듯 철의 얼굴을 쓸던 읒이, 고개를 틀다가 이쪽에 있는 훈을 발견함. 무서운 눈으로 자길 노려보는 훈에 읒은 일부러 소리를 내며 입술을 뗌.

왔니?

철 등이 움찔 놀람.

오늘 형 진짜 죽을 뻔 했어. 내가 마침 없었더라면 영영 형을 못봤을거야

꺼져

싸늘한 어조에 읒은 군말 없이 떨어짐. 읒의 허리를 끌어안던 슩철의 두 팔이 힘없이 떨어짐. 고개도 푹 떨어져 읒은 별 말없이 철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곤 나옴. 훈을 지나치면서 철의 등을 뚫을 것 같은 훈의 어깨를 치고 나감. 훈은 아득 이를 뭄. 쌍둥이만 아니었다면 주먹부터 나갔을 지도 모름. 감히 내것에 닿았다는 분노를 당장이라도 터뜨리고 싶은데 그 방향이 읒으로 향한 게 정답이 아니야.

울지 마요

한발자국씩 다가가 등 돌린 채로 쳐다 보지 않는 철 앞으로 돌아가 얼굴을 들어 올림. 입술을 물고 소리 없이 우는 슩철의 얼굴을 닦아줌.

형 잘못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내 잘못이지. 뒷말을 삼킨 채 철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갬. 안 돼.. 흠칫 물러가는 슩철의 얼굴을 단단히 붙잡음.

나 지금...

알아

마주보는 훈의 눈동자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어둡고 깊어 철은 눈을 감는다. 목마른 자가 물을 찾아 갈구하듯 살기위해 키스한 읒과 달리 입술 주름하나하나 펼치고 누르며 깊이 파고드는 훈은 제가 알던 다정하고 속 깊은 훈이라서 철은 키스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함. 그동안 읒과 했던 가벼운 스킨십-포옹이나 손을 잡은 걸로도 안정을 찾지 못한 제 자신을 향한 혐오와 훈에 대한 미안함에 울음은 쉬이 잠들지 못함. 하지만 가장 큰 건 마약 같았던 읒의 키스. 그동안 나누었던 스킨십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단번에 잡아 올리던 가이딩을 자꾸 바라는 몸에 훈에게 더 매달림. 뒤로 누워 제 위로 올라온 훈을 두 다리로 끌어안으며 몇 번이고 입술을 부딪힘.

하자, 훈아

철의 옷 사이로 파고드는 훈의 손길에 신음을 삼키면서 철은 한 번도 입 밖에 꺼내지 않은 연결을 내뱉음.

후회 안해요?

연결은 말 그대로 혼끼리 연결한다는 뜻임. 서로 네임이 적혀있는 상대가 혼을 연결하면 죽을 때까지 파기할 수 없음. 센티넬 가이드의 각인과 같다고 보면 됨. 조금 다른 건 그렇게 연결하면 사람의 힘으로 끊을 수 없음. 죽어서만 끊긴다하는데 속설론 다음 생까지 연결된다고 함. 영혼의 연결이라서. 어디까지나 속설이지만 쨌든 네임이라 해도 연결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음. 만나서 결혼해서도 죽기 전에야 하는 정도랄까. 그래서 훈과 철은 연인이 되었음에도 연결을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었음. 조금은 달라도 두 사람 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음. 믿음이 조금 부족했는지도 모르지. 내가 아닌 상대가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음울한 상상들. 하지만 읒과 키스하면서, 키스하는 걸 보면서 깨달음. 놓치고 싶지 않다. 버림받고 싶지 않다. 단순히 사랑한다 말하기엔 어두운 감정들. 이기적인 욕심일 수 있음. 축복받지 못하는 감정이라 해도 좋아. 훈과 철은 발목을 잡아채는 어둠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서로 손을 깍지 끼고 몇 번이고 사랑을 속삭이며 연결함. 처음 몸을 섞는 게 아닌데도 손을 벌벌 떨고 몇 번이고 서로 입술을 찾아 물며 불필요한 것들은 눈물로 쏟아버림. 철은 예민한 감각에 몇 번이고 까무러칠 것 같은 정신을 힘껏 붙잡으며 훈에 매달림. 뜨겁게 달군 칼이 제 내장을 쑤시는 것 같은 아픔에 신음을 삼키면서 훈에게 제발 멈추지 말라며 애원함. 평소에 훈이라면 철이 조금만 아파하면 멈추고 살피는데 지금은 철 입술에 제 손가락을 물리며 멈추지 않음. 멈출 수가 없음. 멈추면 당장이라도 철이 사라질까봐. 그렇게 서로를 갈망하며 몸을 섞으면서 연결된 훈과 철. 네임이 연결되면 상대가 위험에 빠졌거나 극한 상태에 빠지면 불에 달군 쇠꼬치로 달궈지는 것처럼 네임이 적힌 부위가 아픔. 그래서 가장 빠르게 상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음. 약간의 감정도 공유할 수 있음. 그러니까 훈은 이제 철이 조금만 몸 상태가 나빠지면 네임이 따가워지면서 바로 알수 있게 됨. 그럼 지난번처럼 키스를 하지 않아도 가벼운 가이딩만으로 잠잠해질 수 있음. 읒의 필요성이 줄어드는거지. 훈이 없는 상태서 읒과 철이 만날 가능성도 줄어들고. 훈이 철의 연결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이 이유가 없었다곤 말 못함. 안 그래보여도 훈 소유욕이 강한사람이니까.

하지만 훈이 간과한 게 있음. 그건 벼락같던 가이딩을 맛본 센티넬이 과연 가벼운 가이딩에 만족하겠냐는 거. 파도를 맞은 것 같던 키스와 달리 잔잔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가벼운 가이딩에 철은 초조함에 몸을 들썩이게 됨. 다음날에 되서야 나타난 읒은 평소와 다른 훈과 철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음. 철이 센터에 들러야 했던 이유를 잠잠히 건넴. 읒과의 상성이 매우 높은 수치로 나온 문서를 들고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는 훈에게 묘한 미소를 지을 뿐. 훈과 읒 쌍둥이고(일란성) 외모만큼 성격도 취향도 모두 똑같음. 부모님도 가끔 헷갈릴 정도로 똑닮은 쌍둥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읒이 좀 더 영악하다는 거. 말랑한 얼굴로 말갛게 웃는 훈과 달리 읒은 예쁜 미소 뒤에 속내를 감춤. 훈이 착하고 읒이 나쁘고 그런 건 아님. 가이드로 판정되면서 훈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러운 꼴 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체득한 거. 아무래도 센티넬을 가이딩하려면 가이드가 강해야하는데 읒은 작고 마시멜로처럼 생겼기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었음. 비소를 받는 건 애교 수준으로 하지 않은 일로 피해를 많이 받음. 이대로 당하다간 내가 죽겠구나 싶어서 읒은 사회생활을 터득하기 시작한거고 그래서 영악해짐. 그러니까 결코 제 형인 훈에게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음. 네임 그래 뭐 인정. 그런데 과연 센티넬과 가이드만큼일까. 저가 나타나면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는 철을 마주볼 때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원하는지 가이드인 저만 아는 이 순간을 훈은 모를테니. 가이딩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줍게 웃는 미소에 자신이 얼만큼 구원을 받는지, 알려주지 않을거다. 지훈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가족관계는 나쁘지 않음.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읒은 때떄로 지구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을 가졌음. 일반인은 모르는 이 세계에서 괴물인 센티넬과 매일 부대껴서 그럴지도 모름. 모른다는 건 답을 찾지 못했다는 거고. 훈은 대충 읒을 눈치채고(망할 쌍둥이)잠들지 못하는 읒의 옆에서 같이 찬바람 맞아주다 나란히 감기 걸리기도 했는데 그게 작은 위로가 되었어도 만족은 안됐음. 그런데 철을 만나면서 읒은 제가 지구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아봄. 제가 꼭 센티넬이고 슩철이가 가이드여서 구원받은 것 같음. 수많은 센티넬을 만났고 인연이 없었던 건 아닌데 이런 감정은 처음임. 훈이 몇 번이고 네임이 적힌 손가락을 쓸면서 미소를 지을 때 그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음. 축복, 감사, 애정, 기쁨, 절망을 담은 반짝이는 회색빛 감정들. 그러니 공적으로 대하던 그동안의 센티넬과 달리 슩철에겐 마음을 담아 대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읒에게 슩철도 흔들리겠지. 어린애 장난같은 가이딩만 하고 훌쩍 떠나는 게 아니라 매번 연락하며 몸이 괜찮은지 어디 아픈지 확인하는 배려에 흔들리고. 눈동자가 안보이도록 활짝 웃는 얼굴에, 뾰족히 나온 송곳니에 마음이 흔들리고. - 부르는 음성이 낯간지러워 흔들림. 그럴 때마다 철은 심장을 뜯어 확인하고 싶음. 생각한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애인인 훈이 있는데. 너무나 사랑하고 상상만으로도 이별을 생각하면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픈데. 읒을 보면, 읒이 살며시 손을 잡으며 가이딩을 하면 훈하곤 다른 편안함에 울고 싶음. 따뜻한 햇볕아래 눈이 부실까 손으로 가려주며 잔잔한 자장가를 불러주는 따스한 존재를 잃고 싶지 않음. 제 이기심인 거 아는데 훈도 읒도 포기할 수 없는 철이. 차마 티는 못 내고 속으로 끙끙 앓으며 곪아감.

하지만 철이 잘 감춘다 해도 얼굴에 다 티가 나는 편이고 애인한정 눈치 빠른 훈과 사회경험이 많은 읒이 그런 철을 모를리 없음. 아니길 빌면서 자꾸만 불안한 훈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잡아당기는 읒이. 그러다 불안한 심리에 잠잠했던 철이 폭주를 하게 되고. 그동안 폭주와 달리 피를 쏟고 손톱이 부서지도록 땅을 긁으며 짐승처럼 울부짖는 슩철에 상태는 매우 심각해짐. 훈도 경험하지 못한 고통에 방바닥을 구름. 마취 없이 칼로 어깨를 찢어내는 것 같아. 불로 달고진 쇠꼬챙이로 마구 찌르는 것 같고. 차라리 죽여줬으면 좋겠어. 까무러칠 것 같은 정신을 붙잡으며 엉금엉금 기어가 떨군 폰을 들고 문 밖을 나섬. 제발 형이 무사하길 바란다고. 몇걸음 못 가고 넘어져도 발에 힘을 주어 걸어감. 제발. 제발 주문처럼 빌면서. 그 사이 읒은 상부에 명령을 받고 다른 센티넬과 임무를 나갔다 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얘기에 설마 했는데 피투성인 슩철에 경악함. 이 정도까지 나빠진 적이 없이 일단 손부터 잡고 봤는데 손잡자마자 숨이 막혀 헐떡대던 슩철이 숨이 트임. 그런데 거기까지임. 여전히 피는 멈출 생각 없고 몸은 발버둥을 치며 비정상적으로 체온이 올라감. 어떻게든 해보라는 의사 말에 그 위로 올라가 슩철을 꼭 끌어안아 키스를 함. 인공호흡처럼 숨을 불며 쉬이 달래는 손길과 입술에 슩철이 터뜨릴 것처럼 읒을 강하게 끌어안음. 강한 힘에 도망가는 읒이 혀를 따라 파고드는 슩철이 거칠어 읒이 입술에 피가 터지고. 손에 걸려 옷이 찢기고 상흔이 생김.

살려줘. 제발..살려주세요..

애원하며 우는 슩철에게 여기있어..괜찮아. . 나 여기 있어 달래는 읒이. 옷 사이로 손을 넣으며 여기저기 달래는데 몸이 진정되지 않음. 읒 본능적으로 앎. 이걸론 안 된다고. 모두 나가세요 읒의 한마디에 주변에서 눈치보던 의료진들 뒤로 물러감. 읒이가 말하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씨씨티비도 끄고 둘만 냅두려 하겠지. 그렇게 문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걸레가 된 윗옷을 벗고 슩철을 가리듯 덮은 읒이 막 철에게 키스하던 때에 최승철! 문 너머로 비틀거리며 훈이가 다가옴.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제지하는 사람들을 밀치고 다가와선 철 위에 올라간 읒과 철을 보더니 무릎꿇음. 언제부터 울었는지 젖어서 엉망인 얼굴을 잔뜩 구기며 무너짐.

이제 와서 못 멈춰. 안 그러면 형이 죽어.

알아! 나도..알아

비명처럼 외치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훈을 더 기다릴수 없음. 철이 다시 신음하며 피를 토함. 읒이 목과 어깨 가슴에 쏟아져 피냄새는 더욱 진해지고. 이젠 훈이 있든 말든 슩철을 안아야겠다 생각한 읒이 막 고개를 숙일 때 훈이 말함

형을 꼭 살려줘

전신을 덮치는 소름에 읒이 몸을 부르르 떪. 자신이 무얼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린 시선엔 비틀비틀 일어서 문을 닫는 훈의 일부만 보이고. 이쪽을 보지 않은 숙인 고개가 문 뒤로 사라지고 그때야 겨우 철을 내려본 읒은 게슴츠레 눈을 뜬 슩철과 시선을 마주침

훈아..

제가 아닌 훈을 부르는 슩철.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패배감에 읒은 슩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을듯 움켜쥐며 거칠게 키스함. 물어뜯을 것 같이 입술을 씹어대며 피로 붉은 타액을 길게 늘어뜨리며 철을 똑바로 쳐다봄. 그리고 씹어뱉듯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을 쏟겠지

최승철. 똑바로 봐. 네 안에서 날뛰는 괴물을 잠재우는 이가 누군지. 지금 너를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똑바로 봐.

억겹의 시간. 문에 기대 무너져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이. 날뛰는 괴물을 맨 몸으로 안으며 상처 입는 이. 방향을 잃은 죄책감에 속으로 곪아가는 이. 어느 누구하나 잘못하지 않았는데 무거운 죄를 지고 견뎌낸다. 무릎이 으깨져 자꾸만 넘어질 것 같지만.

빨간불이 꺼짐. 어둠이 으슬으슬하게 휘젓던 복도가 깜깜해지고 문이 반쯤 열리다 걸림. 훈은 이미 말라 건조해진 얼굴을 쓸며 문에서 일어남. 오랜 시간 앉아 후들거리는 다리가 꺾일 뻔하다 급하게 잡아채는 손에 겨우 일어섬.

형은?

잠들었어

아프겠다

뺨 한가운데 길게 새겨진 상처에 훈이 가리킴. 읒은 손으로 매만지더니 피식 웃음.

나 걱정할 때가 아닐텐데 ..

마지막이야 ... 가족으로서, 네 반쪽으로서 마지막. 고마워. 형을 살려줘서.

읒이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는 훈이. 담요를 덮고 편히 잠든 얼굴에 훈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철 옆에 선다. 담요 아래는 굳이 들춰보지 않아, 일부러 상처를 보고 싶지 않음. 그저 철을 담요채로 안음.

고생했어요

그런 훈의 뒷모습을 보며 읒은 제 손바닥을 펼침. 각인의 표시. 슩철을 살리기 위해 맺어야했던 각인. 마주잡은 손바닥에 칼에 뚫린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새겨짐. 읒에겐 오른손, 철에겐 왼손에 새겨진 각인에 읒은 손을 말아쥠. 이제 탈출구는 없어. 원래는 하나로 태어났어야 할 반쪽짜리 영혼들. 그중에 반쪽은 연결을, 나머지 반쪽은 각인을 맺었으니 이제 영원히 혼 돈속에 갇힐 거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고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저주받은 운명, 인연. 과연 우리의 끝은 어떻게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