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쿱] 하얀호랑이후니x검은곰처리 1편(18.5.20최종수정)
갭님의 백호후니 하니까 섹피 곰중간종인 슩쳘이랑 고양이과 중종 백호후니로 보고싶군.
군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돈이나 벌려고 빡센 막노동을 시작한 최승철. 아파트 세우는 공사현장에서 풋풋한 막내로 예쁨받으며 벽돌 싣고 나르면서 짭짤하게 돈 벌고 있는 중에 공사장에서 조금한 흰 고양이를 발견함. 물과 함께 개어 바르기 위해 현장 한 곳에 쌓은 모래더미 위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죽었다고 생각할 만큼 더럽고 마른 상태의 고양이였음. 처음 보고 흠칫 놀라 굳었던 승철은 뒤이어 흙더미 위에 고양이를 발견한 인부 아저씨의 아직 살아있다는 말에 휴식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로 달려감. 거칠게 문을 열어 방안을 둘러보다 굴러다니던 때 묻은 담요와 오래된 그릇을 챙겼음. 그리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쭈그려 앉으며 고양이를 살피는 아저씨 옆에 다가가서 담요로 고양이를 감싸고 제 생수병을 까 그릇에 물 받아서 고양이 옆에 둠. 부산한 소란 뒤에 따라온 정적. 침 삼키는 소리도 시끄러워 승철은 숨을 나눠뱉으며 고양이를 살폈음. 고양이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음. 마른 몸은 축 늘어져 귀담아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곧 꺼질 듯 간신히 호흡했음. 제발.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저를 찾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키면서 승철은 작은 고양이 앞발을 살며시 쥐며 간절히 빌었음.
승철은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마음과 얕은 호흡이 끊어져 죽는다는 두려움에 일하는 내내 신경 쓰였음. 승철과 함께 고양이를 발견한 아저씨가 이야기를 한 탓에 알게 된 다른 아저씨들도 중간 중간 쉬는 시간마다 고양이 상태를 확인하고 살라며 입에 물을 묻혀주며 노력을 가했음. 그런 정성에도 고양이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 어느덧 노을이 지는 저녁이 됨.
어쩔 수 없는 거야.
몸을 돌려 퇴근하면서 아저씨들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지만 어쩔 수 없다며 가버림. 그게 삶이라고. 마음은 거기까지였음.
쟤 목숨이 여기까지인거야.
그나마 정 많은 한 아저씨는 마지막까지 고양이 곁에 떠나지 않으며 고양이를 어루만졌음.
아저씨가 데리고 가면 안돼요?
알잖아. 우리 집엔 가족들이 너무 많아. 특히 어린 자식들. 아직 강아지들이라 통제가 안돼서 고양이를 돌볼 능력이 안 돼. 데리고 가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도...
차라리 네가 데리고 가지 그래?
죽을까봐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그럼 이 아이는 여기서 마지막을 맞이하겠구나.
슬픈 눈으로 고양이를 쓰다듬던 견종 개과 아저씨도 결국 일어섰음. 문 닫아야하니까 가자. 휴식실인 컨테이너에서 가방을 가지러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승철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음. 물그릇과 쌀밥을 물에 만 밥그릇 옆에서 낡은 담요에 쌓인 하얀 고양이가 너무 처량해 자꾸만 돌아보게 됨. 마음 같아선 데리고 가고 싶은데 고양이가 밤사이 죽으면 나는 감당 못할 거야. 오늘 처음 본 고양이고 발끝하나 미동 없던 아이였지만 어째선지 승철 울타리에 꼬리하나 걸친 상태라 죽은 모습 보면 진짜로 무너질지도 모르거든. 일주일 밤낮을 울며 지낼지도. 밥맛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프고 불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꽉 쥐며 눈을 꼭 감다가 미련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고 가야지 했는데. 어! 고양이가 눈 떴다. 야옹. 승철을 보고 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안을 뒤지는 승철이. 예전에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몰래 챙긴 담요가 있었던 것 같아. 온 서랍장을 뒤지다 어째서 거기에 있는지 모를 전혀 관계없는 서랍장에서 발견하고 방 한구석에 반 접어 깔았음. 그리고 작업복 지퍼를 천천히 내려 안고 온 고양이를 조심히 꺼내놓음. 후 불면 날아갈 깃털 같지. 처음 들었을 때 너무 가벼워 아주 얇은 책을 든 것 같았음. 품에 안고 집에 올 때도 몇 번이고 부서졌을까 혹 밑으로 빠져 사라졌을까 확인했었을 정도. 지금도 자칫 잘못 놓다 떨어뜨리면 그대로 죽을까 두 손으로 가만가만 내려놓은데 무게감 하나도 안 느껴져서 괜히 눈물 남. 손목을 애태우는 미약한 숨이 아니었으면 작은 몸에 귀 대며 심장이 뛰나 몇 번이고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이 덜덜 떨려 바싹 긴장하며 겨우 내려놓고 남은 담요의 반을 접어서 고양이 살짝 덮어주고 가만히 바라보다 엉덩이가 너무 차가워서 아차 싶어 보일러도 킴. 승철은 열이 많은 편이라 웬만하면 보일러 안 켜서 방이 냉골이야. 그래서 고양이가 겨우 살아도 얼어 죽을 것 같다. 급하게 보일러 켜고 일어난 김에 높이가 낮은 접시에 물 담아서 갖고 옴. 그리고 고양이 앞에 앉아서 눈감고 있는 모습을 지켜봄.
이제 어쩌지. 딱 한번 눈 떠서 울었는데. 기적 같던 순간. 가냘픈 어린 짐승이 한 숨에 사라질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굳었음. 새카만 눈동자는 무거운 구름을 지닌 여름밤하늘 구름처럼 눅눅해서 다시 닫힌 눈꺼풀에 겨우 벌려놓은 거리 몇 발자국에 확 가까워졌고. 꽁꽁 닫은 작업복 지퍼를 내려 고양이를 안고 여기까지 왔음.
하지만 반응 없는 고양이. 아까 그건 고양이가 일어나길 바란 제 마음이 만든 환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해. 내가 잘한 걸까 걱정이 들고. 잠시 잊었던 두려움도 꿈틀대며 올라온다. 그래도 데리고 왔으니 살려야지. 살아나야지. 살릴 거야. 한 번 뻗은 손을 무섭다고 거두는 겁쟁이가 되지 말자. 행동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게 어른이지. 그래서 승철은 공사장 아저씨들이 그랬듯 손가락에 물을 적셔 고양이 입에 묻힘. 묻히자마자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입가라도 적시면 그걸로 힘내서 고양이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턱 부분이 흥건하도록 몇 번이고 그 짓을 반복함.
그리고 다음날 밤새 고양이에 신경이 서 있던 승철은 피곤한 얼굴을 손으로 쓸며 나갈 준비를 함. 준비를 마친 뒤엔 그 자리 그 자세 그대로 미동 없는 고양이 귀를 가만히 쓰다듬었음.
날 기다려줘.
물그릇 갈고 고민하다 물에 밥 만 새 그릇과 물그릇 그 옆에 두고 나가며 승철은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밖을 나섰음.
공사장은 시끄러웠음. 죽어가던 고양이가 사라졌으니 누가 데리고 간 게 아닐까 아니면 살아서 기어나갔나 자기들끼리 떠들었음. 하지만 곧 반응 시들하지. 하루만 안 길고양이를 누가 크게 신경 쓸까. 매일 똑같은 맛 없는 점심 식단을 욕하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양이를 살폈던 아저씨만 안 좋은 얼굴의 승철의 팔을 툭툭 쳤음.
봤니?
아니요
승철은 그 고양이가 자기 집에 있단 얘기를 못 하고 씁쓸히 웃었음. 그리고 퇴근 때까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음. 집에 있는 고양이가 신경 쓰였고 죽었을까 불안해서 점심도 겨우 먹을 정도였음. 고양이는 죽어 가는데 나는 일한다고 먹는 게 죄 짓는 것 같아 안 넘어가는 음식 삼키다 오후 내내 소화도 안됐음. 답답한 가슴을 툭툭 치며 힘겹게 일을 이어갔고 그렇게 6시까지 어떻게 일했나 싶을 정도로 반쯤 정신 놓으며 하루를 보냈음. 실타래가 엉킨 머릿속에 하나만은 명료했네. 고양이가 살아있기를.
승철은 일당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렸음. 걸어서 15분 거리를 8분 만에 완주하고 느리게 내려오는 엘레베이터에 초조해하다 계단을 뛰어올라갔음. 2계단씩 껑충껑충 뛰어 오르는 허벅지가 뜨겁게 타고 목 끝까지 차오른 숨에 머리가 어지러워. 문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뜨며 숨을 고르고 키를 꽂아 돌렸음. 그리고 승철은 문을 열자마자 보인 집안풍경에 소금 기둥 됐음.
시야에 들어온 거실 겸 부엌은 흡사 전쟁터였음. 벽에 설치된 싱크대에 서랍장이 다 열려서 그릇이랑 냄비가 다 튀어나왔고 수도꼭지는 열려서 힘차게 물을 뿜고 있음. 그 옆에 냉장고는 빛이 꺼지고 문이 벌어진 채 담아뒀던 내용물을 토하며 갸날픈 신음만 삑- 삑- 울었음.
...뭐야. 도둑이 든 거야?
문 옆 신발장에 비상으로 숨겨둔 야구방망이 꽉 잡고 잔뜩 긴장하며 엉망인 싱크대 물을 잠그고 거실을 지나 살짝 닫힌 방문을 천천히 열었음. 뛰쳐나오면 바로 후려칠 수 있게 높이 들며 확 들어간 방은...... 정말. 그건. 아...
아수라장이었다. 방은 부엌보다 더 심했음. 과장 더해서 지진이 한 번 지나갔음. 승철은 너무 놀라 야구방망이를 놓쳤지. 턱 텅텅텅 또르르 굴러가는 야구방망이를 뒤로하고 정신을 반쯤 놓고 들어가면 으악 코를 찌르는 악취가 먼저 반김. 냄새 장난 아니야.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지? 내 집에선 날 수 없는 냄새에 머리가 아찔함.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냄새를 따라 이불을 들추니 더 고약한 냄새와 함께 뭔가가 달려듦.
으악!
놀라 엉덩방아 찧었다. 찌르르 우는 엉덩이뼈에 아이고 절로 앓는 소리 나왔음. 하지만 허리를 타는 통증보다 승철의 배를 강타하고 저쪽으로 사라진 뭉치에 신경이 뺏겨서 아파할 새 없다.
혹시 너 고양이?
분명 고양이였음. 얼핏 지나간 그건 흰색이었어. 날쌘 침입자의 작은 덩치는 고양이가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지. 혹시 싶어 고양이가 있던 곳을 보니 담요만 덩그러니 놓여있음. 헉 깨어났구나! 기쁜 마음은 잠시. 넘어져서 손 댄 곳이 축축해. 뭐야 이거. 하고 코를 킁킁 맡으니 오줌냄새. 설마하고 이불 들추니까 이불 가운데가 노랗게 물들었음. 노란 한반도가 방긋 웃는다.
아으윽. 절로 앓는 소리가 난다. 많은 말이 하고 싶은데 아무 말도 안 나와. 어디서 자지.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거기뿐만 아니라 이불 여기저기가 노랗게, 담요도 노랗게. 정신 차리려 눈 부릅뜨며 살펴보니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는 풍경. 방안을 둘러보니 물그릇은 엎어졌고 밥알은 바닥에 다 쏟아져 물바다 만들었음. 심지어 승철이 몇 달 알바로 고생해서 겨우 산 노트북도 처참히.........
이 고양이새끼가...!!!
승철이 핀트 나갔다.
그대로 곰 혼현 드러내며 저쪽 구석에 숨은 고양이쪽으로 달려가 무서운 기세로 잡아챔. 사나운 기세에 놀라 도망가는 고양이 뒷다리 잡아서 들어 올려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다리 잡혀 거꾸로 매달린 고양이 수염을 잡아당기며 따져들었음. 포악한 곰에게 잡힌 고양이는 갑자기 거꾸로 잡혀서 놀라 갸아아악!!소리내며 승철이 손을 긁었음. 자기 다리 놓으라고 있는 힘껏 발톱으로 살을 뜯어버렸지. 날카로운 발톱에 살이 찢기며 피가 났고 찢겨 벌어진 살에 통증이 일어 아파하며 놓쳤음. 놓치자마자 고양이 공중에서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하곤 후다닥 구석으로 숨었음. 승철은 아파서 손목 꾹 잡다가 피 냄새랑 벌어진 상처에 두 번째 핀트 나갔어. 이제는 아예 곰이 돼서 가구 밀고 던지고 깨부수며 고양이잡기 시작했음. 아침까지 죽어가던 고양인 살겠다는 본능으로 구석구석 잘 숨어서 잡힐 듯 말 듯 승철을 약 올렸음. 못 잡으니까 점점 더 열 받는 승철이지. 평소엔 얌전하지만 건들면 포악해지는 곰처럼 점점 거친 울음소리 뱉으며 가구 문 뜯었다.
뚜둑. 문이 나갔다. 뜯겨진 소리에 승철이 급 정신 돌아왔음. 이런 젠장. 서서히 곰 혼현도 가라앉으며 다시 사람이 돼서 한 바퀴 방을 둘러보고 주저앉았음. 좁은 자취방에 지진이 지나고 쓰나미가 왔다. 쓸려나가 하류에 고인 쓰레기 더미 같은 내부에 또 성질 못 참은 저 자신이 너무 싫어. 요즘 반류들 피가 연해졌다지만 과거 조상 습성이나 본능은 깊이 남아있어 그 성격 따라 가지. 포악한 성질이나 생선 특히 연어를 좋아한다거나 늘어지게 낮잠 자는 거 좋아한다거나 뭐 이런 거. 냉정하게 생각하면 어린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 놀라 실수를 한 걸 수 있을 텐데 자기가 너무 흥분했고 좀 쪽팔려. 이런 일로 혼현 드러냈다는 창피함이 몰려왔지. 물론 노트북을 보면 겨우 가라앉은 화가 다시 올라오지만... 아... 내 노트북...
일단 치우자.
익숙하게 거실 티비 서랍장에서 빨간 목장갑 찾아 끼고 정리하기 시작함. 성질에 못 이겨 뜯은 서랍 문짝은 고민하다 벽에 잘 두고 들었다 놓으며 제 위치 벗어난 서랍장 자리 찾아주고. 겸사겸사 쓰레기도 버림. 걸레 짜서 오줌바다 닦고. 하는 김에 냉장고청소까지 했음.
본의 아니게 밤까지 이어진 대청소. 하루 종일 벽돌 나르다 와서 피곤한 몸에 대청소까지 하니 뒷목 빳빳하게 굳었어. 어깨도 뻐근하고 허리도 아픔. 무릎 관절도 안 좋아. 보름달 밑에서 대청소까지 해버린 다이나믹한 하루다. 피곤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며 주린 배를 달래려고 냉장고에서 쏟아져 바닥에 떨어진 반찬과 고추장 섞어서 비빔밥으로 뚝딱 해결함.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식탁에 앉아서 유일하게 멀쩡한 방 침대 밑 고양이 노려본다. 언제 거기에 들어간 걸까. 불빛도 무서워 달아난 어두운 침대 밑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해. 누구덕분에 살았으면서 흥. 이래서 검은머리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어. 흰 고양이 보며 씩씩대며 밥 한 수저 퍼서 먹어. 우걱우걱 입에 담으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했음.
그리고 시작된 아기고양이와 승철의 기 싸움. 굶어죽일 순 없으니 깨끗이 씻은 그릇에 물 담아놓고 소금설탕 일대일비율로 섞은 비상수도 옆에 두고 침대에서 아주 잘 잤음. 밤새 청소해서 더 그랬나봐. 삐걱대는 몸을 기지개 피며 일어난 뒤 침대에 앉아 허리 숙여서 고개 밑으로 처박으니 고양이 자고 있음.
오호라. 이것이 기회다. 바닥에 살며시 주저앉으며 손 뻗음. 깰까 숨죽이며 고양이 뒷다리 살짝 잡았는데 헉. 눈떴다. 그리고 피의 향연. 발 동동 구르며 바닥 뒹구는 승철이. 고양이 발톱에 난도질당한 제 손에 눈물 대롱대롱 달렸음. 가만 안 둘 거야. 침대 밑 노려보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 병약한 고양이를 잡아서 어떻게 할 거야. 밥이나 입에 넣어주는 거지. 죽지 말라고 힘내라고 다독여 주는 것 밖에 할 게 있겠어? 하지만 그런 승철 마음을 모르는 고양이는 승철 손에 상처나 남기고 구석에 숨어 나오질 않네.
죽으려면 내 집 밖에서 죽어. 재수 없게 내 침대 밑에서 죽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도돌이표 하루. 또다시 자고 있는 고양이를 꺼내다 긴 상처를 얻은 승철은 그동안 참았던 화가 한 번에 터져서 할 말 못 할 말 다했음. 물그릇은 줄어들 생각 없고 고양이는 저 밑에서 겨우 회복한 체력 다시 깎아 먹고 있으니 너무 열 받는 거야. 사람 마음도 몰라주고. 공사장 때 살고 싶다는 눈으로 쳐다봤으면서, 날 불러 울었으면서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 말 못하는 고양이는 미동도 없어. 그저 움츠러든 채 깊은 어둠으로 숨어서 형형한 눈으로 승철을 노려보기만 한다.
결국 또 실패. 머리를 쓸어넘기며 화를 삭힌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스트레스에 열 오름. 다 포기하고 싶어. 내 맘 모르는 고양이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얻는 건 없고. 그래도 승철은 좌우로 머리를 턴다. 미끼용으로 썼던 마른 간식 버리고 새 간식을 꺼내며 제발, 제발 좀. 제발 나오자 빈다. 하루하루 피가 바짝 마른다. 고양아.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다.
다음날. 일 끝나고 돌아오니 헉. 고양이가 방 한가운데 쓰러져있음. 축 늘어져서 공사장에서 처음 발견했던 곧 죽을 것 같던 그 모습임. 방문 열고 들어왔다 심장이 내려갔음.
야옹아..?
놀라 떠는 손을 들어 고양이 툭 건드렸는데 너무 차가워.
야옹아!
흠칫 놀라 거둔 손가락을 용기 내어 뻗어 창백한 콧구멍에 댔어. 정말 감사하게도 쉬고 있어. 매우 미약하지만 호흡하고 있어. 그대로 고양이 들어서 뛰쳐나갔다.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근처 동물병원으로 뛰어 들어가 놀란 직원에게 고양이...헉...살..살려...헉... 주세요, 가쁜 숨으로 겨우겨우 말했음. 용케 알아들은 직원이 고양이 받고 진료실로 들어가고 곧 수의사가 나오더니 이리저리 고양이를 만졌음. 승철은 큰일일까 콩닥콩닥 뛰는 심장 꾹 누르며 기다렸지. 수의사가 한참 보더니 하는 말,
"반류, 인데요.
...네?
자기네는 할 게 없다는 동물병원 수의사에 문 밖에서 방황하는 승철이. 어쩌지 머리가 새하얘져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데 갑자기 시체처럼 늘어졌던 고양이가 고개를 쳐들더니 오바이트했음. 소리 없이 웩웩 색이 연한 물밖에 없는 토악질에 놀라 일단 도로 쪽으로 나감. 반류전문 병원이 별로 없는데다 그나마 제일 가까운 병원은 거리가 꽤 돼서 가다가 죽을까봐 안절부절. 그래도 가만있을 수 있어 무작정 걸어갔음. 가는 길 내내 고양이 정신을 잃다 깨다해서 심장 입 밖으로 여러 번 튀어나갈 뻔했음. 중간에 마음이 급해 탄 택시에서 초조하게 다리를 떨며 빨리빨리만 외쳤고 도착하자마자 총알처럼 튀어나가 아무직원 붙잡고 살려 달라 빌었음.
엉망인 몰골로 눈물 달고 있는 승철의 행색에 바로 응급실로 안내받았고 의사 와서 살피더니 이것저것 검사하고 오더를 내림. 승철은 그 옆에 서서 안 죽죠? 고양이 안 죽죠? 몇 번이나 물었음. 검사실로 내려가서도 그랬지. 안심할 답을 원해서 물은 건데 다들 확실한 답 없이 결과를 보자고만 하니까 더 불안했음. 이러다 애가 죽겠어요. 불안이 머리끝까지 올라와 잘 없는 편두통까지 얻고 예민해진 승철이 한마디 하려할 때 검사 끝났고 결과 나옴.
극심한 영양부족과 탈수로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입니다.
다행히 아이가 살려는 의지가 있어서 지금까지 목숨이 붙어있었다 함. 조금만 늦었어도 사망 했을 거라며 수액 맞혀주는 간호사에 승철이 의자에 주저앉아 눈물 젖은 한숨 여러 번 흘렸다. 손이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밥 먹일걸. 포획해서라도 병원에 한번 데리고 올 걸.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 죽지 말라고 데리고 왔으면 끝까지 책임졌어야했는데. 푸근한 곰돌이면서 나쁜 곰돌이였다.
너무 미안해.
수액 맞고 한결 편해진 고양이 귀를 살금살금 쓰다듬었다. 좀 도망가지 말고. 나랑 살자. 야옹아. 진심으로 애원해. 잡힌 귀를 파르르 떨며 무거운 눈꺼풀을 올린 고양이의 길게 찢어진 눈동자가 승철을 바라봄. 승철은 그 눈에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2시간 되는 수액 맞고 처방전 받고 집 오는 길에 반류 전문점에 들어간 승철은 두 손으로 겨우 드는 큰 캔을 삼. 아픈 반류 특히 고양이 과를 위한 캔이나 영양식이 따로 구비된 코너에 가서 고민하다 연어 캔 하나사고 돌아서 분유도 사고. 못 먹으면 마시게라도 하려고 같이 샀고 계산대에 있던 고양이캔디도 2개 삼. 약 써서 안 먹을까봐 생각하고 산거지. 그렇게 사서 집에 도착한 승철은 고양이를 제 무릎에 눕히고 하나하나 뜯었음. 수액 맞고 살아난 고양이는 도망갈 기운도 없이 늘어져서 승철이 하는 짓 따라 보기만 함. 캔디에 눈 깜박. 분유에 눈 깜박. 아이스크림 통 같은 캔 꺼내서 뜯는 거 보고 귀 쫑긋.
와아 진짜 연어다!!
연어 덕후인 승철은 느끼한 연어 고기 냄새 가득 나는 내용물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음. 곰에게 연어는 최고의 스테이크지. 바로 캔에 동봉한 수저 꺼내서 손으로 대충 닦고 크게 한입 떠서 먹었다. 짱이야! 환자용이라 살짝 심심한 맛인데 그래서 더 맛있어! 연어 맛이 확 느껴지거든.
승철이 신나서 엉덩이 춤추며 퍼먹었다. 요새 막노동하고 입맛 잃어서 엄마가 보낸 반찬과 흰밥으로만 때웠음.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서 즉석 밥 사서 먹었던 인스턴트 청년이었음. 당연 살기위해 먹는 만큼 먹는 즐거움 없었고 잊고 있었다. 먹는 즐거움을. 오늘 산 연어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몰랐을 거야. 감사하게 나를 안타까이 여기신 하느님이 연어를 선물로 주셨어. 오늘까지 살기 위해 먹었던 연료용 음식들은 지금 연어를 먹기 위해서 견뎌야 했던 고난이었던 거야. 마치 쑥과 마늘처럼. 그치 야옹아 헉.
고양이랑 눈 마주치고 수저 입에 문채로 굳었음.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뒤늦게 깨달았지. 아픈 야옹이 먹이려고 사온 연어를 자기가 신나게 뜯어먹었네. 심지어 신나게 먹느냐 정신 팔려서 내용물이 반 이상 줄어든 게 눈에 들어왔음.
먹...먹을래?
맑은 고양이 눈동자에 찔려서 작게 떠서 쭈뼛대며 내밀었음. 고양이는 눈치 보는 승철을 한참 바라보고 승철이 신나게 퍼먹던 수저도 한참 보다가 살짝 입 벌려서 냠 먹는다. 수저에 묻을까 겉 부분만 긁듯이 먹어서 냠냠 씹어. 승철이 긴장해서 나머지 내용물 자기 입에 넣고 기다림. 먹을까. 뱉을까. 다행히 고양이 꿀꺽 삼키고 승철을 바라봄. 또 달라는 것 같음. 아까보단 많이 퍼서 내밀었음. 야옹이 또 수저에만 입 안 묻게 긁어먹고 나머진 승철이 입으로 얌. 그렇게 둘이 한 입씩 먹다 3일치 내용물 다 먹었고 병원에서 받은 가루약 물에 타서 새끼손가락으로 돌돌 젓고 무의식으로 손가락 빨다 너무 써서 인상 찌푸린 승철때문에 고양이 안 먹겠다는 거, 아직 몸 회복되지 않은 탓에 잡혀서 90% 흘려먹음. 써서 세수하는 고양이에게 고양이캔디 주고 턱 닦아주며 잘했다 아이고 잘 먹었다 칭찬 잊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 한 사람과 한 고양이 아 반류니까 두 사람이지. 둘이 조금씩 가까워짐. 이젠 구석에 숨지 않고 깨끗이 빤 담요에서 자는 고양이. 너무 털이 더러워도 빨리 안 낫는다 해서 수건에 물 묻혀서 닦아준 뒤로 말끔한 얼굴로 고롱고롱 자는 모습 귀여워서 사진 찍는 승철이임. 네모난 프레임에 가득 들어찬 뽀송뽀송한 털 뭉치 야옹이에 입 틀어막고 찰칵찰칵. 이미 반쯤 집사된 것 같아. 우리 고양이 ㅠㅠ귀여워ㅠㅠ
반류인거 아는데 사람모습을 한 번도 안 봐서 그런 느낌 잘 안 오니까 자꾸 동물처럼 대함. 사실 반류는 반류를 한 번에 알아보는데 승철이 야옹이 왜 못 알아보냐면 너무 기력이 약해서 그래. 반류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거나 너무 지치면 동물형으로 변함. 태어났을 땐 인간형인 것과 대조되는 상황. 아마 마지막엔 태초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되라는 자연스런 순환 같음. 물론 아직 정확한 증거는 없다.
어쨌든 본인 의지로 동물형이 된 게 아닌 이상 약한 상태서 동물형이 됐다면 본인이 반류라도 상대방이 반류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승철은 야옹이가 반류인걸 자주 잊음. 벌써 제 애완묘임. 사진첩에 냥이 사진이 반이 넘음. 이름도 생겼다. 전엔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느냐 지을 생각 못했고 중간엔 나비야 야옹아 되는대로 불렀는데 반류인거 알았고 이제 몸 회복돼서 깨어있는 시간 길어졌으니 이름 붙여야지. 의사가 야옹이 봤을 때 생각보다 나이가 있다고 했으니 언젠가 자기이름을 말해주겠지만 그전까진 임시라도 이름이 있어야 나나 얘나 편할 것 같아. 그래서 마침 티비에서 나온 아이돌 중에 쪼꼬매서 귀엽게 생긴 놈이 아! 낀! 다! 하며 노래 불러서 그 아이돌 따라 우지라 불렀다. 넌 우지야. 야옹인 반응도 없어. 하지만 승철은 아랑곳않고 우지로 정해버림. 그 기념으로 우지사진만 저장한 폴더 하나 만듦. 무려 제목도 우지♥다.
그러나 하트 붙인 이름과 달리 우지 마냥 사랑스럽진 않음. 왜 사랑스럽지 않냐. 우리 우지, 쉬야를 가리지 못해. 일 끝나고 돌아오면 방바닥 곳곳에 고인 쉬야. 큰일은 어디다 보는지 안보여서 더 불안한 만큼 쉬야파티라 승철이 매번 우지 안고 화장실 들어가서 변기 보여주며 교육한다.
쉬야는 여기!! 여기다 싸는 거야!!
우지가 올라가기엔 변기가 조금 높아서 힘들면 바닥에다 싸라고 화장실! 오줌!! 아이 급하다! 화장실! 교육하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발을 적시는 쉬야가 낯설지 않아. 하하하하하. 우리 우지 방광이 매우 튼튼하네. 하하하하하하. 아침부터 재수 밟고 한발로 콩콩대며 발 닦은 뒤 휴지와 물티슈로 바닥청소함.
우지는 담요에 앉아 그루밍하지. 얼굴과 귀부터 발끝까지 그루밍하느냐 바쁘다. 여기저기 쉬야할 기운 있으면 화장실로 가랏!! 화내고 싶지만 그루밍해서 더 예쁜 우지 보니 내가 죄인이다. 저런 어여쁜 주인을 모시고 집사주제에 불만이 많았죠? 제가 죄송함다. 쭈굴쭈굴.
그러던 어느 날 잠결에 뒤에 뭐가 느껴져서 잠 깬 승철이. 으응? 이상해서 고개 돌려보니 귀가 달린 작은 머리가 있어. 으으으응? 뭐지? 아직 꿈인가 싶어 베개에 얼굴 묻다가 등에 닿은 꼬물꼬물한 움직임에 다시 고개 돌렸음.
역시 귀다. 사람 귀 말고. 무려 고양이귀다. 사람머리에 달린.
습관처럼 돌린 쪽에 담요만 덜렁 있고. 완전히 몸 돌려서 보니 애 띤 얼굴이 새우처럼 움츠려 승철에게 붙음.
우지야?
잠이 덕지덕지 묻어 잔뜩 늘어진 음성에 고양이 귀가 팔랑거린다. 고개 살짝 든 눈이 형형해서 아 우지 맞네.
왜 올라왔어. 추워?
이불안으로 파고드는 우지를 이불 채 끌어안음. 우지 답답하다고 발버둥 쳤음. 하지만 잠에 취한 곰 팔을 치우는 거 어렵구요. 밀어내니까 발까지 올려 꽁꽁 안아서 결국 우지 포기하고 승철 품에 안겨 잠. 잘 자라 우리 우지. 늘어진 음성에 고양이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다음날 알람에 맞춰 일어난 승철은 제 옆에 누운 우지 보고 헉 사람이야 현실 소리 내며 놀람. 우지 그 소리에 깨서 승철 보더니 이불 머리까지 덮고 자버려. 승철이 뭐야 쟤 누구야. 우지야? 언제 사람 된 거야? 진짜 우지야? 헉. 진짜 우지다. 이불 조심히 들춰서 하얀 털 만큼 하얀 우지보고 허어어억 이불 놓침. 어설프게 된 건지 머리에 짐승 귀 달려있고 이불 끝에 삐죽 나온 저건 꼬리. 기력회복하고 사람 됐는데 왜 귀와 꼬리가?
그러다 이불에 볼록 나온 형체보고 수긍함. 어려서 그런가봐. 열 살도 안 되어 보이지? 잠결에 안았던 앙상한 팔다리와 마른 몸이 기억나서 승철은 많이 먹여야겠네 하며 끙차 일어남. 밥은 무엇으로 준비해야하나 고민하며. 대충 있는 걸로 아침 준비하고 일 나가기 전 혹시나 몰라 얌전히 있으라는 글까지 쓰고 나갔는데.....
오늘따라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여니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싱크대 물 힘차게 뿜고 있고 싱크대 밑 서랍장 열려서 접시랑 냄비 굴러다니고 냉장고는 주황빛이 꺼진 채 내용물이 튀어 나왔어. 익숙한 풍경에 띵 울리는 이마 짚고 문 닫고 들어옴. 일단 물부터 끄고 냉장고 대충 닦고 방으로 들어가니 볼록한 이불.
우지야?
날카롭게 나갈 것 같은 목소리 다듬으며 조용히 불러보지만 반응도 없다.
우지 여깄니?
다시 부르면서 이불 확 들췄다. 보이는 건 입과 옷에 뭐 묻힌 채 눈에 동공이 꽉 차서 겁에 질린 채 우지가 승철을 올려봄.
우지야 다정히 부르니 흠칫 놀란다. 승철이 우지 눈높이 맞춰 앉아서 따뜻하게 미소 지었음. 오른 손을 들어 우지 입가를 닦으며 참 맛있게 먹었네 그치. 말도 걸었음.
우지 경계하며 승철 보다가 뭐라 혼내지 않고 여기 있어 하고 뒤도는 승철에 눈 깜박임. 혼나야하는데. 배고픔을 못 참고 냉장고 뒤지면 꼭 날라 오던 매를 생각했던 우지 당황해서 열린 문 뒤로 숨어서 얼굴만 내민 채 부엌 청소하는 승철을 지켜봄.
승철은 아이고 힘들다 앓으면서 뚜껑열린 채 엉망인 반찬통정리함. 예전에 왜 냉장고문이 열렸나싶었는데 배고픔에 그랬던 거구나. 아마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 사람이 돼서 음식을 찾았나봐. 나름대로 음식 차려서 갔는데 양이 많이 부족했던 걸지도 몰라. 미안하네.
미안해서 불평 없이 일했고 그래서 정성껏 밥 차렸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서 우지 꼼짝 못해. 먹어도 돼 라고 말하고 나서야 쭈뼛쭈뼛 하며 손으로 음식 집는 우지에 놀라서 제지시킴. 우지 놀라 동공 커져서 승철 얼굴만 봐. 승철이 자 여기 숟가락, 하고 숟가락 들어서 우지 밥그릇에서 밥 펐음. 그리고 우지에게 아- 입 벌리면서 소리 내니까 우지 눈치보다 아- 따라 입 벌림. 벌어진 입사이로 숟가락 넣어주고. 입에 음식 들어오니까 반사적으로 입 다물어 다문 입술 사이로 숟가락 꺼내서 다른 반찬 담아서 또 아- 먹여줌. 그렇게 음식 몇 번 먹여주고 우지 오른손에 숟가락 쥐어줬더니 서툴지만 숟가락질함. 반찬은 잡기 어려워해서 대신 반찬 집어 올려주었음.
우지 열심히 먹는다. 어설픈 수저질로 위장에 밀어 넣듯 음식을 씹고 삼킴. 승철은 흘리면서 먹는 우지 입닦아주고 물 챙겨주며 정신없이 저녁 해결함.
식사가 끝나고 밥상 치우며 보니 우지 앉았던 자리가 많이 더러웠음. 밥을 먹은 게 아니고 다 바닥에 흘린 그림이야. 깨끗이 행주로 문지르며 약간 이거 애보는 기분인데 싶었지만 설마했음. 설거지하고 온 사이 우지 옷이 이상하길래 의문 품다가 저 구석 고인 노란 물에도 설마. 그대로 우지 일으켜서 변기 앞에서 여기다 쉬 싸는 거야. 응? 이제 너 사람이지? 사람 됐지? 그러니까 여기다가 하는 거야 몇 번이고 가리킴. 우지는 아무 표정 없이 대답도 안 해서 답답한 승철이 우지 손 꼭 붙잡으며 빌었음. 그리고 들어온 김에 음식 흘려서 더럽고 꼬리꼬리한 옷 벗기고 씻기기까지 해. 고양이 과 아니랄까봐 닿은 물에 기겁하며 도망가려고해서 샤워 다 끝났을 땐 승철이 기진맥진 쓰러졌고. 맞나봐. 나 애 키우는 거. 후회하기엔 때늦은 육아길 걷는 승철이다.
히히. 승철이 젖병길만 걷자.